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이야기] ㅡ 어제와 오늘
1. 귀인의 방문
화성국민체육센터가 휴관하는 첫째와 셋째 홀수 일요일이 되면 지오탁구클럽을 찾곤 했는데, 저번주 다섯째 휴일에 이어 오늘 첫째 휴일도 연속 지오클럽을 찾았습니다.
두시쯤 도착해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고 있는데, 마치 그 옛날 서부영화 '석양의 무법자'에 나오는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검은색 티를 입은 멋쟁이 한 분이 덩그러니 라켓 하나만 들고 혼자 안으로 들어오시네요.
그런가보다 하고 커피를 마저 들고선 로봇과 몸풀기를 하려는데, 관장님 아버님이 그분과 같이 랠리를 해보라는 권유를 하시길래 아무 생각 없이 그러마 하고 응했고, 랠리를 하는데, 뭔가 다른, 고수다 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점점 공의 속도나 구질이 장난이 아니다 싶게 긴장감을 계속 고조시켰는데,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보는 듯 하시더니, 서브를 넣을테니 받아보라고, 서브 받는 연습을 시켜주시는 듯~
서브 하나하나가 진짜 장난이 아닌 게, 좀처럼 받기가 어려워서, 그분이 넣는 서브 열 개 중 겨우 한두 개 받아내는 데 그쳤는데, 갑자기 그분 하시는 말씀에 경악.
"저와 같은 오픈1부들 중에서도 제 서브가 제일 강한 편입니다."
우와~ 오픈1부였어? 기겁을 하면서 혹시 앞에서 건방을 떤 건 아니었는 지 급히 자기점검을 해보고 다행히 그저 열심히 공을 쳤다는 스스로 위안을 갖게 됨.
그리고 그분이 제게 서브 리시브 연습을 왜 그렇게 열심히 진지하게 해주셨는 지는 일단 괄호묶기로 접어두고, 그분과의 잠깐의 대화 속에서, 서브 리시브에서 아주 중요한 점을 캐치할 수 있었던, 최근 들어 최고의 수확을 얻은 오늘이었습니다. 제가 얻은 그 깨달음은 저의 영업비밀이라 당분간 공개 안 함.ㅋ
그리고 어디선지 갑자기 나타나 커다란 선물을 하나 제게 안기고 조용히 떠난, 귀인 한 분을 오늘 뵈었습니다.
2. 여섯 번째 대결
청소년국기대표상비군출신 관장의 아버님도 고수입니다. 짐작컨대 4부 정도 아닐까 싶은데, 지오에 갈 때마다 한 번씩 시합을 해왔는데, 핸디 3개 잡아주시는데, 다섯 번 연속 깨졌었습니다. 저번 주 일요일에도 역시.
그리고 오늘 마침내 여섯 번째 대결에서 3대 1로 이겼습니다. 그리고 진심 칭찬도 들었습니다.^^
"엄청 늘었는데요? 3개로는 이제 안 되겠습니다."
일주일 전의 웃으시던 표정과 오늘 당혹한 표정이 대비되면서, 진짜 내가 늘긴 늘었나보다 하는 뿌듯함이 소록소록 피어 올랐습니다. 좀전 그 분, 귀인 덕분이기도 합니다.^^
3. 색다른 풍경
어제 토요일엔 군포 소재의 원탁구클럽에 지역 시합이 있다고 해서, 참가하는 국민체육센터 탁구실 고수(3부) 응원차 구경을 갔더랬습니다. 2인1조로 단복식을 같이 해서 호기심도 있었지요.
군포로 출발하기 전 오전 찌뿌드한 몸을 풀겸 1층 헬스와 3층 탁구실을 들렀는데, 못 보던 아리따운 여성 한 분이 혼자 등장하셨고, 며칠 전에 들러 저와 한 판 벌였던 6부 고수도 핌플 러버를 사용하는 못 보던 여성과 함께 다시 오셨고, 그날따라 북적북적~
저도 그날따라 조금 사납게 몸을 풀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게임을 접했고, 왠지 군포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간다고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 해서 서둘러 라켓과 가방을 챙겨 아쉬운 마음으로 출발~
약간은 허름해보이는 듯한 2층에 위치한 원탁구클럽, 그러나 들어서자마자 왁자지껄 후끈한 열기가 가득. 중간쯤에 앉아 경기들을 관람하는데, 바로 앞에서 제가 응원 온 고수와 상대편 여성 선수가 마침 단식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여자 선수의 완승. 서브 넣고 3구 스매싱, 서브 넣고 스매싱. 거의 백발백중으로 포인트를 가져가는데, 수비가 좋은 우리 남성 고수가 맥을 못추더랍니다.ㅎ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여성 선수가 낯이 익었습니다. 어디서 봤더라~?? 그러다 문득, 얼마전 유튜브 동영상에서 인상 깊게 봤던 그 젊은 여자 선수? 하~
그리고 거의 선수급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 참가자들. 그들 중엔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얼굴들도 섞여 있었고, 어림짐작이지만 유튜브에서 도장깨기 방송에서 봤던 그 젊은 여성? 하~
아무튼 막강 고수들과 미인 고수들로 넘쳐나는 시합장이 새롭고 신선함을 주는 색다른 풍경이었습니다.
4. 뒤풀이
원탁구클럽에서의 시합은 오후2시에 끝나는데, 미리 1시쯤 양해를 구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뒤풀이겸 다시 화성국민체육센터 3층 탁구실로~
다시 왔더니 다들 가버리고, 남아계신 분들과 두 경기를 갖고 귀가함~^^
5. 상기
일주일 전쯤, "잘치는 탁구"라는 고수의 칭찬을 듣고선, "잘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탁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저의 대답을 다시 상기해 봄.
kjm / 202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