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수역 출발’
또 다른 일주일이 물처럼 바삐 흘러가고, 지난주 탐방 구간인 안양천에
이어 오늘은 석수역에서 출발하는 5구간인 삼성산부터이다.
오늘은 서울의 남쪽에 있는 산들을 두루 섭렵하고
서울의 동편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사실 출발 이전인 어제와 오늘, 이번 둘레길은 어디에서 마무리를 할까
하고 여러번 고민을 하였다. 왜냐면 대략 이번 전체적인 역방향 둘레길 탐방은
시나브로 북한산 구간인 약 35km이 알게 모르게 기준이 되어, 거리가 그 전후로
구성하고 있는데, 5구간인 관악-삼성, 4구간인 대모-구룡-우면산의
두 구간을 합하면 약 30.6km로
35km 대비하여 약 4~5km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조금 더 가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거리는 좀 차이가 나지만, 지하철 접근의 선호를 감안하면
약 3개의 후보가 가능한데,
Garden 5 (장지역), 성내천 물빛 광장 (오금역), 또는
방이동 생태공원 (올림픽공원역) 등이 그들이고,
지하철은 아니지만 버스까지 감안한다면 더 많은 옵션이 가능한데,
그 중 가장 먼거리에 있는 서하남4거리 (동북고등학교 정류장) 가 눈에 띄였다.
4구간을 마무리하고 3구간의 일부분을 조금 더 걷는 방향으로 고민을 한 것은
다음 주의 3구간(고덕산-일자산), 2구간(아차산-용마산)의 합이 38.7km 이고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 3군데의 평지(탄천, 성내천, 한강)기 때문이다.
오늘과 같은 땡볕에 평지를 걷기가 쉽지 않다.
암튼 결론은 유보한 채로 컨디션 봐서 정하자 하고 생각하며
석수역부터 삼성산 탐방을 시작하였다.
석수,,, 石水
이곳은 서울의 서남쪽에 위치하는 안양과 서울의 경계쯤 되는 곳이라서,
서울의 중심부를 축으로 따지자면 나의 집에서 거의 대척점 되는 곳이다.
사실 둘레길 걷기 이전에는 이 역을 결코 가 본적이 없다.
갈 일이 없어서이고 없고, 사실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1호선을 타고 스치면서 지나가는 역 정도였다.
전철을 탔을 때도, 목적지를 위해서 중간 정류장을 체크하는데
석수역 근처로 기억하는 역은 금천구청역, 금정역 등이다.
그들 중간에 있는 소소한 역들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둘레길 탐방을 통해서는, 석수역은 중요 거점이다.
구간 마무리와 시작점이고, 스탬프 통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둘레길은 걷는 것이 주요 목적이 있겠지만
그 외 서울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곳에 대한 지식의 확장을 제공한다.
지난 주 탐방 하였던 봉산, 앵봉산도 그 예이고,
또한 오늘 탐방하는 삼성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둘레길 탐방에는 꼭 둘레길“만” 다닐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둘레길만 걷게 되겠지만 지식과 경험이 확장 된 이후에는
둘레길을 거점으로 그 주변에 대하여 알아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단조로움의 탈피처럼 말이다.
예를 들면 호압산 주변 둘레길을 잠시 벗어나
호암산 정상에서 서울의 또다른 뷰를 얻을 수 있고
방이 생태 공원 앞에서 스탬프만 찍지 말고
공원 안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을 즐기는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은 산을 다섯 개는 거쳐야 하는 날이다.
물론 정상까지 등산해야 하는 구간은 없지만
많은 산을 거쳐야 하고
또한 산 사이에 있는 양재 부근 평야를 지나야 하고
목적지를 확장한다면, 어느 정도의 땡볕 구간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탐방을 시작하였다.
마치 배터리를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모드로 걷기? 이런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속도른 내기보다는 힘빼면서 걷기 모드로 말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초미세 먼지도 없다고 하고
자외선, 오존이야 나무 밑으로 다니면 괜찮으니 하여
대기 기온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걷기 시작하였다.
이른 아침의 둘레길 걷기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탐방객들과 마주칠 필요가 없고 나름 호젓한 길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그래서 대기 시간(?)이 없어서 자기 페이스대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걸을 수 있다.
요즘은 걷기에 정말 좋은 핫 시즌이라
산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어
한꺼번에 줄을 지어 오는 행사 참여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무리를 지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탐방객들도 많다.
이들을 피하는 방법은 핫 타임을 피하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들 편하다.
또한 약수터에서는 줄을 설 필요가 없으며, 아주 가끔씩 마주치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인사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또 다른 하나는 아침의 빛은 부드러워서 대낮에 비해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온다.
암튼 이렇게 하여 또 다른 이른 출발을 하여 삼성산을 거쳐
아무 신다도 없지만 비질이 깨끗하게 되었있던
고요했던 삼성산 천주교 성지에서 기도와 묵상도 하고,
관악산의 탐방로를 거치고, 양재천 땡볕 구간을 지나
무사히 구룡산-대모산 구간까지 도착을 하였다.
그런데 아뿔사 대모산에서 복병을 만났다.
대모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른 아침 시간이 아니었다.
대모산은 서울 북쪽의 북한산, 수락-불암산과 비교될 정도로
서울의 블루칩이다.
특히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찾는다.
나 역시도 오래전에 그냥 등산 및 산책겸으로 가보았으니 말이다.
암튼 늦은 오전에 올라오는 사람들, 그리고 이미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많아 타 구간 대비 매우 번잡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대모산에서 무슨 지도 찾기 경연대회 같은 것이 있는 듯싶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드신 중년까지 등에는 번호표를 부착하고
손에는 지도를 들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산의 어떤 지점에 있는 포스트에서
확인을 받는 행사 때문인지 온 산을 뛰어 다니는 여러 사람들로 분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모산을 마무리 하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구간은 정말 생활 밀착형 구간인 것 같은 생각이다.
아파트 단지 등 마을과 근접한 지점을 지나는 포인트 들이 많았다.
삼성산의 호암산 늘솔길 부근이 그러하며, 우면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역방향으로 걷다 보니
혹시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정방향과 다르게
주황색 표지판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오늘 여러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둘레길 주황색 표지의 다양성이다.
그냥 둘레길 표지이고 주황색이고 프린팅 되어 있는 글씨야 빤한 것인데,
무슨 다양성 하겠지만 사실 오늘 여러 가지
다른 버전의 둘레길 표지를 관찰 할 수 있었다.
주황색 띠에 다양하게 부기된 글씨들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추가로 표시된 내용이다.
매직으로 덧쓴 것 같은데, 북한산 둘레길 선림사 인근에서
보았던 그런 내용이다.
둘레길 표지가 처음 설치된 대로 그대로 있으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계속 없어지기도 하고 훼손된다.
이를 막고자 지속적으로 붙이고는 있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어서
아마도 둘레길에 다양한 부기를 해 넣은 것 같다.
어떤 리본은 서울시 소유주를 적기도 하고
어떤 것은 다신 콜 센터 번호였다.
이렇게 버전은 다르더라도 결국 내용은 한가지였다.
떼어 버리지 말라는 내용이다.
나야 다양한 버전이 있었구나 하는 막연함의 관찰이었지만
사실 그걸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진지함을 넘어선 처절함일 것이다.
전체 157km에 걸쳐 있는 다양한 표식지를 관리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나와 같은 둘레길 탐방인은 그 표지판의 중요성을 인식을 하고 있지만
그 외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에는 눈에 거슬리는
불편한 자연훼손의 대상일 수도 있다.
마치 어떤 등산 동호회가 이벤트성으로 입구마다 노란 종이 리본을
설치했다면 나라도 그걸 그냥 지나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둘레길 탐방인에게는 그 표지판의 중요성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안다.
지금도 자원봉사자들이 클린 활동을 하면서 계속 둘레길 표지 및 표식의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내 경험상 표지판이 초기에 비해서 정말 많이 보강된 것 같다.
특히 그 동안이 정방향 중심으로 표지가 설치 되었지만, 역방향 탐방객을 위한
고려도 많이 진행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정방향에는 전혀 문제 없는데, 역방향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왕실묘역길 입구 (우이령쪽)에 있는 스탬프 통도
역방향 탐방객들에게는 잘 보지 않아 장소를 몇 걸음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듯 둘레길 표지에 대한 업데이트 및 업그레이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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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속의 설정 도착 목표는 수서를 지나 성내천 어디 지점이었으나,
대모산을 마무리하고 수서역을 살짝 지나쳐 맞은편 탄천 쪽으로 건너가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마침 집으로 가는 버스가 오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훌쩍 버스에 올라타 버렸다.
아주 가끔씩 오는 버스이고, 특히 주말에는 평소보다 운행 댓수가 적은데
버스를 보니 아마도 반가웠는지, 아니면 그냥 평소의 관성의 법칙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의지에 관계없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버스에 탔음을 발견했을 때 느낀건...
내 의식은 이런저런 목표 지점을 타겟팅 했더라도
내 의식의 저편에는 오늘은 여기서 걷기 마무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아마도, 땡볕에 평지인 탄천길과 성내천길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이지 싶다.
그렇게 오늘도 둘레길 탐방을 마무리하였다.
전체적으로 구간 거리는 30.6km였고
오전 6시에 석수역을 출발을 하여, 12시 30분에 수서역에서 마무리를 하였다.
무엇보다도 좋은 날씨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오늘은 물집도 없었고 편안한 산행이었다....###
[석수역 옆 육교 위 - 서울둘레길 지도 간판]
[스탬프 찍고 출발]
[어제 행사 이후 미처 철거하지 못한 현수막]
[호압사 연등과 아침 햇살에 빛나는 석탑]
[말끔히 비질이 되어 있는 삼성산 성지]
[서울대 건물 뒤로 멀리 보이는 잠실, 오늘 그 인근까지 가야 하는 것]
[뒤쪽으로 길이 생김에 따라 왠지 언젠가 옮겨야 할 것 같은 스탬프 통]
[둘레길 표지 위의 나뭇잎]
[아침 햇살에 빛나는 나무 줄기]
[싱그러운 이파리와 둘레길]
[다양한 둘레길 리본]
[애매한 표지]
[둘레길 산책 직업병 - 우체통과 주황색 리본이 보이면 반가움]
[우면산 입구로 올라가며 있는 예쁜 카페와 교회]
[신종 표지 - 정체를 알 수 없음]
[양재 시민 공원 안 및 주위 - 금일 야외 결혼식도 있는 듯]
[대모산의 고즈넉한 풍경]
[이제는 가까이 다가온 월드 타워]
[돌탑 전망대 인근 풍경]
[독도법 놀이 중?]
[대모산 입고와 수서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