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일 날씨; 맑음
알람소리에 눈을 뜨니 아직 밖은 어둠이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지들이야 엄마의 잔소리없는 일요일이야말로 진정 달콤한 휴일이라지만, 같이 지내지 못하는 미안함에 공연히 딸들 머리를 쓰다듬고 나온다.
날은 어느새 밝아오고...
6월이구나...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라던 5월 모두 가버리고 6월이다.
오늘따라 하늘이 무거워 보이는건 6월이어서가 아니라, 아직 날이 다 밝지않아서겠지.....
부평역지구대앞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출발~~~
석바위, 선학역에서 탑승끝.
차는 제2경인고속도로를 경유해 외곽순환을 탄듯....
국도로 들어서 잠깐 휴게소 들러 커피 한잔씩 하고
2시간 30분정도를 소요해 광덕휴게소에 도착한다.
그곳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인듯 어서 오시라는 이정표가 양쪽으로...
둥글게 모여 "화이팅" 한번 외치고
광덕쉼터 뒷쪽 철계단에서부터 산행 시작~~~~~
오늘 산행지는 한북정맥 2구간인 광덕고개~국망봉이다.
13개의 정맥중 하나인 한북정맥은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도계지점인 추가령에서 시작하여 파주의 장명산까지
서남으로 뻗어 황해로 잠기는 한강북쪽의 산줄기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토분단때문에 대성산 남쪽 수피령에서 시작하며,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강씨봉, 청계산,운악산, 죽엽산, 한강봉,사패산, 도봉산, 노고산, 현달산, 고봉산, 장명산까지 이른다.
우리가 오늘 오름하려는 국망봉은 높이 1168m로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과 가평군 북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봉우리의 이름은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말년에 도망다니다 이 산에 이르러 잃어버린 나라를 망연히 바라보았다는 데서 연유한다고.....
하늘은 5월이었던 어제보다 더욱 맑아있다.
철계단을 지나고 가파른능선 얼마 오르지 않아서 완만한 능선이 나온다.
하늘높이 뻗어있는 나무들은 그늘을 드리워주고,
계곡아래로부터는 온몸으로 바람이 불어와 오늘 산행의 즐거운 예감으로 맘을 설레게 한다.
나뭇잎 사이로 적당히 빛나는 햇살, 적당히 그늘진 능선,거기다 가슴까지 스미는 시원한 바람.....
전나무와 소나무는 영역싸움까지하며(회장님 표현) 우거져 있고,
단풍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은 그예쁜 잎들로 그늘을 만들어주며,그잎들 물들면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가을산행 유혹을 한다.
그렇게 오름 내림을 반복하는 능선을 따라 1시간 20여분만에 백운산 정상 헬기장에 도착!
시원한 그늘에 자리를 잡고, 떨어진 에너지 보충을 위해 주유(?)도 하고,다시 도마치봉으로 향한다.
백운산으로 오름하는길이 바람과 나무와 함께한 산행이었다면,
도마치봉으로 오르는길은 들꽃 산행이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종류의 들꽃들이 있는지...
그 작고 여린꽃들이 어찌 그리 깊은산에서 자랄수 있는지...
또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이뿐지...
오늘은 산행에만 주력하겠다던 큰언니님- 결국 카메라를 꺼내신다.
맞어... 이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어떻게 말로 전할수가 있겠어... 사진으로 보여줘야 알수있지.....
들꽃을 보며 백운산을 출발한지 30분만에 삼각봉을 찍고,그렇게 30분을 더 걸어 도마치봉을 지난다.
다시 들어선 숲길에선 더덕향인지 취나물향인지 쌉싸름한 향기가 코끝에 닿아 건강한 식욕을 자극한다.
꼭꼭 숨은 더덕도 열심히 찾아보고, 아직어린 당귀 몇뿌리 뽑아 폼나게 배낭옆구리에 찔러넣고...
다시 정상이 가까워 오는지 나무들 키도 작아지고 햋빛도 점점 많아진다.
잎이 무성한 철쭉나무들 지난봄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듯 모여있고...
도마봉 비석이 서있는 헬기장으로 올라서니 국망봉쪽으로 그늘도 없는 긴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고도는 다른봉보다 낮은듯한데도, 앞뒤로 막힘이 없어 지나온 산들과, 또 앞으로 가야할 국망봉까지 조망된다.
길게 뻗은 능선을 따라 다시 출발... 그동안 너무 시원하고 편한 산행이었나?
6월의 햇살이 뜨거운 산길에서 모두들 금세 지쳐버리고...
30분을 채가지못하고 점심을 먹기위해 능선옆 소나무 아래 자리를 펼치는데, 그늘이 되주는 소나무가 건강해 보이질 않는다.
이렇게 맑고 좋은곳에서 왜그런지... 솔방울만 잔뜩 매단 누런 안색의 소나무가 안스럽다.
모두들 시장을 반찬으로 맛난 식사를 하고, 부지런한 님들은 어느새 무슨나물인지 한웅큼씩 냉큼 따오신다.
또다시 뜨거운 햇살아래 능선을 따라 30여분을 가는데, 경사까지 가팔라져 어렵사리 선로봉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멀리 화악산 철탑이 보이고. 뒤로도 우리가 지나온 산들과 또 다른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햇빛에 애를 먹은 일행들은 국망봉 가기를 포기하고 선로봉 옆으로 내려가자한다. ㅠ ㅠ
고지가 저기 보이는데... 후미에서 늦장부리다보니 국망봉으로 향한 선두는 벌써 저만큼 가버리고
할수없이 휴양림 방향으로 하산길 접어드니 입구에서 B팀이 점심식사를 하고있다.
합류하여 함께 하산.....심한경사길 1시간여 내려가니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마음까지 맑게하는듯....
잠시 쉬며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의 피로가 발끝으로 내려와 물에 녹는듯하다. 아~ 그 시원함이란.....
다시 아래로 아래로 휴양림까지 오니 3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간... 이렇게 식사시간 포함 6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을 마친다.
6월의 첫날..... 편하게 산행한 능선이 많아선지 생각도 많았었나...? 6월을 생각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과, 작렬하는 태양아래 멋진 휴가를 계획하는 7월 사이에,특별한 추억하나 가지지 못한달.
이제 어떤 유혹도 없다는, 불혹의 나이를 막 넘어선 내 나이같이 참 무덤덤한 시간이다.
산속의 이름도 모를 들꽃들을 보며, 또 6월을 생각한다.
사람들이 떠들석하게 기억해주는 시간 아니어도, 내가 살아온 세월 어느 한해 빠짐없이 지나온 시간인데.....
또 저 들꽃들은, 화려한 자태의 유명한 이름 가진꽃 아니어도, 언제나 그 시간 그자리를 지켜왔을테지....
누가 기억하고 알아주지 않아도 변함없이 그 시간 그자리를 지킬수 있다는거... 얼마나 아름다운 평범함인지...
결국 국망봉은 가지못했다.
하지만 오늘 산행.... 변함없는 평범함을, 어느것이나 그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6월도, 그리고 나자신도, 지금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싶은 날이었다.... 끝.
p.s; 장시간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신 세종님, 궂은일도 묵묵히 해주시는 바다님, 듬직한 회장님 산까치님,
끝내 국망봉 완주하신 자랑스런 큰언니님, 오솔길님, 초롱이님, 놀빛님, 사랑님, 유성님, 태산님, 산사의 설경님,
후미에서 함께하신 창포님, 경인수님,푸른나무님, 하산길에 합류하신 사연언니님, 산장님, 수달님, +1님,
내친구 해피, 써니, 또 우리 삼총사의 멋쟁이 보디가드 강산님!!!
한북정맥 산행 수고 많이 하셨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또 여기까지 읽어주신 님들 감사합니다. 담부턴 산행후기 짧게 남길게요~~~ㅎ ㅎ
2008년 6월.... 어울림인천산악회 코스모스
첫댓글 코스모스님은 참 기역력도 좋으네요...그 많은 봉과 산이름을 어찌다알고 이렇게 적 나라하게 글을 올릴수있단 말이요? 수고하신 코스모스님 생각해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ㅎㅎㅎ수고했어요.
산을 오르면서 어머 좋다 ~~ 어머 너무 좋다~~ 소리가 모두의 입에서 나왔었지요. 어울림의 특징 사람들이 참 좋다는거.. 그거때문에 산이 더 좋은게 아닐까요? 코스모스님 후기 읽으면서 A팀 B팀 모두 추억에 남는 아름다운 산행 한것 같습니다.
지난 2월에 국망봉 다녀왔는데 설경이 참 좋았었지요 그런데 6월의 국망봉을 코스모스님께서 써주신 산행후기를 보니 반가운 느낌이 절로 나내요 코스모스님 후기글 감사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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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훌륭하십니다.. 기억력이 참좋으시네요.. 산행공지를 올려놓고 산행을 같이하지 못한점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차후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유로운산행을 하고싶은 마음입니다.. 산행하신 회원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생생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이담에도 많이써주시면.고맙지요 대신에 코스모스님이.정ㅊㅏ해달라시면.어디서든.멈춤...
산행후기 훌륭합니다.
후기글 읽고 나니 저가 국방봉이 눈 앞에 보인것 같네요..후기글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정말글솜씨좋네요.저도한때는문학소녀였는데,후기글쓴다는건엄두가안나더라구요.담에저도한번글쓰기도전해볼게요.아름다운산행같이못해아쉬움...코스모스님 담산행에서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