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4) - 역답사(영천역/북영천역)
경북 <영천역>으로 갔다. <양동역>에서 약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먼 고장이다. 이 곳을 먼저 온 이유는 포항쪽 코스를 가기 위한 열차시간을 점검하기 위해서이다. 과거 사람들이 많이 찾던 <열차시간표>라는 잡지는 이제 없다. 사람들은 가볍게 인터넷을 통해 표를 확인하고 산다. 지정된 장소를 가기 위해서는 간편한 방법이지만, 이것은 열차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한다. 오직 가고자 하는 목표지에만 효율적이다. 열차를 통해 미지의 장소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향도 제시하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각 지역의 열차시간표를 모아 서로를 비교하고 조정하면서 열차를 타야만 길 위에서, 각각의 고장에서 헤메지 않는다. <영천역>에서는 세 개의 길이 공존한다. 하나는 부산의 ‘부전’쪽으로 가는 코스, 다른 하나는 ‘포항’쪽으로 가는 코스, 마지막은 ‘동대구’로 가는 코스이다.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의 시간을 맞추는 일은 흥미롭다. 그만큼 열차를 이용하여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적은 해결하였으니, 영천을 제대로 즐길 시간이다. 우선 <영천역>에서 <북영천역> 쪽으로 걷기로 했다. 안내는 없다. 지도를 보고 대략적인 방향을 따라 걷는다. 영천역 주변에 있는 ‘영천시장’은 혼잡하다.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상업시설도 사람들도 활발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영천시청’ 주변으로 가자 오히려 거리에 차도 사람도 없다. 도시 내부에서도 이렇게 불균형스럽다. 그래도 경북의 도시들은 전북의 도시보다는 활기차다. 건물의 규모나 수도 많고, 상업적인 시설도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전북의 도시들은 남원이나 전주와 같이 큰 도시들도 상당히 침체된 느낌이 크다. 사람 수 차이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인가? 조용한 도시는 걷기에는 좋다.
<북영천역> 방향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있고 금호강이 흐르며 ‘폐역길’도 보였다. 하지만 역에 가까워진 것같지만 어디에서도 안내표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여러 사람에게 질문했다. 질문을 하면서 느꼈다. 대답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도 다양하고 표현의 강도도 다르다는 것을. ‘북영천역’을 묻는 질문에 마치 시비조로 되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설명을 하지만 감사인사에는 매몰차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몇 사람만 만난다면 그 지역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람도 만나고 여유롭게 덕담을 나눠주는 할머니와도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스마트폰의 지도앱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여행은 지역뿐만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경험을 넓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북영천역>에 도착하자 안내가 없는 것이 이해는 되었다. 역 건물은 없었고 그저 표시대만 하나 덩그러니 서있었다. 기차를 탈 수 있는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문은 닫혀 있었고 시간에 맞춰 자동 개폐된다는 안내표지만 있었다. 어떤 ‘간이역’보다도 매력도 이용편의도 없는 지극히 형식적인 역이었다. 주변도 작은 공업시설만 있어 이 곳을 찾을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내’가 없었을까? 그럼에도 역이 존재한다면 안내는 필요하다. 중요성에 따라 안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각가지 이유를 들어 평가하고 등급을 내리는 행위는 조심스럽게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인간’에 대해서는 롤스의 말처럼 사회의 가장 약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한, 절대로 적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외롭게 방치되어 있는 듯한 <북영천역>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열차시간이 남아 영천의 중심, 금호강이 흐르는 수변길을 걸었다. 강 주변에서는 앞으로 있을 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강 옆에 각종 꽃과 식물을 파종하고 물을 뿌리고 있었으며 행사장을 꾸미고 있었다. 축제의 계절 10월이 이 곳에서도 한창 진행중이었다. 수변길을 따라 걷는 것은 언제나 평화롭다. 어느 곳이나 도시 중심에는 강이나 하천이 흐른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그 곳에 길을 만들고 편의시설을 갖춘다. 도시 중심으로 가면 걷기 좋은 길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길은 아름답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정돈되어 있어 특별한 인상은 발견하기 어렵다. 다만 여유롭게 물이 주는 신선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영천에는 몇 번 올 것같다. 하지만 그때에는 <영천>을 답사하는 것이 아니라 포항이나 동대구 방향으로 가기 위한 환승역이 될 것이다. 과거 <영천>은 보현산 천문대를 보기위해 온 적이 있다. 영천은 ‘별’의 고장이다. 시청도 버스정류장도 ‘별’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약 4시간의 답사 끝에 얻은 인상은 정돈되어 있고 안정된 곳이지만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는 않는다. 또 다른 인연을 만나지 않는다면......
첫댓글 - 열차의 시간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도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