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름은 왠지 영화 스타워즈의 Darth Veida와 같이 음침하지만, 실제로 이런 느낌과 다르게 아삼삼하게 좋았던 곳이 바로 5코스 흑천길이었다. 일단 길의 난이도는 최하 등급을 주어도 좋을 정도로 그냥 평지 길이다. 그래서 길의 난이도가 낮아서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런 것이 아니라 흑천길을 따라 가는 길이 생각보다 예쁘고 아담했다. 그리고 길이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흑천은 양평균의 가장 동쪽에서 시작되는데, 물소리길과 만나는 곳은 용문역부터 조금 아래이다. 용문역에서 출발하여 대략 300~400미터 정도 남서진 하면, 흑천에 이른다. 그리고 이 흑천길을 계속 따라가면 남한강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물소리길 코스 중간 중간에 잠시 흑천을 벗어나는 구간도 나타나는데, 예쁜 카페들도 있다. 물론 딸기밭 같은 농장도 있음이다.
그런데 나름 이름값을 하는 용문산, 용문역, 양평역 보다는 상대적으로 기대? 또는 고평가 되지 않았던 흑천길이 조용하고 고즈넉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남한강보다 훨씬 나았다. 그 첫째 이유는 남한강 강변의 하루살이 벌레들 때문이었다. 그곳은 멀리서 보면 천국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지옥이었다. 볼음도 저수지를 걸으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벌레들이 있다는 것은 봄이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강 또는 천 하나 건넜을 뿐인데 두 물줄기는 너무나 달랐다. 5코스 시작부터 4코스 중간에 걸쳐 있는 흑천길은 조용하고 또한 거의 벌레가 없었는데 반하여, 남한강은 그것이 아니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날벌레를 만난 것은 두 주 전쯤의 볼음도에서였다. 벌써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가 있는 강화도의 볼음도. 볼음도의 오래된 은행나무 옆에는 볼음도 저수지가 있는데, 나들길은 제방길을 걷게 되어 있다. 그런데 3월의 첫날, 그리고 아직은 쌀쌀한 기온 아래였지만 그 제방길을 통과 할 때는 손으로 얼굴 앞에서 와이퍼 질을 해야만 했다. 간간히 벌레가 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은 좋은데, 벌레가 조금 성가시네~ 정도의 불평이 있거나 없거나 했다.
그런데 흑천이 남한강에 합류되어 끝마치는 지점에 이르러 양상이 바뀌었다. 보통 물과 물이 만나면 삼각주가 생긴다. 남한강과 흑천이 만나는 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삼각주 “평야”까지는 아니지만 삼각주 비스무리 한 곳에 이를 때 즈음부터 약간 조짐이 이상했다. 살짝 날라 다니는 벌레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가끔씩 나타나는 정도였다. 그리고 한 마리가 아니라 그네들이 약간 집단을 이루어 둥글게 뭉쳐 있는 경우였다. 그 둥근 구 바깥은 괜찮았다. 그런데 삼각주를 지나서 본격적으로 소위 양평 명품길에 접어들었는데 벌레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장난이 아니었다. 앞서 가는 사람의 가방에도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얼굴에도 달라 붙기 시작해서, 맨 얼굴로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머플러로 입을 가려야 했다. 그런데 이것도 약과였고 서서히 서막이 시작되었다.
물소리길은 남한강 자전거 길을 따르다가, 어느 순간 수변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이 곳의 경치가 참으로 근사한 곳이었다. 이제 곧 움이 틀 것 같은 나목들이 멋드러지게 서 있고 또한 가끔씩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이 남한강의 강물과 참으로 잘 어울렸다. 그런데 물에 가까워 질수록 하루살이들이 많아지더니 어느 순간 보니 온 천지에 날벌레였다. 높은 하늘까지는 아니지만 빈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모든 공간이 날벌레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런데 물소리길은 그 한가운데로 지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 벌레를 뚫고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일단 길대로 따라 가는 것이 정석이니 직진 앞으로 했다. 벌레만 없다면 정말 괜찮은 곳이었을 뻔했다. 그런데 길 중간에 볏단 비스무리한 것으로 만든 초가집도 있었는데, 그 안에는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도 몇 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안에는 날벌레가 없었다. 안쪽에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는 그늘 또는 좀더 고차원적인 환경 공학적 이슈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 잠시 그 안에 대피(?)해야만 했다. 일단 몸에 붙어 있는 날벌레를 제거하고 그 다음을 생각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어떻게 이 난관(!)을 어떻게 헤치고 가야 할지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최적의 장소였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으니, 이 곳이 마치 태풍의 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는 벌레가 없는 절대 고요 지대였고 그 밖에는 벌레 폭풍 지대였다. 정말 똑 같았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이곳에 계속 있을 수는 없으므로 다시 탈출하여 trail 길로 접어 들었다. 하지만 벌레가 워낙 많아서 일단의 비상 조치로 trail을 벗어나서 자전거 길로 올라섰다. 물론 그곳이라고 완전하게 벌레가 없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 수변 쪽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그런데 이 뚝방길에서 바라보는 앞쪽의 수변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는 길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공간은 모두 벌레로 메워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곳이 먼 우주이고 수변은 지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평안하기 그지 없는 초록색 별이지만, 그 안에는 전쟁과 갈등, 공포가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인생의 깊이를 알게 되었나 싶기도 하다.
자전거 길 옆쪽으로 화장실이 있었는데, 그 안에도 날벌레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하늘을 날다가 어찌하여 문이 열린 순간에 화장실 안으로 들어 왔는데 그 다음에는 바깥을 나가지 못해서 그 안에서 사망한 벌레들이었다, 시체들로 수북했다. 특히 창문 앞에는 하루살이들의 시체가 그득했다. 죽은 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직도 살아 있는지 조금씩 버둥거리는 놈들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흑천길이 더욱 좋았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흑천….
[6]
양근 성지. 이곳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아니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경기도 안에만 해도 워낙 천주교 성지가 여러 군데 있기 때문이다. 영남길에 있는 은이 성지도 그 중 하나이다. 사실 그 옛날 기독교가 처음 들어 왔을 때, 어디건 신자가 처형되어 성지가 되지 않은 곳이 있을까 싶다. 양평에 온지 몇 번 되었는데, 이런 곳에 이런 성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자전거 또는 차장으로 스쳐가는 풍경과, 걸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양근 성지는 마치 유럽의 한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쪽에는 ecole military 어쩌구 저쩌구 하는 복합 건물들이 있는데 그곳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건물 구조는 그곳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그곳처럼 넓고 심플한 성지는 처음이었다. 한 가운데 넓은 운동장 같은 너른 마당이 있고, 중앙 끝 쪽에 성당이 있고 양쪽 가에는 십자가며 성지 설명 등이 있을 뿐이었다.
그 너른 곳에 아무도 없었다. 양평시 한 귀퉁이에 있을 뿐인데, 중심과와 달리 그곳은 적막 강산이었다. 십자가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엄청 높았고, 예수님은 하늘 높은 곳에 계셨다. 유럽의 높은 성당 속의 지붕에 매달려 있는 십자가를 제외하면 그처럼 높은 십자가에 매달리신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마침 해가 뒤쪽에 있어서 눈이 부셔서 제대로 십자가를 볼 수 없었다. 마치 부처님 광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근 성지의 미사 시간표도 사진으로 남겨 놓았으니, 언제 다시 그곳에 가면 미사도 한번 참석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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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볼음도저수지 뚝방길을 생각했겠군요. 그놈의 날파리들 임자 만났다고 생각하겠지요. 양근성지 물소리길 2코스에서 만났었지요^^*
ㅎㅎ 예. 그러게요.... 음 그런데 감꽃님의 양근성지 모습이 새롭네요... 멀리서도 보이는 높은 곳의 십자가가 인상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라나 볼음도 다녀온지도 벌써 3주가 되어 가네요. 시간 참 잘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