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아이들이 '대-한민국'하고 외치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립니다.
어른들은 월드컵이 끝난 지도 20여일이나 지난 터라 그 열기가 식을만도 하여 여럿이 모인 자리가 아니면 합창을 하지 못할 정도로 머뭇거리겠지만, 구김살 없는 아이들은 역시 천심이라 오늘도 내일도 흥만 나면 '대-한미국'을 외칠 것입니다.
꿈에도 그리던 16강에 진출한 것도 장한데, 4강에 까지 올랐으니 감히 '월드컵 4강 신화'라 칭한 것입니다.
우리 역사 속에 신화는 '단군신화' 외에는 각인되지 않았을 터인데 또 하나의 '신화(神話)'가 탄생한 것입니다.
더욱이 우상을 배척하는 어느 종교인들은 간밤에 단군할아버지상의 목을 톱으로 잘라버릴 정도로 '하나님' 외에는 다 우상이라며 흔적을 없애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처지이니 '월드컵 4강 신화'의 신은 신이 없이 이뤄진 신화인데, 그것을 길이 보전하여 증명하자면 그 신(神)은 어떤 모양으로 조성을 해야 할까요?
그야말로 이 나라에 분명히 신화는 이루어졌는데, 신없는 신화가 생기고 만 것입니다.
혹자는 그 신화는 우리의 장한 태극전사들만의 힘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라고 말하지요. 바로 12번째 선수인 응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함께 한 마음이 되어 들뜬 전 국민이 바로 그 신입니다.
이 처처신(處處神)이 나누어 보면 4천만 아니 해외까지 합하면 그 이상이겠지요. 아시아 4강 진출을 원한 아시아인들이 다수라고 한다면 몇 십억이 될까요.
그렇게 나누어 보면 무량하지만 그것이 역시 둘이 아닌 한 마음, 한 기운으로서 나타난 신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바로 법신불 사은 神입니다.
요즈음 한참 유행하는 만화인 '그리스-로마신화'는 오늘도 아이들의 마음에 서양신의 이름을 줄줄 외게 만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따금 말잇기를 하는 아이들이 소재를 바꿔 '그리스 로마 신이름 대기'를 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서양문화를 알려면 먼저 그리스 로마신화를 알아야 한다고 했던가요.
말잇기 놀이를 멈추고 그 신은 무슨 신이냐고 물으면 두번 생각도 안하고 곧장 답하는 것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최고의 신인 제우스, 미의 여신인 비너스, 포도주 신인 디오니소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 지하의 신인 하데스, 전재의 신인 아테나,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토스, 의술 태양 음악의 신인 아폴로 등
이렇게 처지따라 정하신 신은 서양에만 있었던게 아니지요.
우리네 문화에도 서낭신, 조왕신, 삼신할머니 등 많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소중하게 보면 신화 아닌 것이 없지요.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니 범사로 받아들여서 그렇지
내가 숨쉬고, 심신을 작용하며 일하고, 그 댓가로 무엇인가를 얻고, 그것을 유통해서 서로 이익이 되며 살고 하는 것이 알고 보면 이 얼마나 기 막힌 일인가요.
용하게도 그 일을 해내는 나를 보면 참 장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은혜 아님이 없다고 했지요.
진짜
참으로
나는
날마다
신화를 창조하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믿고 산다면
날마다 일원의 위력을 즐겁게 얻으면서 살텐데
그렇지를 못하는 것이 다반사인 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언제나
나는 그리고 내 이웃의 인연들은 날마다 신화를 창조하는 소중한 사람임을
확신하며 살게 될까요.
아직도
그렇게 받아들였다가도
이내 아니라고 도리질하며
나태해지는 자신을 보면서 오늘도 참나를 반조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