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시원한 대구맑은탕 맛집
누구나 한때 그랬을 것이다. 가을철이 농익어 찬바람이 불어오면,
트렌치코트 깃 올려 세우고, '복지리'나 '대구지리'에 반주는 '희래정종'.
역시, 세월이 흘러도 겨울철엔 복이나 대구의 매운탕이나 맑은탕이 제격이다.
♣ '지리'는 일본말이니, '싱건탕'이나 '맑은탕'으로 권장하고 있지만, 나부터 쉽게 적응이 안되네.
한때 자주 들렀던 북창동의 유명 복집 [대복]은 차림표에 '복지리' 대신 '복맑은탕'으로 표기,
'희래정종'의 '희래'는 그대로, '히레'에서 온 듯하다고 '지느러미 정종'이라 표기할 수도 없고~.
지난 주말, 경기옛길 삼남길을 걷다가 우연찮게 만난 '대구지리' 맛집, 대박이었다.
사실, 사전에 소개 받거나 일부러 찾아간 집이 아니라, 걷다가 점심때가 되었고,
건물 외관이 깔끔하고, 간판에 '점심특선 대구지리'가 워낙 선명하게 잘 보였고,
손님이 없는 건, 아직은 개발 중에 있는 공장 지대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또, 달리 다른 집을 찾기도 마뜩잖아 그냥 좌정했는데, 기대 밖 행운이었네.
알고보니, [김경자 소문난 대구왕뽈찜]의 체인점인 [엘지로점]이다.
[김경자 소문난 대구왕뽈찜 엘지로점]
☎ 031 372 5551
주소 :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엘지로 121 (지번 : 평택시 진위면 갈곶리 153)
메뉴 : 대구뽈찜 대구지리/탕 아구찜 아구지리/탕 쭈꾸미 볶음 등.
※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 정기휴무.
경기옛길 삼남길 제9길 야막리 들판을 지나 [LG路]에 접어들어 갈곶리 [LG路] 대로변에 위치.
개발지역에 새로 지은 깔끔한 건물, 점심특선 간판(대구지리)만 보고 들어갔다.
대구, 대구뽈, 곤이, 아구, 쭈꾸미 등 다양한 음식이 제공된다.
*** 간판에 적힌 '점심특선'은 주말 및 공휴일에는 제공되지 않는다네.
방문일자가 주말이라, 대구지리 '중'을 주문, 주인장 왈 4人이면 '小'를 시켜도 충분하다고 '소'를 강권.
어딜가나 '여자분' 말씀은 무조건 따르는 게 '복의 원천'이니, 친절한 여사장 말씀대로 추가메뉴 없이 '소'만 주문.
밑반찬은 깔끔, 소박하다. 따뜻한 김치전도 입에 살살 녹고 ~~~, 반찬류는 셀프코너에서 무한 리필,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게를 비롯하여 다양한 해물이 충분히 들어가, 보글보글 끓는 뜨끈한 국물 한술에 뼛속까지 시~원~하다. "아~~~, 이 맛이야!"
미나리 채소부터 먹기 시작, 겨울철 빈객 대구의 하얀 속살에 이리(精巢)까지 듬뿍, 거기에 인삼보다 낫다는 겨울 제철
'무' 또한 네 사람이 먹고 먹어도 여태 그득하다. 대구 속살의 부드러운 식감에 이 구수한 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건 그렇고, 곤이(卵巢)는 누가 다 먹었을까, 뜨거우면서도 시원 담백한 국물의 감칠맛이 입안 가득이다.
다른 손님들이 없기도 했지만, 수시로 주방과 우리 식탁을 오가며, 뭐 부족한 게 없나 챙겨주는 여사장의 친절에
음식은 더욱 맛나고, 밝은 웃음 또한 더더욱 식욕을 부추긴다. 전국 요식업계 '친절상' 선발대회, 뭐 이런 건 없을까?
'대구지리' 눈에 묻고, 입안에 묻고, 요리사의 손맛은 가슴에, 그리고 여사장의 정성과 친절은 마음에 한가득 담아 갑니다.
*** 수원에 본점을 둔 [김경자 소문난 대구왕뽈찜]은 직영점, 체인점 포함 16개의 영업점(더 늘어 났나?)이 있는 소문난 맛집.
나만 몰랐었나 보다. '맛, 양, 가격, 스피드, 서비스'의 5가지를 기본으로 성장해 왔나 보다. "맛있고 양은 많이 주는데 값은
싸고, 주문하면 빨리 내주고 손님이 귀인인냥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정성을 다해 서비스를 실천한다." 지당한 말씀.
*** 겨울이 제철인 대구는 역시 뜨끈한 '탕'으로 먹어야 제격이다. '맑은탕(지리)' 또는 '매운탕'인데, 대구의 부드러운 속살 맛을
혀부터 느끼며, 뜨거운 국물과의 기막힌 조화를 제대로 음미하기엔 '맑은탕'이 좋고, 뜨끈얼큰한 맛을 즐기기엔 '매운탕'이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처럼, 이 또한 선호도가 갈린다. 생대구를 더 고급으로 치지만 '향'에서는 '반건조 대구'가 월등하다.
그리고, 아무리 '대구살'이 좋아도 대구의 '이리(精巢)'나 '곤이(卵巢)' 맛 또한 일품이다. 생대구가 귀할 때는 단골집이 있어야
'곤이' 맛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나리 또한 몇 번을 추가해도 덜 미안하고 ~~. 명동의 마음씨 고운 이모가 그립다.
*** [대구찜]은 아구찜의 레시피 변형으로 볼 수 있으며, 주로 대구의 머리(대구뽈)를 아구찜처럼 요리한다. [대구뽈찜]
그리고, 해장에 좋은 시원한 국물 맛의 [볼태기탕]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볼태기'는 '볼때기'의 사투리로, 뽈때기라고도 한다.
***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 불리는 생선 [대구]는 한자어로 대구어(大口魚), 화어(㕦魚), 구어(夻魚)라 한답니다.
뜻 글자인 한자는 보기에 따라서는 참 편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한자 글자수가 5만자(이체자 포함 88천자)나 되어
평생을 배워도 못다 배운다고 하니, 거참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