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보도 (군 비행장 소음 피해 보상 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

[한광기(김해)]

군비행장 ‘소꼬리’ 피해 - ‘쥐꼬리’ 보상

청주공군비행장 피해주민 127억원 배상판결
청주공군비행장 피해주민 127억원 배상판결

	▲ 지난 78년 공군비행장 건설이후 30년간 항공소음에 시달렸던 청주공항 인근 주민들이 처음으로 법원의 일부 배상판결을 받았다. 환경 민원해소와 국제공황 활성화를 위해 군비행장 이전 당위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청주 제17 공군전투비행단의 항공기 소음에 시달려온 인근 주민들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음피해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지방법원은 22일 청주시 오근장동과 청원군 내수읍, 북이면 주민 등 7400여명이 제기한 소음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127억여원을 배상하도록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손배소송은 내수읍 소재 아파트 3개 단지 주민과 청주공군비행장 소음피해대책위원회가 각각 별도로 진행했다. 법원은 3개 아파트 주민 3200여명에 대해 44억원을, 소음피해대책위 집단소송 주민 4139명에 대해 83억여원의 위자료를 지급토록 했다.

이날 대책위의 손배소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청주공항의 항공기 운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사회생활상 통상의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정도이다. 그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은 물론 생활에 방해를 받았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가 항공기 소음에 대한 간접보상의 일환으로 원고들에게 영농지원 등 봉사활동 및 소음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로써 원고들이 입은 소음 피해가 모두 방지되거나 보상됐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공기 소음의 정도(웨클 WECPNL) 및 비행 횟수, 원고들이 피해 지역에 실제 거주한 기간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한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배상범위는 항공소음 80웨클 이상 지역으로 청주시 오근장동과 청원군 내수읍·북이면 일부 주민 4139명으로 한정됐다.

지급기준은 지난 5년간 소음 정도가 80~89 웨클인 지역은 월 3만원, 90~94 웨클은 월 4만5천원, 그 이상은 월 6만원씩 거주기간을 감안해 지급하게 된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각각 11만9000~370여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청주공군비행장 소음피해대책위원회 류재평 기획실장은 “항공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군비행장 이전을 요구했지만 다른 지역 사례를 통해 일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판결을 통해 주민들의 구체적 피해사실이 입증된만큼 앞으로는 비행장 이전을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승소판결은 다른 지역의 판례에 따라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2004년 군산 공군비행장과 대구공항 인근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배소송에서 첫 승소했고 2005년엔 광주공항, 2006년엔 오산공항 인근 주민들이 각각 승소한 바 있다.

한편 충주 공군비행장(19전투비행장) 인근 가금면, 금가면, 소태면 인근주민 6천여명은 지난 2006년 11월 손배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주민들이 전투기 소음으로 인해 난청이나 집중력 저하 등 장애를 입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3억8천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항공기 소음이 85웨클 이상인 경우에만 피해가 인정된다”고 판시했고 주민들은 소음정도에 따라 1인당 월 3만원~ 6만원까지 위자료 산정을 받았다. 1년 2개월만에 보상기준이 85웨클에서 80웨클로 낮아진 것이다. 반면 오산공항 주민소송에서는 80웨클 기준이 적용돼 재판부에 따라 판결기준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80웨클 이상 지역을 소음피해예상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80∼90웨클의 경우 제3종 소음피해예상지역으로 의무적으로 시설물 방음시설을 갖춰야만 신축 및 증개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90∼94웨클 지역은 제2종으로 분류돼 항공기 소음과 무관한 시설만이 설치가 가능한 지역이다. 95웨클 이상은 제1종으로 이전 시급한 지역이며 비행장 활주로와 근접한 오근장동 일부 가구는 제1종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전국 14개 공항에 대한 항공시 소음도 정기측정을 한 결과 청주공항은 대구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소음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대구공항 87웨클, 청주공항 86웨클 수준으로 조사됐고 광주공항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청주, 대구, 광주, 포항, 군산은 민.군 공용공항으로 항공법 적용이 제외된 실정이다. 따라서 환경부가 75웨클 이상인 지점에 대해 소음방지대책 수립시 활용토록 국방부 등에 통보만 하는 실절이다.

하지만 청주·서산공군비행장의 경우 지난 2000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기설치된 소음방지시설(Hush House)이 부실공사로 판명됐다. 당시 시공회사가 약속한 소음저감도 ‘78dB 이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공인기관의 소음측정 검사를 거치지 않은채 준공검사를 내 준 것. 58억원을 들인 소음방지시설 사업이 부실로 드러나자 공군은 시설감 이모 준장을 견책하고 감독관인 대령 2명을 경고조치 하는등 5명을 징계했다.

또한 청주공군비행장의 주력기종은 F-4, F-5 팬텀기로 노후화돼 상대적으로 저감기능이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해당 기종은 이미 수명 주기 30년를 훨씬 넘겨 국회 국방위에서도 지적됐지만 공군은 F-15K 도입 완료 때까지 이들 기종을 계속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새만금 간척지, 공군비행장 이전 가능한가?

지난 2005년 국방부장관이 민군공용인 광주·군산공항의 군비행장을 새만금 간척지로 이전하기 위한 장기구상을 밝힌바 있다. 당시 윤광웅 장관은 호남지역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지자 기자간담회에서 “새만금 간척지가 완공될 경우 1000만평 정도의 용지를 확보해 이곳으로 광주와 군산 군공항을 이전하는 것을 장기과제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새만금 사업의 지속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군비행장 이전문제는 수면아래로 잠겼지만 현직 장관의 발언인만큼 국방부의 장기과제 수행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충북의 경우 청주 공군비행장 이전요구가 분출하면 충주지역 주민들이 충주공군비행장 합병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제3의 장소로 이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대안이며 새만금 간척지에 공군비행장이 들어설 경우 청주 공군비행장 동시이전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원시와 대구시의 경우 지자체장이 군비행장 이전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지방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핵심과제로 끌고가고 있다.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로 피해주민들의 군비행장 이전 목소리가 한층 커지게 됐다. 앞으로 지역 지도층 인사로 구성된 청주공항활성화 대책위와 현지 주민들로 구성된 공군비행장 이전대책위가 뜻을 합치면 효과적인 이전운동을 벌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위해 충북도·청주시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선명하게 지역이슈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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