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동화의 유형
환상동화는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해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학자마다 분류하는 환상동화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탬플, 마티네즈, 요코타와 네일러는 현대 환상동화의 범주를 낮은 수준의 환상동화(Low Fantasy), 의인화된 동물의 환상동화(Personified Animals), 의인화된 장난감의 환상동화(Personified Toy), 이색적인 인물과 유머러스한 상황의 환상동화(Outlandish Characters and Humorous Situations), 마법의 힘을 사용하는 환상동화(Magical Powers), 이상한 세상의 환상동화(Extrordibary World), 초자연적 환상동화(Supernatural Elements) 등으로 분류한다.
컬리넌과 갈다는 전승문학 유형의 환상동화(The Literary Tale), 영웅의 원정 환상동화(Quest Stories), 시간여행 환상동화(Time Slip), 동물 환상동화(Animal Fantasies), 축소된 세상의 환상동화(Miniatur Worlds), 마술이 있는 환상동화(Magic), 공상과학동화(Science Fiction : Mind Contral/ Tomorrow’s World/Survival)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이 분류해 온 환상동화의 유형들을 살펴보면 환상동화를 유형화하는 분류기준 또한 일관성이나 통일감이 없고 임의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정리되어 온 환상동화의 유형에 관한 이론을 일관된 분류기준에 따라 정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등장인물, 배경(시간·공간), 플롯(사건) 등의 문학적 요소를 사용하여 련상동화를 류형화하고자 하였다. 등장인물을 기준으로 하는 환상동화는 다시 초현실적 등장인물의 환상동화, 의인화된 동물의 환상동화, 현실적 인물의 환상동화로 나누고, 배경을 기준으로 하는 환상동화는 신비한 배경의 환상동화, 과학적 환상동화로 나누며, 사건을 기준으로 하는 환상동화는 비현실적 사건의 환상동화, 초현실적 사건의 환상동화로 나눈다.
①.등장인물에 따른 환상동화의 유형
- 초현실적 인물의 환상동화
초현실적인 인물의 환상동화는 중심인물이 초현실적 성격을 갖는 환상동화이다. 주변 인물(마귀할멈, 요술 도마뱀, 요정 등)이 초현실적인 성격을 갖는 환상동화는 제외한다.
초현실적 등장인물의 환상동화의 예는 요코타 미노루의 <코가 늘어나는 임금님> 시리즈, 토미 웅거러(Tomi Ungerer)의 <달사람(The Moonman)>(1996)을 들 수 있다.
요코타 미노루의 <코가 늘어나는 임금님>(1982) 시리즈는 이러한 이야기의 대표적 동화이다.
이 시리즈 중의 하나인 <서커스단의 오르간> 속에 나오는 임금님은 어느 날 음악소리에 이끌려 서커스단서커스단의 마차를 타고 코 늘리기 묘기를 보이면서 구경꾼을 모은다.
숫자, 여러가지 모양, 고래 등을 만들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즐거운 신간을 보낸다.
작가는 초현실적 인물을 외부의 세계로부터 창안하기도 한다.
이야기 속의 초현실적 인물이 마법을 사용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다.
토미 웅거러의 <달사람>(1966)의 주인공 달사람은 달에서 별똥별을 타고 지구로 내려온다.
투명하고 부드러우며, 포동포동하고 푸르스름한 달사람은 인간들에게 붙잡혀 감옥생활을 하지만 달의 모습이 변하자 점점 작아져서 감옥을 빠져 나올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달사람의 변화는 지구에서 바라보는 달의 변화와 유사하지만 과학적 원리를 기초로 하였다고 할 만큼 정확하지는 않다.
즉, 달사람은 마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마법과 유사한 변형을 하는 인물이다.
- 의인화된 동물(식물)의 환상동화
의인화된 동물(식물)의 환상동화는 의인화된 동물(식물)이 중심 등장인물로 나오는 환상동화이다.
동물이나 식물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을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을 의인화(擬人化 : anthropomorphic)라고 하며, 이렇게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야기를 의인화된 동물의 환상동화라고 한다.
어린이들이 최초로 접하게 되는 동화는 대부분 이런 유형일 경우가 많다.
이런 이야기들은 인간의 사고, 감정, 언어를 동물에게도 부여하는 물활론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아들은 이런 유형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무척 좋아한다.
유아를 위한 많은 도서에 등장하고 있는 의인화된 동물 이야기는 유아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유아기의 정서적 발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Doctor De Soto)>(1982)에는 여우, 생쥐 등의 동물이 의인화되어 등장한다.
베르너 홀츠바르트(Werner Holzwarth) 글과 울프 에를브루흐(Wolf Erlbruch) 그림의 환상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에 등장하는 의인화된 동물들은 각 동물 고유의 특징을 갖는다.
즉, 두더지가 두 발로 걸어다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두더지가 땅 속에 산다든지,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말이 풀을 뜯는다든지, 소가 되새김질을 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각 동물의 다른 형태의 배설물도 실제와 같이 보여준다.
- 의인화된 무생물의 환상동화
의인화된 무생물의 환상동화는 의인화된 장난감이나 동물 인형이 중심 등장인물로 나오는 환상동화이다.
인간의 사고, 언어, 감정을 지닌 살아 숨쉬는 물체와 환상적 창조물이 등장하는 환상의 세계는 유아들에게 현실처럼 비춰진다.
어린이들은 유아기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동물인형이 자신과 같은 사람의 능력과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아기의 물활론적 사고는 유아들의 정상적 발달을 돕고 상상력이 사고력을 확장시켜 주고 넓혀 주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레오 리오니(Leo Lionni)의 <새앙쥐와 태엽쥐(Alexander and the Wind-up House)>에 나오는 태엽쥐는 장난감이 의인화된 또 하나의 예이다.
생쥐 알렉산더는 태엽쥐 윌리가 친구 애니로부터 사랑받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이 부러워서 자신도 태엽쥐가 되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생쥐 알렉산더는 자신을 태엽쥐로 변화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마음을 바꾸게 되고 오히려 윌리를 자신처럼 살아 있는 쥐로 바꿔 달라고 부탁한다.
미물(微物)이라도 살아 숨쉬는 생물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권정생의 <강아지 똥>(1996)은 똥을 의인화한 이야기다.
강아지 똥은 흙덩이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결국 외톨이가 되어 슬퍼하며,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민들레의 몸 속으로 들어가면 자신이 예쁜 민들레꽃을 피우게 된다는 것을 알고 놀라며 민들레의 싹을 꼭 껴안는다.
강아지 똥은 자신의 몸을 녹여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우게 함으로써 놀라운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세상의 모든 미물도 존재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 현실적 인물의 환상동화
현실적 인물의 환상동화는 현실적 인물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과장된 사건을 만나는 환상동화이다.
어떤 동화에는 종의 속성에 맞게 행동하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등장인물들은 사람은 사람처럼 동물은 동물처럼 행동하지만, 엉뚱하고 괴짜처럼 보이거나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환상동화가 반드시 환상적인 세계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현실의 세계에서 현실적 인물이 현실적 사건을 만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풍자, 과장, 유머, 위트, 언어적 유희 등을 사용한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어린이들에게 유머와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준다.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트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은 <삐삐 롱 스타킹(Pippi Long Stocking)>(1950)과 두 가지 속편 이야기의 작가로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혼자 사는 외톨박이 삐삐는 엉뚱하고 괴상한 행동을 통하여 이웃 어린이들을 끊임없이 즐겁게 해준다.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또한 그러하다.
현실 속에서는 선생님의 권위에 대해 무기력하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은 이야기속에서 권위에 도전할 수 있다.
어른들의 권위에 대한 풍자적 묘사를 통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통쾌감을 맛본다.
어떤 교육자들은 이런 류의 이야기를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걱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서 억압된 어린이의 정서를 순화시켜 주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어린이의 발달에 유익하다고 보겠다.
②.배경에 따른 환상동화의 유형
- 신비한 배경의 환상동화
신비한 배경의 환상동화는 실제의 시간과 공간적 배경을 배제함으로써 초현실적 세계를 창출하는 환상동화이다.
이런 환상동화는 미래와 과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현실적 시간 개념을 초월하는 시간여행을 하기도 한다.
이야기 속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비교해 볼 때 너무 길거나 너무 짧아서 현실적 시간과의 단절을 초래한다.
이처럼 환상작가가 현실의 시·공간과는 다른 방식의 배경을 사용하는 이유는 독자를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계의 밖으로 안내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시간여행 환상동화(Time Slip Fantasy)라 부른다.
시간여행 환상동화 작가들은 그들의 등장인물이 전통적인 시간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통로와 장치를 고안해 낸다.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를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토끼굴·탈·마법의 옷장과 같은 물건이나 특별한 장소가 되기도하고, 잠·상상력과 같은 인간의 내적 현상이기도 하며, 여행·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건과 같은 인간의 외적 현상이 되기도 한다.
존 버닝햄의 <구름 나라>에서는 절벽으로부터 떨어지는 사건으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갔다가 주문에 의해 환상의 세계를 빠져 나온다.
모리스 센닥의 <깊은 밤 부엌에서>에서 미키는 밀가루 반죽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타고 은하수까지 갔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온다.
레이먼드 브리그의 <눈사람 아저씨>역시 현실과 호나상의 세계를 꿈이 연결해 주고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아이의 집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듦 → 침대(꿈의 여행 시작) → 꿈 속의 아이 집 → 하 늘여행 → 낯선 항구 →집마당 → 침대 → 집 마당으로 전개된다.
김향금 글과 이혜리 그림의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에서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외갓집에 맡겨진 건이는 할아버지 다락방에서 탈들을 발견한다.
여러 가지 탈을 써 보면서 상상놀이를 한다.
탈을 쓰고 귀신들을 쫓아 보기도 하고 뽐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엄마, 아빠, 할아버지의 모습을 가진 나리님들을 말뚝이 탈을 쓰고 골려준다.
즉, 현실에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어른들을 혼내 준 것이다.
역할놀이를 한바탕 해본 건이는 현실 세계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다른 환상동화와 달리 우리나라 전통 탈을 통해 환상 세계로 들어가는 독특한 환상그림책이다.
- 과학환상동화(Science Fantasy)
과학환상동화는 기존의 공상과학동화(Science Fiction)와 혼용되어 사용된다.
과학환상동화는 일반 환상동화의 마술이나 초현실적인 것이 과학적 이론이나 원리와 결합된 환상동화이다.
과학환상동화는 현실에서의 복잡한 사건을 다루지만 현실 세계에는 없는 인물이 등장하며, 현실 세계와는 다른 시·공간을 사용하고, 지구 미래의 행복을 위하거나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환상동화와 비교될 수 있다.
과학환상동화는 다른 세계, 다른 시대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추측하는 내용의 줄거리가 주류를 이룬다.
대부분 기술공학의 경이로움을 극화하고 있다.
과학환상동화는 다른 유형의 환상동화에 비해 그 이야기가 실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줄 베르느의 동화에 등장했던 비행기, 잠수함, 라디오, 텔레비전, 백열등, 우주여행 등은 이미 현대 과학의 산물이 되었다.
그리하여 20세기 초까지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과학환상동화의 대부분은 개개인의 범죄와 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인류학적·사회학적 관점에서 미래 사회를 조명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이야기는 평화와 공존에 반한 침략과 억압의 결과나 개인의 사적 목표 추구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내용이 많다.
궁극적으로 공상과학동화는 과학이 인간에 끼치는 영향에 관심을 둔다. 이는 미래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와는 일치하지 않는 세계를 설정하게 되는데. 이러한 측면 때문에 공상과학동화를 환상동화에 포함시키게된다.
시간여행이라는 아이디어가 신비한 배경의 환상동화에서와 마차가지로 과학환상동화에서도 사용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인물이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할 때 일반 환상동화에서 사용되는 이동장치는 부적, 반지, 구멍, 바람, 잠, 변형, 어떤 특별한 장소인데 비하여 과학환상동화에서는 과학적인 또는 기술적 장치에 의존한다.
비합리적인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일반 환상동화는 미래를 예건하려는 의도도 갖지 않고, 기술적으로 가능한 현상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도 필요로 하지 않는 데 비하여 과학환상동화는 미래를 예견하려 하며, 비합리적인 사건이라도 현실 속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논리적인 설명을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기원전 6000년의 역사속으로 시간 이동을 했을 때 언어소통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신비한 배경의 환상동화에서는 이를 마술로써 간단히 처리하지만, 과학환상동화에서는 제 2세계의 언어를 배우느라 애쓰는 등 합리적이고 논리적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과학환상 동화는 일반 환상동화에 비해 특별히 배경에 있어서도 자세한 설명을 필요로 하며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아를 위한 그림책으로 이제까지 출판된 적절한 과학환상동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아를 위한 과학환상동가 희소한 이유는 유아의 과학적 지식의 한계나 현실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획득 과정에 있는 유아에게 불안정감을 조성하기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겠다.
③.사건에 따른 환상동화의 유형
- 비현실적 사건이 있는 환상동화
비현실적 사건이 있는 환상동화는 현실적 주인공이 비현실적 사건을 만나게 되는 환상동화이다.
마법이 아닌 상상이나 꿈을 통해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 구조를 갖는다.
이런 측면에서 시간여행 환상동화와 유사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가 구별되지 않은 배경을 사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시간여행 환상동화와도 구별된다.
이러한 환상동화는 배경을 모호하게 설정하고 있고, 현실적인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 이야기의 구성이 잘못될 경우에 아주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현실적 사건의 환상동화에는 의인화된 말하는 동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나, 그것이 ‘의인화된 동물의 환상동화’ 이상으로 비현실적 사건이 중심이 되는 환상동화를 말한다.
토미 웅거러의 <크릭터(Crictor)>(1973)는 소포를 통해 받은 뱀 크릭터가 할머니의 보호 아래 인간과 함께 생활해 나가면서 인간에게 여러 가지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비현실적 사건이 있는 이야기다.
할머니는 뱀이 들어 있는 소포를 열어 보고는 깜짝 놀란다.
뱀의 혐오스럽고 섬뜩한 일반적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크릭터는 할머니에게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쳐 누고 자신의 몸(긴 선)으로 여러 선과 모양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뱀의 등장과 함께 발생하는 비현실적 사건은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린이의 본성에 어울리는 사건으로 어린이들은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쿄코 마스오카의 글과 하야시 아키코 그림의 환상그림책 <목욕은 즐거워>는 한 소년이 목욕을 하면서 환상 세계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목욕을 하는 동안 소년은 거북, 펭귄, 물개, 하마 등을 만나 함께 즐겁게 목욕을 하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그리고는 엄마의 부르는 소리에 모든 동물은 사라져 버린다.
목욕을 하며 바다 속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사건이지만, 유아 특유의 환상세계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이 환상동화는 큰 동물, 작은 동물, 장난감도 유아기에는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유아의 심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페터 니클(Peter Nickl) 글과 비네테 슈뢰더(Binette Schroeder) 그림의 환상그림책 <악어야 악어야(Krokodil Krokodil)>에서 초록빛 악어는 악어 모습을 지니긴 했지만 물 속을 헤엄치거나 무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차를 타고, 커피를 마시고, 향수를 뿌리고, 모자를 쓰고, 양산으 쓰는 등은 인간의 모습이다.
이 환상그림책의 주제는 악어의 입장에서 본 인간의 악어에대한 횡포를 거꾸로 반전시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비현실적인 사건이 중심을 이루는 환상그림책이다.
d.초현실적 사건이 있는 환상동화
초현실적 사건이 있는 환상동화는 평범한 인물에게 일어난 사건과 문제를 마법과 변형에 의해 해결하게 되는 환상동화이다.
전형적인 전래동화에 나오는 마법과 변형이 나타나 초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환상동화이다.
이 이야기는 마법과 변형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앞서 분류한 초현실적 등장인물의 환상동화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초점이 인물에 있는지 사건에 있는지 살펴본다면 두 범주를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윌리암 스타이그의 <멋진 뼈다귀(The Amazing Bone)>(1976)에 등장하는 마술 뼈다귀는 말을 할 뿐만 아니라 마술적 힘을 발휘하는 신비로운 물건인데, 소녀 돼지 펄이 방과후 집으로 가는 도중 이 뼈다귀를 줍는다.
펄은 강도 여우를 만나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뼈다귀는 주문을 사용하여 강도 여우를 생쥐만큼 작게 만들어 버린다.
이 이야기는 학교, 가게, 집이라는 현실적인 배경을 갖고 있지만 주인공은 마귀할멈의 마술적 물건을 가지게 되어 어려움을 무사히 해결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이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유아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레오 리오니의 <새앙쥐와 태엽쥐>에서는 마술 도마뱀이 태엽쥐를 진짜 쥐로 바꿔준다.
이때 보라색 조약돌이 초자연적 문제해결의 도구로 사용된다. 울프 에를브루흐의 <개가 무서워요>에서는 요정의 마술에 의해 소년이 개로 변했다가 다시 원래 소년으로 돌아온다.
환상동화의 전형적인 환상적 요소인 ‘마술’과 그로 인해 ‘변형’이 일어나는 환상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