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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밤거리>
파리를 떠나 꼬박 1박2일 차를 달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왔으니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한 가지라도 더 봐두어야지....'하는 마음으로
하루종일 지하철을 타고 걷고.... 돌아다녔다.
하루 일정을 마칠 무렵, 낮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너나할것없이 쇼핑백을 한두 개 씩 손에 든 관광객들의 모습이었다.
파리에도 쇼핑할 곳은 곳곳에 널려있고 관광객도 많았지만, 이런 모습은 보지 못했었다.
마침 우리는 '까떼드랄' 대성당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있는 쇼핑거리로 들어섰으며,
가방과 신발같은 것을 파는 가죽전문숍, 옷가게, 장식품가게....들이 줄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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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서울을 떠나기 전부터, 괜찮은 외투하나, 핸드백도 하나...
하면서 속으로 고추장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계속 걸어다니던 터라 무척 피곤해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생기가 나고,
꼭 누가 쫒아오기라도 하듯,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배고픈 것도 잊은 내게 “우선 밥부터 든든히 먹고 시작해야지”하며 놀린다.
중국집을 찾아 잡탕밥 하나씩을 사 먹고 거리 구경에 나섰다.
'어머 이것좀 봐, 이게 5만원밖에 안해!, 어머 여보, 이 가방 정말 괜찮지 않아?"
나는 남편이 지금 피곤한지 어쩐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계속 끌고 다니며 이골목 저골목, 이 가게 저가게를 돌아다녔다.
바르셀로나의 거리에는 물건이 참 다양했다.
가죽제품 전문점도 아주 많았고, 옷 집도 참 많았다.
그뿐 아니라 장난감가게, 유아용품 전문점, 할머니 옷 전문백화점, 기념품점등 하다못해 문구점까지,
서울의 명동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가게들은
저마다 다양한 제품들을 잔뜩 쌓아놓고 있었다.
서울과 파리에 비하면 가격도 대체로 저렴했다.
물론 아주 싼 것은 우리 나라 시장물건 보다 조잡한 것도 있고,
넘보기 어려울 만큼 아주 비싼 물건도 있었지만,
동대문쇼핑을 주로 즐기는 나한테도 만족할만한 가격이었다. 디자인도 이국적이고....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그 거리의 분위기다.
바르셀로나의 밤거리에는 '사람을 홀리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마치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이 물건을 살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또는 보물찾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처럼, 거리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은 너무나도 바빠 보였다.
그 관광객들에 섞여 거리를 헤매다가, 귀에 익은 한국말이 들려왔다.
'어머 언니, 이리와 이것좀 봐, 이거 너무 괜찮다, 어머 근데 너무 비싸다!'
이곳에 홀린 게 나뿐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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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밤 열 시까지 영업을 하는 상점이나 백화점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더욱이 해가 일찍 넘어가는 겨울철에는 저녁 6시만 되면
유럽 내의 '모든' 상점은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의 모든 상점들은 밤 여덟 시 아홉 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었고,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백화점도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크다는 백화점은 그 규모도 우리 나라 백화점의 서너 배는 돼 보였지만,
매장마다 물건들이 '산더미같이' 진열되어있었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다녔다.
우선 가방을 타겟으로 삼고, 그 백화점의 가방매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나는 그날처럼 많은 가방을 한 곳에서 본 일이 없다.
마음에도 들고 가격도 적당한 것을 찾아 한시간 넘게 헤맸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가방도 사지 못하고 말았다.
나중에는 가방만 봐도 넌더리가 날 지경이 되어버렸고,
그러는 동안 판단력이 마비되었는지 그 물건이 그 물건 같아 도대체 고를 수가 없었다.
무엇에 홀린 듯한 바르셀로나의 밤거리,
그곳에서 난 꿈을 꾼 듯, 참 이상한 경험을 했다.
결국, 아주 만족할만한 가격에 여러 가지 물건을 사기는 했지만,
그러느라고 밤늦게까지 시간을 허비하여, 그날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10만원 짜리 호텔에서 묵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