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NOW 유튜브 캡처
주식 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직장인이나 은퇴자는 물론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까지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조사 결과 2020년 주식 투자를 시작한 30대 이하 신규 투자자는 161만명에 달합니다. 또 20대 이하 3명 중 2명(64%)이 작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주식 투자 광풍에 2021학년도 2학기 서울대에는 주식심리학 강의가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MZ세대의 투자 열풍에 기업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마케팅 수단을 바꾼 것인데요. 과거 기업에서 서비스를 새로 내놓거나 신규 이용자를 모집할 때 추첨을 통해 상품권, 가전이나 자동차를 사은품으로 지급했습니다. 이제는 자사 주식 지급을 내걸고 고객을 유치하거나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이 같은 이벤트를 열기 위해 100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에 투자하는 셈입니다.
토스에서 열었던 랜덤 주식 1주 지급 이벤트와 누리꾼 반응.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계좌 만들면 주식 드립니다
이 같은 트렌드를 가장 먼저 활용한 기업은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입니다. 지난 3월 출범한 토스증권은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주식 계좌를 새로 만들면 랜덤으로 상장 기업의 주식 1주를 무료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벤트에 참가한 고객이 계좌를 만들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지급받은 주식을 인증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매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누리꾼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토스증권은 랜덤 주식 1주 지급 이벤트를 필두로 빠르게 고객을 유치했습니다. 출범 3개월 만에 350만명 이상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토스 측이 이벤트를 위해 쓴 돈은 100억원이 넘는데요. 업계에선 토스가 100억원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토스증권의 성공적인 이벤트를 본 다른 증권사도 주식 지급 이벤트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와 손잡고 생애 최초로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 비상장 회사인 케이뱅크 주식 1~100주를 추첨을 통해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마트24와 요기요의 주식 증정 이벤트. /각사 제공
◇도시락·치킨 먹고 주식(株式)도 먹어
증권사만의 이벤트가 아닙니다. 편의점 체인 이마트24는 ‘주식(主食) 먹고 주식(株式) 받자’는 구호를 내걸고 7월 주식 도시락을 선보였습니다. 4900원짜리 도시락에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9곳 주식 1주를 무작위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넣어 판매했습니다.
출시 3일 만에 준비한 도시락 2만개가 모두 팔렸고, 2차 물량도 품절 사태를 맞았습니다. 이마트24는 “도시락 구매자 10명 중 7명(72%)이 20대부터 40대 소비자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식 도시락 성공에 이마트24는 8월 도시락을 사면 수만원 상당의 가치가 나가는 MMORPG 게임 천애명월도 인기 아이템을 지급하는 ‘천애명월도 스페셜 도시락’ 2종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치킨먹고 치킨회사 주주되자’라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배달 앱 요기요가 미래에셋증권과 손잡고 치킨을 3번 이상 주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교촌에프앤비 주식을 증정하는 행사를 연 것인데요. 1등(1명)은 주식 50주를, 2등(2명)은 10주, 3등(2명)은 5주를 받습니다. 8월27일 종가 기준 교촌에프앤비 주가는 1만9050원입니다. 1등은 95만2500원 상당 주식을 지급받는 셈입니다.
카카오웹툰 제공
◇‘웹툰 보면 주식 준다’ 20일만에 1000만장 나가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웹툰은 출석 체크나 퀴즈 풀이에 참여한 회원을 대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식 1주로 교환 가능한 응모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2022년 상장이 목표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예상 시가총액은 20조원에 달합니다. 당첨자 1000명은 카카오엔터 상장 6개월 뒤 주가를 반영한 주식을 지급받습니다. 주식 응모권은 이벤트 시작 20일 만에 1000만장이 나갔습니다.
업계에선 청년 사이에서 주식 투자에 대한 열풍이 사그라들기 전까지 이처럼 주식을 통해 호객 행위를 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증시 호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반짝 서비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tapering)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식 이벤트에만 참여하고 서비스나 플랫폼은 이용하지 않는 ‘체리피커’를 줄이기 위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