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또 2000년 12월 4일이네...ㅡㅡ;;
전 홈피에서 퍼왔나 보죠?
성우석 선배님의 글입니다.
길에 무쏘가 그렇게 많은 줄은 여태 몰랐었다. 지금이 휴가철이라 RV를 끌고 나들이 나온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컨드 카' 문화가 없는 우리 실정에서는 그리 설득력이 없다.
작년 한 해 사륜구동 시장에서 쌍용이 1위를 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는다. 객관적으로, 쌍용의 무쏘와 코란도를 능가할 만한 경쟁자는 국내 시장에 없다. 현대 갤로퍼는 너무 낡았다. 더이상 미쓰비시 파제로의 든든한 모태도 새로운 감각 앞에선 내세울 것이 못되고, 4륜구동을 진정한 오프로더로 쓰는 매니아들이 극소수(전체 4륜구동 차량 소지자중에서)인 시점에서 갤로퍼의 장기인 험로주파능력은 고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기아 스포티지는 외국에서 대인기다. 여기서 '대인기'는 숫적으로 잘 팔려서라기 보다는, 8년동안 마이너체인지 한번 제대로 한 적없는 메이커의 무성의 치고는 대단하다는 뜻이다. 8년전의 감각이 아직도 그다지 옛스럽지 않은 것을 보면, 그당시 얼마나 앞선 컨셉트 였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기아 경영진들은 그당시 소형 4륜구동에 대한 앞선 안목이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프론티어 정신으로 새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새로운 컨셉'임을 알았다면, 때문에 나름의 리스크를 인지했다면 결코 스포티지를 공장 밖으로 밀어내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기아 레토나는 군용이다. 민수용으로서의 경쟁력은 싼 가격을 제외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의문스럽다.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겐 당길 수도 있겠다.
현대는 올해에 3종류의 4륜구동을 출시한다. 7월에 나온 산타페를 필두로 갤로퍼 후속과 하이랜더가 연말까지 뒤따른다. 현대정공과의 통합 과정에서 개발 및 신차 출시의 스케줄이 엉켜버린 탓이다. 자사 차량들간의 판매 간섭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갤로퍼 후속과 하이랜더는 오프로더의 성격이 강하고 산타페는 온로드와 RV카 스타일이다. 따라서 이 부문은 무쏘와 산타페의 경쟁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싸움은 아직이다. 본격적인 경쟁은 연말 쯤에 가서야 시작된다. 현대가 디트로이트 디젤과 함께 개발한 HSDI (High Speed Diesel Injection) 엔진을 탑재한 산타페 디젤 모델과 개솔린 모델이 그때서야 출시되는 까닭이다. 안 그래도 불편한 개스 충전과 출력 부족, 그리고 개스값의 상승까지, LPG 차량에 선뜻 사인하는 고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의심스럽다. 참고로 현대는 HSDI 엔진에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사운을 걸지 않았다면 걸어야 한다. 이 엔진은 미니밴 트라제와 산타페 말고도 중형 승용차에까지 이식 계획이 잡혀 있다. 유럽은 지금 디젤엔진의 천하다. BMW의 328i 와 330di 비교시승 기사를 읽어본 일이 있는가? 놀랍게도 이 승부는 330di의 압승으로 끝났다. 거기다가 디젤은 연료비가 개솔린의 절반수준이다. 소음이나 진동, 공해문제도 이젠 옛날 얘기다. 또 소형 디젤 엔진의 개발은 3L카 개발의 분수령이다. VW의 루포 TDI는 세계 최초의 3L카다. 디젤 심장을 가졌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현대도 소형 HSDI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의 운명은 연말에 나올 2L급 HSDI엔진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무쏘의 시승기에 사족이 너무 많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전역한 고참은 그렇게도 가지고 싶어하던 무쏘를 집에서 사주었단다. 이래서는 안되지만 내 신세 한탄에 이은 한 줄기 눈물이 내뺨을 가로 지른다. 고참의 차는 무쏘290S 밴이다. 사고나니 2001년형이 나왔다는 푸념이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든다. 무쏘는 93년 8월에 나온 쌍용의 독자모델이다. 독자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엔지니어링은 벤츠에서, 디자인은 RCA에서 아웃 소싱했다. 쌍용은 이때부터 벤츠의 기술을 도입하여 체어맨을 탄생시키기에 이르지만 실속없는 장사는 결국 부도로 이어지고 말았다. 쌍용은 거화-동아로 이어지는 지프 메이커의 계보를 이으며 구형 코란도와 코란도 페밀리에 이어 무쏘 그리고 코란도를 만들었다. 무쏘의 엔진은 벤츠의 직렬 5기통이다. 초기에는 601과 602로 나누었었는데 지금은 230과 290으로 나뉜다. 230은 2.3L 배기량에 최고출력이 101/4000(마력/RPM) 이고 최대토크가 21.5/2400(kg*m/RPM) 이다. 290은 2.9L 배기량에 최고출력인 120/4000(마력/RPM)이고 최대토크가 25.5/2400(kg*m/RPM)이다. 개솔린 엔진을 얹은 290SR과 최고 버전인 320LX도 있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다. 디젤엔진의 경우는 모두 터보차저에 인터쿨러를 달고 있다. 따라서 체적당 출력및 토크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모델 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고가 위주다. 오늘 시승 차량은 2.9L 엔진에 다가, 공차중량이 제일 가벼운 밴이니 기본적인 달리기 요건은 최고다.
우선 생김새를 보자. 무쏘는 큰 페이스리프트가 한 번 있었다. 지금의 모습이 더욱 도시적이고 세련되어 졌다. 펜더의 휠 하우스까지 뻗친 눈매가 여성의 그것처럼 곱다. 마치 "오프로드는 사절이예요." 라고 말하는 하이 힐을 신은 아가씨 같은 인상이다. 4륜구동의 온로드 위주 셋팅이나 RV 개념과 크로스되는 현상은 세계적이다. BMW X5나 다임러의 ML 시리즈는 그 선봉에 서 있고 전통의 오프로더인 크라이슬러 지프나 랜드로버조차 그 자연친화적인 과격함이나 오랜 정통성따위가 이젠 판매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분위기요 트랜드다. 고객의 취향이 이미 온로드 위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X5의 개발 과정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4륜구동 오너의 90%가 전혀 험로를 달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말해서 일상 생활 속에서 쓰임이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4륜구동으로 애를 학교에 등교시키고 출퇴근을 하고 하이 웨이에서 승용차와 속도 경쟁을 하며 주말에는 피크닉을 하는 그런 쓰임새. 무쏘도 익스테리어로 봐서는 새 트랜드에 걸맞는다. 달리기는 어떨지 궁금하다. 무쏘의 디자인은 유럽의 어느 (확실치 않지만 버밍험 모터쇼였을 것이다.) 모터쇼에서 4륜구동 부문 최고의 디자인 상을 받았다. 8년전의 스타일 치고 아직도 신선하다. 다시 찾은 그릴의 쌍용 엠블렘이 무척 반갑다. 대우의 그릴보다 훨씬 심플하면서 우아하다. 아무대나 마구 적용하는 대우 페밀리 룩의 3부 그릴은 멀쩡한 차 바보 만드는데 순식간이다. 무쏘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고, 대표적으로 망가진 피해자가 체어맨이다. 페밀리 - 조직의 두려움을 알게 함과 동시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차 전체의 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엠블렘만 쌍용을 되찾았다 뿐이지 회사의 운명은 여전히 대우와 함께다. 포드에 일괄 매각 되더라도 영원히 안녕했으면 하는 바램이 앞선다. 프런트 그릴 상단에서 시작한 케릭터 라인은 후드 위로 융기하여 윈드실드 양 가장자리까지 이어지고 사이드로 돌아가 벨트라인을 이룬다. 사이드 뷰에서 벨트라인은 앞 도어의 손잡이 부분에서 크게 상승하여 마지막까지 부드럽게 치켜올라가 전진감이 느껴진다. 투톤 사이드 가니쉬의 2001년형에 매료된지라 구형의 옆구리가 왠지 허전해보이는 게 아쉽다. 뒷 모습은 초기 모델보다 심플해졌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네모지게 커다란 브레이크등 안에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을 내장하고 램프색도 빨간b側?투명으로 단순화하여 시인성을 좋게 하는 한편 단아한 마무리를 느끼게 한다.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흉물이 예외없이 이 차에도 달려있다. 전후방 프로텍터. 이것의 쓰임새는 뭘까? 사소한 긁힘에 도색이 벗겨지는 사고를 방지하는 목적. 그것이 정답이다. 과연 누구를 프로텍팅한다는 것인가? 더군다나 어떤 것은 날카로운 장식을 달고 있어 보행자를 위협하는 흉기로 둔갑하기도 한다. 충돌시 차체손상이 덜해진다고? 웃기는 소리다. 프로텍터 자체가 아무런 충격 흡수 기능이 없기 때문에 그 무식한 쇳덩어리가 플라스틱 범퍼를 부수고 들어와 섀시를 찌그러트릴 것은 안 봐도 훤하다. 그러면 멋있기라도 한가? 애프터 마킷용은 모두 조잡하고 유치한 디자인 일색이다. 왜 생돈을 들여가며 차의 가치를 강등시키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묵직힌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왔다. 밴 모델이라 운전석과 조수석 밖에 없고 뒤는 훤한 플로어 그대로다. 하기야 밴을 원형 그대로 타고 다니는 사람은, 그야말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거나 세상 돌아가는데 무관심한 사람 아니면 정말로 밴이 필요해서 산 사람- 이 3부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모두들 시트를 붙여서 이천만원 짜리 7인승 처럼 하고 다니며 월 2만 8천원의 세금을 낸다. 거저 주은 프라이드를 타는 영세민도 일년 세금이 30만원을 육박하는데.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교묘히 법의 맹점을 파고 드는 메이커와 업자 그리고 소비자들. 누구를 꼭 집어 탓할 일이 아니다. 메이커는 은근히 탈법을 부추긴다. 무쏘 밴의 뒷 도어는 짐 싣고 내리는 용도임에도 불구하고 파워 원도우다. 그라스 밴인 것도 겨우 봐 주겠는데 이건 너무 노골적이다. 자꾸 얘기가 겉돈다.
무쏘의 인테리어는 승용 세단 분위기가 짙다. 하지만 정교하거나 세련되진 않고, 굵직굵직하고 단조롭다. 1딘짜리 저가 오디오와 오래된 로터리&버튼식 공조장치 그리고 아저씨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무광 우드 그레인이 이 차가 밴임을 소리죽여 알린다. 기어노브는 짧은 것까지는 좋은데 그 생김이 너무 투박하다. 이런 분위기는 액세서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일관성 있어 좋다. 제떨이와 글로브 박스를 여니 조명이 자동으로 들어온다. 차 주인의 자랑이 대단하다. 내 평가는 무쏘가 철저히 온로드형 사륜구동을 지향했다는 전제 아래에 있다. 갤로퍼와 비교하면 위의 수식은 모두 엉터리다. 나중에 시승중에 안 일이지만, 오른쪽 구석에 쳐박힌 타코미터 게이지는 영 불만스럽다. 안 그래도 작은 것이 굵은 스티어링 휠에 가로막혀 잘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터보 레그를 느껴보려 타코미터를 뚫어져라 주시하다가 중앙선을 넘는 위험 천만을 경험하기도 했다. 속도계가 중앙에 큼지막하고 왼쪽에는 수온계와 연료계, 오른쪽에는 회전수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차에서 타코미터의 쓰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 할 말은 없다. 하기야 스포츠 성이 강해질수록(고회전 엔진일수록) 타코미터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레이싱 머신은 타코미터만 홀로 존재하지 않는가? 무쏘의 그것에는 눈금도 얼마 없다. 4000RPM에서 최고 출력이 나오기 때문이다. 속도계 눈금은 220km/h 까지 있지만 이 차의 제원상 최고 시속은 시속 150km이다. 그 밑으로는 각종 경고등이 자리한다. 스윗치류들도 가지런히 정리가 잘되어있고, 특히 계기판 오른쪽에 2-4륜 트랜스핑 로터리 다이얼은 인상적이다. 4스포크 핸들역시 두껍고 투박하다. 마치 에어백이 내장되어 있는 듯하다. 튼튼해 보여 좋긴 하지만 감성품질면에서는 좋은 점수 주기 힘들다.
이제 달려보자. 4천킬로 밖에 안 탄 새 차임에도 선뜻 키를 주는 고참의 전우애가 눈물겹다. 시승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차 끌고 길에 처음 나와보는 사람처러 여러가지가 당혹스럽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응을 어렵게 하는 것은 기어 레버의 뻑뻑함과 클러치 유격및 동력 전달 시점의 애매함이다. 기어는 중립위치에서 어느 포지션이건 한번은 걸리는 듯한 저항감 이후에 가까스로 밀려들어간다. 그러다보니 변속타이밍이 계속 지체되고 시프트 업 중간에 회전수는 이미 바닥을 친다. 길들이기 이전의 새 무쏘의 공통적인 사항이라는데 쉽게 받아드릴 수가 없다. 운전하기 편한 승용 4륜구동이라는 모토에는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클러치 페달도 총 스트로크에 비해 동력이 걸리는 시점이 비교적 가까워 처음에 다루기가 무지 애매하다. 가속페달은 차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승용 메이커로는 예전의 기아차가 이랬다. 현대와의 합병 이후에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가속페달이 가벼운 타입은 끝까지 밟은 후, 밟고 있는 시간에 비례하여 회전수가 상승하다. 반면 비교적 무거운 타입은 밟는 양에 충실하게 회전수가 상승한다는 차이를 보인다. 엑샐 워크와 스로틀의 열림량이 선형적이라는 얘기다. 양쪽다 소비자들의 기호로서 가려질 미묘한 감성적 문제지 성능의 우열과는 상관없다. 무게있는 엑셀 워크 역시 필자의 기호일 뿐이다.
거칠은 변속은 안그래도 어색한 나와 차와의 분위기를 더욱 힘들게 가져간다. 오늘은 순천에서 여수를 거쳐 돌산대교를 건너 다시 돌아오는 짧은 상견회를 가졌다. 내일 본격적인 시승 전까지 친해져야 하는데, 내심 걱정스럽다.
본격 시승 코스는 순천에서 남해고속도로로 하동까지 간 후 섬진강을 따라 구례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순천 시가지에서 4륜 구동으로 전환을 해보았다. 평소에는 2H로 주행하다가 4H로 돌리니 계기판에 푸른색 4H 시그널이 뜬다. 하지만 트랜스퍼 기어의 감속비가 1:1이라 4륜이 모두 구동력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기 어렵다. 어차피 가파른 험로 주파를 염두하지 않았다면 괜찮은 셋팅이다. 4륜구동의 사용에 큰 부담이 없겠다. 4L로 바꾸려면 클러치를 밟아야 하고 약간의 시간도 걸린다. 진공식 트랜스퍼 시스템의 작동중에는 노란색 4L 시그널 옆에서 4H 시그널이 깜빡인다. 시속 60km 이하에서는 주행중에 변환이 가능한 것이 무쏘의 장기다.
국도에서 시속100km 이하의 주행에서는 모든 것이 대체로 만족스럽다. 역시 가속이 좀 더딘 감이 있지만 상대적인 열세는 아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회전수 상승 시의 터보 래그는 느끼기 힘들다. 차라리 회전수 상승이 전영역에 걸쳐 꾸준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스티어링은 속도 감응식인지 의심스러우리만큼 가볍고 예민하다. 2톤에 가까운 거구가 핸들에 건 새끼 손가락 하나에 차선을 넘나든다. 급격한 코너링에도 높은 무게 중심과 무거운 중량을 감안하면 몸을 잘 추스리는 편이다. FR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기다란 직렬 5기통 엔진과 세로로 이어지는 수동기어, 뒷 따르는 트랜스퍼케이스,전후륜 디퍼런셜이 무게 배분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한다. 이론적으로는 오버가 나야하지만 실제로는 뉴트럴한 느낌이다. 스태틱 마진이 거진 중앙에 와 있다.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앞이 뻥 뚫린 것이 시원스럽다. 최고속도에 도전해 보았다. 역시 묵직하고 꾸준한 반응이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는 가속이 한템포 꺾인다. 엔진소음도 더욱 둔탁하다. 마치 스피드 리미터가 작동하는 것 처럼 시속160km에서 바늘은 더 이상 누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힘겨루기도 없다. 그야말로 딱 걸린다. 회전수는 4000RPM 이미 최고출력이다. 약간 경사진 오르막에서 재도전해 보았다. 결과는 똑같은데 구배가 졌을때 가속감이 확연히 떨어진다. 규칙적이고 잔잔하던 엔진음도 실내로 마구 유입되어 으르렁거린다. 특히 한계 시속에서의 연료소모량이 대단하다. 거짓말 좀 보태어 연료게이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무쏘의 공식연비는 1L에 11.3km로서 패키징에 비해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고속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풍절음이나 언더플로어에서 올라오는 각종 소음 차단은 만족스럽지만, 문제는 엔진음이다.
하동I.C에 내려서 섬진강변을 옆에 끼고 구례로 구비구비 차를 몰았다. 섬진강변은 피서철치고는 조용한 많은 사람들이 강변에서 오토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코너가 계속되는 국도에서 가감속을 반복하는 중에 엔진의 움직임에 의한 진동이 무척 신경쓰인다. 질량을 가진 모든 강체는 관성의 영향 아래에 있다. 차에 탑승한 우리도 가속할 때는, 뒤로 감속할 때는 앞으로 쏠리는 무형의 힘에 노출된다. 차 안의 구성체들이 모두 같은 힘을 받는다고 할 때, 역시 관성력 대소의 관건은 질량이다. 그 중에서 뭐니뭐니해도 엔진과 변속기 조합체가 차 전체 무게의 절반을 넘는다. 따라서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때 진동 절연을 목적으로 마운트를 차체와 그 사이에 댄다. 무쏘는 가속페달을 통한 가감속을 반복하다보면 파워트레인 자체의 피칭에 의한 쇼크의 실내 유입이 상당히 거슬린다. 비교적 큰 감속비 탓도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인 엔진의 소음및 진동 차단이 미흡하다.
섬진강변으로 내려가니 축구공만한 바위들이 즐비하다. 몇 미터 안 되는 짧은 코스지만 오프로드 주파 능력을 시험할 좋은 기회였다. 새 차의 바닥이 긁힐 때마다 옆에 탄 고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그 사람이 전역하여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니 망정이지 같이 군복입을 시절이었으면 귀싸대기 한 방 날아갈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4L로 변환하면 출력부족으로 못 갈 데는 없으나 최저지상고가 낮고 특히 이탈각이 작아 역시 험로는 부담스러웠다.
이제 돌아오는 길이다. 승차감은 상당히 소프트하면서 절제되어있다. 앞 더블 위시본, 뒤 5-멀티 링크의 앞선 서스팬션 시스템의 진가를 발휘한다. 현가 특성 역시 온로드에 그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렇게 나름의 철학과 방향이 있는 차가 그리 흔치 않다. 앞은 그렇다치고 적재함만이 존재하는 뒷 서스팬션마저 멀티링크다. 물론 짐을 위한 배려가 아님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탈법의 생각이 없던 무고한 시민에게 개조의 유혹이 여기저기서 넘실댄다.
무쏘는 이제까지 경쟁 차종이 없었다. 이미 주지하듯 갤로퍼와 무쏘는 서로 추구하는 바가 확연히 다른 차다. 컨셉은 같은 집안의 코란도와 비슷하지만 코란도는 숏보디 모델인지라 역시 시장이 따로 논다. 쌍용은 갤로퍼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면서, 훨씬 앞선 컨셉으로 수요를 창조하고 새로운 4륜구동 문화를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그 8년간의 독주도 올해로 종지부를 찍는다. 사실상 HSDI엔진을 얹은 싼타페를 현재의 무쏘로는 경쟁할 수 없다. 무쏘는 지난 8년간 할 일을 충분히 다 했다고 보면 된다. 쌍용이 온로드형 4륜구동 시장을 수성하려면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할 당위가 있다. 무쏘 후속 모델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포드가 이 차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