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상 저자의『김삿갓 민조시』는 지인에게서 선물로 받은 책이다.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으므로 관심이 끌렸으나,
‘민조시’라는 용어가 궁금했다.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민조시인 김진중’이라고 나오는데 역시 궁금함만 더해졌다.
‘민요시인 김소월’이나 ‘민중시인 신경림’ 등은 들어보았지만, ‘민조시’나‘민조시인’이란
용어의 개념이 생소했다. 궁금함을 품고 펼친 책에서 느낀 마음을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민조시의 개념을 파악했다.
민조시는 최근에 일군의 시인들의 노력으로 개척된 정형시로 3·4·5·6 조의 시틀을 가지고 있는
시를 말한다. 이런 형식은 우리 겨레의 말과 글의 고저와 장단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저자는 기존의 김삿갓 시들이 한시의 운율은 무시한 채 백과사전식으로 해설과 풀이만 나열한
것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우리말로 낭송을 한다든지 노래로 읊으려면 시적 운율을 살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고 한다. 저자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김삿갓의 시들을 민조시의 율격에 맞는 시도를 했고, 이 시집이 그 결실이라는 것이다.
나는 시에 대해서 문외한인지라 그 성패를 평가할 수 없지만 다음의 번역을 보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遇吟 三(우음3 : 우연히 읊음) 風雪出州路幾何(풍설출주노기하) 行人從吉唱勞歌(행인종길창로가) 初中想席將軍石(초중상석장군석) 樹外看虹太子河(수외간홍태자하) 눈보라 날리는데 길을 나서니 그 길이 얼마뇨? 나그네 예로부터 고생스러운 노래를 부르네. 풀 섶에 앉을 자리 생각하노니 장군석이고요. 수풀 밖 무지개를 바라보노니 태자하이로다. (본문 76쪽) |
물론 이 시집의 모든 시들이 예문과 같이 음절수를 정확히 맞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시조의 3장 6구 45자 내외라고는 하지만 종장 첫구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다. 이 시집에서도 저자는 민조시의 율격을 기본으로 하되 내용에 따라서 파격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김삿갓의 시 전편을 처음으로 읽으면서 감동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김삿갓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나 만화 또는 영화도 보았다. 그러나 그런 작품집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그의 시는 10여 편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 탓에 김삿갓은 유명한 방랑시인이기는 하지만 전해지는 작품은 수십 편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저자는 세간에 퍼져 있는 김삿갓의 시를 널리 수집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결과 267편이라는 시를 발굴할 수 있었다고 한다.
267편의 시는 고대의 어떤 시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방대한 양이다.
김삿갓의 시를 읽으면서 감동과 함께 그의 생애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이 개인적으로 뜻
깊은 일이었다.
셋째, 아름다운 해석과 풍부한 주해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단순히 시와 해설만 한 것이 아니었다.
김삿갓의 시 원문과 함께 한문을 잘 모르는 신세대를 위하여 전체적으로 독음을 표기하였다.
또한 그 시가 나오게 된 배경이나 일화도 덧붙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시와 관계있는 조선과 중국의 문인들의 한시와 시조 등도 147편(중국 한시 20편 포함)이나 덧붙여서 김삿갓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집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시를 통해 김삿갓의 생애를 표현한 전기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아쉬운 점을 지적한다면 김삿갓에 관한 문헌은 저자가 후기에서 밝힌 대로 『대동기문』,
『대동시선』, 황오의 『녹차집』속에 있는 「김삿갓전」의 세 편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267편이라는 김삿갓의 시는 어디에 수록된 것일까?
각 시마다 그 시의 출전을 밝혔다면 후학들의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시가 많이 읽히지 않는 시대이기는 하다.
그러나 서민의 사랑을 받았던 김삿갓의 작품집이 아닌가?
성인들은 물론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도 많이 읽고, 김삿갓의 정신이 현대에 계승되었으며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