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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시내를 벗어나자 시골길이 이어진다. 구불구불 한참을 돌아들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시내에서는 겨우 15분 거리. 그곳에 지난해 경남도 아름다운 주택에 선정된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개인 주택이 숨어 있다. 근처 마을에서도 한 500m 떨어진 곳이다. 전원주택은 마을에서 좀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게 집주인의 생각이다.
동행한 서지영 건축사는 외진 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라고 한다. 농사도 안 짓고 놀리는 땅에 예쁜 집들이 많이 지어지고 그래서 마을이 만들어지면 그것도 괜찮지 않으냐는 뜻이다. 시골에 짓는 집을 꼭 난개발이란 관점에서 볼 필요는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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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입구에 있는 간판. 플라워 캐슬이 집 이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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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 간판이 하나 달렸다. 플라워 캐슬. 집 이름이다. 이름에 비해 집 주변은 조금 황량했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그럴 것이다. 나름으로 조경은 잘돼 있다.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서 건축사가 말한다. "제 나름으로 설계를 잘했는데 건축주가 맘에 안 들어 하는 때가 있어요. 또 건축가가 보기엔 별로인데 건축주가 아주 맘에 들어 하는 때도 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건축주가 만족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해요. 용산리 개인 주택이 딱 그런 경우죠."
집에 들어서니 집주인 김익환(47)·양정원(46) 씨 부부와 아들 김도현(14) 군이 모두 모여 있다. 아들에게 먼저 묻는다. 아무래도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이 전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도시랑 달라서 좋아요. 소음도 없고 큰 개도 키울 수 있고 공기도 좋고 다 좋아요. 친구들이 여기 오고 싶어서 줄 서 있어요. 자전거도 4대나 있어요. 여긴 차가 잘 없으니까 걱정할 일도 없어요."
부부의 생각도 그렇다. 아들이 자연 속에서 자라길 바란다. 또 하나 아내 양정원 씨가 몸이 안 좋았던 이유도 있다. 요즘엔 많이 좋아졌단다.
집 구조는 현관 앞 테라스를 포함해 정사각형이다. 역시 정사각형인 거실을 가운데 두고 침실과 주방이 그 주변을 둘렀다. 구조가 좀 이상하다. 서지영 건축사가 일반적인 건축 배치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모두 집주인의 의견에 따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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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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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의견 충돌도 있었어요. 제가 보기엔 건물이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집주인에게 건축 계획 측면에서 이래서는 안 된다, 방 배치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따지기도 했지요." 근데 결국 집주인의 의견을 100% 따랐다.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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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천장이 높아 난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층 서재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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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배치는 아내 양정원 씨가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어설프게 풍수 책을 보고 했지요. 집은 남향이고 신랑은 북쪽, 아들은 동쪽, 부엌은 동북쪽, 출입구는 남쪽 이렇게 선을 지키려니 집 구조가 좀 이상해지긴 했지요. 근데 지어놓고 보니 조금 불편한 점은 있어도 딱 맘에 들어요."
서 건축사는 이런 의견을 따라 우선 집을 남향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창을 크게 두어 햇살이 거실로 충분히 들어오도록 했다. 주방과 방 3개를 적절히 평면에 집어넣었다. 2층에는 다락 같은 서재를 두어 여가 생활을 하도록 했다.
집 뒤에는 따로 다용도실을 두었다. 다용도실이라지만 사실 잠을 잘 수가 있어 별채로 쓰인다.
그러다 보니 손님 초대하기가 좋단다. 남의 집에서 자면 아무래도 불편한데 따로 잘 곳이 있어서다. 그래서 요즘엔 주말마다 친척, 친구들이 모여들고 있다.
집 안을 보니 천장이 높다. 그래서 벽난로를 설치했다. 서지영 건축사는 천장이 높은 주택에는 꼭 벽난로를 권한다고 했다. 보통 잘 지어 놓고 안방에만 보일러를 넣어 지내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벽난로를 놓으면 뜻밖에 많이 따뜻하다는 이유에서다. 가격은 시공비까지 포함해 국산은 400만 원, 수입은 800만 원 정도다.
플라워 캐슬이란 이름은 아들 도현 군이 지었다. 아버지 김익환 씨가 꽃을 매우 좋아해서다. 그는 지금 집 주변에 꽃을 많이 심어놨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백합을 많이 심었단다. 올해 봄 진주시 명석면 빅실마을을 지날 일이 있으면 백합이 가득 핀 작은 성 하나를 보게 될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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