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내가 좋아하는 우리동네의 은행나무가 함빡 은행잎을 쏟아내놓고는 앙상한 맨살을 보인 날이었다.
첫눈은 내려서 좋은데 내가 좋아하는 그 환한 노랑을 또 내년까지는 볼 수 없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내 마음이 울적해질 때마다 여름이면 진초록으로 기운을 북돋아주고 가을이면 눈부신 노랑으로 마음에 불 하나
더 켜주던 나무였는데...일년 내내 오가며 마주하던 이파리들을 모두 쏟아내버린 나무는 이제 내가 사랑을 줘야
할 때가 되었다는 듯 나를 가만가만 내려다보았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해 물어>를 다시 붙들고 앉았다. 이런 동화책도 있다네~~모임에 들고 나가서 한바퀴
인사를 시킨 뒤였으므로 그 사이 낯이 익었는지 잠시 은행나무의 맨살을 잊어버리고는 이 천진한 노랑에 혼을
빠트리고는 가만히 들여다 본다.
아이의 말과 맞춤법에 맞춘 말 사이엔 또 한참의 거리가 있어서 어렵게 세상의 사물들의 이름을 익혀가던 아이는
잠시 발을 비틀거리겠구나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하면서 문득, 내 아이를 키우던 그 오랜 시절의 일들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진다.
아~~천진난만한 노랑과
천진난만한 선들이 창조해내는 사물들 책을 들여다보는 이 어른의 마음도 잠시 즐겁다.
194쪽의 <~걸> 놀이를 나도 한 번 해보고싶다. 이 책을 보지않으신 분들은 아마도 궁금할 걸~~
책을 보시면 상상이 되실 걸~~ 그러면 읽고싶은 마음이 생길 걸~~생각보다 더 단순 명쾌해서 놀랄 걸~~
어쩌면 실망할 걸~~그렇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 환하게 마음에 켜져 있는
노란 불빛에 행복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