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각사

[감 나 무]

일본사찰로 시작된 부산의 유일한 도심 속의 사찰

   늦은 오후, 아니 초저녁에 대청로에서 광복동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몰래 그 소리를 따라 발길을 걷다보면 동주여고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있는 대각사가 눈에 들어온다. 종소리의 근원은 바로 이곳 대각사. 저녁예불종소리다.

이 근처에서는 보통 하루에 두 번의 은은한 종소리를 듣게 된다. 하나는 이곳 대각사에서 나오는 예불종소리고 다른 하나는 용두산공원 아래쪽에 위치한 중앙성당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다. 종교시설에서 하루에 두 번의 종소리를 내는 것이다.

도심 상가 속의 사찰, 부산에서는 이런 곳이 한 곳뿐이다. 아니 어쩌면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다. 바로 이곳 원도심의 한가운데인 창선동에 위치한 대각사. 거기에다 절 뒤에는 시끌벅적한 시장통. 고요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절간이다.

종소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대웅전 왼쪽 한 모퉁이에 있는 범종에서 소리가 나온다. 스님이 치는 종소리. 큰 채로 들이미는 여느 절과는 달리 이곳 범종은 조그마한 채로 종을 친다. 그래도 종의 크기가 있어서인지 제법 운치가 있는 울림소리다.

   광복로 시티스팟(창선삼거리)에서 대청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중간지점에 부산은행 창선동지점을 지나 왼쪽으로 상가 사이에 철문이 하나 보인다. 그 중 오른쪽은 불구용품점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업종으로 바뀌었다. 그 철문 위로 여느 사찰과는 달리 양쪽에 卍표시와 함께 ‘대각사’라는 한글로 된 사찰명이 보인다. 이곳이 도심 속의 사찰로 유명한 대각사 정문이다. 당연히 여느 산중의 사찰과는 달리 일주문도 없고 사천왕문도 없는 그런 절이다.

철문을 들어서면 바로 경내. 바로 앞에 한꺼번에 3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법당 대웅전이 우람하게 버티고 있다. 아무리 대웅전이라고 그러지만 일반 사찰의 법당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다. 그리고 정문 앞에 바로 정면에 대웅전이 있는 사찰은 아마도 이곳이 유일할 것 같다. 도심이라는 한계 탓일게다.

앞면 7칸에 옆면 3칸짜리 팔작지붕의 웅장한 건물이다. 특히 건물 안에는 중간기둥이 없는 특수한 건축공법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런데 칸과 칸 사이가 온통 알루미늄으로 된 문이다. 그것도 미닫이문이 아닌 여닫이문이다. 문은 찰만(卍)자를 형상화한 그런 문틀이다. 검은색 주련과 회색 알루미늄의 조화, 참으로 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법당으로 오르는 길은 11개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는데 법당 크기만큼이나 넓은데 한 개로 되어 있다. 대신 중간에 화분으로 3개의 길로 만들어두었다. 통상 좌우가 일반인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이고 가운데는 신도 즉 스님이 오르내리는 계단이다. 즉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왼쪽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계단 아래 나무 사이 좌우로 석등 두 개가 나란히 있다. 그리고 이곳은 좌우에 별도의 계단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왼쪽에는 물론 다른 건물과 바로 연결되지만.

대웅전 아래 즉 기단부는 사람 키만큼의 높이를 가진 콘크리트로 된 건물이다. 일종의 반지하 형태의 건물로 사이사이에 원형 유리창이 있는데 다 가려져 있어 무엇이 들어섰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예사 건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은 일제시대에 지어진 이 건물은 골목으로 통로가 있다. 바로 대각사 뒷골목이 앞이다. 일명 ‘액세서리 골목’, ‘패션 야시장’으로 불리는 늘 복잡한 이 골목이, 요즘 젊은이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대웅전 기단 건물이 바로 상가인 셈이다. 조용함의 상징인 대웅전과 시끌벅적함의 상징인 상가의 조합이라고나 해야 할까.

실제로 대웅전 뒤편으로 가서 담장너머로 밖을 보면 바로 길게 이어진 의류를 파는 리어카장사들의 행렬이 한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 대웅전보다 더 높은 3, 4층짜리 상가건물들과 각종 간판들.

   그다지 넓지 않은 경내는 온통 시멘트바닥이다. 그리고 주차장이 따로 없이 이 마당이 주차장이다. 그러나 그다지 많은 차를 주차시킬 수 없다.

몇 년 전에 발표된 영화로 <달마야 서울 가자>가 있었다. 이 영화는 산사 수도 스님과 조폭간 에피소드를 다룬 <달마야 놀자>의 속편이다. <달마야 놀자>의 속편에서 4명의 스님은 돌아가신 노스님의 유언에 따라 서울에 있는 절을 방문, 빚더미에 올라있는 절을 지키기 위해 건달들과 한판 대결을 벌였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영화에서 ‘무심사’로 등장한 절이 바로 ‘대각사’란다. 도심 속의 절을 찾던 제작진이 이 절을 발견하고 무릎을 쳤다고.

광복동 번화가인 미화로의 동주여상 맞은편에 자리잡은 대각사(大覺寺).

   영화촬영으로 부각된 대각사는 사단법인 화쟁교단(和諍敎團)의 중심 사찰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항 개항(1876년) 이후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형성되면서 일본이 우리나라에 지은 최초의 사찰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이곳은 해변가로 이 지역에서는 유일한 막사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제의 정책에 의해 1894년(고종 31) 일본 히가시혼간사[東本願寺]의 부산별원(釜山別院)으로 창건되었다.

처음에는 인법당만 두었으나 뒤에 학교와 병원을 함께 세웠다고 한다. 해방 후 국유였다가 불하를 받아 불교경남교무원이 되었고 현재 대각사로 불린다. 대각사는 1954년 이후 수년간 비구―대처 분쟁에 휘말렸고 그 와중에 1959년 4월23일 큰 화재가 나는 등 불행한 일도 있었다.

   대웅전 옆 호리호리한 7층 사리 석탑 부근에 대각사의 유래를 설명한 표지판이 있다. 무성한 나무에 가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안내문에 의하면 1887년에 세워진 대각사의 원래 명칭은 ‘동본원사’였으며 사찰 역할 외 일본 영사관 구실도 했으며 개화사상가 서재필 박영효 유대치 등이 숙박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 불교계에 ‘정토진종’이라는 종파가 있었는데 절을 지을 때 늘 동본원사와 서본원사 2개를 짓는데 대각사가 바로 ‘동본원사’였다는 것이다.

이후 1950년 6.25전쟁 때 불에 탔으며, 전쟁 중에는 동국대가 들어서기도 했었다. 그리고 1969년 창건주이자 3대 원장인 김경우(鏡牛) 스님이 법당을 세우고 고려 말에 제작한 삼존불상을 모시면서 대찰의 면모를 갖추었다. 1970년에는 세계고승대회를 개최하였고, 1982년 3월 타이완[臺灣]과 타이의 불교지도자들을 초대하여 국제보살계대법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리고 6.10항쟁 때는 남포동과 더불어 민주항쟁의 중심이기도 했다.

   법당 옆에는 가늘면서 높이 치솟은 구층석탑이 있다. 추녀마루와 일직선상에 위치해 있다. 법당 모서리, 대웅전 추녀마루 끝자락에 위치한 이 석탑은 경북 칠곡군 송림사(松林寺)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이 석탑 안에는 역시 지난 1982년 태국의 불교지도자가 기증한 부처사리가 모셔져 있다.

   사탑 기단부에는 지붕을 인 공간으로 촛불이 놓여진 기도처가 있다. 대부분이 이곳에 기도를 한다. 무수히 많은 중생들이 뿌린 촛불의 기도. 기단 위에는 특이한 조형물이 4각형으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이 외에도 이곳에는 유물로 대장경 3질, 신라 토기 10여 점, 패엽경(貝葉經) 등이 전하는데 이 중 패엽경은 바나나잎 껍질에 불경을 베낀 것으로 <구사론(俱舍論)> 27매, <열반경> 27매이다. 각각 길이 80cm, 너비 10cm이며 1982년 태국의 불교지도자가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이밖에 석등과 범종, 지석 3기 등이 전한다.

 대웅전 안은 평일이라 그다지 많은 사람이 없이 겨우 몇 사람이 불공을 드리는 정도다. 천장에 무수히 널린 촛등과 천장은 그물망으로 쳐져 있다. 그리고 정면에는 유리로 둘러싸인 네 기의 황금불상이 있고 그 주위로 나한상이 있다. 가운데 부처님은 1960년 무렵 지리산 광산사에서 모셔온 아미타불(조선 초기, 15세기)이며 법당 구조는 통법당 구조의 불단이다. 대웅전 안은 기도하기 편하게 짚으로 된 멍석을 깔아두었다.

대웅전 건물은 다른 절과는 달리 앞면과 오른쪽 면이 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왼쪽은 막힌 그런 형태다. 즉 오른쪽은 알루미늄으로 된 통문으로 되어있고 왼쪽은 입구 하나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황토흙으로 막아놓은 폐쇄된 그런 구조다. 그러니깐 절반이 확 트인 그런 형태의 건물인 셈이다.

   대웅전 앞 왼쪽 모퉁이에 범종(梵鐘)이 있다. 매일 저녁이면 저녁예불을 올리는 타종이 이루어지는 그 범종이다. 이 종에는 ‘명치유신 23년에 주종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종 옆에는 나무로 된 망치형태의 타종기가 옆에 놓여져 있다. 저녁시간만 되면 이 나무망치를 두드린다.

가운데 종을 치는 부분인 움푹 튀어나온 곳 즉 당좌가 확연히 드러난다. 종을 친 흔적이다. 얼마나 많이 쳤으면 저런 흔적이 나타날까 싶다. 종신 왼쪽으로 비천상이 있고 그 아래에는 용이 새겨져 있다. 나머지 3면에는 글이 새겨져 있다. 유곽 안에는 ‘유두’라고 불리는 젖꼭지 모양의 돌기가 25개씩 있다.

대웅전 왼쪽에는 대각불교대학 교무실이 있다. 거기서부터 왼쪽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종무소와 불교전통문화원, 사무실과 2층의 대각불교대학 등 심신단체 사무실이 입주해있다. 대웅전 왼쪽 건물은 상업부지로 2층짜리 건물이다. 사실 경내에서 바라보면 2층짜리로 보이지만 밖에서 보면 3, 4층짜리 건물이다. 왼쪽 끝에 계단을 따라 오르면 옥상에 이른다. 옥상에는 장독대와 고추밭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서 용두산공원을 바라보면 부산타워가 한 눈에 들어오고 그 앞 동주여고(옛 동주여상)도 보인다. 물론 광복로도 발 아래에 있음을 실감한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 화장실 아래쪽에는 확 트인 부엌이 있고 거기에는 큰 솥 두 개가 있고 그 옆엔 뗄감나무들이 수북이 쌓여있어 정감을 느끼게 한다.

☞ 대각사 가는 길

   두 갈래의 길이 있다. 대청로에서 가는 길과 남포동에서 가는 길이 그것이다.

   일반버스는 대부분이 남포동을 지나기 때문에 남포동에서 내려 용두산공원 방향으로 간 후 창선삼거리(시티스팟)에서 대청로 가는 길로 걸어서 1분 정도 걸어가면 왼쪽에 대각사로 이어진다. 대청로에서는 근대역사관 옆으로 난 2차선 도로를 타고 시티스폿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있다.

작성자 달뫼

                                                                                 모셔온  글

[박하]

한일합방 이후에 등장한 일본계 사찰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일본 히가시혼간지의 부산 별원으로 1894년에 창립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군요. 말하자면 한일합방의 전위대로서 종교 세력을 먼저 침투시킨 전략은 16~17세기 유럽 세력-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등-이 동양에 식민지를 공략하던 수법과 흡사하다는 사실! 즉 카톨릭 신부들을 앞세워 이교도를 천주교인으로 인도한다는 선교 명분 아래...........

[찬샘]

그래도 법당에 들면 주변의 부산함은 잊고 고요 속에 앉을 수 있으며 하시라도 쉽게 들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법당은 진짜 큽니다. 기도 보다는 강연을 위한 장소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