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가져라
刻舟求劍(각주구검)
새길 刻, 배 舟, 구할 求, 칼 劍
항상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가져라
여씨춘추(呂氏春秋)의 찰금편(察今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초나라 군사가 송(宋)나라를 기습하기 위해 미리 사람을 보내
옹수(澭水)의 옅은 여울에 표시를 해두었다.
그런데 갑자기 물이 불어난 것을 모르는 초나라 군사는 표시해 둔 것만 보고
밤중에 물을 건너다가 그만 1000여 명의 익사자를 냈고,
그 바람에 군사들은 놀라 본진을 허물고 퇴각하였다.
물이 불어났는데도 앞서 한 표시만을 보고 건너려 했기 때문에 실패를 한 것이다.’
두 이야기는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다면 고정된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우치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면 법과 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고정된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각주구검(刻舟求劍)’에서 배울 수 있다.
‘초(楚)나라에 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칼이 배에서 물속으로 떨어지니 그는 급히 뱃전에 칼자국을 내어 표시를 하면서 말하길 “여기가 내 칼이 떨어진 곳이다”.
배가 멈추자 칼자국이 있는 뱃전 밑 물속으로 뛰어들어 칼을 찾았다.
배는 움직였고 칼은 움직이지 않았는데 이처럼 칼을 찾으니 어찌 의아하지 않겠는가?
옛 법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이다.
시대는 지나갔지만 그 법은 변하지 않았으니
이로써 나라를 다스린다면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아파트 뒤편 누군가의 작은 텃밭에는 없는 게 없다.
고추 모종이 깃대처럼 꽂히더니 들깨, 그 사이로 상추, 그 사이로 부추. 에라 모르겠다,
방울토마토까지. 입추의 여지가 없어지는 사오월 내내 웃음이 났다.
오늘은 걸음을 멈췄다. 텅 비었던 이랑에서 토란 잎싹들이 목을 쑥 빼올렸다.
몇 뼘씩 떨어져 다문다문.
텃밭 주인은 다 자란 토란잎들이 장우산만 하게 펼쳐질 때를 미리 계산해 심었다.
여름 비바람에 모로 누울 때는 서로 기댈 수 있게,
저녁 바람에는 솥뚜껑만 한 잎이 크게 원을 그리며 혼자 춤출 수 있게.
너무 멀지도 않게 너무 가깝지도 않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이는 토란과 토란 사이라고 나는 말할 뻔했다.
바깥의 소란에 마음이 자꾸 헐벗겨질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알맞은 거리가 몇 미터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토란대 사이로 바람이 나들고 햇볕이 나드는 길을 오래 보고 앉아 있어야지.
아, 토란잎들이 춤을 추는 칠팔월을 기다려야지.
항상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가져야지
시대를 바로 아는 지혜자는 앎을 삶으로 사는 자이다
삶은 늘 변화하기에
참고, 기다리고, 견디는 지혜자가 되어
서로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