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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목봉-광덕산 새산행기
광덕산-회목봉 산행지도
위치: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 강원도 철원군 서면
교통:서울(동서울버스종합터미널)-사창리행버스(하루 8회. 첫차 6시50분.막차 12시 40분)탑승, 광덕고개너머 동네앞에서 하차
상봉터미널-사창리(40분배차), 탑승후 광덕고개넘어 동네앞에서 하차
산행을 할 때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나무가 우거진 능선일 수도 있고, 계곡일 수도 있고 산위에 몰려있는 구름일 수도 있고 산이 울릴 정도의 강풍일 수도 있고 폭설이 내리는 산등성이일 수도 있다. 광덕산 산행의 경우엔 그것은 하늘이었다.
3월초순 광덕산 등반(96년. 강원도 화천군-경기도 포천군 경계). 광덕고개가 미끄러울 가능성이 있는 겨울 동안 광덕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피해온 것이 사실이다. 쌓인 눈으로,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얼어 미끄러울 것 같은 광덕고개길은 며칠전 이상난동의 여파로 길위엔 거의 언 곳이 없을 정도의 깔끔한 산길로 변해 있을 터이므로 광덕산으로 목적지를 잡은 것이었다. 모처럼(명지산, 백운산, 화악산에 올랐던 연속 3주간 일요일마다 눈이 날렸었다, 그외에 연초에 명지산을 등반했을 때에도 굉장한 눈보라가 능선을 뒤덮으며 내렸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의 광덕산 산행은 투명하리만큼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동안 폐쇄되었던 공간속을 들락거리던 느낌이 아닌 마치 공간이 온통 열려진 둣한, 광대한 조망이 어디로나 확 트인 듯한 이날의 이날의 산행은, 산의 모습을 전혀 다르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광덕고개에서 사창리쪽으로 조금 내려와 휴게소 뒤편의 왼쪽 능선을 따라 올라갔다가 정상을 거쳐 주계곡을 끼고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기껏 3시간 반정도였지만 이 짧은 시간의 산행이 지금까지 금년들어 처음 가장 맑은 날의 산행이어서 좋았다. 두 능선사이의 거리는 기껏해야 1킬로 내지 2킬로 정도나 될까? 그러나 광덕산을 머리로 한 주능선과 그 주능선 어깨너머에 고여있는 푸른 하늘을 내내 볼 수 있었던 이날의 산행은 기억에 남는다. 눈이 쌓인 정상부근 넓은 산길에서 파헤쳐진 능선과 길주위의 나목들뒤로 보이는 하늘은 최근에 볼 수 있는 가장 푸른 하늘이었다. 우리는 길을 잘못들어 정상쪽으로 10여분간 다시 올라가야 했는데 그 사이에 우리의 눈길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하늘이었다. 그 하늘은 맑은 날엔 어느산이건 고산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쪽빛이었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 하늘의 푸르름은 그것을 보는 순간이 언제이든 항상 처음 본 듯 새로워 보이고 그 순간이 영원이 되는 듯이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내려오면서 주능선 뒤로 펼쳐진 하늘은 색조가 조금 달랐다.
광덕산 중턱의 넓은 길
우리는 주로 내려오는 코스에서 정상이나 주능선을 되돌아보며 마치 푸른 색종이를 댄 듯한 능선뒤의 배경을 경탄 어린 눈길로 되돌아보곤 했다. 동화속처럼 푸른 하늘색깔은 전에 본 적이 없었던 듯한 푸른 색깔의 하늘이었다. 쪽빛에다 옐로우를 10%정도 탔다면 그런 색깔이 될까? 오늘은 단연코 푸른 하늘이 주인공이었다. 더구나 우리가 내려오는 능선에서 우리의 뒤를 받치고 있는 주능선은 완만했고 좌우로 거의 평행선을 긋고 있어서 유난히 많은 공간을 푸른 하늘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 되었다. 그러나 하늘은 우리 주위를 넓게 감싸고 있는 산등성이의 나목과 잣나무숲으로 해서 빛날 수 있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될 듯하다. 인지하기 힘들정도의 연보랏빛이 섞인 광덕산 주능선의 산등성이와 광덕산과 상해봉 사이의 골짜기는 원경이 아닌 중경으로 우리시야에 착실하게 가득차 보이면서 해맑은 2월 중순의 오후에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반짝이는 것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이었다. 내려오면서 올라갈 때 탔던 능선을 보니 산등성이의 나목들이 투명한 대기저쪽에서도 자신의 가장 미세한 가지도 마치 올올이 빛을 발하는 17세소녀의 생머리카락처럼 빛을 내게 하고 있었다.
광덕산에서 바라본 화악산의 장쾌한 능선
그 빛에는 어딘가 봄기운이 스며 들어 있었다. 엊그제 4,5일지속한 난동(울산에서는 24도까지 기온이 상승했다던 그 무렵)이 온 산에 여지없이 봄 입김을 쐬어놓았다. 이제 이 산등성이를 다시 겨울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리라. 오늘 아침은 기온이 꽤 내려갔다. 서울이 -10도라고 하니 이곳은 적어도 영하 1`5도 이하는 될 것이다. 그런데도 산야를 얼리고 있는 것은 겨울이 아닌 봄산의 모습이었다.
광덕산의 특징
1. 산이름처럼 넓고 큰 조망이 있다. 북으로는 철원평야가 보이고 남으로는 백운-국망능선과 무학봉 사이의 계곡과 들판, 한북정맥의 굴곡많은 능선과 계곡의 조망 2.초입능선의 송림과 그위의 낙엽관목의 어울림. 3.급경사가 별로없는 밋밋한 능선, 그러나 응달엔 얼음이 있어서 미끄럽다. 4.남동쪽으로 눈앞을 가로막듯 역광 속에 파도쳐 오는 번암산, 화악산의 장쾌한 능선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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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산 입니다. 추억이 남은 산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