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주민들, 인디밴드 위해 밥상차리다
_ 예술과 일상을 하나로 '손맛나는 날'
6월 23일, 홍대 앞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서교동 지역주민 손맛 뷔페 대접
새벽부터 정성껏 만든 음식들로 의미 있는 손님맞이
23일 이른 새벽부터 서교동 푸르지오 일대가 복작거리기 시작했다. 서교동 지역주민(푸르지오 주민 일동)들이 뜻을 모아 지역 문화 발전에 힘쓰는 젊은 인디밴드 및 아티스트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 것. 이번 행사에는 “손맛나는 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교동에 내노라하는 맛의 달인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주민 자체적으로 치뤄지는 행사이니만큼 그 참여와 의미가 남달랐던 시간. 특별한 홍보 없이 알음알음하여 행사에 초대 한 홍대 앞 젊은 아티스트들은 이른 시간부터 주민들의 손으로 정성껏 차려진 식사대접에 적잖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예술은 잘 몰라도 손맛 하나는 끝내줘!”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잘 차려진 영양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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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식 준비에 바쁜 지역 주민들의 모습
뷔페 형식으로 내어진 점식식사 메뉴는 서교동에 거주하는 여러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것이다. 평소 끼니를 제 때에 챙기지 못하는 홍대 앞 젊은 아티스트들을 생각해 “맛도 맛이거니와 영양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각 집마다 미리 짜놓은 영양식단의 준비를 분담했다. 행사 당일인 오늘 테이블 위에 놓여 진 멸치볶음, 육개장, 오이표고버섯 볶음, 겉절이 등이 모두 그렇게 준비된 것이다. 거기에 샐러드, 음료, 수박 등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식당(신원복집)과 동네슈퍼(충남슈퍼) 등의 가세로 후식까지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준비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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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전반에 걸쳐 주축으로서 활동하신 차정호 어머니
이번 음식대접에 주축으로 참여한 차정호(잔다리 밴드 보컬,58세) 씨는 진작부터“영양을 생각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이니만큼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대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었다.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란 생각으로 재료부터 신경 써서 만든 찬들은 일반 가정식 상차림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때문에 ‘집 밥’에 굶주렸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더욱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식사 후 이어진 아티스트 답례 공연 어머니들과 함께 부르는 “잼베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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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 중인 홍대 앞 젊은 아티스트의 모습
오늘“손맛나는 날”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지난 4월 서교동 지역주민들을 위한 행사“나이 없는 날”을 통해 주민들과 연을 맺은 ‘잔다리 밴드’ 멤버 최고운을 비롯해 ‘잔다리 사운드’ 강신석, ‘보드카레인’의 안승준과 주윤하, ‘좋아서하는밴드’, ‘우주히피’의 한국인, 전 '네스티요나' 기타 김호진, ‘코발트블루’의 양인수, 이갈릭, 김근진, ‘ZY밴드’ 박민호, ‘라 퍼커션’의 산, ‘레빗보이’, ‘링거제이’ 조신애 등 홍대 앞 인디밴드가 주를 이뤘다. 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신 지역 주민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준비된 음식들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에는 행사장에서 훈훈한 광경이 벌어졌다. ‘밥 값’이 필요 없는 대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밴드들 나름대로 ‘밥 값’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4인조 락 밴드 ‘코발트 블루’는 7월 중으로 계획된 자신들의 공연에 지역주민들을 초대하는가 하면, ‘좋아서하는 밴드’는 행사장 내에 조촐하게 무대를 열어 새벽부터 음식준비에 바빴던 지역주민들에게 답례공연을 선사했다.
* 좋아서하는 밴드의 답례 공연
퍼커션, 아코디언, 베이스, 어쿠스틱 기타로 구성, 홍대 앞에서 꾸준히 거리공연을 해왔던 좋아서하는 밴드는 이미 서교동 주민들에게는 친숙한 얼굴로, 그들이“잼베의 노래”라는 곡을 부를 때, 지역주민들은“잼베, 잼베” 하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앵콜 요청에도 그들은 즐거운 얼굴로
악기를 연주하며,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지역주민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노래했다.
‘예술’과 ‘일상’을 하나로 지역주민이 만들어가는 문화마을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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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 대접에 참여한 지역주민, 상상공장 직원들, 밴드 래빗보이의 모습
23일 첫 문을 연 “손맛나는 날”은 무엇보다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문화행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관의 도움 없이 주최, 주관 모두를 서교동 주민들의 손으로 해낸 것이다. 때문에 행사 자체를 운영해 나가는 체계와 규모는 다소 미흡하지만,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서 비롯된 문화행사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 자체로서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볼만하다. 또한, 이번 행사는‘지역(서교동)’과 ‘문화(홍대 앞 인디문화)’의 단순한 합을 넘어 ‘일상 속 예술 구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꾸준히 지역주민과 젊은 아티스트들 간에 의미있는 소통과 교류의 장이 마련된다면, 머지않아 서교동은 일상 속에 예술을 구현해내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마을로 거듭날 것이다.
글, 사진 / 유현진
2009.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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