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족(蛇足)입니다만 영등포(永登浦)에 제가 조금 아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 말인즉, 저하고 계방산을 안가면 감기(感氣)에 걸릴 것 같다고 해서 큰 인심(人心)써서 특별(特別)히 오시라고 했습니다.
원래 인간 김계수의 신조(信條)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습니다.}
어제는 설날 바로 전의 일요일(日曜日)인지라 여러 산악회(山岳會)에서 계방산을 오셔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어 서울에서 제일 복잡하다는 전철 2호선 신도림 역을 방불케 했습니다.
교통정리(交通整理)를 하려고 하다가 경찰관(警察官) 행세(行世)한다고 관명(官名) 사칭(詐稱)으로 고발(告發) 당할까봐 참았습니다.
「참고」로 산행코스는 운두령에서 시작(始作)하여 1,106봉 - 1,492봉 - 정상 - 윗 노동리 - 반공소년 이승복 생가 - 아랫 노동리입니다.
약 4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어제 제가 간 산악회는 가이드가 세사람입니다. {선두(先頭), 중간(中間), 후미(後尾)}
제가 중간 가이드를 맡았는데 무전기를 들고 갖은 폼은 다 잡고 올라갔지요. (남들 보기에는 아마 개(犬)폼으로 보였겠지요.)
계방산은 제가 작년 이름 봄에 한번 가보았기 때문에 계방산에 대해서는 대충은 아는 편입니다.
정상(頂上) 조금 못 미쳐 화려(華麗)하게 설화(雪花)가
만발(滿發)하였는데 선녀(仙女)들의 “어머”“어머”, “어머 멋져!”하는 감탄사(感歎詞)가 "늘푸른" 홈페이지에 까지 들렸다는 후문(後文)입니다.
정상(頂上)은 넓은 평원(平原)이며 서쪽으로 오대산 노인봉(老人奉)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설악산(雪嶽山)과 황병산이 보입니다.
정상에서 용인 수지에 사는 고향 친구를 우연히 만나 그 동안 밀린 회포(懷抱)를 풀기도 했습니다.
계방산 산행은 1코스, 2코스, 3코스로 나누어서 산행을 하는데 어제 제가 간 산악회는 이승복 생가가 있는 2코스를 선택하였습니다. 하산(下山)길에는 "살아 천년(千年)"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朱木) 군락지(群落地)가 있는데 주목에 설화(雪花)가 만발하고 고드름 꽃도 피어 장관(壯觀)을 이루었습니다.
여기 저기서 사진(寫眞)을 찍느라고 분주(奔走)하였습니다. 인간 김계수도 남에게 뒤질세라 개(犬)폼을 잡고 몇 장을 찍었습니다.
내리막길에는 길이 미끄럽다 보니 많이 넘어졌는데 나뭇꾼들이 넘어지면서 인상(人相)쓰는 모습은 보기가 싫었는데, 선녀(仙女)들이 넘어지고 일어나시는 그 인상 자체도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微笑)로 승화(昇華)되는지 불가사의(不可思議)였습니다.
(인간아 ! "그러니까 안경을 걸쳤지...." )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저의 뒤를 열심히 따라오시던 영등포에서 오신 분은 이승복 생가(生家)를 지나고 부터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산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提供)하기 위해서인지 무려 세 번이나 넘어지는 이벤트를 연출(演出)했습니다.(하긴 남을 위한 자기의 희생(犧牲)은 아름답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도 같습니다만...)
14:00에 산행을 마치고 준비해온 중식(中食)을 맛있게 먹고 두부무침에 옥수수 막걸리를 한 잔 먹고 16:00에 출발하였는데 저는 목적지인 종암동까지 가지 않고 장안평에서 하차(下車)하였습니다. 장안평에 잘 아는 술집이 있어서 후미 가이드와 영등포에서 오신 분과 셋이서 소주에 안주는 개구리튀김과 낙지 볶음, 영등포에서 오신 분은 징그러워서 개구리를 어떻게 먹냐고 하더니 나중에는 제가 한 마리 먹을 때 2마리를 먹었습니다.
사람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고, 3차는 노래방에 갔다가 도봉동 집에 도착하니 00:10분. 그렇게 인간 김계수의 2월 3일 계방산 산행기는 대단원(大團圓)의 막을 내립니다.(조금 길어서 지루하신 분들도 많았지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른 봄의 계방산과 겨울 계방산을 감상(感想)해 보시지요.)
낙타의 등을 닮은
초록빛 능선(稜線)을 따라
장엄(莊嚴)한 봉우리들은
절경(絶境)을 밤새 순산(順産) 했어라
정상의 넓은 평원(平原)
산꾼의 가슴을 넓히고
융단(絨緞)처럼 부드러운 잔디밭
발목을 잡고 놀잔다
천년세월(千年歲月) 이야기를 지켜온
주목(朱木)의 군락(群落)
산까치 집을 머리에 이고
새 봄빛에 졸고 있다
방아다리 약수터
산꾼들 길게 꼬리를 이루고
오르는 이도, 내리는 이도
모두가 함박 웃음
▣ 시작(詩作)노트
계방산은 토산(土山)으로 이루어져 산세(山勢)가 완만(緩慢)하고 부드럽다.
울창한 수림(樹林)과 청아(淸雅)한 옥류(玉流)는, 계방산의 백미(白眉)이다
방아다리 약수는 위장과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 군락이 장관(壯觀)을 이룬다.
이른 봄에 산자락에 피어난 노란 솜양지 꽃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병아리처럼 앙징스럽다.
계 방 산
설경(雪景)속에 피어난
그대의 웃음은
설화(雪花)로 그렇게 피고
고드름 처럼 커져만 가는
님의 영상(映像)에
겨울 계방산은 있어라
설원(雪原)위에 찍히던
오밀한 발자국 속에
님과 나의 발자국만 도란대네.
바라 보면 그 자리에
돌아 보면 그 자리에
계시던 님
이게 꿈은 아니련가
귀가(歸家)길이 아쉬워
저녁 해를 잡고 서도
막걸리와 두부 김치에
님의 실루엣 띄워 먹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