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딸3
어멍과 두 성은 생각이 많아지는지 잠을 뒤척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어멍은 심방 좌씨를 만나러 집을 나섰다.
“어멍, 나도 따라 갈래.”
“우리 호기심쟁이 아가씨, 오늘은 안돼!”
굳이 따라나서는 호백이를 어멍은 조용히 물리쳤다. 오늘따라 고만덕의 얼굴에 그늘이 짙었다. 심방 좌씨와 어떤 얘기를 나누고 돌아올지에 따라 얼굴이 달라지리라. 한참 만에 돌아온 어멍의 얼굴은 환하게 펴 있었다. 심방 좌씨는 이무기 출현으로 갈라져 흩어진 주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해결책을 묻기 위해 종달리 본향당과 해신당에 기도하러 갔다 돌아오던 길이라 했다. 종달리 수호신을 모신 마을의 으뜸 신당인 종달리 본향당과 해신당인 ‘생개납 돈짓당’은 심방 좌씨는 물론이고 종달리 주민들도 종종 찾는 곳이다.
“신령님이 뭐라 하시던가요?”
고만덕이 묻자, 심방 좌씨는 빙그레 웃었다.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어린아이와 다른 생물의 지혜까지 총동원하면 이무기와 마을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전했다.
다음 날, 어멍은 이장을 찾았다. 다시 마을회의를 열어 어린이를 포함해 주민 의견을 모두 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무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린이도 필요하다며 어멍이 강력히 밀어붙여서 일이 성사되었다. 심방 좌씨와 대화하는 어멍을 뒤로 하고, 호백이는 강백, 담백 성과 잠녀 삼춘들이 모인 자리로 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처녀 제물이라도 바치자는 선주(船主) 파와 같이 살 길을 찾자는 대상군 파로 양분되었다. 이상 기류를 눈치 챈 이장은 “음, 음...” 헛기침을 두 번 한 후에 말을 이었다.
“아, 그러니까 오늘로서 이무기에 대한 주민들 의견을 마지막으로 받아보겠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갈라서 앉지 마시고, 동그랗게 앉아 주십시오.”
주민들이 하나 둘 엉덩이를 들어 옮겨 앉았다.
“누구든 꺼리지 말고 말해보십시오.”
서로 눈치를 보는 주민들 사이에서 심방 좌씨가 먼저 목소리를 냈다.
“신령님께 기도한 바로는 이무기의 괴성은 화난 게 아닙니다. 자기를 도와달라는 신호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무기가 우리 마을에 왔는지 알아내는 게 순서입니다.”
“밤새 괴성 때문에 무서워 죽을 판인데, 화난 게 아니라니요?”
선주(船主)가 비꼬는 투로 되받았다.
사람들 속에는 ‘누가 이무기의 말귀를 알아듣겠나?‘ ’그런 사람을 본 적이나 있나?‘ 하는 말들이 오갔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가운데, 옆에 앉았던 담백 성이 벌떡 일어났다.
“삼춘들도 알다시피 호백이는 어릴 적부터 남달랐어요. 동물들이 호백이를 따르고 친했어요. 동물들의 소리를 알아듣는 것 같아요. 호백이 주위에 두드러지게 돌고래들이 모여들었어요. 저는 돌고래를 통해 이무기에게 말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호백이에게 집중됐다. 집중되는 삼춘들의 눈길이 부담스러운지 얼굴이 벌개진 호백이 담백과 어멍을 원망하며 마지못해 일어섰다.
“담백 성은 왜 날 갖고 그래?”
그래도 삼춘들 앞이라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제가 돌고래 다랑쉬를 만나볼게요.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삼춘들.”
“진작 어린이까지 합동으로 회의할걸 그랬지.”
“암, 어린이도 마을의 일원이니까. 호백아. 잘 부탁해.”
사람들이 박수를 치자, 호백이 얼굴은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장이 마무리 인사를 하며, 회의종료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