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5월 22일 광주 무등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단 한명의 선수로 인해, 비록 홈팀인 타이거즈는 패했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경기를 관람하게 된다. 당시 광주구장을 찾은 1만여명의 타이거즈 팬들은 '야구천재'로 불리는 한 선수의 '원맨 쇼'에 누구 할 것 없이 기립하였고,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지르다 목이 쉬었다.
이종범. 0.400타율도 그에게는 불가능하게 보이지 않고, 30-30을 가입할 정도의 장타력을 갖추었고,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는 덤으로 얹고 있는, 한 시즌에 200안타를 돌파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그런 선수이다. 그가 96년 5월의 어느날 하나의 드라마를 우리들에게 선보인다.
당시 라이온스와의 광주 홈경기에 나선 타이거즈는 대접전을 펼치게 되는데, 이날 이종범은 6타수 5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무등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표면상의 기록은 껍질에 불과하다. 그가 관중들을 열광하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3회 솔로홈런을 비롯 8회까지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를 때까지만 해도 관중석은 그리 소란하지 않았다. 그러다 9회초 타이거즈가 수비에 들어가면서 관중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해태가 5-4로 뒤지던 8회 2사 2, 3루의 상황에서 포수 권오성 타순에 대타 장성호를 썼다. 당시 엔트리에 들어있던 포수가 2명이었는데 둘다 벤취로 불러들인 것이다. 엔트리에는 더 이상 포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9회 수비 때는 과연 누가 포수마스크를 쓸 것인가. 등번호 7번. 그렇다 '야구천재' 이종범이 캐처 마스크를 쓰고 걸어나와 홈플레이트 뒤에 앉는 것이었다. 관중들은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이내 새로 등판한 투수 '이대진'의 볼을 이종범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받아 내는 걸 보고는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유격수가 게임도중 포수로 자리를 바꾼 것은 과거 MBC시절의 김재박(현 유니콘스감독)에 이어 두 번째 일. 결국 9회를 훌륭히 소화해낸 이종범은 여전히 1점뒤진 팀의 마지막 공격에 선두타자로 나온다.
상대투수는 라이온즈의 에이스 '김상엽'. 여기서 이종범의 천재성이 또다시 발휘된다. 김상엽이 던진 높은 직구를 그대로 감아올려 좌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극적인 순간이었다. 관중들의 흥분도는 최고조로 치달았다. 하지만 이종범의 원맨쇼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연장전에 돌입. 이종범의 원맨쇼는 계속 이어진다. 연장 10회초 타이거즈 수비. 이날 만큼은 더 이상 '유격수'가 아닌 '포수' 이종범이 또다시 관중들을 열광하게 한다. 라이온즈의 최익성 타석 때 1루에 있던 김재걸이 2루 도루를 시도하자 이종범은 호랑이처럼 일어서서 총알같은 강속구로 송구, 견제사로 잡아냈다. 포수가 아닌 유격수가 포수못지 않는 송구를 보여준 것이다.
비록 13회 이승엽 타석 때 이대진의 볼을 빠뜨리기는 했지만, 그것 빼고는 능숙하게 포수역할을 해냈다. 결국 이승엽의 결승타와 홍현우의 적실로 타이거즈가 7-5로 지고말았지만, 이날 이종범의 플레이는 아직까지도 팬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천재적인 것이었다.
경기후 이종범은 "내 덩치가 작아 대진이가 공 던지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마지막 13회 공을 놓치지 않았으면 병살 플레이로 이을 수 있었을 텐데..., 대진이가 패전투수가 돼 정말 미안하다."고 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포수를 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오래 쭈구리고 앉아있으니 발 느려지고 순발력 떨어지고 포수가 얼마나 힘든 포지션인지 깨닫게 됐다." 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이종범은 홈런 2방(이중 하나는 9회말 동점 홈런)포함 6타수 5안타 3타점을 올렸고, 포수로 5이닝을 뛰었다. 이런 그에게 감히 누가 '천재'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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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어느 블로그에서 퍼온 글.
저때 정말 죽는줄 알았는데...ㅠ.ㅠ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종범신 경기중 가장 최고의 게임!!
이대진 - 이종범 배터리
ㅎㅎ 장성호도 대타이던 시절이 있었군요 ㅎㅎ
첫댓글 대단한글이네여..그시절이 그립네여...훔
이 경기 말고도 한화전에서 9회초 3:0 으로 지고있던 상황에서, 한화 정민철에게 역전만루홈런 . 그러나 나를 더 놀나게 한 것은 포수자리에 이종범이 들어왔던거. 당시 KBS에서 하이라이트로 보는 중이라 내 눈을 의심했고, 결과는 해태의 극적인 역전승및 이종범이 왜 천재인지를 느끼게했던 경기. 그게 96년6월인까 10년전 일이네요
이야,, 직인다..
언제나 자랑 삼아 이야기하지만, 전 이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관람했습니당~ ^^v
흑..정말 최고야...이종범 선수 몸관리 잘하셔서 오래 오래 선수생활하세요...넘 멋지다....
감동~^^ 내기억속의 최고의 선수!!!
97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하던때 당시 최고의 좌완 엘쥐 이상훈을 상대로 뽑은 홈런도 예술이었죠..*^^*
한화전 역전만루홈런...4:1 상황 아니었나요..?;; 태클은 아니구요 기억이 그냥 그래서;; 그때 타구가 살짝 바람타고 넘어가긴했죠 ㅋㅋ
아마도 바람타구..우측 펜스로 넘어간걸로 기억하는데..그때는 대단했죠~~역전 만루홈런~~그것도 정민철을 상대로?~~~
정말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종범성님도 타이거즈도 그때 전성기였는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역시 종범이 성~~~~~~~~~~~~~~~~~~
한화전... 9회 역전 만루홈런... 전 그때 라디오로 들었었는데... 고딩때 ㅋㅋ
역시 종범이성 대단~~최고다~~ㅋㅋ
그럼 대체 대진이형이 몇회까지 던진거야.. 선발 아니었나?? 투구수는 잘 모르겠으나 저때부터 계속 관리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흠.. 암만 생각해도 종범이형보다 잘하는 선수 절대 나올수 없음..
9회부터 등판했고 13회에 아쉽게도 해태가 졌습니다. 9~13회이니 대략 5이닝 던진 셈이죠
요즘 이종범이 부진하다고 생각해서 예전에 그 화려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당시 김응용감독이 총력전을 펼친 나머지 포수요원이 없어 유격수를 보던 이종범이 마스크를 썼던 그 TV중계경기가 기억나더군요. 헌데 마침 이 사진이 올라와 있으니...ㅎㅎ 역시 타이거즈팬들은 통하는 게 있는가 보네요...이종범!
그래도 그를 믿습니다. 설령지금 2할대 초반에 머물러 있지만 시즌 막판쯤 되면 아무리 못 해도 2할8푼은 될 겁니다. 타순은 조정필요없이 현재같이 2번이 가장 적절합니다. 야구천재답게 작전수행능력에 있어서 현재 기아선수중 그렇게 칭찬을 받고 있는 이용규보다 나을 겁니다. 타격에선 이종범, 투수에선 이대진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유망한 신예들 빠른 성장으로 내년쯤에는 우승가능합니다. 문제는 그들을 관리하고 카리즈마 넘치는 리더쉽으로 지도할 프런트와 코칭스텝인데 그것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지요.
아무리 못하셔도 3할 턱걸이는 하십니다....^^*
멋지다...
워메~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