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허한 인간
우리는 박제된 인간
서로 몸을 기대면서
머리 속에는 지푸라기만 가득 차있다
우리들이 서로 속삭일 때
우리들의 메마른 소리는
조용하고 무의미하다
마치 마른 풀을 날리는 바람처럼
메마른 헛간의
깨어진 유리조각을 밟고 가는
생쥐의 발자국 소리처럼
무형의 자태 무색의 그림자
마비된 힘 움직임 없는 몸짓
곧은 눈초리를 하고 죽음의 다른 왕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우리들을 기억하고 있다 손치더라도
그것은 청춘에 사로잡힌 영혼으로서가 아니라
다만 공허한인간
박제된 인간으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