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유치가 남북한간의 화해 협력에 미치는 영향
안 민 석 (중앙대학교/사회체육학부)
1. 들어가는 말 : 평창동계올림픽과 한반도 평화
이라크 전쟁과 북핵위기 등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한반도 정치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정세와 별개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는 궁극적으로 동북아 시대를 주도하는 한반도의 역할을 표방하고 있다. 남한은 국민정부의 대북정책기조를 유지하는 참여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지향하고 있고,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북핵문제가 해결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전쟁으로 한반도 미래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라크 전쟁은 평화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케하고 이라크 전쟁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와 한반도 평화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확산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은 전쟁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표방하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서도 실현되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과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통일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기복이 심한 한반도 국내외 정세에 비추어 볼 때 평창동계올림픽유치운동의 본질을 한반도 평화운동의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분단도’에서 유치하고자 하는 2010년 동계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분명한 명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정신, 즉 올림피즘이란 한마디로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실현’ 인데 평창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기반이 형성되고 종국에 남북통일의 촉매로 작용한다면 올림픽 운동의 백미가 평창올림픽을 통해 구현될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분열과 갈등이 치유되고 사회를 하나로 통합한 사례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다년간 브라질 축구를 연구한 미국 인류학자인 제닛 레버(Janet Lever, 1983)는 축구가 복잡다양하게 구성된 브라질의 인종과 계급을 하나로 통합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아마존 강변에 거주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원시미개부족에서부터 상파울로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축구가 없었다면 브라질 사회는 이미 붕괴되고 말았을 것이라는 것이 레버의 주장이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라헤이트(apartheid) 흑백인종차별정책 45년만에 집권한 만델라 정부는 럭비를 통해 흑백화합을 도모한 전례도(안민석외, 2002) 있으며, 현재 중국의 축구열기는 소외되어온 소수민족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축구를 통한 중화인의 하나됨을 목격하고 있다(안민석, 2001). 이라크 전쟁과 북핵위기로 한반도 정세가 경색된 현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유치는 스포츠를 통해 평화·화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 이목을 끌 수 있기에 충분하다.
본 발표는 평창올림픽유치를 한반도평화운동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 민족화해와 동질성 회복의 차원에서 스포츠와 평창올림픽의 의미를 조명해 보고, 평창올림픽이 남북한 관계 개선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결론에 대신하여 동계올림픽 유치운동에 북한의 지원을 끌어 낼 것을 제안하게 될 것이다.
2. 남북한 화해 증진을 위한 평창올림픽의 필요성과 의미
1896년 근대올림픽 부활 이후 스포츠는 현대 국제관계에서 뚜렷하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스트렉(Strenk, 1976)은 스포츠가 국제관계에서 활용되는 6가지 방식을 나열하였다. 외교적 승인을 구하거나 거부하는 수단, 정치이념을 전파하는 수단,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수단, 국제이해와 평화를 촉진하는 수단, 저항수단, 무기 없는 전쟁 수단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국제이해와 평화를 촉진하는 수단이란 스포츠가 국가간 상호 애정과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으며, 스포츠교류의 결과 국가간의 연결고리가 확립되는 것을 말한다. 국제경기에서 팀을 후원하고 시범과 훈련을 위해 다른 나라로 스포츠사절단을 보내는 등의 노력은 국가간에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일환으로 추진된다. 가령 1970년대 초 미국과 중국은 국교가 수립되기 전에 ‘핑퐁외교’로 일컽어지는 탁구 시범경기를 통해 교류의 물꼬를 텄다. 공식적인 외교관계 수립에 앞서 스포츠교류를 통해 관계수립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이다. 물론 스포츠교류 과정에서 양 국민간의 적대적인 감정이 친선과 화해로 변했던 것은 스포츠가 지닌 마력이다.
남북한의 경우에도 90년 통일 축구, 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와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 구성 경험이 있고 국민정부 동안 농구 및 축구 친선 경기, 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 부산아시안게임 대규모 선수단 및 응원단 파견을 통해 스포츠를 통한 남북한 화해와 평화를 체험한 바 있다.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입장식에서 남북한 동시입장은 한민족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흥분과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분단국인 남한과 북한의 선수단이 하나의 코리아 팀으로 입장한다’라고 말하는 순간, 스탠드를 가득 메운 11만 관중의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드니 2000 오케스트라’가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남북한 선수와 교민들은 나직이 따라 부르며 민족이 하나됨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남북한 동시입장은 시드니 올림픽을 지구촌 평화와 화합의 축제로 만든 결정적인 이벤트였고, 이것은 전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또 지난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은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을 함으로써 9.11 테러사건 이후 냉각된 남북관계의 개선은 물론 거센 저항을 받아 오던 햇볕정책의 성과가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백두와 한라에서 점화된 성화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합화(合火)되었고 그 순간 민족의 마음은 하나로 통일되었으며, 북한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남한의 열띤 응원 속에서 한민족의 하나됨을 동족간에 확인하고 월드컵처럼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특히 북한 미녀 응원단과 함께 어울러진 지난 아시안 게임은 분단사에 경이적인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 부산아시안게임 공동응원 등 1990년 이후 경험한 크고 작은 스포츠경험을 통해 남북한이 마음을 모았던 사례는 남북한 체육교류의 파급력을 극명히 보여 준다. 다른 분야의 교류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면, 스포츠의 경우 별다른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그 어느 분야에서도 해내지 못하는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체육교류의 특성에 비추어 남북한 평화 정착과 화해실현을 위해 스포츠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남북한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고 활력을 불어넣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이 유치될 경우 분산개최, 단일팀 구성을 위해 남북이 공동 노력할 가능성이 높고, 스포츠 교류 또한 이전시기에 비해 한층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교류는 다음의 몇 가지 점에서 타 분야의 교류와 다른 특징 및 장점을 지니고 있다.
① 남북한 체육교류는 역사성을 갖는 문화행사로서 전통을 갖고 있다. 경평전과 같은 경기대회가 분단 전부터 해방 직후까지 면면히 유지되던 남북체육교류의 전통을 이루고 있다. 경평전은 1933년 시작된 경성(서울)과 평양간에 축구교류전으로서 당시에는 열렬한 민족의 관심사였다고 기록되고 있다. 이 대회는 함흥을 포함한 3대도시 교류 전에서 나중에는 전국 주요 도시대항전으로까지 발전하여 남북한 교류의 전통을 만들어왔다. 또한 해방 이후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던 마지막 경평전에는 축구 이외에 농구경기도 경평대항전으로 진행되었다(국민체육진흥공단, 1997). 따라서 체육교류에 대한 민족성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가 쉽고 교류의 이념을 창출해 내기에도 용이하다.
한편 남북한 체육교류는 다른 영역의 교류에 비해 더 긴 교류노력을 공유해왔다. 남북한 체육교류를 위한 체육회담은 1958년부터 나타난다. 남북체육회담제의는 1960년 제17회 로마올림픽대회를 앞두고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위한 협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각종 국제대회와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시기마다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담이 수차례 이루어졌다.
② 체육교류는 타 분야의 교류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대중성을 지닌다. 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체육교류가 민족공동체 성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스포츠는 일반인의 삶 속에 매우 친밀한 소재로 결합되는 일상재로서 규정되고 있다. 2002 월드컵 4강전에서 보았던 700만명이 함께 한 거리응원이나, 스포츠참여 및 관람 인구 증가의 모습 속에서 스포츠는 이미 대중의 일상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의 교류가 고급문화 향유자와 일반인간의 괴리로 대중적 관심 확산이 불리한데 반해서 체육은 전문선수의 교류마저도 대중적 관심을 불러들일 수 있다. 남북한 전문선수들의 경기가 `보는 스포츠'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수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전체가 교류의 내용을 향유할 수 있다. 특히 남북교류가 동질적인 민족공동체의식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면 대중성을 지닌 스포츠야말로 민족적 동질성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하위 정서, 가치를 키워낼 수 있고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③ 남북한 체육은 타 분야에 비해 높은 동질성을 갖고 있다. 스포츠교류는 20세기 스포츠의 세계적 규격화로 남한체육과 북한체육의 이질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따라서 교류될 프로그램의 내용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남북교류의 장애요인이 없다. 또 신체의 표현 형식에서 이념이 드러날 소지가 거의 없으므로 교류의 내용과 형식에서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간의 이질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체육교류는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정경분리 원칙 하에 교류를 용인 받을 소지가 크다. 이에 체육은 타 부문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남북교류사업을 적극적으로 성사시켜 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남북한 체육교류는 1990년 서울과 평양간 축구교류전을 성사시켰고, 1991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을 성사시키면서 실무적으로 협의해온 규범이 존재한다. 이러한 규범은 체육 내부적인 특성을 반영하여 세부적인 부분 - 예를 들면 단일팀 파견시 국기 사용이나 국가 결정시 상호국가 전후반 시간할당 등 - 에서 상호 이해를 조정하여 교류과정에 일정정도 규범이 만들어져 있다고 판단된다.
④ 체육교류는 국제단체를 통한 중재성을 띄고 있다. 남북한 체육교류는 두 당사자간에 진행되었지만 국제체육의 장(場)에서 국제체육단체라는 중개자가 존재한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부문의 교류와 다른 교류의 틀을 갖추고 있다. 남북인적교류가 가능한 언론, 문화, 예술 등의 제분야와 달리 체육분야의 경우 남한과 북한을 중재할 수 있는 국제적 기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IOC, FIFA, 각 종목 세계 연맹 등의 국제적 중재 기구가 남북체육교류 실현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이러한 국제적 기구는 남북한 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이견 조정을 위해 매우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체육관련 국제 기구는 남북한 체육교류 실현을 위해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 왔다. 국제유도연맹의 경우 '98년 5월 대한유도회가 요청한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승인하면서 1개국에서 1팀만 출전하도록 한 규정을 무시한 사례가 있다. 또 IOC는 남북체육교류 주선을 위해 적극적 노력을 해 왔다. '97년 IOC가 북한 IOC측에 남북한간 긴장완화를 위한 체육교류를 제안한 이후 '98년 9월에는 IOC의 특사가 축구, 탁구, 배드민턴 종목에 대한 남북한 교류 계획을 협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FIFA의 경우 2002년 월드컵 남북단일팀 구성과 북한분산개최의 성사를 위해 수차례의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이처럼 체육교류의 과정에서 국제적 중재기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만약 평창올림픽이 유치된다면 IOC는 북한의 분산개최를 수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고, 단일팀 구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체육교류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평화공존과 남북한 신뢰회복을 위한 상호 교류와 협력의 내용과 수준은 각 분야의 특성에 따라 다를 것이고 미치는 영향도 분야별로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체육교류는 타 분야에 비해 비정치적 특성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몇 차례 교류 경험이 있으므로 교류를 복원하는데 가장 손쉬운 분야가 될 수 있다. 또한 체육교류는 단순히 서로의 경기력을 과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일체감 조성과 신체적 접촉을 통한 상호교류라는 측면에서 타 분야가 지닐 수 없는 교류효과를 파생시킬 수 있다(박영옥, 1998). 이는 이미 90년대 초 통일축구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 및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남북 단일팀 출전, 그리고 시드니올림픽 남북동시입장과 부산아시안게임 공동응원으로 확인된 바 있다.
사실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체육교류가 급물살을 탈것으로 전망되었다. 남북한 정상이 합의하고 서명한 ‘남북공동선언문’에 경제,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협력 교류 활성화를 천명함으로써 체육교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리라는 기대를 부풀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이후 부산아시아경기까지 시드니 올림픽 동시입장이라는 성과 외에는 타부분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정세 변화로 인한 교류가 답보상태에 있었지만, 2001년 남북한 장관급 회담을 통해 11월 남북태권도 시범단 교류를 합의한 것은 비록 성사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당국은 타분야에 앞서 체육교류의 효과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핵문제 해결이 되고 나면 북한은 어느 분야에 비해 체육교류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다.
때문에 체육교류는 현재 경색되어 있는 다른 부문의 교류 물꼬를 트고 향후에도 각 부문 교류를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관계와 남북간 역사적 관계에 비추어 체육교류는 다른 분야에 비해 용이하고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되어 한민족 공동체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유치될 경우 남북한 성화봉송, 선수교류, 단일팀 구성, 분산 개최 등이 기대되며 이는 남북체육교류의 하일라이트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분산개최의 경우 이동거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나 유치경쟁 도시인 뱅쿠버는 설상경기가 열리는 휘슬러와 2시간 30분 거리임을 감안하면, 평창과 북한의 거리는 중대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도로건설과 북측의 경기장 개발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단순히 새로운 철도 및 도로, 경기장 건설을 넘어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역사적 건설이 될 것이다. 특히 분산개최는 평창의 낮은 국제적 인지도로 인한 외국 관광객 유치의 한계를 돌파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유치는 스포츠를 통해 남북한간에 평화, 화해 분위기를 정착하고 통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사회문화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평창올림픽 유치를 통해 체육교류가 활성화된다면 남북관계에서 가장 시급하고도 필수적인 민족동질성 회복에 활력을 가져오고 통일의 과정에서 민족적 정서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민족 화합을 이루어 내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평창올림픽 유치로 촉진될 체육교류는 남북한간에 그리고 남북한 주민들간에 상호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극복하고 평화, 화해의 분위기를 고양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평창올림픽 유치가 남북한 스포츠교류가 활성화를 가져옴에 따라 스포츠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화해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평창올림픽이 주는 민족사적 의미이며, 2010년 올림픽이 한반도에서 유치되야 하는 당연한 이유이다.
3. 평창올림픽이 남북한 화해와 평화에 미치는 영향
앞서 기술한 것 처럼 스포츠가 남북한 민족의식을 고취하여 민족의 일체감을 조성하는데 기여하며, 민족의 긍지를 심어주어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공헌한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또 동포애를 고무시켜 민족의 화해와 화합을 도모케 하며, 남북한 겨레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부수적으로는 인적 교류 및 언론의 상호 취재 보도로 분단 이후 쌍방의 삶의 양식과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며 우정을 갖게 하고, 체육문화 향상에 기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가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미칠 영향을 정치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체육적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정치적 영향
스포츠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은 올림픽 경기의 발원지인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의 올림픽은 매 4년마다 BC 776년부터 AD 393년까지 293회에 걸쳐 열렸다. 고대 올림픽 경기는 그리스의 주신인 제우스에게 바치는 종교 행사였으면서도, 동시에 정치적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올림피아’에서 도시국가들의 대표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때가 되면, 그리스인들은 국경을 초월하여 선수와 참관인들의 왕래를 도왔다(Lowe etc., 1978).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올림픽 경기를 위해 전쟁까지 중단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그리스인들은 올림픽 경기를 계기로 도시국가들 간의 왕래를 촉진했는가 하면, 전쟁까지 중단함으로써 그들 국가간의 화합과 협력, 그리고 통일 정신을 함양하는데 활용하였던 것이다. 이는 고대시대부터 스포츠 교류가 집단간의 협력과 통합을 위하여 정치적으로 기능 하였음을 실증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쿠베르탱에 의해 1896년 근대 올림픽 경기가 부활될 때도, 고대 그리스 때와 같은 정치적 기능이 주요 목적으로 떠올랐다. 쿠베르텡은 올림픽을 통해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관람자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다면, 그것은 세계 평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쿠베르텡도 스포츠 교류는 인류의 화합과 평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스포츠가 국가간의 협력과 화합을 도모한다는 사실은 굳이 2700년 전이나 100년 전으로 더듬어 올라 갈 필요가 없다. 20세기 동안 체육교류의 정치적 기능은 여러 군데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1972년 미국과 중국 관계를 급변시킨 계기는 핑퐁경기로부터 시작되었다. 1971년 4월 중국은 14명의 미국 탁구 선수단을 초청하여 친선경기를 벌였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핑퐁외교’가 시작된 지 불과 10개월 만인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Sage, 1998). 이전까지 상대방을 정치적으로 적대시해오면서 어떠한 사회문화적 교류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핑퐁경기는 양국간의 긴장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특히 80년대에는 서울올림픽을 통해 동서 진영간 정치적 화해를 도모할 수 있었던 전례가 있다. 88서울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경기는 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에 걸쳐 8년동안 동서간의 정치적 대결로 점철되고 있었다. 그러나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소련과 동구권을 포함함 공산국들 대부분이 참가함으로써 동서화합을 이루게 되었다. 동서 진영의 선수와 관람객들은 실로 제 21회 올림픽대회가 1976년 몬트리올에서 열린 지 12년만에 처음으로 스포츠를 통한 화합의 대축제를 벌였던 것이다. 이후 동구사회주의권 몰락이 서울올림픽과 무관치 않은 점으로 미루어 서울올림픽이 수행한 정치적 기능은 중대하다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고대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스포츠가 정치에 미친 기능에 미루어 평창동계올림픽의 정치적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남한의 통일정책이 ‘선평화 후통일’의 기조에 따라 ‘통일성립조건이 개선되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점진론에 입각해 있음에 미루어(통일부, 1998) 현재의 평화정착의 단계에서는 인적왕래와 정보자료교환을 통해 교류기반을 조성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여기서 평창동계올림픽유치가 실현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파급효과를 다음과 같이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북한의 핵문제 이후 중단된 남북관계자들이 만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현대의 2차 방북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체육관 건립이나 교환경기 추진을 위해 남북한 당국자들의 접촉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88올림픽과 한일공동월드컵에서 실현되지 못했던 단일팀 구성과 분산개최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자 및 체육인간의 끊임없는 회담과 만남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둘째 북한사회내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동계올림픽 준비 기간동안 북한주민들의 남한사회 대한 관심이 증폭될 것이고 남한의 모습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주민들에게 한층 노출될 것인바 이는 북한사회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이완시키고 구조적 유연성과 개방화를 촉구하게 될 것이다. 셋째 경제적 교류나 정치적 교류와 달리 일시적으로 중단될지라도 체육교류의 효과는 지속되며 이미 얻어진 정서적 공감대는 그리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남북한간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긴장관계를 완화시킴으로써 모든 분야의 대화, 교류, 협력을 확대하여 실현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나아가 통일문화 창조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사회문화적 영향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두 개의 정치체제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단으로 좌절된 민족국가의 복원과 민족공동체의 회복을 통하여 민족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이질화되고 심지어 적대적 태도를 갖고 있는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문화공동체의 형성이 궁극적인 통일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는 동시에 통일 과정의 최종적인 단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이우영, 1998). 이러한 차원에서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상대방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해를 통해 경쟁적인 적대적인 관계를 극복하는 것이라 할 때 평창동계올림픽은 다음과 같은 사회문화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첫째, 민족의식과 동포애를 고취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의 사회정서적 기능이나 사회통합의 기능과 관련하여 볼 때,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한 남북간 협력은 분단 이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아오는 동안 약화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인식을 각성케 하여 역시 ‘민족은 하나’라는 의식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그 결과, 남과 북에 흩어져 살고 있는 7천만 겨레가 같은 민족임을 확인함으로써 민족 통합을 이루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라는 집단의식을 형성시켜 바로 민족공동체 형성의 토대가 된다. 특히 평창올림픽이 치러지기 이전에도 각종 국제대회에서 남과 북의 응원단이 서로 상대방의 경기를 응원해 준다거나 또는 남북 양팀이 대결하는 경기에서 상대팀에 대한 공평하고도 따뜻한 대접과 응원 등을 통해 잘 수행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 결과, 평창올림픽은 민족의 화합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평창동계올림픽은 민족의 정체성과 동반자 의식을 고취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었던 것이 1991년 일본에서 열렸던 제 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이 ‘코리아 팀’을 구성하여 출전한 결과,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예일 것이다. 동계평창올림픽의 유치는 남북한 체육교류의 촉진을 수반할 것이고, 당장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상호간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발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남북 체육교류와 협력을 통해 우리는 우리민족의 능력을 평가받음으로써 민족의 자긍심을 느끼게 되며, 그것은 곧 민족의 정체성 정립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평창올림픽유치는 남북한 7천만 겨레에게 동반자의식을 고취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의 남북 체육교류의 이벤트를 통하여 「통일」이라는 목표를 남과 북이 다같이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남북한 동포들로 하여금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는 동반자의식을 지니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은 통일의 의지를 강화시켜주는 기능을 하게 된다.
셋째, 평창올림픽유치는 체육 관계자?선수?응원단 등 사이에 우정을 싹트게 하고 상호이해를 촉진시킬 것이다. 1990년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었던 남북 체육관계자들 사이의 대화, 남북 응원단 상호간의 우의 등은 물론이려니와, 통일축구 및 탁구?청소년축구의 단일팀 구성을 통한 남북 체육지도자와 선수들 사이의 우정의 형성 같은 사례가 그러하다. 그리고 지난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나타났던 남북 공동응원의 위력은 몸으로 체험한 남북 주민간의 교류였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우정은 남북간의 이데올로기와 체제의 장벽을 극복하는 단서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며, 나아가 그 같은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7천만 남북한 겨레에게 분단 극복의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북한간의 상호이해를 촉진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거의 반세기 동안 분단된 상황에서 이념과 체제를 달리해 온 까닭에 생활의 양식과 사고방식 등에서 이질화가 초래됨으로써 「상호 간의 이해」라는 문제는 분단 상황의 극복을 위한 1차적 과제가 되었다. 평창올림픽 준비기간동안 남북한 체육교류는 체육인들의 상호 교류뿐만 아니라 언론인들의 교류를 동반함으로써 보도를 통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상대방 체제와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생각하는 방식을 알게 된다. 이것은 상호간의 이해를 촉진시키는 단초로 작용하여 점차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진되어 갈 것이다.
(3) 경제적 영향
북한은 지난 몇 년 동안 체제의 모순에 자연재해 마저 겹쳐서 식량난으로 대표되는 최악의 경제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남한도 이라크 전쟁 이후 경제적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 일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는 역으로 남북한 관계의 개선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으며, 앞으로 당분간 남북한은 내부 경제 위기 해결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런데 국내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해외 자본의 유리한 투자 환경 조성이란 차원에서 남북관계개선이 불가결하다.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남북한의 경제 위기를 수습하는 기간에는 남북한 관계를 우호적으로 지속하는 일은 절대로 확보해야 할 조건이 된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사태가 지속되면 남한의 투자환경에 대한 신용평가는 저하하여 신규 투자가 위축되고 바로 차입 자본의 금리가 상승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국제적 투자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매우 중요하다. 현대의 ‘소떼 2차 방북’ 이후 남한의 주식가격이 급상승한 것도(조선일보, 1998년 11월 2일자) 한반도 정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평창동계올림픽이 가져 올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무드는 국제신용도를 상승시킴으로써 경제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며, 스포츠가 지니는 부가가치적 측면에서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또한 평창올림픽유치를 계기로 스포츠와 관광의 연계를 모색할 경우 경제적 성과를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벤트 관광(event tourism)은 페스티벌과 특수이벤트를 체계적으로 기획 개발하여 마케팅을 통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벤트는 관광객을 매혹하고, 그 지역의 이미지와 매력을 창출하며 지역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이훈, 2002). 특히 평창올림픽을 통해 체육행사를 병행하는 이벤트 관광을 실천할 경우 남북한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고 특히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 높다. 이벤트 관광은 금강산 관광처럼 북한에 실리를 가져다 줄 것이 때문이다. 특히 동계올림픽의 분산개최가 실현될 경우 북한 개최 지역의 경제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며 관광과 연계되면 북한 전체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남한의 경우에도 평창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촉진될 남북체육교류가 스포츠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남북체육교류가 활성화 될 경우 남한 스포츠 산업의 규모가 현재보다 훨씬 증대할 것이며, 교류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거대한 이벤트가 될 것이며 남한 스포츠산업이 발전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체육적 영향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남북한 체육 자체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88 서울올림픽 개최가 시설, 정책, 동호인 확산 등에서 한국체육의 발전을 수십년 앞당겼고, 한일공동월드컵이 한국의 축구를 몇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듯이 평창올림픽은 남한의 동계 스포츠 발전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세인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등의 빙상종목과 남한이 자신감을 갖고 있는 종목들간 선수 및 지도자 교류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하여 경기력을 향상하고 단일팀 구성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한다면 국제경기력의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 민족의 선전은 민족적 자긍심과 위대함을 자각하고 만방에 과시하게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활성화 될 스포츠교류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상호간 체육체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됨으로써 체육을 통한 화해증진이 가능해 지고, 통독의 경우처럼 체육협정 체결을 통해 제도적인 체육교류와 통일 이후 스포츠를 통한 체제 통합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체육교류에 상대가 있기 때문에 체육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상대의 체육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인식을 지녀야 한다. 북한체육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체육교류를 실시할 경우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이질감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남북한 상호간 체육에 대한 이해는 각 사회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는 효과를 파생할 것이다.
북한의 체육은 자본주의와는 달리 상업주의적 요소가 배제되어 있고 주체사상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상업적인 체육문화의 유입은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상대적으로 민속놀이나 유도, 탁구 등 일부 종목에 한해 자신이 있는 있으므로, 이러한 종목의 교류에는 적극적인 반면 그렇지 못한 종목의 소극성을 보일 경향이 예측된다. 반면에 남한은 다원주의적 문화를 수용한 결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적응력이 탁월한 까닭에 북한과의 체육교류가 활발히 이루어 진다해도 사회 문화적으로 심각한 파장을 야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안민석, 1998).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체육에 대한 이해를 통해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여 체육교류를 추진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동계스포츠 관련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6년 훈시에서 겨울철 스케이트타기와 스키타기를 장려한 바 있고, 19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3000, 5000m에서 은과 동메달을 획득했던 60, 70년대 은반 위의 혜성으로 불렸던 한필화씨는 현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자 인민체육인으로서 북한동계스포츠의 거장이다(정동길, 2001). 동계스포츠 관련 시설로 평양의 평양빙상관(1982년 개관, 6000명수용)과 기관차선수단빙상훈련관(1984년 개관, 3340명수용), 속도빙상관(1995년 개관)이 있으며, 지방에는 만포 빙상관, 삼지연빙상장(수용능력 6000명), 삼지연 스키장(1982년 개장, 슬로프 54km) 등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도 북한체육은 우리에게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북한체육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더욱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는 사회의 거울(Sports reflect a society.) 임에 비추어 남북 스포츠에 대한 상호 이해는 궁극적으로 상대의 체제와 가치에 대한 이해를 촉진할 것이다.
4. 나오는 말 : 평창올림픽 유치운동을 북한과 함께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고, 이후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불투명한 현시점에서 멀리 2100년 동계올림픽을 내다보며,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한 화해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는 것은 시의 적절치 못하다는 염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 핵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지 못한 경우 우리 민족의 역사는 암흑 속으로 빠지고,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도 가질 수 없는 불행한 역사를 맞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핵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것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전제로 평창올림픽 유치를 바라 볼 수밖에 없으며, 북핵 문제가 타결된 이후에는 국내외 정세 변화로 인해 남북한 교류는 급물살을 탈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정부가 표방하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이 요구되고 한반도 평화없이 우리 민족의 발전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핵문제 타결 이후 북한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남한과의 평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화와 교류에 적극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일까지 한반도 정세가 우호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가 언제든지 전쟁 발발 가능 지역으로 IOC 위원들에게 각인되는 것은 동계올림픽 유치신청지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경쟁도시에서도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를 과대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타 유치도시들에 비해 동계스포츠 인프라가 열세인데다 한반도에 관한 불안 심리가 IOC 내에 확산된다면 하계올림픽, 월드컵 개최 경험 및 대륙별 순환 개최 명분에도 불구하고 유치경쟁에서 이기기란 난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북한의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스포츠는 경색된 남북한 관계에 물꼬를 트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고 부담도 적으므로 스포츠를 통한 남북협력 모색이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 당장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북한의 지원을 요청하고 북한이 IOC 위원들을 설득하고 협력을 구한다면 유치 가능성의 증대는 물론 노무현 정부가 자연스럽게 북한과의 교류를 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올림피즘이 표방하고 있는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도모라는 이상과 세계유일의 분단국, 분단도의 평화촉진을 위한 평창올림픽 유치는 뱅쿠버나 찰스부르크를 이길 수 있는 최고의 명분이다. 과거 서울 올림픽 유치나 월드컵 유치 때 보여 주었던 북한의 태도를 민족적이고 대승적 관점에서 전향적인 입장으로 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그렇다면 남한측은 현재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북한의 지원과 협력을 구해야 한다. 남북한이 협력하여 평창에 동계올림픽 유치 노력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 경색된 한반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며, 남북의 공동노력으로 유치가 성사된다면 민족사적으로 그리고 세계평화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공동의 노력과 의지로 유치된 평창올림픽은 향후 준비 기간동안에도 상호 적극적인 협력이 기대되고, 분산개최 및 단일팀구성도 그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질 것이다. 만약 평창동계올림픽이 유치되고 분산개최와 단일팀 구성이 실현된다면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화해 및 평화 기여는 물론 남북통일 분위기를 조성하고 통일시기를 앞당기는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남한만의 역량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치를 성공했을 경우 반드시 남북관계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판단은 금물이다. 과거 88 서울올림픽에서 북한의 보이콧트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킨바 있으며 한일 공동월드컵 또한 북한의 참여가 일체 배제됨으로서 스포츠를 통한 남북한 평화무드를 조성할 수 있는 호기를 살리지 못한 뼈아픈 경험을 하였다. 분산개최와 단일팀 구성은 고사하고 북측 고위층 인사 개막식 참석, 북한측 응원단 참여 등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축구를 통한 세계평화기여라는 월드컵의 취지를 무색케 한 바 있다. 그래서 월드컵은 민족적 축제가 되지 못하고, 남측만의 축제가 되어 버렸다. 월드컵이 축구를 통한 세계평화 기여를 표방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진 경기를 통해 세계인들이 하나로 되었지만 정작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의 북쪽이 이번 월드컵에서 배제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북한의 지원이 요망되고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대북관계 및 교류의 첫단추를 스포츠를 통해 꿰는 혜안이 필요하다. 월드컵 최대의 수혜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스포츠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노무현 정부가 진정으로 스포츠의 힘을 인식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면 스포츠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고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동계스포츠 환경이 극도로 취약한 우리가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스키낙원’ 잘스부르크와 ‘겨울 천국’ 밴쿠버를 이길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2010동계올림픽=평화올림픽’이라는 명분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당장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북한의 지원을 끌어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통크게 북한과 함께 뛰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2007-08-20 13:17 | 출처 : 안 민 석 (중앙대학교/사회체육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