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 사마의는 공명 계략 눈치채 성질 급한 장합이 공격 강행 패배 자초 무더운 날씨에 추격 부대 기진맥진 대책이 없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싸움을 걸어도 반응조차 없는 사람이다. 바로 사마의가 그랬다. 아무리 제갈공명이 싸우려 해도 사마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마의는 기다리고 있으면 제갈공명은 제풀에 나가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말이다. 제갈공명이 누군가? 최고의 지략가가 아닌가? 그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략을 세운다. 제갈공명은 촉군을 후퇴시킨다. 정탐꾼이 돌아와 제갈공명의 군사가 30리를 물러나 군영을 설치했다고 보고한다. 성질 급한 장합은 촉군이 군량이 부족해 후퇴하는 것이라며 공격을 주장한다. 사마의는 제갈공명의 술책이라며 굳게 지키라고 한다. 장합은 불만이 많다. 열흘이 지났다. 정탐꾼이 돌아와 촉군이 또다시 30리를 물러나 군영을 설치했다고 말한다. 또 열흘이 지났다. 촉군이 다시 30리를 물러나 군영을 설치했다. 장합이 사마의에게 강하게 말한다. “공명은 지연작전인 완병지계를 써서 점차 한중으로 물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격하지 않으면 그들은 병력 손상 없이 촉나라로 돌아갈 것입니다.” 사마의는 공격을 말리지만 군령장을 쓰고라도 공격하겠다는 장합을 막을 도리가 없다. 장합이 선봉으로 공격하되, 사마의는 장합을 뒤따라가 복병을 막기로 한다. 다음 날 장합은 정예병 3만을 거느리고 출발한다. 사마의는 5000여 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장합 뒤를 따른다. 본진은 남은 군사들이 지키도록 했다. 제갈공명은 장수들을 불러 모아 작전을 지시한다. “장합이 이끄는 위군은 우리의 계략에 빠져 추격해 올 것이오. 지금은 무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소. 그들은 추격으로 체력이 소진될 것이오. 그럼에도 장합은 죽기 살기로 저항할 것이오. 그들은 위나라의 용맹한 최정예병이니 날씨가 무덥지 않으면 왕평의 1만 군사로 대적하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을 끌고 막아내면 지쳐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오.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지요.” 그는 왕평에게 장합이 진격하면 숨어 있다가 그가 지나가면 공격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장익에게는 뒤따라오는 사마의의 군대가 공격하거든 막으라고 한다. 강유와 요화에게는 비단주머니를 준다. 사마의가 장익을 공격하면 비단주머니를 열어보고 그 안에 적혀 있는 대로 하라고 명한다. 공명의 말대로 장합은 촉나라 진영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진격했다. 먼저 촉나라의 마충·장의·오의·오반 네 장수가 장합과 맞싸운다. 그러나 이들은 어울려 싸우다 달아나고 또 달아나기만 한다. 때는 유월이다. 찌는 듯 무더운 날씨에 사람도 말도 비 오듯 땀을 흘린다. 50여 리를 추격한 위군은 땀에 젖고 숨은 턱밑까지 차오른다. 이때다. 제갈공명이 산 위에서 붉은 기를 흔든다. 달아나던 촉나라의 장수들이 말머리를 돌려 장합군을 공격한다. 뒤에서는 왕평과 장익이 이끄는 촉군이 들이닥친다. 지친 상태임에도 공명의 말처럼 장합의 군사들은 맹렬하게 저항했다. 이때 뒤따르던 사마의의 군사가 왕평과 장익의 군사를 공격한다. 공명이 지시한 대로 왕평은 군사를 나누어 장합 군사들과 맞선다. 장익은 사마의의 군사들과 맞서 혈전을 벌인다. 이때 산 위에 매복해 있던 강유와 요화는 비단주머니를 열어본다. “사마의가 군사를 이끌고 장익을 공격하거든, 바로 사마의의 본진을 공격하라. 비록 군영을 얻지 못하더라도 대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강유와 요화는 곧바로 사마의의 군영을 급습한다. 한편 사마의는 공명의 계책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길목마다 전령을 두었다. 이들이 쉬지 않고 소식을 전하게 한 것이다. 한창 싸우고 있는데 전령이 쫓아와 소리 지른다. “촉나라 병사들이 우리 본진을 향해 돌격하고 있습니다.” “내가 뭐라 했는가? 공명에게 계책이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 즉시 모든 군사는 후퇴하라.” 사마의가 선봉에 서 후퇴하니 위군은 크게 동요한다. 서로 먼저 달아나기에 급급하다. 장합의 군대도 마찬가지다. 촉군은 대승을 거두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병기와 말을 획득해 군영으로 돌아간다. 불리한 상황서 상대가 공격을 늦추게 하는 전략 TIP : 완병지계(緩兵之計)의 묘책 완병지계는 중국인들이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을 때 쓰는 전략이다. 강한 상대방의 공격을 늦추게 만든다. 그런 다음 한숨 돌리고 여유를 갖는다. 시간적 여유를 이용해 대책을 세워 반격하는 기반을 다지는 전략이다. 완병지계는 상대방보다 약하거나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을 때 사용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한 여성이 밤길을 가다가 칼을 든 괴한을 만났다. 괴한이 그녀를 겁탈하려 했다. 그녀는 침착하게 말한다. “내가 스스로 속옷을 내리기는 창피하니, 네가 와서 내려라.” 흥분한 괴한이 속옷을 내리려 고개를 숙였다. 이때다. 핸드백에서 콜라병을 꺼내 괴한의 머리를 내리쳤다. 괴한은 기절했고 여성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위기 때 침착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완병지계라 할 수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