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영 예상 깨고 기준금리 웃돌아
한·미 매파적 신호·추경 가능성 여파
CD 등 단기물 중심 시장금리도 상승
대출금리 하락 기대감에 찬물 작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대출금리 향방은 안갯속이다. 채권금리 등 시장금리가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며 대출금리 상승까지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2월과 4월에 이어 3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연 3.50%)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분석과 함께 대출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번졌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초 금리 상단이 8%대까지 올랐지만,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지면서 최근 하단이 3%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대출금리 추세 하락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최근 채권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채권금리를 반영한 후 차주의 신용도 등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한다. 채권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28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고채 3년물(연 3.524%)·5년물(연 3.550%)·10년물(연 3.639%)이 모두 기준금리 수준을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위로 올라온 것은 두 달 만이다.
원래 초단기물 금리는 기준금리와 유사하고, 국고채 3·5·10년물 등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점점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지난 두 달간은 기준금리 연내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돼 국고채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이랬던 채권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데에는 한·미 중앙은행에서 앞다퉈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쏟아낸 점, 추가경정예산안 연내 편성 가능성이 꿈틀대고 있는 점 등이 작용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참석자들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 25일 “한국이 절대로 (기준금리 인상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같은 날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추경 편성 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불을 당겼다. 최 수석 발언 직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bp, 10년물 금리는 7bp 각각 올랐다. 시장이 순식간에 추경 편성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경 규모와 10년물 금리 영향 추정’ 보고서에서 적자국채 10조원 당 국고채 10년물 금리 7bp의 상방 영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물을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점도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대표 단기물인 CD(양도성예금증서) 91일물 금리는 한달 새 연 3.49%에서 3.75%로 0.25% 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통화정책 유효성 확보를 위해 단기물을 중심으로 통화안정채권을 발행해 단기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으로 올리고 있다.
은행들이 6월 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유예 만료를 앞두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은행채를 발행하고 있는 점도 대출금리 인상 전망의 또 다른 요인이다. 5월 은행채 발행물량은 23조1600억원으로 전월(14조2800억원)을 크게 웃돈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채 발행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금리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