가까운 영등포역에서 전철을 타도 되는 데 5호선을 타려고 신길역까지 걸어왔다.
순간 바지주머니가 허전해서 만져보니 집에서 나올 때 지갑을 안 가져온 것이다.
약속시간이 임박했기에 지갑을 포기하고 무작정 전철에 올랐다.
광나루역 근처 공원에 와 있는 김은선, 박진구, 홍정일 등을 만나 쇼핑백에 가져온
맥주를 꺼냈다. “맥주는 물이다”라고 가스라이팅이 된 나와 술 싫어하는 이 없기에
김은선이 꺼낸 약주와 함께 마시고 아차산 생태공원 쪽으로 출발했다. 만개한 벚꽃은
바람에 못 이겨 연약한 잎을 떨구다 못해 비가 되어 내린다.
화무십일홍처럼 꽃피는 절정기를 지나 이제 자신의 몸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듯하다. 저 내리는 꽃잎 아래 술 잔을 대면 낙화주가 된다. 내 쓸쓸한 술잔에 꽃잎을
담아 먹었던 부산의 객지 생활도 떠오른다. 꽃구경 온 선남선녀 속에 우리 할배들도
산등성이를 오르다보니 허기까지 진다. 아직은 살아있다는 증거렷다.
내 몸 사용연한이 언제까지일지 모르나 내 발걸음을 한 발씩 내 딜 때마다 건강은
조금 더 유지되리라 본다. 그와 더불어 별 일 없는 일상생활이 행복이라 여기지만
봄바람이 일 듯이 팔도강산을 누비고 싶은 욕망도 인다. 이윽고 아차산 정상을 불과
몇 미터(?) 전까지 왔건만 삼겹살 점심시간에 쫒겨 급히 군자역으로 회군을 하였다.
오후 1시 반경 김해연을 만나고 곧 이어 김은선도 도착했다.
무한리필 삼겹살은 제법 고기가 두툼해서 입맛을 돋우웠다. 맘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더 달라고 주문해야 함이 부 자연스럽다. 그래도 손바닥만한 고기를 스무 개
가까이 먹지 않았을까? 가성비가 있는 집은 술로나마 매상을 올려 줘야 하는데 낮술에
익숙지 못하는지 그렇지도 않았다. 91,000원을 3명 30,000원, 김은선 11,000원,
전기택 50,000원으로 계산하고 전철로 어린이대공원역으로 갔다. 여기도 인파로
북적인다. 마침 동산 초입에 비어있는 테이블이 있어서 자리 잡고 노닥거리면서 정일이
가져온 소주(막걸리)를 마시고 뿔뿔이 집으로 향했다.
첫댓글 어제 참 즐거웠습니다^^
술은 언제든 마실 수 있지만 꽃은 기다려주지 않으니..넋놓고 바라본 꽃바라기..가만가만 불러 본 4월의 노래..최악의 다리 상태에도 잘 맞춰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대공원 앞에서 먹은 유년의 추억 번데기도 애틋했습니다
지기님 수고 많았습니다
삼겹살 덕분에 맛있게 잘먹었는데
식대를 N분의1로해도되는데
거금을 내셔서 감사합니다^^
듀툼한 고기 먹음직 스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