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글 -
새로운 출발과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만이
우리를 마비시키는 습관에서 벗어나리라.
- 헤르만 헤세, 생의 계단 중에서
(올 연말 쯤에 다산 북스에서 출간될 저의 세번째 책의 첫부분에 인용한 헤세의 한 구절을 뽑아보았습니다)
본래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해마다 5월말이면 어디론가 기억에 남을 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5월 30일이 결혼기념일이기 때문이지요.
올해는 4번째 맞이하는 결혼기념일인데다 전국 이곳 저곳을 나름 많이 다녀보았다는 생각에 전국일주를
기획하게 되었답니다.
서울을 출발하여 서해안과 남해안, 동해안을 돌아 다시 서울로 들어오는 경로로 계획하였고,
처갓집이 있는 충청남도와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 인근, 그리고 예전에 가본 적 있는 곳은 제외하였습니다.
전체일정
<첫날 : 2008. 5.27. 화요일 오전 11:00 출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출발 -> (서해안 고속도로) -> 변산반도 (채석강, 모항갯벌 해수욕장)
<둘째날 : 5.28. 수요일>
모항해수욕장 -> 함평 -> 목포 -> 진도(쉬미항) -> 해남(대흥사, 미황사)
<셋째날 : 5.29. 목요일>
해남 -> 완도(명사십리 해수욕장) -> 전남 장흥 -> 보성 -> 광양 -> 남해(화방사, 용문사)
<넷째날 : 5.30. 금요일>
남해(상주 해수욕장) -> 사천 -> (남해 고속도로) -> 부산(해운대)
<다섯째날 : 5.31. 토요일>
휴식
<여섯째날 : 6.1. 일요일>
부산(해운대) -> 경주 -> 포항 -> 영덕(삼사해상공원, 해돋이공원) -> 울진(망양 해수욕장, 천축산 불영사)
-> 울진 덕구온천
<일곱째날 : 6.2. 월요일>
울진 덕구온천 -> 삼척 -> 추암 해수욕장 -> (동해고속도로) -> 정동진 -> 대관령(832m) -> 오대산 월정사
-> 진고개(해발 1,072m) -> 주문진 -> 양양 -> 속초(속초 해수욕장)
<여덟째날 : 6.3. 화요일>
속초 -> 화진포 -> 김일성 별장/ 이기붕 별장 -> 이승만 별장 -> 강원도 고성(통일전망대)
-> 진부령(529m) -> 강원도 양구군 -> 광치령(660m) -> 소양호 -> 배후령(600m) -> 춘천 위도 (인근)
-> 의암댐 -> 중도 (인근)
<아홉째날 : 6.4. 수요일>
춘천 -> 남이섬 -> 가평 -> 서울 충정로 (오후 17:00 도착)
한달에 두세번씩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아직도 좁은 한반도의 절반에서도 못가본 곳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출발 전에는 이렇게 전국을 돌면 우리 산하의 많은 곳들을 가슴에 품고 오겠지 생각했지만 다녀오고 나서도
모르는 곳, 궁금한 곳이 아직도 그득하네요.
아내와 23개월된 아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내가 만약 혼자였다하더라도 이 여행은 큰 의미가 있었겠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였기에
혼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몇곱절 더 크고 깊은 의미가 있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아내와 아들에게(특별히), 그리고 이런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존재하는 이 땅, 이 하늘, 이 바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모든 이들에게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 첫날 : 2008. 5.27. 화요일 오전 11:30 출발
경로 : 서울 -> (서해안 고속도로) -> 변산반도 -> 모항해수욕장 -> 채석강 -> 이순신 촬영지 -> 모항해수욕장(숙소)
둘러본 곳 : 채석강, 이순신 드라마 촬영지(전라좌수영)
숙박 : 모항해수욕장 '소나무에 걸린 노을' 펜션
총 이동 거리 : 약 350km
출발 전날 저녁 10시까지 일을 끝내고, 사무실에서 업무와 관련된 짐들을 챙기고 정리를 마치고 나오느라 귀가한 시간이
11시. 다음날 오전 10시 출발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한참 늦을 것 같은 예감.
귀가해보니 수호(아들)도 아직 자지 않고 있었다.
이래저래 밤에 챙길 수 있는 짐을 싸고, 아침에만 꾸릴 수 있는 짐의 목록은 메모지에 적어놓고나서 새벽 1시가 훌쩍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최근 새로 구입한 DSLR(렌즈교환) 카메라의 렌즈(탐론 F2.8, 18-50mm)에 포커스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 여행 출발
전에 맞춰 교환하기위해 직접 렌즈 수입사(썬포토)에 다녀오고 CCD에 갑자기 들어간 먼지를 청소하기위해 용산에 있는
삼성카메라(GX-10) AS센터에 다녀오느라 이래저래 시간을 많이 빼앗긴 탓도 있었다.
(썬포토에서 직접 확인을 거쳐 교환받은 렌즈도 여전히 핀이 앞으로 쏠리고, 청소한 CCD는 다섯째날 정도에 커다란 먼지
때문에 조리개를 조으지 못하고 사진을 찍는 불상사가 결국에는 계속 되었다...)
출발 당일 아침, 부산하게 짐을 챙기고,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제멋대로 혈기왕성인 수호까지 챙기려니 늘 그렇듯이 계획된
시간을 훌쩍 넘겨 11시반이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출발 후 한동안 장거리 운전에 대한 약간의 부담이 따랐다.
10여년 전에 이틀 밤을 꼬박 샌 후 수동 차량을 운전하던 중 양쪽 종아리 모두에서 쥐가 나 차를 갓길에 세우고 한참을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다.
며칠전 춘천 소양호 여행에서 돌아올 때 갓길도 없는 내부순환로에서 오른쪽 종아리가 쥐가 나기 직전처럼 뻐근하여서
상당히 긴장을 했었는데, 그 후로 계속 부담이 뒤따르던 터였다.
9일이나 하루에 몇백킬로 온종일 운전을 해야하는데 괜찮을까...
한동안을 그렇게 뒷좌석에서 마냥 신나는 아내와 아들에게 내색도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은척 했다.
다행히도 한시간쯤 달리자 오히려 다리가 아무렇지도 않은듯 편안해지고, 그제서야 조금은 걱정했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건냈다.
처가가 충남 홍성인지라 너무나 익숙한 길을 1시간반 동안 달려 오후 1시경에 서해대교에 들어섰다.
수호는 어느새 잠들어있다.
예전에 여행할 때면 모든 것을 수호에게 맞췄다.
수호가 잠들면 화장실도 가지않고, 쉬지도 않고, 식사시간이 한참 지나도 계속 달린다. 한번은 부산가는 길에 거의 4시간을
쉬지않고 달리기도 했다.
달리다가 수호가 깨면 휴게소에 들린다.
요즘은 좀 컸다고 상태가 훨씬 나아졌지만, 수호가 차에서 깨어있으면 집사람을 무척이나 피곤하게 한다.
차 안에서 업어달라고 울고불고 떼를 쓰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면 집사람은 힘들게도 허리를 구부정하게 해서 수호를
업어주어야 한다.
집사람에게 물었다.
"수호 자는데, 계속 가야겠지?"
"오늘은 오빠 페이스에 맞춰. 첫날부터 피곤하면 곤란하잖아."
역시 이해심 많은 사람이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늘 그렇듯이, 수호 덕분에) 1시간 동안 꼬박 점심을 먹고 2시에 다시 출발.
너무나 익숙한 길인 홍성 IC(처갓집 가는 길)를 지나서 한참을 더 달려 격포TG로 빠져나왔다.
국도를 달리고 있으니 너무나 익숙한 '내소사' 푯말이 눈에 띈다.
변산반도 여행에서 내소사를 빼면 섭섭하겠지만, 이곳은 작년(2007) 여름에 한번 가본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전국 일주
계획에서는 빠졌다. 대신 그 때 놓친 변산반도의 바닷가를 이번 일정에 포함시킨 것이다.
바닷가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굽이굽이 멋진 자태를 뽐낸다.
일기예보대로 하늘은 점점 더 흐려졌다.
총 약 300km를 달려서 모항해수욕장의 숙소(소나무에 걸린 노을 펜션)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여행을 다니면서도 계속 인터넷에 접속해서 틈틈이 업무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대체로 인터넷이 되는 숙소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바닷가의 펜션이라해서 멋진 풍경을 연상했는데,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숙소에서 바다가 전혀 보이지도 않았고, 숙소 바로 앞에서 다른 건물을 짓느라 비교적 큰 소음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주인분이 비수기라 예약했던 방보다 한단계 더 큰 방을 주었고, 방음이 너무나 훌륭해서인지 바깥의
공사 소음도 전혀 들려오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지은지 1년이 채 되지않는 펜션인데다가 룸 내부의 인테리어가 너무나
훌륭해서 주변 경관에 대한 약간의 실망과 부실한 첫인상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욕실이 별도로 있으면서도 세면대가 욕실 앞 객실 내에 별도 비치되어 있다. 마치 특급 호텔처럼!
욕실에는 샤워부스와 바디샤워기, 그리고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다(공용비데는 위생상의 이유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얼마전 뉴스의 영향;;;) 무척 깔끔하고 깨끗하다.
스카이라이프와 인터넷 접속 가능한 PC. 그리고 벽걸이형 대형 LCD TV.
방안 곳곳의 소품이나 인테리어가 세심하다.
예쁜 그릇들이 가지런히 놓인 주방의 창문. 창밖으로 유심히 보면 바다가 보일 것 같긴한데...
내다보기엔 너무 주방 장애물과
집들이 많다. 반대편 창으론 작은 뒷산이 보이고, 밭이;;; 보인다. 사진은 생략.
주변 풍경과 전망은 B급이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A급!인 이곳이 비수기에 평일이라 5만원! ^^
역시 여행은 비수기 평일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 ㅎㅎ
모항해수욕장의 숙소에 짐을 풀고서 채석강으로 향했다.
채석강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5월말이라 아직은 날이 훤하다.
국립으로 운영하는 주차장임에도 불구하고 주차료는 무려 5,000원!
해수욕장에서 하루종일도 아니고, 비수기인데다가 잠깐 둘러보고 갈 것을 고려하면 너무 비싼 감을 떨치기 어렵다.
바닷가에 늘어선 횟집과 식당들
모래사장에 들어서서 좌로 둘러보면 이렇게,
우로 둘러보면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
사람도 거의 없고, 파도도 잔잔하다.
집사람이 수호 놀기 안전하고 한눈 팔아도 되겠다고 좋아한다(파도가 무서워서 물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기에).
우측 하단의 푸르스름 한 것이 경주용 자동차 모델인 미니카이다. 수호가 애용하는 장난감 중 하나.
내가 30년도 더 오래 전에 가지고 놀던 골동품을 수호에게 물려주었다.
얼마전 개념 없는 수호가 이것을 얼굴에 던져서 정통으로 눈에 맞은 적도 있다는 아픈 기억이...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으로 된 재질이라 크기에 비해 제법 무게가 있고 끝이 뾰족해서 맞으면 많이 아프다. ㅠ.ㅠ
바닷가에서 미니카 가지고 놀기에 여념이 없는 수호...
오른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멋진 일몰을 기대하고 왔건만 날씨가 너무 우중충하다.
서울에는 이날 오후부터 비소식 예보가 있었고, 전라지방에는 다음날부터 비가 올거라 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서 일몰을 보기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바닷가로 몇날 며칠을 돌면서
일몰도, 일출도 볼 수가 없었다. 아무튼......
백사장 왼편에 다소 특이한 지형이 펼쳐져있는 걸 자세히 보면...
아마도 이 때문에 채석강이라는 명칭이 붙었으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면...
참으로 특이한 지형이 펼쳐져 있다.
바다와 함께 펼쳐져 있어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채석강 [彩石江]
1976년 4월 2일 전라북도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다. 면적 12만 7372㎡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맨 서쪽, 격포항 오른쪽 닭이봉 밑에 있다.
옛 수운(水運)의 근거지이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全羅右水營) 관하의 격포진(格浦鎭)이 있던 곳이다.
지형은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이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주변의 백사장, 맑은 물과 어울려 풍치가 더할 나위 없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의 이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을 즐기기 좋고 빼어난 경관 때문에 사진 촬영이나 영화 촬영도 자주 이루어진다.
채석강에서 해수욕장 건너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적벽강이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 중에서
신이나서 강아지마냥 뛰어다니는 수호 ^^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드리웠고, 노을을 보여줄 생각도 않지만... 그래도 멋지다.
2008. 6. 12.
세상 모든 이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꿈꾸며...
- 전용석(「아주 특별한 성공의 지혜」. 「나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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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으셨겠네요
저도 님처럼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준비해 본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부럽네요..
참 좋습니다!
좌로,우로... 너무도 친절한 설명에 다녀온듯한 기분... 좋아보여요.^^
울 아들이랑 1박 2일로 다녀온 변산반도가 눈에 선 합니다...사진은흐린 날씨 이지만 그시절로의 추억 여행에 빠져 봅니다... 참으로 화창하구 지는 석양은 더 멋졌었는데....^^
너무 멋져요~ 지난날 3박4일간 전국일주를 하면서 행복했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행복하셨겠네요 짝짝작** 부러워요^*^
부럽습니다~~ 행복한 시간이 되시겠네요~~
사진이 멋지네요 잘보구 갑니다 ^^
반갑네요..우리 고향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