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자립원> 송길홍 팀장과 김슬기 씨
송길홍 팀장, 도예가이자 사회복지사로서의 삶 … 슬기씨의 재능 한 눈에 알아보고 이끌어 줘
근로장애인에서 도예를 사랑하는 청년으로 성장 … 도예가로서의 삶 꿈꾸기도
작업장 한 편에 곱게 빚어진 주전자들이 놓여있다. 마치 도예 공방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흙으로 만든 작품들, 그 작품을 빚어낸 사람은 무안자립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슬기(27) 씨이다.
청계면, 몽탄면 그리고 일로읍이 만나는 경계 인근, 청계면 월선리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무안자립원은 무안군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직업적응 및 직무 능력의 향상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이다.
멋진 가마터를 가진 이곳은 도자기를 주력으로 다양한 직업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슬기 씨는 이곳에서 다른 근로장애인들의 작업을 케어해주는 근로지원인으로 일하고 있다.
슬기 씨도 처음에는 근로장애인으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화분들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다.
작업을 하는 슬기 씨의 모습을 관찰하던 무안자립원 송길홍(51) 팀장은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슬기가 가진 예술적인 감각과 흙을 만지는 기본 실력은 전문가로 발전하는데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후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공방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슬기가 학창시절부터 바리스타, 공예활동을 할 때 손재주가 매우 뛰어났어요.” 인터뷰를 지켜보던 목포장애인요양원의 사회복지사 분들도 슬기 씨의 재능에 대해 칭찬을 한다.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선생님의 역할을 자처한 송길홍 팀장은 그녀에게 흙으로 빚은 인형, 사람, 집, 동물 등을 만들면서 손끝의 감각이 자리 잡도록 했다. 슬기 씨는 도자기를 빚는 연습 과정을 통해 이제는 다른 장애인들의 작업을 도와 줄 수 있는 근로지원인으로 성장했다.
“유튜브의 영상을 보고 주전자 작품들을 따라 만들고 있는데 사람들이 알라딘 요술램프 같다고 해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는 슬기 씨에게 도자기 작업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도자기 만드는 일은 마음이 바쁘지 않고 여유롭게 생각하며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시간에 쫒기지 않는,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송길홍 팀장은 슬기 씨가 한계를 넘어 조금 더 전문가의 영역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튜브로 본 작품들을 혼자 만들어 내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슬기의 예술적인 측면이 보였습니다. 현재는 제가 기능적인 측면과 디테일한 부분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흙을 빚는 능력은 훌륭하기 때문에, 장애인 자립시설의 한계에서 벗어나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슬기 씨를 성장시키기 위해 도자기의 고장 무안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예정이다. 그것을 통해 지역의 도예가들과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슬기 씨가 그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송길홍 팀장이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만을 보고 슬기 씨의 미래를 설계한 것은 아니다.
“슬기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도예가 중에 자신이 가진 스토리를 작품에 녹여 자리 잡은 작가들이 많습니다. 또한 도자 산업은 보통 청년들이 뛰어들지 않습니다. 중장년층이 많지요. 그래서 슬기가 도전을 시작한다면 청년일자리 등을 활용하여 청년으로서 다양한 지원을 받는 것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2004년, 전공을 살리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무안자립원에서 일을 시작한 송길홍 팀장,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어느새 전문적인 사회복지사가 되어 있었다.
2015년부터 무안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고 또한 전남사회복지사협회 운영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하며 장애인 자립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였다. 2004년부터 시작된 그의 사회복지로의 일탈, 그 공로를 인정받아 무안군수, 보건복지부장관, 전남사회복지협의회장, 전남사회복지사협회장, 전남직업재활시설협회장 등으로부터 다수의 표창을 받았다. 이것들은 그냥 표창이 아닌 장애인 재활에 담은 그의 진심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자신의 공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작업장 테이블 앞에서 일하고 있는 슬기의 모습을 상상해볼 때 마다 너무 기대가 됩니다. 도자기에는 슬기와 제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좋습니다. 그저 슬기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송길홍 팀장은 자신의 제자에게 마음속에 담고 있는 본인의 생각을 전한다.
“잘 만들려 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팔기 위해 만들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로 작품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은 곁에 모여들 것이다.”
슬기 씨는 자신의 다음 작품에 대해 부끄러워하며 말한다.
“제가 만든 주전자들과 어울리는 숙우와 찻잔들을 만들고 싶어요. 꽃병과 같이 어려운 도자기 작품들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다른 작업들 보다 도자기 만드는 것이 제일 좋고 마음이 편해요.”
채희성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