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수석연구원 김세모 박사가 자신의 집에서 알몸의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체가 발견된 시각은 밤 10시였고 발견한 사람은 외출했다 돌아온 김세모 박사의 여동생이었다.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은요일 요원이 조사에 나섰다. 김세모 박사의 죽음에 국정원 요원이 조사를 나선 것은 김 박사가 며칠 전 중요한 제보를 했기 때문이었다. 제보 내용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의 모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특정 전산시스템을 특정한 날에 공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된 바이러스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의 바이러스는 걸프전의 사이버전 바이러스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서방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이라크를 폭격하기 직전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라크로 수출하는 어느 기업의 프린터 안에 자신들이 개발한 사이버전 바이러스를 집어넣었다. 이 바이러스는 프린터에서 컴퓨터로 옮겨갔고 또 전산망을 타고 다른 컴퓨터로 연이어 옮겨가며 복제되었다. 이 바이러스들은 서방의 폭격기들이 이라크를 폭격하는 시점에 맞춰 일제히 활동을 개시했고 이라크 방어의 핵심인 레이더망을 완전히 붕괴시켜버렸다. 이후 서방의 폭격기들은 레이더시스템이 붕괴된 이라크의 하늘을 마음대로 누비며 이라크를 초토화 시켰다.
김 박사가 제보해 국정원에서 분석중인 바이러스는 X국에서 자국과 사이가 안 좋은 Z국을 겨냥해 만들어 배포한 것 으로 추정되는데 바이러스가 필수 어플리케이션처럼 설치된 이 스마트폰이 여러나라에 수출되어 있어 이라크의 레이더망을 붕괴시킨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세계 여러 나라에 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 군인들, 정부의 공무원들 등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연계해 국가 시스템을 공격하거나 국가기밀들을 빼내간다면 치명적인 피해가 불가피했다. 김세모 박사는 이런 사실을 국정원에 제보한 것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스마트폰 보안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물은 무슨 이유인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삭제되었고 곧이어 김 박사가 갑자기 사망한 것이었다.
죽은 김세모 박사는 물이 반쯤 차있는 욕조에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타살인지, 자살인지, 사고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죽음의 원인은 익사였다. 욕조 한쪽에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빈병과 주사기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김 박사는 포로포폴을 투약한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고 머리가 물에 잠겨, 입과 코가 물에 잠기면서 익사를 한 것 같았다. 머리 밑에는 수건 한 장이 느슨하게 접힌 채 깔려 있었다. “머리에 둥근 모양으로 말린 수건을 베고 죽은 것을 보면 자살 같기도 하고…….” 김 박사가 사망한 시간은 정확히 밤 10시였다. 사망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것은 김 박사가 심장 박동을 체크할 수 있는 심박측정기를 손목에 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박사는 심장이 안 좋아서 심박측정기를 차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최근 심박측정기를 연구하고 있었다. 시계처럼 생긴 장치였는데 손목에 차고 있으면 그 사람의 심장 박동 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되고 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되었다. 김 박사의 왼팔 정맥에 프로포폴이 투여된 것으로 봐서 자살이나 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상한 점들이 꽤 있었다.
첫째로, 김 박사가 누워 있는 욕조의 물이 너무 찼다. 사고사나 자살이었다면 분명 찬물이 아닌 따듯한 물이나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갔을 테고 그랬다면 사후 측정한 물의 온도와 사체의 체온이 보다 높았어야 했다. 또 포로포폴은 마취제로 지정되어 있어 김 박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약품이 아니었고, 최근에 김 박사가 프로포폴을 구하려고 노력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어, 방문자가 있었네.” 김 박사의 집 주변에는 많은 CCTV가 설치되었다. 동네 골목골목, 집 앞, 엘리베이터 등. 집 주변의 CCTV를 분석해 보니 김 박사가 사망하기 전에 김 박사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젊은 여자였고 상당히 미인이었다. 여자는 김 박사의 집을 8시 30분쯤 방문해 30분 정도 머무르다 김 박사가 사망하기 1시간쯤 전인 9시께 집을 나갔다. 여자는 김 박사의 집을 방문할 때는 꽤 무거워 보이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고 그 쇼핑백은 집을 나갈 때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집을 나갈 때는 쇼핑백이 보다 가벼워 보였다. 곧 여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여자는 X국의 첩보원으로 추정되는 호시노 크리스티였다. 공항에서 출국하려던 호시노 크리스티가 체포되었다. 하지만 호시노 크리스티는 자신과 김 박사의 죽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김 박사의 심박 측정기 연구를 상용화 하려는 상담 때문에 김 박사를 만났고 그녀가 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분명 김 박사가 멀쩡히 살아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김 박사의 집을 나온 뒤부터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럼, 들고 갔던 쇼핑백 안에는 뭐가 들어 있었죠? 꽤 무거운 것이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별거 아니었습니다. 김 박사님에게 줄 선물이었는데 받지 않아서 그냥 가지고 나왔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호시노 크리스티가 범인임이 틀림없었으나 그녀의 알리바이가 문제였다. “용의자가 집을 나간 지 1시간 뒤 김 박사가 사망했다. 호시노 크리스티는 도대체 어떻게 알리바이를 만들었을까? 김 박사가 익사를 하는데 1시간이나 걸렸을 리는 없고……. 1시간이라, 1시간…….” 이런저런 가능성을 놓고 생각을 하던 은요일 요원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그래, 그렇게 알리바이를 만든 거였군!”
문: X국의 첩보원 호시노 크리스티는 어떤 방법으로 살인의 알리바이를 만들었을까?
2012. 11. 29(목) 응모 마감합니다.
정답 및 당첨자 발표는 11. 30(금)입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