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틴어의 고상함
‘지적이고 아름다움 삶을 위한’ 이라고 부제가 붙은 <라틴어 수업>을 읽고 있다.
저자는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로 서강대에서 라틴어 강의를 한 적이 있으신 한동일 신부님이다. 라틴어는 고어로 널리 쓰이지 않을 뿐더러 까다롭고 배우기 어려운 언어이다.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라틴어와 함께 유럽언어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다양한 언어를 익히고 외국 생활을 오래하면서 저자는 우리 한국말이 참 거칠게 느꼈다고 한다.
우리말이 거칠다고!
쉽게 배워 쓸 수 있는 매우 과학적인 언어가 한글이라고 흔하게 들었었는데 너무 다른 생각이라 놀라웠다. 성조가 두드러지는 다른 언어들에 비해 다소 딱딱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던터라 그런 부분에 대한 견해를 예상했으나 전혀 다른 의견이었다. 연장자가 나이 어린 사람을 쉽게 하대하는 언어라는 것이다. 나이보다 계급에 따라 말의 태도가 달라지기도 해서 불쾌했던 적도 꽤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라틴어는 누구든지 간에 내려다보지 않는 수평적인 언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한글은 경어체가 다양한 언어이다. 높임말, 낮춤말이 있고 경어체, 하대체라고도 구분한다. 오랜 교직생활에서 아이들을 어른의 소유물이나 미성숙한 인간으로만 여겨서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나서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겨주고 실제로 존중해주는 외국의 문화가 부러워서 내 안의 선진국의 기준은 어린 아이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출산율이 떨어져 아이들이 더 소중해진 지금도 우리의 교육이나 돌봄 정책은 아이들의 입장보다는 어른들의 문제 해결 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곤 한다.
말이 먼저이고 문자가 나중이니 한글이 비수평적으로 만들어져서 우리가 아이들의 생각을 미숙하다고만 여기거나 가볍게 무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하는 유명 인사보다는 몇 마디 단어로도 소통할 수 있는 어린이의 언어에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한다. 언어의 고상함은 먼저 잘 듣는 데에 있음을 또 배운다. 잘 듣다보면 내 언어도 고상에는 못 닿아도 조금은 순화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첫댓글 라틴어수업,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저희 책으로 노는 사람들에서도 토론 도서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