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다이와 구레 마스터즈 대회를 다녀와서......
12월 5일 저녁, 경기도 일산 민병진씨 댁에 여섯 사람이 모였다.
12월 7-9일까지 열리는 다이와 구레 마스터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5월-6월, 거제도, 거문도, 제주도 예선을 거쳐 7월에 통영 한국 블록 대회를 거쳐
선발된 울산의 박재윤(제로FG), 포항의 박대호(제로FG)씨와 작년 대회 3위에
입상해 올해 시드를 확보한 필자. 그리고 낚시방송사 3명이 출국전날 모여 일본대회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다음날인 6일 새벽5시에 기상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작년에는 간사이 국제 공항편 이었으나 올해는 후쿠오카 비행편으로 아침8시에 출국이라 이른 시각부터 서둘러야했다.
후쿠오카로 향하는 비행 중 복잡한 기류변화로 비행기가 제법 흔들렸다.
잠이 부족해 눈을 붙이고 있는데 느닷없이 꽝 하는 큰소리에 눈을 떴다. 순간 폭발음이
아닌가 했으나 승객들의 동요가 없는걸로 보아 비행기의 결함은 아닌 듯 했다.
창가에 앉은 박재윤씨가 말하길 번개가 비행기 우측날개를 때렸다고 한다. 요즘 중동 테러 분위기 탓에 승객들이 놀란 듯 하다.
한시간여 비행 끝에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여 국내선 입.출국 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마침 제로FG 멤버들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의 낚시클럽중 하나인 구레경우회 회장과부회장이 마중을 나왔다.
시코쿠섬의 고찌행 비행출발 시간이남아 낚시점 쇼핑을 다녀오기로 하여 시내의 한 낚시점을 찾았다. 할인매장인 듯 제법 규모가 큰낚시점으로 1층에는 바다, 2층에는 민물용품으로 루어 부문의 상품들을 많이 볼수 있었다.
나는 구하고자한 원줄과바늘등 소품 몇가지를 구입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하자 점원이 무엇인가 뽑아보라며 추첨통을 내밀었다. 하나를 골라들어 주었더니 종을울린다.
뭔가가 당첨이 된모양이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스노우맨 그림이 들어있는 전지만한 밍크덮게용 타올을 하나준다.
일행들도 평소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걸리는 용품들을 구입해 역시 추첨을했으나 모두 꽝이다. 그래도 일회용 핫빽을 내민다.
카운터 옆쪽에 필요로했던 찌가있어 두 개를 집어들고 계산을 했더니 또 추첨을 하라고한다. 한 개를 뽑아들었더니 앞전과 같은걸로 당첨이 된 모양이다.
종소리가 울리고 나에게만 연속 두번 작은행운이 온것같아 일행들과 점원들 모두 웃음을 지었다. 나는 오늘운이 좋다며 민병진씨에게 복권 사러가자고 졸랐을 정도였다.
공항에 돌아와 점심을 먹은뒤 고찌행 비행기에 몸을실었다. 한국에서는 보기힘든 양날개에 프로펠라가 달린 비행기다. 우리는 왕복 모두 이비행기에 탔는데 공교롭게도 프로펠라 옆에만 앉게되었다. 뒷날 FS-TV조성제씨는 프러펠라가 튀어나와 꼭 자기몸을 칠것만 같았다며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고찌공항에 도착하니 다이와사의 야자와씨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작년에는 고바야시씨가 인솔했으나 올해부턴 업무가 분리되어 야자와씨가 맡게되었으며 내년부터 국내대회도 야자와씨가 맡게된다.
10인승 버스에 몸을싣고 4시간여 달려 저녁8시경 대회장소인 아시즈리 미사끼 국민숙소에 도착했다. 작년에도 이곳에서 대회가 열려 낯설지만은 않았다.
저녁식사후 현지조황을 물어보니 벵에돔이 잘나온단다.
방으로 돌아와 1,5호 원줄과 1,8호 원줄을 각각 스풀에 감고 짐정리를 마친뒤 초행길인 박재윤씨. 박대호씨와 함께 내일낚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래도 이곳에 한번 왔었다는 경험이 있었기에 1년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의논한뒤 일단 내일낚시를 접해본뒤 대회에 어떻게 대처할지 의논키로 했다.
12월 7일,대회전야제가 있는 날이라 한국선수들을 위한 낚시는 오전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해뜨기 전 포구로 내려가니 단위 낚시점 대회가 있는지 50-60명의 낚시꾼들이 몰려 있었다. 그 와중에 2001년 우승자인 다께우찌씨를 만났는데 최근 인근 옆동네에서 45cm급 벵에돔을 많이 잡았다고 한다. 40cm급은 방생할 정도라고....
이말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한국선수들은 순간 긴장했다. 대회라고 섬세한 채비를 준비했는데 그만한 씨알의 고기가 물어도 터트리지 않고 끌어낼지가 걱정이다.
다이와 1대 테스터인 호리이씨는 그정도 씨알은 1,5호 원줄과 1,2호 목줄로도 충분히 끌어낼수 있다고한다. 물론 끌어낼수야 있지만........
한국선수들은 새벽녘에 전해들은 이야기에 대해 반신반의 하면서 낚싯배에 몸을실었다.
방파제를 나서 오른쪽으로 잠시 가더니 선장이 호리이씨에게 하선하라고 한다.
제법 큰 규모의 엿등(?)이라 바람도 어느 정도 의지할 수 있고 3명이 낚시할수 있다싶어 민병진씨에게 우리가 내리겠노라고 청해 취재진 2명과 먼저 내렸다.
포인트 이름은 구로하에.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북서풍을 등지고 낚시준비를했다.
역시나 한국선수들은 처음 온 바다라서 그런지 서두르고 있었다.
박재윤씨가 먼저 가운데 자리를 잡고 박대호씨는 그우측에 자리를 잡았다.
두사람이 준비하는동안 나는 섬주위를 둘러보고 낚시를 할만한 자리를 찾았으나 바람 때문에 결국은 박재윤씨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에 재윤씨는 벌써 큰잡어 입질을 한두번 받아 팔꿈치가 욱씬거리는 모양이다.
나는 전날 준비한 제로찌 채비에 큰잡어 등쌀에 목줄이 자주 끊어질거란 예상에 1,5호목줄을 10m정도 감았다. 바늘6m지점에 매듭채비로 발앞과 중거리를 수차례 노려봤으나 이렇다할 입질이없어 전유동으로 전환하자 역시나 중층이하 수심대에선 쥐돔과 기반도(일본명)가 물고늘어져 팔만 욱씬거렸다.
좌측에서 뻗어나가는 조류가 박재윤씨자리 정면 멀리까지 뻗어나길래 5m매듭을주고 G2찌로 교환, 목줄에 G5봉돌 3개를 분납한뒤 조류에 태워 멀리까지 흘리길 두 번째 타이밍에서 원줄을 풀고나가는 입질을 받았다. 대를 세우고 버텨보니 무슨 고기인지 꽤 중량감이 전해졌다. 베일을 닫으니 지그재그로 묵직하게 당겨댄다. 밑으로 내려가지도 않길래 부시리인가 하는 생각에 긴장감을 늦추었다.
발앞까지 끌려와서 물속에 찌가 보일쯤 바늘이 벗겨져 버렸다. 다행이다 싶어 재차 입질받은 자리까지 흘려 똑같은 입질을 받았다. 이번에는 부시리라도 횟감으로 쓸까싶어 가능한 끌어내기로 마음먹었다.
발앞까지 끌려운 찌가 물위로 올라온 그 밑에 밝은 회색어체가 희끗하게 보인다. 순간속으로 벵에돔이다, 그런데 무슨 색깔이 저리 밝을까...
뒤쪽에서 카메라를 들고있는 취재진에게 뜰채를 청한뒤 조심스레 고기를 끌어내보니 아가미에 검은테가 선명한 긴꼬리 벵에돔이었다. 얼핏 눈대중으로 재어보니 45cm는 충분히 넘는놈이다. 앞전 고기도 똑같은 형태로 힘을 쓴걸로 보아 긴꼬리였구나 라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건너편 작은여에 내린 일본낚시꾼들이 부러운 듯 내내 쳐다본다.
긴꼬리는 회유어종이라 빨리 또잡아야 하는데 취재진 두사람이 야속하게 자꾸 시간을 끈다.
고기를 물칸에 넣고 재윤,대호씨에게 5m수심대에서 입질을 받았다는 얘기를 전한뒤 다시 그 자리에 미끼를 넣어봤으나 입질이 없다. 이내 조류힘마저 약해진다.
이와중에 내 왼쪽으로 옮긴 대호씨는 대형 학꽁치와 부시리과의 고기를 연신 끌어내느라 힘이 딸리는가보다. 재윤씨도 쥐돔과 기반도를 끌어내며 일행들은 터트리는 횟수가 많아졌다.
멀리던진 채비에 35cm급 벵에돔 한마릴 끌어내곤 여전히 큰잡어 등쌀에 채비를 뜯겨 자리를 옮겨봤으나 별다른 입질이 없다.
철수시간을 제법 남기고 있었지만 밑밥을 다 써버린 대호씨에게 밑밥을 전해주고 장비를 접었다. 주변을 청소하다보니 30cm급 벵에돔 한 마리가 더 보였다. 물어보니 박대호씨가 초반에 한마릴 잡았다고한다.
11시30분이 조금 넘자 민병진씨와 호리이씨를 태운 낚싯배가 왔다.
다른곳으로 갔던 이들은 30cm급 벵에돔 한마릴 잡았다고 한다. 우리 때문에 자리를 양보한 호리이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건너편 일본낚시꾼들은 우리자리로 옮겼고 첫날 탐사낚시는 무수한 잡어 속에서 벵에돔 3마릴 구경하는데 그쳐야했다.
숙소로 돌아온 대호씨는 방 앞뜰에서 회를 장만해 식당으로 가져갔다.
작년에 이곳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던 나는 출국 전에 집에서 회초장을 만들어갔는데 도시락과 함께먹는 이곳 벵에돔맛은 얼마전 추자도에서 낚아 맛있게 먹은 5짜벵에돔 맛과 견줄만했다.
평소 회를 잘먹지 않는 민병진씨도 맛있다며 사양치 않는다.
오후4시쯤 대회관련 설명회가 있었는데 작년과 달라진 룰 하나가 마음에 와 닿는다.
예선리그는 점수제, 준준결승부터 결승까지 대상어가 낚이지 않을 경우에는 직전 성적으로 승패를 가린다는 것이 작년과 달라진 룰이다.
작년 준결승때 고기가 나오질 않아 나는 준준결승에 고기를 잡고서도 준준결승에 고기를 잡지 못해 예선성적으로 올라온 츠루하라(2002년 2위)선수와 준결승을 치뤘는데 대상어가 나오지 않자 준준결승 성적이 아닌 첫날 예선리그 성적을 적용해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오후6시30분, 대회 전야제가 열렸다.
작년도 입상자는 맨 나중에 입장하게 되는데 나와같이 4강에든 쿠보노 선수가 보이질 않는다. 옆자리에 앉는 츠루하라 선수에게 물어보니 가마가츠 란 말을한다.
아마도 가마가츠 에 관련돼 있어 이번 다이와 대회출전을 포기 한 것 같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선수 전원에게 기념패가 주어졌다.
작년대회 이후부터 궁금해 했던 한 가지를 작년도 우승자인 카이선수에게 물었다.
작년 대회때 사용한 찌의 부력과 수심을??
2B찌에 두발 반의 수심으로 대회를 치뤘다고 한다.
그렇구나! 역시 띄울 낚시였구나.
식사도중 조추첨이 진행되고 박재윤씨 는 5조에 속했는데 야마모또 명인과 다케다, 고바야시 선수와 한조가 되었고, 박대호씨는 이번 대회 2위의 사카키, 나카모리, 오카다선수와 4조에 편성되었다.
나는 작년도에 맞붙은 카와노, 작년 2위의 츠루하라, 그리고 야마모또 선수를 물리치고 작년에8강에 올랐던 아다찌선수와 1조에 편성되었다.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라 부담감은 들었지만 평상심을 잃지않고 노력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라며 마음을 굳게 다졌다.
조추첨 이후 선수 소개가 끝나고 전야제가 막바지에 이를때쯤 호텔 여직원이 사진을 찍고 싶다며 민병진씨를 통해 청해 온다. 처음엔 얼굴이 잘생긴 재윤씨를 두고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의아스럽게도 나를 가르킨다.
어쨌든 기분 나쁜 일은 아니라 여직원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자리에 돌아와 보니 행사장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민망하기도 해서 민병진씨에게 물었더니, 작년에 이곳에서 처음본 이후로 여직원들 사이에 나를두고 얘깃거리가 자주있었던 모양이다.
일년동안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 앞에 용감하게(?)나서 함께 사진을 찍자는 그 배짱이 놀랍기만 했다.
숙소로 내려와 소품을 챙기면서 대회에 어떻게 대처 할지 이런저런 의견속에 일단은 띄울 낚시로 맥을 가져가되 상황 판단에 따른 세심한 방안은 각자 패턴으로 끌고 가자는 잠정 결론이 나오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이루는 나 이지만 대호씨는 벌써 잠이 들은 것 같고 재윤씨는 오늘 낚시에서 벵에돔을 낚지 못해 내일 대회걱정에 잠을 청하지 못 하는 모양이다. 나 역시 작년에 와서 잠을 이루지 못했듯이.......
12월 8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싱거운 조식을 먹은뒤 포구로 내려 갔다.
총 12kg 밑밥용 크릴과 12봉지의 집어제, 미끼크릴1개가 밑밥 통에 담겨져 있었다.
저마다 밑밥 만들기에 바쁜 틈 바구니에 한국 선수들도 끼였다.
예선전은 총 3회전. 1회전은 전.후반50분씩 자리를 교체하며 100분간 치러진다.
방파제를 나서 오른쪽으로 배가 이동한다. 두번째 포인트에 카와노 선수와 내가 내렸다. 작년에 나와 예선2회전에 만나 무승부를 이뤘으나 둘다 8강에 진출 한적이있는 선수다. 이번대회 한국선수들의 통엮은 두사람 뿐이라서 나는 통역없이 안면이 많은 야자와씨와 F-TV의 주찬민씨,심판 한명과 함께 내렸다.
어제 낚시 경험으로 보아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들물에 바람이 불 것 같아 먼저 곶부리쪽에서 30분간, 고기가 나오질 않을경우엔 10분씩 두자리를 공략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첫 자리 근.원거리에서 이렇다할 입질이 없다.카와노선수도 마찬가지다.
자리를 옮겨 좌.우를 훓어 보았으나 조류흐름이 없다. 거품띠는 저멀리서 움직일뿐 사정권안으로 오지않는다. 마지막10분을 남겨두고 제일 후미진 안통으로 옮겼다.
미끼가 그대로 올라올뿐 조건이 좋지 않은가 보다.
그제서야조류는 서서히 움직이고 있어 찌를 주시하는데 심판이 뭐라고 한다.
채비가 경계선을 넘은 것 같다. 얼른 좌측으로 옮겨 멀리서 들어오는 거품띠에 밑밥 한주걱과 미끼를 던져 넣었다. 채비가 정렬되고 원줄 입수가 시작될 무렵 원줄까지 가져
가는 입질이 왔다. 챔질, 뱅에돔인 것 같다.
발앞까지 끌려온 놈은 역시 벵에돔이다. 찌가 수면위로 솟고 뜰채를 집으려는 순간 낚시대가 펴진다.아뿔사! 바늘이 벗겨젔다.
재빨리 가까워진 거품띠에 채비를 넣어봤으나 입질이없다.
곧바로 전.후반 교대를 알리는 호각소리가 울리고 자리를 바꿨다.
카와노선수 역시 조과가 없는 모양이었다.
옮긴자리는 물속으로 수중턱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원줄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 곶부리부분으로 이동했으나 물이올라와 낚시여건이 여의치 않다.
뒤쪽으로 한참 물러나 낚시하길 40여분, 미끼만 없어질뿐 입질이 없다.
이래선 안되겠다싶어 물가까이 다가가 물속지형을 살핀뒤 마음에드는곳으로 캐스팅을 한후 파도를피해 뒤로물러나 발앞에 잡어용밑밥을 투입하고 찌주변에 밑밥 두주걱을
던져넣자 이내 입질이온다.
끌려나온 것은 25cm급 긴꼬리 벵에돔이다.
시간관계상 한마릴 더잡으려 신속히 채비를 넣어보았으나 후속타없이 큰잡어입질에 채비만 끊어지고만다.
이렇게해서 1차전이 종료되고 상대편 카와노 선수는 조과가없다.
내가잡은 고기를 계측대에 재어보니 규정치를 갓넘은 25.3cm이다. 심판에게 확인후 검량봉투에 넣어 심판에게 건네주고 2차전 장소로 이동했다.
일단1차전을 승리해 승점3점을 확보한셈이다.
2회전은 작년 준결승에서 만난 쯔루하라 선수이다.
이번엔 대상어를 낚아 작년에 애매모호한 패배를 만회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우리가 내린자리는 작년도 예선3회전에 내려 조과가 없었던 자리였다.
포인트운이 없는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마리 승부같기에 낚시자리 전체를 다양하게 훓어 보았으나 끝내 벵에돔은 구경하지 못했다.
만 건너편 저쪽멀리서는 카와노, 아다찌선수가 벵에돔을 제법 낚아내는 것이 보였다.
2회전까지 쯔루하라선수는 1무1패로 1점의 승점을, 나는 1승1무로 승점4점을 확보하게 되었다.
마지막 3회전은 아다찌선수와 경기를 가지게되는데 바람이 상당히 거센자리에 내렸다. 내려보니 멀리까지 물밑수심이 1-2m정도로 바닥이 훤히보이는 곳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선택된 자리는 50m정도 원투거리라야 2-3m의 수심이 나오는 곳이다.
3회전 전반이 시작되자 먼저 아다찌선수가 규정치 이하의 벵에돔을 먼저 잡았다.
나는 수심이 낮은 관계로 전방으로 채비를 원투해 수중돌 사이로 채비를 넣어봤으나 이내 밑걸림이 생겨 원줄이 끊어지고 만다.
채비를 다시묶어 오른쪽으로 힘껏 원투했으나 강한바람에 원줄이 밀려 밑밥과의 동조가 어려웠다.
멀리 수중턱을 넘겨 어렵게 두번받은 입질은 무슨 고기인지 수중턱에 쓸려 채비만 달아나고 겨우 벵에돔 한마릴 잡아냈다.
사이즈가 25cm가 될지 의문이다.
일단 고기를 살려두고 자리를 바꿨으나 전반보다 보람이 더욱강해 밑밥이 좀처럼 원하는 곳까지 날아가지 않는다.
후반은 그렇게 애를 쓰면서 바람 탓에 흐르는 눈물만 닦다가 종료됐다.
조과를 보니 아다찌선수가 잡은 고기는 상당히 작았는지 그대로 방생한다.
내가 잡은 고기를 재어보니 25cm에서 1mm가 모자란다.
훌쩍 물에 던졌더니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야자와씨와 일본 취재진 한사람이 깜짝놀란다.혹시 모르니 계측 봉지에 넣지않고 왜 살려주느냐면서 의아해 한다.
예선 3라운드를 모두 마치고 나니 배가 늦게 온다.
이리저리 전화를 해보던 야자와씨가 우리조에선 아다찌선수가 승점7점으로 조1위가되고 나는 승점5점으로 조2위가 되지만 다른조에서 승점5점을 확보한 선수는 한사람뿐이라전체성적 6-7위로 8강은 진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한국선수들 성적이 궁금해 물었더니 박대호씨는 승점5점으로 조2위로 확정됐고 박재윤씨도 승점5점으로 조1-2위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한다.
그렇다면 한국선수 3명모두 8강에 진출하게 되는 셈이다.
포구로 돌아와 전체 검량을 진행하는데 심판이 1회전에 내가 잡은 벵에돔이든 봉지를 건네준다.
계측대에서 내가잡은 벵에돔을 꺼내 계측대에 올려놓은 진행자가 뭐라며 내게 확인을 시킨다.
다가가 고기를 보는 순간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잡은지 4시간 이상 지나다보니 고기가 죽어 수축되는 바람에 25,3cm벵에돔이 2mm가 모자라지 않은가...
결국 1회전에서 잡은 고기는 무용지물이 되고 모든 게임이 무승부로 처리되어 8강에 진출하지 못할 승점3점만 기록하게 되었다.
고기가 줄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4조에 속한 박대호선수는 1,2회전을 비기고 3회전 오카다선수와의 경기에서 1마리(572g)를 잡아 1승2무로 승점5점을 확보해 승점7점인 사카키선수와 함께 8강에 진출했다.
5조의 박재윤선수도 1,2회전을 비기고 3회전에 야마모또 명인을 만나 2마리(1,288g)을 낚아 1승2무로 승점5점을 확보해 조1위로 8강에 진출하고 야마모또 명인도 승점4점으로 운좋게 8강에 올랐다.
각조1위 5명을 선발한뒤 나머지 3명은 각조2위에서 승점이 높은순으로 뽑게되는데 고기가 워낙 나오지 않다보니 승점4점을 가지고도 8강에 진출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점심식사후 8강 진출자들의 조추첨이 진행됐다.
오후에는 고기가 나올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승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선수들의 추첨운이 따르길 바랬다.
그러나 추첨결과 박재윤(5점)씨는 9점인 카이선수와 맞붙게 되었고 박대호(5점)씨는 7점인 아다찌선수와 8강에서 만났다.
박대호씨는 민병진씨가 따라가고 나는 박재윤씨와 같이 동행했다.
우리는 포인트에 내리는 순간 대회운이 따르는구나 라며 속으로 기뻐했다.
그도그럴것이 어제 한국선수들이 현지 적응차 하루 낚시를 해본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재윤씨는 어제 이곳에서 벵에돔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 시작전 얼른 다가가서 어제 벵에돔이 물은 위치와 채비,수심을 알려주고두사람 모두 본인패턴으로 낚시를 하게 하자며 조언을 하지 말자던 민병진씨 얘기가 생각나 뒤로 물러섰다.
전반전 자리가 어제 벵에돔이 나온 곳으로 잡히자 점차 운이 더 따라주는구나 라는 느낌을 가졌다.
경기시작 호각소리가 울리고 재윤씨는 좌측에서 갈라져 밀고들어오는 조류에 채비를 태워 전방멀리 흘리려고 했으나 조류가 흐르지않았다.
카이선수는 다소 깊은 수심대에 위치해 있었는데 전방20m와 30m좌우를 부지런히 채비를 옮기며 두발반의 찌밑 수심으로 벵에돔을 노리고 있었다.
조류가 흐르지 않자 재윤씨는 우측으로 자리를 조금 이동해 근거리를 노렸다.
그러나 큰잡어들만 낚일뿐 벵에돔은 보이지 않았다.
약40m전방에 큰 수중턱이 있어 그곳에서 어제 벵에돔이 주로 잡혔는데 아쉽게도 원투를 하지 않는다.
한번만이라도 원투하길 바라며 속을 태우고 있는 동안 양 선수 조과없이 전반전 종료 호각소리가 울렸다.
후반전 바꾼 자리는 어제도 고기입질이 드물었을 뿐만 아니라 카이선수가 60분동안 꾸준히 노렸으나 조과가 없었던 자리이다.
결국은 고기가 없거나 낚시영역 내에서는 벵에돔의 활성도가 떨어져 먹이활동을 하지않는다고 볼수있는데 재윤씨는 그저 열심이다.
자리옮길 때 밑밥통을 들어주며 이 자리는 입질이 없으니 옮겨보라는 뜻을 전했건만...
경기 때문에 긴장해서 듣지 못했는가보다.
장기를 두어도 당사자들 보다는 훈수패 눈에 수가 잘 보이는 것이 장기가 아니든가. 아쉬움속에 두선수 모두 조과없이 종료호각 소리가 울리고 낚싯배가 다가왔다.
박대호씨가 내렸던 자리에도 고기가 나오질 않았단다.
이렇게 되면 한국선수들은 일본선수에게 승점에 밀려 4강 진출이 좌절된다.
포구에 돌아와 4강 진출자가 가려졌는데 카이,아다찌,다나까,사카키선수가 내일 준결승을 거쳐 우승자를 가려내게된다.
한국선수들은 4강에 오르진 못했지만 한국선수 모두 일본선수들과 겨뤄 한번도 패하지 않아 한국선수들의 실력이 인정받고 있다며 격려해주는 민병진씨의 말을 들으며 한국팀은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저녁 무렵 행사장에선 중야제가 있었다.
첫날 잡은 고기를 인근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좋은 풍습의 이색적 행사도 있었으나 고기를 받는 이들이 몸도 가누지 못해 휠체어에 타고 온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었다.
불우한 이들에게 베풀고자하여 진행측에서 일부러 그러한 사람들을 선택하였을지 모르겠으나 내 자신이 보기엔 누군가의 실수로 너무 선전적에 치우쳐 오히려 그들에게 더욱 불편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야제중에 어제저녁 사진을 찍었던 여직원이 봉투를 하나 내민다.
어제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는데 당사자는 오늘 비번이라 나에게 사진을 꼭 전해주라고 했단다.
사진을 보던 재윤씨가 멋지게 컴퓨터 그래픽 처리해서 보내주면 좋겠네요 라고하자 옆자리의 민병진씨는 그게 좋겠다며 주소까지 받아낸다.
12월 9일 새벽,한국선수들은 다나카,사카키 선수의 준결승 경기를 보기로 하였다.
경기장소는 어제 박재윤씨와 카이선수가 경기를 가졌던 구로하에란 곳이다.
먼저 다나까 선수가 벵에돔 한마릴 잡았다.
뒤이어 사카키 선수도 두마릴 잡고난뒤 후반전 자리로 바뀌자 사카키선수는 다나까선수가 낚시했던 자리를 피해 우측으로 자리를 이동하여 종료 직전에 큰입질을 받았다.
종료호각 소리가 울렸으나 사카키선수 낚싯대에 걸린고기는 아직 물속에서 완강히 힘을 쓰고 있다.
걸린고기가 벵에돔이라 할지라도 2분이내에 끌어내야만 유효하다.
다행히 시간내에 끌어낸 고기는 40cm급 긴꼬리 벵에돔이었다.
사카키선수는 총3마리 2.182g으로 1마리 422g을 낚은 다나카 선수를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다른곳으로 갔던 카이선수와 아다찌선수는 각각1마리씩 잡았으나 878g을 낚은 카이선수가 588g을 잡은 아다찌선수를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이제 관심사는 작년에 우승했던 카이선수가 올해에도 우승해 대회 2연패를 이룰지가 궁금했다.
결승 장소는 예선때 고기가 가장 많이 나온곳으로 정했는데 전반 60분동안 카이선수가 1마리, 사카키선수가 3마리를 낚았다.
자리를 바꿔 후반 중반까지 사카키선수가 1마리를 더 추가해 이때까지만 해도 사카키선수의 우승이 아닌가 했다.
그러나 카이선수는 대회운도 따르는가 보다.
후반 중반전이 지날 무렵 멀리에서 머무르던 거품띠가 카이선수쪽으로 밀려드는게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연속해서 3마리를 끌어내며 총4마리를 낚아내었다.
두선수 모두 4마리씩 잡았지만 후반에 카이선수가 낚은고기들이 씨알이 굵어 보였다.
준결승과 결승전 내내 나는 사카키 선수가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낚시패턴이 매끄럽고 손놀림이 정갈하고 빨랐다.
매 순간 변하는 물상황을 감지하고 그에맞는 채비를 운용하는데 일본에도 저런 낚시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관심이 많이 가는 선수였다.
필경 좋은 스승을 두었거나 낚시 잘함을 타고났더라도 부단한 자기노력이 있었으리라 생각되었다.30대 초반의 나이로 알고있는데 낚시를 계속 한다면 멀지않은 시기에 일본 낚시계의 인물중 한사람이 될것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도 벵에돔 전문 동호회가 있지만 아쉽게도 필자의 눈엔 이만한 낚시를 행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일본의 여러 명인을 보았어도 느껴보지 못한 그무엇이 사카키 히데유키의 낚시에서 느껴졌다.
내가 만약 저선수와 경기를가진다면 저만큼 할수있을까 하는 의문뒤엔 하지못할것이란 답뒤, 적지만 많은 것을 그에게 배울수 있었고 아울러 수준높은 일본열도의 낚시를 생각할 때 나는 한없이 작아져 있었다. 그러나 앞선이들이 있음으로인해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는 또 다른 발전을 가져오기에 내가슴엔 잔잔한 희열이 흐르고 있었다.
행사장으로 돌아와 계측을 해보니 카이선수가 4마리 2,610g, 사카키선수가 4마리 2,028g 으로 약600g 차이로 카이선수가 승리를 해 2002년,2003년 대회를 석권함으로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시상식에선 카이선수가 우승트로피를 받았으며 사카키선수가 2위. 3위엔 아다찌선수와 다나카선수가 시상대에 올라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
행사를 마치고 난뒤 야마모또 명인이 자신이 만든 찌 두 개를 내게 내밀며 자신의 분신으로 알고 잘 사용하라고 한다.
점심식사도중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선물중 하나를 사진의 주인공인 호텔여직원에게 선물했다.
이날오후 한국 일행들은 호텔 여직원들의 내년에 또오라는 배웅을 받으며 고찌로 이동해 호텔에서 1박후 다음날인 10일 귀국길에 올라 오후3시경 김해공항에 도착해 5박6일간의 대회일정을 마쳤다.
돌아오는길에 민병진씨는 아시즈리에서 고기가 잘나오지 않아 내년에는 큐슈지방의 오도열도에서 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글쎄(?).내년에는 어느해보다 한국대회가 치열할 것 같은데 그곳에 갈수 있을런지.....
대회기간 함께한 박대호,박재윤씨, 그리고 FS-TV의 조성제, 한득수, F-TV의 주찬민 PD님들께 감사드리며 한국에서 응원해준 많은 낚시인들, 대회기간동안 많은 관심과 출국전 선수단의 편의를 제공해주신 제로FG 민병진 회장 내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동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