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영천이씨 경정.자암종택(의성 금성면 수정리 산운마을)

[행복을주는비타민]

경북 의성군 금성면 산운리 이 마을이 전통마을로서 영천이씨 집성촌이며

금성산과 비봉산의 맑은 물이 마을 앞을 흘러내리고 여러체의 고 가옥이 있어

옛 날 부잣집 세도가들의 가옥을 볼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요즈음 주변정비를

하여 태마 공원과 체험 마을로서 인기가 많다.

 금성산을 뒤로 하고 자헌 대부 형조판서 지금의 법무부 장관과 같은 관직을 지낸 운곡 이 희발의 신도비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375호인 점우당의 솟을 대문이다,  

 점우당의 사랑체의 방과 툇마루

 점우당(이장섭)의 편액이 걸렸다

 마루위 들보와 썩가레

 점우당의 안채

전통 마을 길옆의 담장

 

                                          사당

  형조판서 운곡당 이 희발이 1800년대 초기에 건립

 1920년경에 일부가 개축

 
가을 맑은 날의 논은 이제 녹색보다 황금빛이 더 섞여 투명한 아침햇살을 받은 모습이 맑고 곱다. 더구나 층이 지어진 논은 논두렁과 그 높낮이로 인해 작위적이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데 이런 가공하지 않은 우리의 산하(山河)야말로 눈여겨보지 않은 가장 우리다운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 낯익어 가치를 두지 않았던 이런 주변의 풍경들이 가치 있는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는 안목과 시각이 생겼으면 좋겠다.

◇ 산운마을을 지켜주는 금성산

산운마을은 의성군 금성면에 소재한 영천이씨 집성촌이다. 금성면이라는 행정지명은 금성산(金城山, 해발 531m)과 비봉산(飛鳳山, 해발 671m)이 넉넉한 거리를 두고 아버지의 등같이 어머니의 품같이 들과 마을을 두르고 있어 생긴 것이며 이 두 산 사이 수정계곡에는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수정사가 있다.

또한 ‘산운(山雲)’이라는 마을이름은 신라시대 때 ‘금성산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였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는 생태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해 놓았으며 이 길로 곧장 춘산·가음 방향으로 2㎞정도 차를 몰아가면 여름에도 찬바람이 분다는 풍혈(風穴), 얼음이 언다는 빙혈(氷穴), 빙계사지 석탑이 남아있는 빙계계곡에 도달한다.

금성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화산이며 지금은 사화산으로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이 폭발해 분화구가 내려앉은 칼데라 형태로 남아 있기 때문에 모양새가 특이하다. 동네를 들어서면서 보게 되는 두 산은 멀리 들판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가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그러나 아래 평지 '들녘'연결 된 지점에 이르면 평평한 구릉을 이루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 학록정사 (이광준)

산운마을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학록정사(鶴鹿精舍),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42호) 앞에 차를 세운다. 생각보다 좁은 논길 사이로 차를 몰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는 좀 더 가면 잘 만들어진 주차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동네 안으로 불가피하게 차로 이동해야 했던 것은 참 미안스런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록정사 앞에 서서 전방으로 펼쳐 보이는 황금들판과 좌측으로 편안히 앉은 마을의 기와지붕들이 연이어 있는 모습은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산운마을에는 조선 명종 때 영천이씨인 학동 이광준(1531-1609)이 이곳에 터를 잡아 입향조가 된 후 지금까지 400년을 훌쩍 뛰어넘어 맥을 잇고 있으며 현재 80여 가구가 모여 산다. 이후 참의 이민성, 판서 이희발, 한일합방 시 애국지사로 건국 공훈을 세운 이태직 등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그들의 입향조인 이광준을 기려 조선 영조 26년에 지은 학록정사가 동네로 들어오는 길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문 앞에 회화나무가 아직 볕을 피할 작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정사 뒤편에는 은행나무가 잘 익은 은행을 소리 없이 툭툭 땅으로 떨구는 풍경을 본다.

◇ 강세황이 쓴 학록정사 현판

◇ 마당에 핀 배롱나무꽃

삼부자(학동 광준, 경정 민성, 자암 민환)인 불천위를 모신 광덕사라는 사당을 뒷마당에 둔 학록정사는 아담하고 권위적이지 않다. 솟을삼문에 걸린 편액엔 소시문(蘇始門)이라 적혀있는데 ‘비로소 깨어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혼자 추측을 한다. 잘 쓸어놓은 마당에는 가을 햇살이 잔잔하고 아직 지지 않은 배롱나무 꽃 몇 송이가 햇살에 그을려 안쓰럽다. 학록정사(鶴鹿精舍)라고 예서체로 정돈이 잘 된 편액을 보면서 이 편액을 쓴 표암(豹庵) 강세황(姜世晃, 1712-1791))은 어느 결에 이곳까지 왔었던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 학록정사 뒤란, 굴뚝 위에 걸린 하늘

뒷마당에서는 같이 온 일행들이 떨어진 은행 줍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의 떠들썩한 소리에 불천위를 모신 뒤편 광덕사 앞에서 키는 작으나 앙증맞게 귀여운 굴뚝을 본다. 기와 사이로 회갈색 점토를 넣어 만든 굴뚝은 그 자체로 상당한 조형미를 가진다. 마치 영주 무섬마을이 집집마다에 까치구멍을 벽에 내어 통기(通氣)를 한 것이 특징이듯이 이 마을 집집마다에는 이런 굴뚝들이 많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낮은 굴뚝 위로 담장이 걸리고 그 위를 뒤 덮은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은 가을다운 풍치를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흙으로 된 논길을 천천히 걸어본 기억이 언제쯤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마을 앞 논 가에는 작은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소리 맑고 맑은 볕에 익어가는 벼가 살랑대는 몸짓을 보인다. 이럴 때는 실눈을 뜨고 멀리 보이는 산과 땅, 흔들리는 곡식과 마을에 내 호흡을 맞추며 깊은 교감을 나누어 보아야한다. 가을 속으로, 자연 속으로 동화되는 기쁨은 스스로 마음먹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 산운마을 흙담 길에서 I

동네 어귀를 들어서자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곳곳에 서 있는 키 큰 회화나무들, 길게 마을 속의 집들을 구분하고 또 잇는 흙담, 그리고 겹겹이 하늘을 이고 있는 기와지붕들이다. 회화나무는 선비나무라고들 한다. 과거에 급제한 집 앞에 한 그루씩 심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나중에는 사대부집 마당이나 대문밖에 자주 심겨졌으며 지금도 서원이 있는 곳에는 은행나무와 더불어 꼭 심겨져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흙담도 이곳의 것은 남다르다.

◇ 산운마을 흙담 길에서

대개는 담 밑으로 꽃을 가꾸거나 담 위로 넝쿨식물을 가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마을의 담은 모두 담 그 자체로 두고 있다. 잘 쓸린 마당이나 골목길의 황토색과 조화를 이루는 흙담의 정갈함은 또한 가식 없는 조형미를 돋보이게 해준다. 더구나 골목길은 굽은 모양대로 쌓아서 각이 지거나 모가 나는 곳이 한군데도 없이 유연하다. 이런 모습은 너그러운 포용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 좋다.

◇ 점우당 사랑채에 가을볕이 내려 앉았다

마을 중심 세 갈래 길에 넉넉하게 자리 잡은 집이 점우당(漸于堂, 경북문화재자료 제375호)이다. 1900년대에 지어진 이 집은 산운마을의 종손댁이다. 여러 세대가 한 집에 살던 모습을 잘 간직한 이 집은 마치 친척 일가가 서로 등을 부비고 사는 것처럼 뒤편의 소우당과 담을 공유하고 있다. 사랑채 앞 대청마루 끝에 가을볕이 걸리고 잔디가 곱게 뿌리를 내린 마당에는 회화나무가 만든 그늘이 혼자 놀고 있다.

평일인데다 본격적인 농번기여서 인지 마을은 조용하기 그지없는데 점우당 앞 골목길에서 만난 할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이곳을 찾은 우리가 신기한 듯 뭔 고생을 사서하냐고 웃으며 안타까워하신다. 그냥 빙그레 웃으며 인사말을 건네는데 담 사이 텃밭에 남은 두어 송이 나팔꽃이 한낮인데도 활짝 피어 나를 곁눈질한다. 혹시 마을에 남아계신 어르신들 소란스럽다 할라 싶어 조용히 발걸음 내디뎌 뒤편 운곡당(雲谷堂, 경북문화재자료 제374호)으로 향한다.

◇ 운곡당 (이희발)

‘구름계곡‘이란 이름이 예쁘다 싶었는데 사랑채 앞으로 잘 정돈된 잔디마당을 보고 이런 집이라면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들 한다. 사랑채 툇마루에 앉아있던 이 집 종부에게 허락을 얻어 둘러보는데 사랑채 마루에 가지런히 쌓아놓은 호박들도 정겹고 전지를 잘 한 향나무 한 그루도 예사롭지 않은 손길이 미쳤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운곡당은 영월부사시절의 운곡 이희발(李羲發)이 1800년대 초기에 지었으며 1920년대에 일부 개축한 건물로 산운마을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다.

앞마당을 지나 운곡당 뒤로 돌아가니 우연의 일치인지 잘 모르지만 왜 이 집이‘구름계곡’이란 이름을 가진 운곡당인지 느끼게 한다. 앞마당보다 더 넓은 터는 평평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멀리 금성산과 비봉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툭 트인 공간이다. 방안에서 뒷문을 열고 바라보면 그야말로 사시사철 운행(雲行)을 볼 수 있는 곳이며 밤하늘의 별이나 달이 만드는 나무 그림자 밑을 소요(逍遙)하기 안성맞춤인 터다.

◇ 운곡당의 여러 풍경들 I

◇ 운곡당의 여러 풍경들 I

종부의 재치로 장독간에 핀 가을꽃이 만드는 작은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제 바깥의 친구들이 뒷마당에서 파티를 하였다며 그 뒷정리를 하고 있노라는 안주인의 얼굴도 다른 사대부집 종부처럼 예사롭지 않으나 부드럽고 온화하다. 텃밭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가을배추가 싱그럽고 흙담 위로 떨어지는 제법 강한 햇살이 역광으로 걸린다.

◇ 소우당(이가발) 바깥 모습

운곡당을 나와 좀 더 올라가 보면 소우당(素宇堂)이 있다. 소우 이가발(李家發)이 19세기 초에 건립하였고 안채는 1880년대에 고쳐지었다고 하는 집이다. 마을의 맨 뒤에 자리잡은 이 건물의 안채, 사랑채 서쪽으로 조성해 놓은 원림(園林)을 두고 사람들은 영남 제일의 정원이라 흔히 부른다. 안채 뒷마당으로 들어서면 장독대 뒤로 운곡당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이런 풍경 하나도 놓치기 싫은 것이지만 소우당의 정원을 보고 가을 볕 아래 천천히 산보를 하는 것이 내가 이 마을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이다.

◇ 소우당 원림에 조성된 연못

사랑채 앞을 지나는 문과 안채 뒷마당을 연결하는 작은 두개의 문으로 연결된 정원 가운데에는 별당 혹은 안사랑채로 불리는 건물을 배치하고 남쪽으로는 한반도를 닮은 연못과 소나무, 향나무, 모과나무, 단풍나무 등이 빼곡하게 들어찬 수림(樹林)을 조성해 놓았다. 적어도 2-3천 평은 되지 싶은 이 정원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원을 둘러싼 길고 오래된 흙담이다. 정원을 이루는 땅의 형태대로 높게 둘러친 담은 자연적인 곡선미가 살아있어 유려하고 고졸한 맛을 풍긴다.

◇ 소우당 원림 풍경

더구나 큰 나무들 사이를 뚫고 정원 내부로 떨어지는 햇살이 주는 따스함을 바라보며 천천히 흙을 밟아 걷는 느낌 또한 예사로운 것은 아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양팔을 들어 솔기 사이로 들어오는 가벼운 바람을 느끼고 오감을 동원하여 맑은 공기 속에 전해지는 가을의 맛을 음미하는 것은 마치 숲 속에서 풍욕(風浴)을 하는 것처럼 상쾌하다.

◇ 소우당 원림 풍경

좀 더 가을이 깊어졌을 때 이곳에 와도 좋을 것이다. 코끝에 냉기가 적당히 느껴지는 어느 날 아침, 물들어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산보를 하면 아마도 늦가을이라야 느낄 수 있는 첫서리가 내린 후의 농익은 가을볕을 완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골목길을 돌아 다시 나오는 마을 어귀에 한 무더기 백일홍과 코스모스, 맨드라미가 피었다. 손 흔들어 보내는 꽃들의 인사에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