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_S2_SJ ' 님이 만들어주신 표지입니다! 어엉ㅇ...연애코치 변백현 표지 오랜만에 받아봐...엉어엉
굿바이썸머를 각자 엠피쓰리에서 재생해주세요! 제발 어엉ㅇ 각자 엠피에서 재생해주세요..흡..
이번편은 고등학생 버전입니다. 다시 고등학생 변백현, 밥통으로 빙의해주세요. 시간은 백현과 ○○, 종인과 종대 그리고 경수가 다같이 노래방을 갔던 11화가 끝나고 그 다음날로 돌아갑니다.
[연애코치]
" 야, ○○아 "
" ... "
" ○○○ "
" ..응 "
" 일어나 봐, 변백현이 너 불러 "
" ... "
" 야, ○○○ "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민예의 목소리를 애써 내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오늘은 정말로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변백현이라면 더더욱. 눈치 없이 내 어깨를 흔들며 내가 일어나기만을 바라는 듯 애타는 목소리를 뱉는 민예의 청에도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두 눈을 꼭 감은 채 캄캄한 어둠에만 의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젯밤, 내 분수에 맞지 않은 일들을 너무나도 많이 겪어서. 또다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감정에 민망함을 이기는 방법은 두 주먹에 힘을 주는 것뿐이었다.
이 모든 건 도경수 때문이었다. 내 지식 범위에 있는 것을 모두 이용해 놈의 말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버리곤 한 게 문제였다. 꼴딱 밤을 지새운 것이었다. 다시금 도경수의 목소리가 머리 위로 윙윙 맴돌았다. 대체 놈은ㅡ 무슨 뜻으로 내게 그런 말은 한 걸까.
' 너가 백현이 좋아하는 거 알아 '
' ..응? '
' 너가 변할 것도 알아 '
' ... '
' 그래서 나는 네가 무서워 '
' ..응? '
' ..왠지 너를 볼때마다 그런 느낌이 들어 '
' ... '
' 나 변백현 싫어, 근데 걔는 아마 내가 왜 자기를 싫어하는지 모를 거야 '
' ... '
' 그냥, 너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 '
이렇게 머리를 쥐어싸고 고민해도 알 수 있는 결론은 딱 한 가지였다. 도경수가 변백현을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것.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반사적으로 자욱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럼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야? 변백현이랑 도경수가 서로 사이가 안 좋으면, 변백현이 날 도경수랑 이어줄 수 없잖아? 내가 변백현 친구인 거 도경수도 알고 김종인도 아는데ㅡ 그래놓고 무슨 연애코치야? 난 그냥 둘이 싸운 것만 알고 있었지 이렇게까지 지금도 싫어할거라곤...그럼 왜 그런 거야 변백현은.
괜히 밥 얻어먹으려고 그런...
" 야 "
" ... "
" 일어나, 마빡 때리기전에 "
" ... "
놈은 양반이 될 수 없었다. 어른들이 그랬다. 변백현 생각을 하니 귀신처럼 내 앞에 나타난 게 그렇게나 웃길 수 없었다. 내 마음이라도 읽은 사람처럼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친절히 내 앞에 행차하셨는데도 여전히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뜰 기미가 안 보이지 아마 변백현은 꽤나 자존심이 상한 건지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내가 고개를 돌리고 있는 옆쪽을 제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내가 일어나기를 재촉했다. 그래 봤자 내가 쉽게 눈을 뜰 리가 없었다. 난 지금 변백현이 미웠다. 왜 도경수와 자신의 사이를 ' 싸웠다 ' 라는 말로만 정의하고 자세하고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며 또 그래놓고 무슨 자신감으로 나와 경수를 이어준다고 호언장담한 건지ㅡ
물어보고 싶은 말은 많았다. 다만 실행을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성질이 나 스피커라도 커질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지금 난 경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ㅡ
" 밥통 "
" ... "
" 좋은 말 할 때 일어나지? "
" ... "
" 일어나라고 했다 "
" ... "
" 존나 말 안 듣... "
" ...아! "
" 넌 이래야 일어나냐? 존나 짜증나게? "
" 아, 아파 개새끼야! "
" 아프라고 때리지 뭔데 그럼 "
" ..아, 진짜 아파... "
개새끼ㅡ 이젠 말로 안 되니까 막 폭력도 쓰고 그러는구나. 방심하고 여유롭게 눈을 감고 있다 제대로 이마에 딱밤을 맞은 불상사를 맛본 내가 쓰라린 고통을 이기지 못 하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버린다. 아마 놈도 힘 조절을 못 하고 무작정 딱밤을 때린 건지 이마에 보기 흉한 자국이 난 것을 보고 그제야 제 손을 들어 한 손은 내 뒤통수로, 또 다른 한 손은 내 이마에 대고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여자라는 사실도 망각하고 풀파워를 가동한 놈의 꾀에 한심해 독기를 잔뜩 품고 놈을 죽어랴 흘기면
" 뭐, 뭔데 째려 봐 "
" ...아, 존나 아프다고 진짜... "
" 맞을 짓을 하지를 마세요, 그럼 "
" 내가 맞을 짓을 뭘 했는데? 나 자고 있었다니까? "
" 야, 됐고 어제 도경수랑 가면서 무슨 얘기 했냐 "
" 응? "
" 걔가 성격이 좀 병신같아서 말 잘 못 걸고 그러는데 괜찮았냐? 너 어제 답장 안 하고 그냥 잤잖아. 나 문자 6통이다 보냈다 시발 "
" ...아 "
내가 여기서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너 도경수랑 사이 안 좋은 거 왜 자세히 말 안 해? 도경수가 나한테 변백현 너 싫다고 그랬는데 그건 무슨 의미야? 또 나보고 나도 변할 거라고 했는데 그건 또 무슨 뜻인지 설명해줄래? 내가 너한테 이렇게 말할까?
남 싸운 이야기를 좋다고 잘도 말하겠다. 나름대로 놈을 배려하기 위해 대충 어떻게 둘러대야 할까 꽤나 애를 쓰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그런 내 속 사정을 알지 못 하는 변백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시간에 쉽게 짜증이 난 듯 귀를 만지며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기 시작했다.
" 아...그니까 "
" 어ㅡ 뭐 "
" 너 도경수랑 진짜로 왜 싸운거야? "
" ... "
" 아니 어제 도경수가...이상한 소리 해서 "
" ..그거 몰라도 되는 거잖아 "
" 응? "
" 그런 거 몰라도 넌 도경수랑만 이어지면 되는 거잖아 "
" 야, 무슨 말을 그렇... "
" 넌 남 싸운 이야기를 그렇게 듣고싶냐 "
" 변백현 "
" ..됐다, 나중에 얘기하자 "
잔뜩 경직된 표정으로 5초간 나를 아무 말없이 응시하다 이내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버리는 놈이었다.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답답함에 불규칙적으로 숨을 토해냈다. 늘 이런 식이었다. 변백현의 너무 욱하는 성질이 문제였다. 나도 궁금한 걸 물어본 것뿐이었다. 잘못한 건 없었다. 만약 정말로 놈들의 사이가 안 좋다면 변백현에게 연애코치를 해주는 일을 그만두라고 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놈이 그랬다. 경수와 자신이 싸운 이유를 모른다고. 그래서 말을 못 해준다고.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돼? 어떻게 서로 싸운 이유를 몰라? 싸운다는 건 서로가 합의하에 싸우는 건데 어떻게 둘이 싸운 이유를 모르냐 이 말이었다. 답은 하나였다. 내게 거짓말을 하는 거겠지. 이유를 말해주기 싫어서.
놈이 괘씸해 성질이 나 거칠게 의자를 끌고 일어나 체육복을 꺼내기 위해 사물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나름 놈을 위해 주기 위해 그런 거였다. 이유를 알아야 내가 눈치 있게 빠져줄 수 있으니까ㅡ
놈은 몰랐다.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를 위해주려 한다는 걸. 변백현은 온통 내가 도경수를 위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나 봐. 개새끼. 멍청이. 너야말로 진짜 밥통이다.
[연애코치]
" 야, 김민석! 패스 패스! "
" 야, 나한테 패스! "
" 스피드 좀 줄여 봐! 너 지금 존나 급하다고! "
지겨울 만큼 체육시간에 남녀가 할 일은 한정돼있었다.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 아니면 이야기들. 모두가 스탠드에 모여 어제 본 음악방송 연예인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난 흘끔흘끔 변백현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이상하게 자꾸만 그랬다. 놈이 목소리를 크게 낼수록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존심 상하지만 난 지금 변백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혹시나 내가 실수를 한 걸까 봐. 놈이 불편해하는 이야기를 내가 눈치 없이 꺼낸 것 같아서.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운동장만 응시하다 이야기 주제가 나로 옮겨지고 나서야 난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 ○○아, 너 아까 변백현이랑 싸웠어? "
" 응? "
" 아까 너 막 변백현이랑 얘기하다가 걔가 화내면서 일어나던데 "
" 아..아니야, 안 싸웠어.. "
" 야, 너네 진짜 사귀지 "
" 뭔 소리야! 아니야 진짜! "
" 그럼 썸이지? 에이 썸이네그치? "
" 야, 진짜 아닌... "
' 자 다들 집합 '
선생님의 다급한 호출 소리에 특별한 수업 없이 자유시간으로 진행하고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한 군데로 모인다. 서로의 눈을 멀뚱멀뚱 쳐다보다 이내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모래가 묻은 엉덩이를 털며 운동장 한 가운 데로 움직이는 여자아이들과 땀에 잔뜩 젖어 불규칙한 숨을 고르는 남자아이들이 한 곳으로 뭉쳤다.
서로에게 장난을 치며 재미를 나누는 친구들, 선생님의 경직된 표정에 잔뜩 겁을 먹은 친구들, 이성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기 위해 한껏 제 모습을 꾸미는 친구들,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축구공을 들고 여전히 저 끝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변백현까지.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지금 내 신경은 온통 놈에게 집중되어있었다. 젠장, 왜 신경 쓰이냐 이 말이었다. 도경수 하나로도 벅찬데 지금은ㅡ
' 너네 체육대회 얼마 안 남은 거 알고있지 '
' 네에ㅡ '
' 원래 오늘 다른 연합반이랑 합쳐서 놋다리 밟기 연습해야 하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그건 못 하고 다른 반하고 연합이 필요없는 경기를 연습하기로 했어 '
' 줄다리기요? '
' 줄넘기요? '
' 2인3각이요? '
' 그래, 2인 3각. 다들 남자 여자 번호대로 줄 서서 자기 앞에 있는 짝꿍이랑 짝 지어서 서 있어 '
' 아아ㅡ '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모두 이성과 2인 3각을 한다는 자체에 신경이 쏠려 이리저리 눈치만 보기 시작하는 아이들이었다. 누가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것에 대한 문제 때문이었다. 다른 반보다 남자와 여자아이들 관계에 있어 우리는 무척 예민한 입장이었다. 서로 이렇다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었으며 서로에게 너 나 할 것 없이 부끄러움을 타는 부류기 때문이었다. 그런 난감한 상황 속에서 우리를 구제해줄 인물은 그나마 성격이 밝고 리더십있는 변백현이었다.
놈의 호출로 서로에게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 위치에 섰다. 매일 보던 얼굴이지만 이렇게 앞에서 눈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둘씩 일어나는 모양새에 따라 나도 천천히 엉덩이를 털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 번도 번호대로 짝꿍을 정해본 적이 없어서 서로가 누구와 짝꿍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반장 서진이가 차례차례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질서정렬하게 서서 자신의 짝꿍을 확인했다.
" 아, 너야? "
" ...야, 나 진짜 체육 못 해 "
" 난 진짜 지는 거 싫어해, 너 존나 잘해라 진짜 "
" ... "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꾀병이라도 부려 자리를 박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왜 하필이면 승부욕 넘치기로 소문난 김민석인지ㅡ 아까까지만 해도 남 배려 안 하고 자기 욕심만 부리며 공을 찬 탓에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던 다른 아이들의 불호령을 내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하나둘씩 짝을 이뤄가기 시작했다. 그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놈을 바라봤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나에게 화를 내고 나갔으면서 저는 하나도 신경 안 쓰는 모습이 그렇게나 얄미워 보일 수가 없는 거다.
" 이미림, 너 2인 3각 해봤냐? "
' 아니..나 안 해봤는데 '
" 왼쪽이 편해 오른쪽이 편해 "
' 너가 편한대로 해! '
" 그럼 내가 오른쪽한다 "
" 야, 발 내놔 봐 "
" ... "
" 야, 이거 이렇게 묶.. "
" 아, 잠깐만 좀 살살 묶어 아파 "
" 아니 이렇게 꽉 묶어야 우승을 한다고 "
처음으로 느꼈다. 변백현을 욕하면 안 되겠구나. 놈은 충분히 자상한 편이였구나. 뼛속까지 깊게 파고드는 후회를 억누르고 끈을 묶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젠장,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ㅡ
[연애코치]
' 시작하면 출발해, 민예부터 시작해 '
' 시작ㅡ! '
실전과 다름없는 연습이 시작됐다. 승부욕 강한 남자들과 자기 앞머리 가리기에 바쁜 여자들의 조합이 꽤나 우스꽝스러워 보는 내내 허탈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남자와 같이 손 또는 팔목을 잡고 운동장 한 바퀴를 거닌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벌써 결승점을 몇 번이고 통과한듯한 기세로 내 팔목을 잡고 천천히 발을 맞춰 출발지점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상하리만큼 난 체육에 재능이 없었다. 아주 남들보다 뛰어나게 못 하는 건 아니었지만 남들만큼은 못 했다. 유난히 긴장되는 건 아마 그 탓일 거다. 바로 내 앞에 있던 놈들이 출발점을 지나 섰다. 이게 뭐라고 실전처럼 두근거릴까 싶었다. 경수가 나를 보고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나 눈치가 보일 수 없더라.
" 야, 김민석 너 차례다 "
" 어, 뭐야 변백현 너 내 뒤냐? "
" 우리 김민석 너네 가면 바로 출발할거야, 너네 존나 빨리 가 "
" 걱정 꺼져, 존나 빨리 갈 거니까 "
그러니까 누구 마음대로 빨리 가고 누구 마음대로 걱정하지 말래? 난 지금 충분히 긴장되는데? 아마 우리 다음에 하는 아이들이 변백현과 미림이인지 뒤뚱뒤뚱 꽤나 웃긴 걸음으로 힘겹게 우리 뒤에 서는 변백현이었다. 괜스레 어색해지는 마음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내 성격이 문제였다. 아무렇지 않게 말 걸면 될 걸 괜히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일을 크게 만들까ㅡ
' 김민석, ○○○ '
' 준비ㅡ '
" 밥통 "
" ... "
놈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그렇게나 안심될 수 없었다. 다행이다. 화는 안 났나 보다. 변백현과 사이가 나빠지거나 그러기는 싫었다. 놈과 친해진 그 순간이 나도 모르게 적응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에 따라 나도 당기듯 입꼬리를 올렸다. 미림이의 손을 잡고 내게 무어라 말하려 입을 여는 모습에 미간에 주름을 잡고 놈의 입모양에만 집중했다.
" 까불지 말고 "
" ... "
" 잘해 "
' 시작! '
선생님의 총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김민석과 내 발은 어느 하나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아픔 따위는 배려 안한 채 두 발목 사이를 심할 정도로 꽉 묶은 김민석 때문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전진하는 나였다. 그 덕분에 발목은 물론이고, 숨이 차 죽을 맛이었다. 이 거지새끼는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로지 결승 지점만을 향해 죽어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발에 상처라도 난 것 같은 쓰라림을 이기지 못 하고 김민석에 손목을 잡아 조금만 천천히 가자고 말을 하려 했지만, 그런 내 말을 듣지 못 한 김민석이 연신 빨리 가자며 나를 재촉할 뿐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앞으로 가다간 뼈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과장 같지만 지금의 난 정말로 고통스러웠다. 쓰라리다 못해 욱신거리는 다리 쪽의 느낌이 절정을 다 할 때쯤, 상처에 정확히 끈이 스침과 동시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마는 거지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숨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 ..야 "
" 아... "
" ○○○ 괜찮아? "
" 아, 진짜 아파..잠깐만, 만지지마 "
" 야ㅡ 너 괜.. "
" 김민석 비켜봐 "
" 변백현 얘 넘어졌.. "
" 어디아파, 만져볼게 참아 봐 "
" ..야, 그만해 아파.. "
" 보건실 가야겠다, 병신아 "
" ..선생님한테 좀 말해줘, 변백현.. "
" 야, 김민석 얘 좀 업혀봐 "
" 야, 그냥 부축해 뭘 업... "
" 까불지 마 "
연신 눈치만 보고 있다 변백현의 말대로 나를 부축해 놈의 등에 업히게 하는 김민석이었다. 꽤나 듣기 흉한 신음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는 놈의 등에 파묻혀 그대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로 주목되는 시선이 그렇게나 부담스러울 수 없었다. 놈의 등에 의존해 나 자신을 숨겼다. 지금 이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도 민망한 걸 시뻘건 얼굴이 그것을 증명해주는 셈이었다.
그런 내 심정을 눈치라도 챈 건지 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 숨어있어 ' 라고 말하며 빠르게 보건실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놈이었다. 지금의 난 경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미치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지금 변백현에 등에 업혀있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민망할 수가 없었다.
" 아니, 어디갔어 "
" ... "
" 보건 선생님 없...아, 시발 "
" ... "
" 아파? "
" 아파..그만 돌려. "
" 아프라고 돌리는 거 아니야, 병신아 "
" 야..진짜 아파 "
" 아니 김민석 그 새끼 시발..아 "
" 야, 그냥 상처만 난 거야. 나 발목 다쳐봐서 알아..이거 심한 거 아니야 "
" 나도 알아, 나도 많이 다쳐봤어 "
" 그..파스만 뿌리면 돼. "
" ... "
" ... "
" 내가 더 잘 알아, 까불지 마 "
그래, 이젠 말만 해도 시비구나. 제 검지로 내 이마를 살짝 밀고 일어나 파스를 찾기 위해 등을 돌리는 변백현이었다. 놈이 나에게 등을 보이자마자 몰려오는 억눌려왔던 빨간 감정들이 차올라 두 손을 허공 위로 올리고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난 다친 발을 이끌고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뛰어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파스를 찾았는지 그제야 다시 몸을 돌려 성큼성큼 내게로 걸어오는 변백현을 보자 나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뺐다.
김칫국도 제대로 마셨다. 꼴불견도 모자라 미운 짓까지 골라 하는 나였다.
" 야 "
" 응? "
" 내가 너 잡아먹냐 "
무어라 대답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눈동자만 굴리는 나를 한번 내려보다 느릿하게 바닥으로 무릎을 꿇고 내 발목을 조심스럽게 잡는 변백현이었다. 아빠한테도 잡혀본 적 없는 발목이었다. 하다 못 해 제 스스로도 해 본적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고개까지 꺾고 부어오른 부분에 파스를 뿌려주는 놈이었다. 절대로 놈을 쳐다볼 수 없어 괜스레 딴짓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기분이 묘한 건 아마 평소에 안 해봤던 짓을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은 하려 해도 지금 놈과 내 사이가 어색한 건 어쩌면 당연한 지사였다. 그렇게 날이 선 감정들로 채웠던 대화들이 쉽게 조각 날 리 만무했다. 두어 번 놈의 눈치를 보다 다급하게 시선을 위로 거두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만 모든 게 끝날 수 있었다. 바보같이 난 천장을 바라보며 변백현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다 더 거지 같은 상황은 없겠지 싶었다.
" 변, 변백현.. "
" 왜 "
" ..미안해. "
" ... "
" 야, 미안하다고 "
" 그게 미안하다는 사람 태도냐? "
" 너가 대답을 안 하니까 그렇지.. "
" 존나 사과도 지같이 해요 "
" 미친, 그게 사과 받아주는 사람 태도야? "
" 사과 받아준다는 말은 안 했는데 "
" 야! "
" 야, 오버하지마 화난 적도 없어 "
놈의 말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사람처럼 온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한다. 화난 적이 없단다. 그럼 나 여태까지 뭐한거야? 파스를 제자리에 갖다놓은 변백현이 내 옆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내가 앉아있는 침대로 엉덩이를 붙였다. 남자와 한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이 새끼가 나를 엿 먹였다는 게 중요한 문제였다.
" 야, 잠깐만 너 안 화났다고? 그럼 아까 왜그랬는데 "
" 그냥 "
" 뭐? "
" 너 화난 표정 귀여워서 "
" ... "
" 아니 사실 구라, 병신같아서 "
" 야! "
" 싸운 거 뭐가 자랑이라고 말하냐, 너가 좋아하는 앤데 "
" ... "
" 괜히 그런 문제로 걱정하는거면 하지마, 꼭 도경수랑 이어줄테니까 "
" ... "
" 꼭 도경수가 너한테 고백하게 해줄게 "
" ... "
" 넌 나 먹여살려주는 밥통이잖아 "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에 내 가슴이 동요했다. 이상하리만큼 낯선 느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일렁였다는 표현이 맞았다. 놈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경수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난 경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 이 느낌은 경수 때문이 분명했다. 점점 차오르는 호흡을 주체할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렸다. 경수 때문이었다. 내가 경수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서 경수 생각이 나서. 절대 놈 때문은 아니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 까부니까 다리 다친 거 아니야, 내가 아까 까불지말라고 그랬잖아 "
" 야, 다 김민석이 그런.. "
" 말 더럽게 안 들어 쳐먹어 "
" ... "
" 야, 코치말이 엿같냐? 어? "
" 왜 또 그런쪽으로 튀어? "
" 그래 역시 화내야 병신같아 "
" 야! "
" 뭐! "
" 시발! 변백현! "
" 시발? "
" 그래, 시발! "
" 이 여자가 미쳤나 "
그럴 리가 없었다. 내가 너한테 심장이 요동치는 일은. 그래서는 안 됐다. 내가 놈에게 가슴이 동요하는 일은. 침대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제 머리를 털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그 손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 성질 그만 돋우고 나오기나 하세요 "
" 아, 됐어! 치워! "
" 시발, 존나 말 안 들어. 그냥 잡으라고 "
내 손을 억지로 잡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놈을 보자니 더 심각해졌다. 미쳤구나 싶었다. 도경수에게 너무 설레 더 이상 설렐 것도 없어 이젠 변백현에게까지 그 감정이 느껴지나ㅡ. 마른침을 삼키고 내 팔뚝에 손을 감싸 쥐고 아래만 집중에서 몸을 옮기는 놈을 바라봤다.
그건 처음이었다. 내가 놈에게 경수와는 별다른 감정은 느낀 건.
그날이 처음이자, 시작이었다.
[연애코치]
오랜만에 연애코치 ㅠㅠㅠㅠㅠㅠ기분 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에 밥통 엉엉
엑박뜨면 말해주세요!
진짜 백현이ㅜㅜ설레게만드네여ㅜㅡ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1.15 14:44
백현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진짜.. 작가님작품오늘처음보는데 내심장저격하셨어요 벌로 저좀데려가주세여.. 기딜리구잇을께요(찡긋)
아ㅠㅠㅠㅜ오늘정주행끝냈는데ㅠㅠ꿀이다..ㅎㅏ♡
진짜 설레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설렘사ㅜㅜㅜㅜ백현아
설레뮤ㅠㅠㅠㅠ배켜니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1.17 22:29
정주행 끝냈는데 짱이에여퓨ㅠㅠㅠㅠ 진짜 녹는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1.22 16:2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1.22 16:29
하....감사합니다ㅠㅠㅠ녹는다 막 녹아요ㅜ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심장을서두어갸
짱.....
아 백현아ㅜㅜ정주행 다 했어요
아존나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2.17 00:48
정주행ㅠㅠㅠ감동ㅜㅜㅜ
ㅗ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ㄱ
현이 진짜 ㅠㅠㅠㅠ
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2.19 21:2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2.21 17:11
현아ㅜㅠㅠ아ㅜㅠ날가져ㅜㅠㅠ
♥♥♥♥♥
흐르규ㅠㅠ 드디어.정주행완료 ㅠㅠ 하 ㅠㅠ 너무재밌자나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