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 회사
- 호시 신이찌 -
나는 도적주식회사의 사원이다. 명칭으로 보아 도둑놀이의 장난감이나 뭔
가의 제조, 판매라도 하는 회사일 것이라고 억지로 호의적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숨김없이 말하자면 도둑질 자체가 영업인
것이다.
' 그런 직장이 있었던가 ? ' 하고 겉으로는 얼굴을 찌푸리나, 내심 부러
워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런지. 미지근하고 평범한 나날이 싫증이 난 사람이
라면...
도적회사라지만, 일반회사와 크게 다를것이 없다. 우선 복장부터 수수하
고 단정한 것을 요구당하고 있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알로하셔츠를 입는
다는 건 당치도 않다. 선글래스를 끼면 호되게 꾸중듣는다. 말씨 역시 그렇
다. 약간 더듬거리는 정도로 성실하게 보여야 한다.
요컨대, 누가 보아도 선량한 시민이 아니면 안된다. 경관에게 주목받는
모습은 안된다는 것이다.
사원은 거의 100명가량.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편
이 일하기 좋다.
기획부의 사원은 각양각색의 안을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물론 사장도
참석한다. 젊은 측의 발언은 모두 활기에 차있다.
" 어떨까요, 보석상을 습격하는 것은 ? "
" 창고에 있는 자재를 몽땅 털면 이익이 크다고 생각됩니다만.... "
" 롤즈 로이스를 훔쳐 타고 달아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여러가지로 활발한 의견이 나오긴 하나, 그와 같은 제안을 사장은 좀처럼
채택하지 않았다.
" 그렇게 눈에 띄는 짓은 안돼. 설령 성공한다 해도 큰소동이 벌어질 것
이며, 우리 앞날의 활동에 지장이 생기네. 조금씩이나마 횟수를 늘여가면서
무엇보다도 안전 위주로 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방침이야. "
결국 그들의 계획은 다시 세워지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뇌물로
다달이 상납되는 돈을 훔치는 일로 낙착되었다. 이번도 마찬가지.
사장의 결정에 따라, 세밀한 실행계획이 세워진다. 회사에는 ' 어디에 사
는 누구가 모기관의 누구에게 뇌물을 주기 위하여 어느 길을 지나간다 ' 라
는 자료가 갖추어진다. 그러면 그 가운데 적당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 자료가 있으면 차라리 협박을 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도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손쉬운 방법이긴 하나, 체포될 위험도 많다. 우
리 회사는 그와 같이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계획이 세워지면, 기술진이 동원된다. 먼저 메이크업 계, 그의 손이 닿으
면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바꿔진다.
또한 소매치기 베테랑이 두 명, 그들의 솜씨는 가히 예술적이며 또한 중
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그 다음은 우리들 일반 사원. 제각기 역할과 배치를 명령받고, 연습을 한
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 와아, 큰일났다 ! " 하고 외치며 달리는 역. 단
순한 일이다.
드디어 실행. 정찰계가 소형 무전기를 가지고 목표의 인물을 쫓으며, 그
움직임을 모두에게 알린다. 범행은 원칙적으로 큰 거리에서 이루어진다. 그
편이 좋기 때문이다.
결정 단계에 이르면, 우리 사원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목표의 인물 옆에서
작은 사고를 일으킨다. 타이어 펑크 소리를 내는 정도로 족하다.
누구나 놀란다. 그 순간을 노리고 소매치기계가 지갑을 훔치는 것이다.
소매치기 담당이 두 명 있는 것은, 정 부 두명을 말하며, 예비조는 예측 못
한 사태가 발생할 때 대신해서 행동한다.
대체적으로 잘 진행되며, 지금까지는 거의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가
눈치챌 가능성도 있다. 그 때를 위한 대비가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도적회
사인 것이다. 아마튜어와는 얘기가 다르다.
어찌 되었든 간에, 목표인물의 옆을 전혀 상관없는 척 걸어 가고 있는 30
명 가량은 모두 우리 회사의 직원들이다.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면 --
" 왜 그러십니까 ? "
" 뭡니까 ? 괜찮으십니까 ? "
제각기 지껄이며 다가간다. 쫓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한편 근처의 공중전화에 매달려 있는 것도 우리 사원이다. 경찰에 전화하
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옆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
지.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는 귀가 먹은 사나이가 되어, 파출소에서 큰 소리로 길을 묻고 있는 사
람도 그렇다. 길바닥에서 거지 노릇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경우가 있다.
또한 적당한 시기를 보고 내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리치며 황급히 달려간
다.
" 와아, 큰일이다. "
어쩌다가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쫓아와서 ' 무슨 일이냐 ' 고 물을
수도 있다. 그때는 " 데이트 약속을 잊었습니다 " 라고 답한다. 또다른 경
우에 대비해서 갑자기 졸도하는 여사원도 있다.
이처럼 만반의 준비하에 일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은 없다. 이 정도의
인원수가 동원되면 어떻든 잘 되기 마련이다.
우리의 성공률은 100퍼센트. 절대로 안전하다. 피해자건 경찰이건 간에
지갑 하나를 백여명의 사람이 노린다고는 생각치도 않는다. 게다가 미리부
터 조사를 하고, 생활에 지장있는 돈은 가로채지 않기 때문에 신문에 기재
되어 사회의 분노를 사는 일도 없다.
때문에 우리들은 체포되어 유죄를 받을 염려같은 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
다. 말하자면 평온한 나날인 셈이고...
월말이 되면 급료를 받는 날. 배당금을 받게 된다. 세금은 없지만, 사원
적금이라든가, 보험료 등, 이것 저것 공제하고 실제로 받는 금액이란 대단
치 않다.
언젠가 사원이 조합을 만들고, 봉급 인상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경영자측의 답은 이러했다.
" 현재는 불경기야. 크게 한탕하면 좋겠지만, 그 일에는 위험이 따르네.
만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야. 발각되어 회사가 무너지고,
자네들이 거리를 헤매게 되어도 괜찮다면 거물급을 노릴 수도 있지만 말
야... "
우리들로서도 실업자가 되는 건 노땡큐다. 공개된 경리장부를 조사해 보
았는데 수입과 지출이 정확했고, 중역들에게 부정도 없었다. 이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귀가길에 나는 술을 한잔 마신다. 하지만 상사의 명령으로 무모한 유흥은
허용되지 않는다. 고주망태가 되어서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면 안되기 때문
이다. 나는 맥주 한병으로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TV를 보고 잠자리에 든다.
최근, 회사의 일이 부쩍 싫증이 났다. 너무나 평범하고 지루해서 재미가
없다. 직장을 옮기고 싶은데 좋은 곳이 없을까 ? 당신의 회사는 지금 내가
나가는 회사보다는 좀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끝-
첫댓글 혹, 있을것 같은 예감? 일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