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 징후 묵살

[woolim]

 

(1) 인민유격대의 10차례 남파

북한은 1948년 초, 평양의 동북 35㎞지점에 위치한 강동에 정치공작과 유격전 훈련을 위한 '강동정치학원'을 창설하고, '인민유격대'로 조직하였다.
인민유격대는, 제주 4·3폭동과 여수 14연대 반란 사건으로 진압부대가 호남 및 경남 지역에 집중되어 후방경비가 허술해지고 남한 사회가 혼란해지자, 1948년 11월부터 시작하여 1950년 3월 28일까지 10차례에 거쳐 총 2,450명을 남파하여 미리 남침 여건을 조성하였다.

전쟁 전에 1년 반 이상 인민유격대와 국군 간의 국부적인 교전으로 시달렸던 국군이나 국민들은, 싸움은 항상 있는 것으로 알고 무감각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6·25전쟁 초기에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이어져 작전에 크나큰 지장을 초래했다.

(2) 남침 최적기, 6월 25일 확정

김일성은 6월 말경이야말로 전쟁의 최적기라고 판단, 6월 16일 스티코프를 통해 스탈린의 동의를 받은 후 남침 일자를 6월 25일로 정했다. 김일성이 6월 25일을 남침 최적기로 판단한 이유는, 첫째, 더 늦어지면 북한군의 전투 준비에 대한 정보가 남한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 둘째, 7월이 되면 장마가 시작되어 부대 기동(起動)에 제한을 받게 된다. 셋째, 공격 개시일을 일요일로 계획한 것은 국군의 경계가 소홀할 것을 예상하여 기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밖에 또 다른 이유는, 김일성이 광복절인 8월 15일을 적화통일의 정치적인 적기로 보고 이 날짜에 맞추기 위해 하루 진격 속도를 10㎞로 계산, 최종 목표인 부산까지 50일간의 작전 기간을 산정하고 이를 8월 15일부터 역산하여 6월 25일로 정한 것이다. 해방 5주년 행사를 김일성이 주관하여 부산에서 성대하게 치르자는 의도였다.

북한 전역은 1949년 초부터 사실상 전시동원체제에 들어갔다. 1949년 7월, 북한은 민간조직 형식으로 ?조국보위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17세부터 40세까지의 모든 남녀를 총동원하여 강제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3)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

북한은 남침 준비를 서두르는 한편, 침략 계획을 은폐함과 동시에 남한의 경계태세를 허술하게 만들기 위하여,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미명 하에 갖가지 위장 평화 공세를 전개하였다.

1950년 6월 7일 북한 방송은 소위 「평화적 조국통일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해방 5주년 기념일에 최고입법회의를 열기 위하여 8월 5일에서 8일 사이에 남북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며, 이를 토의하기 위하여 6월 15일에서 17일 사이에 남북 민주주의 정당 및 사회단체의 대표자 회의를 해주(海州) 또는 개성(開城)에서 열자는 것이었다.

전쟁 직전 1950년 6월 10일, 김일성은 자신들이 억류하고 있던 조만식 선생과 남한 형무소에 수감되어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던 남로당 지도자 김삼룡, 이주하를 교환하자는 제의를 해 왔다. 이에 이승만은 김창룡을 시켜 둘을 데리고 개성과 사리원 중간쯤에 위치한 ?여현?에서 만나도록 하였는데, 조만식은커녕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약속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어서 6월 19일에는 소위 「남북 국회에 의한 통일정부 수립 제안」을 방송을 통해 발표하였는데, 남한이 이에 동의한다면 6월 21일에 서울 또는 평양에서 남북한 국회의 대표들이 회합을 갖자고 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남침 수일 전까지도, 겉으로는 얼토당토않은 대남 평화 공세를 외쳐대면서 속으로는 비수(匕首)를 갈고 있었다.

 
(4) 북한의 전면 남침 준비 완료
북한은 1948년 9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창건한 이후, 지하동굴에 총과 탄약을 제조하기 위한 무기 공장을 만들어 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소련은 1949년 봄부터 전차와 야포 등의 중화기와 트럭, 오토바이 그리고 연료 등을 북한의 항구로 보내기 시작했다.

북한은 자체 생산한 소화기와 탄약, 소련에서 지원받은 전투기를 비롯한 기동 장비와 중장비 그리고 전쟁 기간 동안 사용할 비축 유류 문제까지 해결함으로써, 남침 전쟁을 위한 모든 준비를 1950년 5월 말까지 완료하였다.

 

 

- 북한군이 소련군의 지도하에 작성한 남침 작전계획 -

북한은 1950년 3월이 되자 '남한에서 북침할 가능성이 높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38선으로부터 5㎞ 이내 주민을 모두 후방으로 철수시켰다.

그리고 1950년 6월 12일부터 23일까지 12일간에 걸쳐서 실시한 대기동 훈련을 가장하여 전투부대를 은밀하게 38도선 전역에 배치하였는데, 그들이 보유한 10개 사단 중에 제 1군단 5개 사단과 제 2군단 4개 사단 등 9개 사단을 편성(제 13, 15사단은 예비), 전방에 배치하였다. 9개 사단 외에 제 10사단은 숙천에 예비로 주둔하였다.

북한군 제 1군단은 수도 서울을 겨냥한 주공(主攻) 부대였다. 서에서부터 동으로 제 6사단, 제 1사단, 제 4사단, 제 3사단 순으로 전방에 배치하고, 제 13사단을 예비로 보유하였다.

고속기동부대로 제 105전차여단(-) 예하의 '제 107전차연대, 제 109전차연대'(포천 축선), '제 203전차연대 제 3대대'(동두천 축선)는 서울로 진입하게 될 제 3사단과 제 4사단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203전차연대(-1)는 개성-문산 축선의 제 1사단을 지원하도록 하였다.


북한군 제 2군단은 홍천-춘천-동해안 일대로 공격하는 조공(助攻) 부대였다. 서에서 동으로 제 2사단, 제 12사단, 제 5사단 순으로 전방에 배치하고 제 15사단을 후방에 예비로 보유하였다.

또한 고속기동부대로서 제 603모터사이클 연대를 두어 운용하였는데 이 부대는 1949년 8월 중국으로부터 입북한 조선의용군 출신 2,000명이 근간을 이루었다.

제 766부대와 제 945육전대는 해상침투 준비를 하였다. 766부대는 주로 남로당원 및 강동정치학원 출신 등으로 편성된 유격부대로서, 주 임무는 남침과 동시에 강릉 부근에 상륙하여 무장폭동을 야기하는 한편, 국군의 퇴로를 차단하는 일이었다.
또한 정동진으로 상륙한 945육전대의 임무는 국군 제 21연대의 증원을 저지하고 전선에서 공격하는 제 1경비여단 부대들과 합동으로 강릉 북쪽에서 국군을 포위, 소멸하는 것이었다.

 
(5) 전쟁 하루 전, 북한의 모습

전쟁 하루 전인 6월 24일부터 인민군 지휘관들은 일제히 위장을 실시한 가운데 38선상에서 지도를 들고 전방을 관측하고 있었다.
또한 1950년 6월 24일 밤, 각 부대 문화부 군관들은 "국군이 북침하였으니 이것을 되받아 치되 동부에서는 서부가, 서부에서는 동부가 반격해야 한다."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북괴군을 선동하였다.

남침 징후의 결정적인 몇 가지 사례만 보아도 참으로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강릉 8사단장 이형근 준장은, 1950년 6월 10일 포로를 잡아 조사한 결과, 인민군의 전쟁 준비가 다 됐음을 확인하고 총참모장에게 보고했으나, 이를 묵살당하였다.

함흥에서 주둔하던 인민군 2사단(사단장 이청송)이 6월 17일 화천에 이동, 포진하고 있었는데, 이 사실은 6월 19일 귀순한 박철호 전사를 통해 6사단에 알려져, 육본까지 보고하였으나, 또 이 사실을 묵살하였다.
1950년 6월 19일, 강릉 밑 해안에서 인민군 전사가 귀순하여 "일주일 후면 전면 남침이 시작될 것입니다. 엄청난 인민군이 후방에서 38선 가까이 와서 남침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묵살하였다.

장도영 육본 정보국장은 전군의 정보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는 인민군의 전면 남침'이라고 판단, 6월 24일 오후 2시에 채병덕 총참모장에게 보고하면서, 오늘 저녁이 위험하니 비상경계령만이라도 부활시켜 달라고 간청하였으나, 총참모장은 화를 벌컥 내면서 "오전에 해제하였는데 어떻게 오후에 다시 경계령을 부활시키는가?"라며 거절하였다.
다만 채병덕 총참모장은, 첩보대를 포천, 동두천, 개성 등지에 파견하여 적정을 살피고 그 결과를 다음날인 6월 25일 오전 8시까지 보고하라는 지시만 내렸다.

전쟁이 터지기 전 무려 417회의 남침 징후가 육본에 보고되었다. 1950년 6월이 될수록 그 횟수와 징후는 너무도 분명한 것이었음에도, 북한의 남침을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송두리째 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