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운동화
-선생님! 그 때 그 일을 선생님은 모르시지요.-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토요일로 기억된다.
어머니가 사 주신 검정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는데 하교할 때 내 운동화가 없었다.
누가 가지고 갔을까? 나는 이리 저리 찾아보았으나 찾지를 못했다. 그래도 교실(2층에 있었음)로, 1층으로, 창밖으로 쳐다보기도 하며 찾아 돌아다녔다. 어머니가 아시면 얼마나 야단치실까, 그 걱정 뿐이었다.
아마 학교에 학생은 나 혼자 남아 있었나 보다. 일직을 하시던 수학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 오시며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던 것 같다.
나는 신발을 찾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수학 선생님은 나보고 너무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이 병신같은 놈아(또는 '어이구, 이 병신아' 였음). 실내화 신고 가면 되지, 그래……어이구, 원."
나는 힘없이 뒤돌아섰다. 그리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내가, 실내화 신고 가는 것을 몰라서 신발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혹시 아이들이 장난으로 어디인가 버렸을 지도 모르는 그 신발을,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하여 찾고 있었던 것 뿐이었다.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운동화 잃어 버린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는 웬일인지 없는 형편에도 운동화 값을 선선히 주셨고, 그리고 나는 그 다음 월요일 날 한번 더 찾아 보고 사겠다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는데, 우습게도 그 운동화는 신발장에 누군가 갖다 놓았는지 제자리에 있었다.
이제 나도 선생님이 되었고, 그 때 총각이셨던 그 선생님은 연세가 50이 약간 넘은 정도 선생님으로 아직도 교직에 계신다.
학생과 선생님이시다 보니 그런 일이 신경질적으로 여겨졌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 선생님께 질문을 하고 싶다.
"왜 그때 그 어린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셨느냐고."
그러나 나는 몇 년 전에 우연히 그 선생님을 뵈었을 때, 질문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반겨주시기만 하시는 그 선생님께 차마 그 말을 하지는 못했다. 언젠가는 할 수 있을런지…….
2004. 어느 날
첫댓글 ㅎㅎ..선생님 2004년에 쓴 글이군요 . 요즘은 왜 그 안 쓰시나요? 저도 여기에 글 좀 써야겠어요. 우리 아이 고등 1학년 때 겪은 일을 써 놓고, 청소년 소설 한 편 써야겠어요. ㅎㅎ
그러세요. 그러면 저야 영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