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일 '유로메리카스 스포츠 마케팅'에서 진행한 전 세계 클럽 소시오 숫자 조사 결과 벤피카가 2위를 차지하자 포르투갈 언론사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톱뉴스로 다루었습니다. 벤피카보다 소시오 숫자가 많은 클럽은 바르셀로나 단 한팀.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맨유(4위), 바이에른 뮌헨(5위)를 비롯, 레알 마드리드 역시 벤피카보다 소시오 숫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기사참고)
이 조사 결과를 개제하자 제 블로그에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과 당연하다는 반응이 엇갈리더군요. 아마 벤피카가 2006년 기네스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당연한 결과라 생각하실 것이고, 객관적인 인지도만 생각하셨다면 의외라는 생각을 가지셨을 것입니다.
호날두, 보아스도 가입한 그것! 소시오란?
소시오는 쉽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의 회비를 내는 열정적인 팬'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포르투갈 클럽에 애정을 갖고 레플을 비롯한 MD상품을 구입한다 하더라도 소시오는 아닙니다. 반면 소시오는 구단에 소시오로 가입한 후 입장티켓 혹은 MD상품 구입비와 별도로 회비를 내야 합니다. 저는 포르투갈 축구 팬일 뿐, 소시오가 아닌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1960년대 에우제비우를 앞세워 전 세계 축구를 호령하며 포르투갈의 국민 클럽이 된 벤피카는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시오를 보유한 클럽으로 기네스 인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여전히 포르투갈 식민 지배를 받은 국가와 전 세계에 퍼져있는 포르투갈 이민자를 중심으로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몇일 전 PSG와 챔피언스리그 맞대결을 앞두고 '2011년 유로파리그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파리 이민자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되었다'라는 제수스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한편 스포르팅은 17일 이색적인 행사를 했습니다. 10만 번째 소시오 회원을 위해 성대한 기념식을 연 것입니다. 스포르팅의 10만 번째 소시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난 4월 스포르팅의 10만 번째 소시오로 가입한 호날두는 지난 이스라엘전을 앞두고 알발라드에서 진행된 실전 훈련에서 카르발류 회장이 직접 건낸 소시오 카드를 수령했습니다. 포르투의 3관왕을 이끈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현 토트넘 감독이 포르투 소시오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스포르팅의 10만 번째 소시오로 가입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포르팅과 포르투는 벤피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만 명에 육박하는 많은 소시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유로메리카스 스포츠 마케팅에서 순위를 20위까지 발표했다면 스포르팅과 포르투는 이름을 올리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벤피카가 레알 마드리드나 맨유보다 많은 소시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그냥 성원만 보내는 팬들이 아닌 자기돈 들여 구단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열정적인 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벤피카보다 소시오가 많은 유일한 팀 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으로 소시오는 조합원을 뜻합니다. 바르셀로나의 소시오는 이번 유니폼 스폰서 개제 등 구단 운영 방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단연컨대 소시오는 가장 민주적인 구단 운영방식입니다.
소시오는 주식회사, 개인회사. 우리나라같은 경우 재단법인까지 다양한 구단 운영 방식중의 하나로 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남미지역 구단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소시오를 가장 민주적인 구단 운영방식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이라는 자체가 가장 민주적인 운영방식이기 때문에 특별한 언급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 역시 왕실보다 10만 여 명의 소시오들이 구단 운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같은 방식의 벤피카, 포르투, 스포르팅 역시 소시오가 구단 운영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운영되는 클럽의 대표자는 모임의 대표라는 의미의 '회장'으로 불리우며 소시오 투표에 의해 선출됩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클럽이 기름때에서 안전할 수 있는 이유도 소시오 덕분입니다. 구단주 개념이 없어 구단을 사고 팔 수 없을 뿐더러 만약 주식을 매입하여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려 해도 클럽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시오들이 버티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같은 경우는 아예 상장조차 되어있지 않고요. 이러한 민주적 운영방식 덕분에 포르투갈과 스페인 구단은 투기성 외국인 자본의 침략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이탈리아는 K리그로 따지면 기업구단의 성격이 짙습니다. 유벤투스는 피아트와, 인테르는 피렐리(구단주가 바뀌면서 양사간 유대관계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AC밀란은 언론재벌 베를루스코니를 필두로 정치권과 강한 연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단과 기업이 연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발딛일 틈이 없는 곳이 이탈리아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1인당 보유할 수 있는 주식 수가 제한되어 있어 원천적으로 대주주의 등장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반면 구단주 개념이 강한 잉글랜드는 상대적으로 구단의 매매가 쉽기 때문에 외국인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분데스리가 같은 안전장치도 없어 말콤 이전에 맨유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많은 팬들은 결국 거액을 앞세운 대자본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맨유의 소시오가 포르투갈, 스페인 소시오와 달리 영향력이 적은 이유입니다. 반면 맨유를 상장 폐지시킨 후 개인 기업으로 전환시킨 말콤은 자금난에 허덕이자 영국 이외의 국가에 다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입니다.
올드 트라포트에서 글레이저에 대한 반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맨유 팬들
K리그에도 변화의 바람...
K리그는 소시오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초기 K리그는 기업구단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시민구단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사실 기업이 운영비를 지급하냐, 시(도)청에서 운영비를 지급하냐 차이에 불과합니다. K리그 한 기업구단이 '소시오 회원권'이라며 판매한 시즌권은 그냥 시즌권 이름이 소시오일 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소시오와 개념 자체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우리나라같이 운영비 대부분을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충당하는 구조에서 소시오는 만들어질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최근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습니다. 올 시즌 대구FC는 '후원 회원'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업구단 사례와 달리 '회원권'성격으로 입장권과 별개로 후원을 한다는 점에서 유럽의 소시오와 유사합니다. 만약 그 기업구단처럼 "소시오=시즌권" 개념이 성립된다면 홈구장 수용인원의 2~3배의 소시오를 보유한 벤피카, 포르투, 스포르팅의 홈경기는 연일 매진이어야겠죠. 아직 대구FC의 후원회원들은 임원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숫자가 많아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듯 합니다.
진정한 서울프로축구단으로 출범을 앞두고 있는 서울시민축구단은 바르셀로나 협동조합을 롤 모델로 운영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실제 박원순 시장은 조합원(소시오) 5만 명 모집을 목표로 협동조합 형태의 시민구단 출범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서울 인구가 많다고 하지만 5만 명의 소시오를 모으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 계획이 실현 된다면 의사 결정권을 가진 축구팬들이 대한민국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시오로 운영되는 방식이 가장 완벽한 구단 운영 방식이라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다는 부작용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축구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지역 밀착을 위해서 소시만한 제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주인이 되는 구단.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