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투자하여 현지에서 노무관리를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우리와 문화와 경제 환경이 다르고 수십 년간 사회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굳어진 중국 특유의 노무관리 관행이 있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 투자 초기에 비해 지금은 우리 투자 기업들도 상당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 노사 분규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노무관리 문제는 중국 투자기업의 경영관리의 핵심 사항 중의 하나이다. 특히 우리 중소투자기업들의 중국 투자 동기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원가절감형의 투자 위주이므로 효율적 노무관리가 투자 성공을 가름하는 핵심의 하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크고 작은 일로 중국 노동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생각된다. 중국인 노동자들과 갈등이 야기되는 원인은 서로 다른 노무관리 관행과 노동문화의 차이로 인해 노사갈등이 발생한다. 한국 투자기업들은 투자 초기에 비하여 상당히 나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심각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대기업이 투자한 사업장은 작업환경이 중국 기업보다도 훨씬 좋으며 임금 수준도 중국기업의 일반적 수준보다 높기 때문에 임금과 관련된 노사분쟁이 발생할 소지는 상대적으로 적다. 대기업의 좋은 근무조건과 월등한 대우로 양질의 노동자가 몰리는 것도 노사 안정에 상당히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지에 파견된 관리자도 사전에 중국과 관련하여 파견 전 교육을 받거나 현지 경험이 있는 우수한 자질을 가진 인사를 파견하기 때문에 노사분규의 발생이 적고 발생하더라도 적절히 대응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투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투자한 현지 기업에는 각종의 노사 분규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사회, 경제, 문화 특성에서 연유하는 현지 노동 문화의 차이와 한국 관리자의 현지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한국식 노무관리 방식의 무리한 적용에 따르는 마찰이 많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기업이 노사 갈등의 요인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 사전준비부족
중국 진출 전 우리 중소기업들은 한국 내에서 노사 분규와 임금인상과 원부자재의 가격상승 등으로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또한 각종 매스컴의 중국 진출에 대한 대대적 홍보와 동종 업계의 중국 진출 추세의 대세에 밀려 중국 현지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 없이 사주의 즉흥적 결정에 의하여 투자가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두 번의 중국 출장으로 국내에서의 공장 이전 정도의 관념으로 중국 투자가 이루어졌다. 문화와 언어의 장벽, 상이한 노동 문화의 차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임금 체계, 낮은 생산성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무지 상태에서 투자가 이루어짐으로써 노사 갈등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노동 문화의 차이
재중국 한국투자기업들의 노사 갈등의 배경에는 양국간의 상이한 노동문화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즉 우리의 자본주의적 사고 방식과 중국의 사회주의적 사고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투자기업들은 노무관리나 생산 관리도 대부분 자본주의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생산성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즉 투자액의 회수와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한국과 거의 같은 정도의 노동 강도를 요구하고,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중국 노동자들과 마찰이 생기게 되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노동자들의 의식, 노동 관습, 노동 문화, 노무관리 방식 등 모두가 사회주의 체제의 일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사회주의 체제의 평등 의식으로 인한 상하 관계의 인식 부족, 국영기업의 특성에 따른 주인 의식 부족과 기업에 대한 충성심 부족, 일의 성과가 보수와 연계되지 않는 점, 인센티브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책임 의식의 부족과 근로 자세의 해이함 등 사회주의 체제의 노동 문화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품질관리 관념의 결여, 생산성에 대한 개념 부재, 나태한 근로 자세와 책임 의식 결여로 나타난다.
한국 투자기업의 경우는 지난 30년간 한국의 고성장기에 형성된 억압형 노동 문화와 노무관리 방식이 한국형 노무관리 방식의 전형으로 이것을 그대로 중국에 적용시킴으로서 무리가 따르게 된 것이다. 우리의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 중심의 노동 문화, 그리고 엄격한 상하 관계와 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중심으로 한 억압적 한국형 노무관리 방식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사회주의 중국의 노무관리 방식과 노동 문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3) 현지 한국 직원의 자질 문제
중국에서의 노사 갈등의 다른 요인으로는 현지에 파견된 한국인 관리자들의 자질 문제이다. 중국에 파견되기 전에 언어 , 문화, 관습, 풍습 등 현지에 대한 사전 준비가 없이 부임함으로써 한국 방식을 무리하게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상당한 노사 갈등을 야기시킨다. 특히 중간 관리자 및 기술자들의 업무 추진과 관련된 자질 부족과 현지인에 대한 오만한 자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관리자의 업무 지시 방식이 조직적으로 업무 규정에 근거하여 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구두로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으로 업무 지시 방식이 대부분 규정에 의하여 문서로 행하여지는데 반하여 한국식의 업무 진행 방식은 구두로 포괄적이며 명확하지 않은 형태로 이루어져 이해하기가 힘들다. 특히 한국은 상급자가 몇 마디 포괄적인 지시를 하더라도 하급자는 알아서 언급하지 않은 세세한 내용까지 스스로 알아서 처리한다. 그러나 중국인 근로자들은 지시한 사항 하나만 처리하고 우리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해야 하는 연관된 업무의 처리는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한국인 관리자들의 언어 장벽 때문에 업무 지시가 왜곡되거나 오해가 생기는 일도 적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외국 진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 관리자들이 해외에서 외국의 근로자들을 관리해 본 경험이 부족하다. 또한 현지 파견 관리자들은 중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와 관습에 대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며 위생 관념이 적거나 경제력이 자기보다 떨어지면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우리와 달리 직장이나 가정에서 여성의 권한이 상당히 강하다. 그리고 남녀평등은 법적으로 보장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남성과 대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남성 우위 관습이 많이 남아 있어 여성 근로자를 우습게 보다가 많은 노사 갈등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