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휴식으로서의 자연을 건축화한 조경적 공간 '공중정원에 담은 자연의 이야기'
조금은 상식을 비켜난 듯한 외관 표정은 집의 내부에서도 공중에 떠 있는 유리정원으로 다시 한 번 꿈꾸게 한다. 반듯하기 보다는 경사의 미학으로 역동적인 공간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집은, 삶의 휴식으로서의 집과 꿈꾸는 집으로서의 경계를 머뭇거리지 않고 힘차게 건너는 듯하다.
그동안 많은 주택작업을 해왔는데, 자안재는 어떤 작업이었는가. 이전의 프로젝트와 다른 점, 새롭게 시도된 것들은 무엇인가.
집이 자리할 위치는 용인 광교산 등산로입구의 자연녹지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주변풍치가 좋은 경사지로서, 산속에 개발된 전용주거단지중의 일부이다. 이 주택의 계획은 거실 등의 주요생활공간이 바라다 볼 주방향의 배치선택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도 대지가 가진 땅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주변의 자연 풍경을 담아내는 다양한 방법의 고민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주변의 자연을 최대한 실내로 흡수 할 수 있는 배치를 선택하게 되었다.
▲ 경사진 다면체의 부정형매스 형태를 보이는 집의 외관. 독특한 형태는 주변 자연경관을 담아내려는 시도였으며, 색상도 자연과의 조화라는 틀에서 선택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향을 버리고 전망을 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남향이 주는 장점을 고스란히 살려내기 위해서 남향의 유용한 빛을 실내로 자연스럽게 흡인 할 수 있는 유리상자들을 도입했다. 이 유리상자들은 대나무가 조경되어있는 꽃마당들로서 2층 침실들과 욕실에서 바라보는 정원이 되어주면서, 동시에 남향의 빛을 아래층 거실과 식당 등에 투사해주는 복합 기능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시각적으로는 공중에 떠있는 대나무정원으로서, 대단히 흥미로운, 그리고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실내공간을 변화롭게 연출하게 했다.
그럼으로써, 이 주택의 배치는 거실정면의 큰 창을 통해 영원히 자연녹지로 남아있을 광교산의 자연 풍경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면서도, 떠있는 유리상자들을 통해 남향 빛도 흡수하게 되어, 생태적으로 필요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다 가지게 된 계획이 되었다. 결국, 남향의 태양광선을 실내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의 해결로 등장한 대나무 유리상자들이 이 집의 내부공간을 구성하는 주요소가 되었으며, 이러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해결개념의 디자인과정이 이 집 설계의 보람이었다.
외관의 디자인이 독특하다. 우선 보라색의 색감이 그랬고, 집의 형태도 그렇다. 그럼에도 주변 자연환경과 유리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외관 디자인의 설계 컨셉과 색채사용 등 디자인에 대한 특징은 무엇인가.
외관의 형태는 경사진 다면체의 부정형매스인데, 이것은 대지주변을 둘러싼 산들의 형태가 이 집의 배경이 되기 때문에 이 주변자연지형의 형태와 동화되게 하기 위해, 산을 닮은 형태의 건축물이 되었으며, 또한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주변자연과 조화하기 위해 푸른색에서 보라색까지의 여러 가지 중간색상 모두를 연출해주는 신소재인 일리디움판을 건물의 외관재료로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색상, 형태 모두 주변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디자인되었다.
1 1층 방의 후면. 툇마루 같은 느낌의 공간으로 외부 시선의 침입이 없는 공간이면서 내부에서는 외부의 자연을 받아들일 수 있는 효과를 낸다. 2 현관문에서 대문까지 향하는 계단. 외부에서 들어올 때는 집의 모습을, 내부에서 외부로 나갈 때는 앞쪽으로 펼쳐지는 자연을 담아낸다. 3 거실에 면한 마당 끝으로 자리한 콘크리트 스탠드. 마당의 연장인 경사마당의 역할을 하는 장소.
내부의 공간구성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유리상자들이 인상적인 동시에 각 층마다 약간의 레벨차를 두면서 계단을 중심으로 연결하고 있다. 내부 공간 구성의 컨셉과 건축계획은 무엇인가.
햇빛의 유입을 위해 도입한 떠 있는 유리상자들은 자연지형을 닮은 투명한 다면체로서 마치 건축적 지형을 가진 계곡처럼 실내공간을 구성하는 역할을 해주기 바랐으며, 레벨차가 있는 실내의 바닥도, 마치 자연지형의 바닥을 걷는 것처럼 인위적 층의 개념이 없는 자연스런 흐름의 연속된 동선을 연출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실내공간의 형태성과 공간성 모두 ‘자연화’ 즉, 자연을 닮은, 자연을 담아가는 것의 디자인 개념이었다.
건축주의 요구사항은 무엇이었는가, 내부 노출재료라든가, 주방의 싱크대 등 가구를 대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부분 등은 건축주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건축주의 요구사항에 대해 어떻게 건축적으로 해결하였는가. 건축주가 특별히 주목하여 요구한 조건은 별로 없었다. 대신 흥미로운, 재미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이 바람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 자연을 닮은 형태와 공간을 구사하게 됨으로서 변화와 다양성, 그리고 흥미를 유발하는 공간구성이라는 해결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1 중간층인 서재로 오르는 계단 층에 있는 공간. 한쪽은 계단으로 쓰이면서, 나머지 넓은 스탠드부분은 거실을 향해 앉기도 하고, 소품을 놓기도 하는 완충적 공간의 역할을 한다. 2 상징적으로 보이는 거실 측벽면의 대나무 유리상자. 공중에 떠 있는 정원으로 내부의 다른 대나무 유리상자와 어울려 독특한 디자인의 공간을 연출한다.
사실 건축주는 너무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건축가에게 제한된 건축세계만을 탐색하게하기보다는, 무한한 건축세계를 탐험하게 하여, 그 안에서 보다 독특하고 특별한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해내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층간에 있는 공간과 거실과 면한 마당 끝의 스탠드 등은 일반적인 주거공간으로 볼 때 특별한 공간이랄 수 있다. 어떤 내용을 담고자 했는가.
중간층인 서재로 오르는 계단 겸 앉을 수 있는 스탠드는 거실공간을 연장하는 경사거실의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한쪽은 계단으로 쓰이면서, 나머지 넓은 스탠드부분은 거실을 향해 앉기도 하고, 소품을 놓기도 하는 완충적 기능공간이다.
거실맞은편 마당 끝 콘크리트 스탠드도, 마당의 연장인 경사마당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앉아서 쉬고, 자연과 이야기 하고 놀며 그곳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수용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결국 이러한 공간들 역시 레벨이 다른 내외부·공간들이 단절되지 않고, 자연 지형처럼 상호 자연스럽게 연속되어 흐르게 하려는 유동적 연속성, 그리고 계단마저도 머무르는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공간 효율성들의 디자인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1 2층 계단공간에서 내려다본 주방. 거실보다 약간 낮은 곳에 두어 높낮이를 통해 공간을 구분하고 있으며, 거실로 면한 부분을 통해 외부 풍경과 충분한 채광이 가능하도록 했다. 2 2층의 거실역할을 하는 층간 공간.
내부와 외부의 마감재로 쓰인 노출콘크리트와 일리디움판의 재료적 성격은 무엇인가.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그리고 햇빛의 각도와 명암에 따라, 여러 가지의 색상으로 변화되어 보이는 신소재인 일리디움판은, 사계절 색상이 변화하는 주변자연과 조화하겠다는 개념으로, 이 건축물의 얼굴이 되는 주재료로서 사용되었고, 노출콘크리트는 이러한 다채롭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일리디움판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중후한 무채색을 띠면서 은유적이며, 세련된 바탕으로서의 현대적 감각의 재료로서 선택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