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선택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들은 무엇일까?
대략, 감독이나 시나리오, 배우 등일 것이다.
그럼 애니메이션이라면 어떨까?
......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이 질문엔 답을 못하고 머뭇거릴 것이다.
그러나 조금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이름 정도는 거침없이 댈 것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따라불렀던 주제가 -푸른바다 저멀리 새희망이 넘실거린다 하늘 높이 하늘 높이 뭉게구름 피어난다 ~-로 기억되는 미래소년 코난을 필두로 월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로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제작한 감독이다.
올 여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은 애니메이션영화가 개봉했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마루 밑 아리에티"
직접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을 맡진 않았지만 제작과 각본을 맡고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를 큰 기대를 가지고 영화관을 들어섰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 세계의 철칙은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그 집을 당장 떠나야 한다는 것! 14살이 된 10cm 소녀 아리에티는 아버지와 인간의 물건들을 빌려 쓰기 위해 작업하러 가는 첫 날, 목표로 했던 각설탕은 무사히 챙겼으나 두번째 목표인 티슈를 얻으러 간 방에서 저택에 요양을 온 인간 소년 쇼우의 눈에 띄게 된다. 인간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쇼우의 다정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아리에티. 마루 밑 세계의 규칙을 어기고 쇼우에게 다가가던 어느 날, 아리에티 가족에게 예기치 않은 위험이 찾아 오는데.....
하야오감독의 기존 영화들처럼 이 영화도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하야오가 각본)
영화는 줄곧 아리에티가족(아빠, 엄마, 아리에티)3명만 등장합니다. 영화의 종반부에 새로운 소년이 1명 등장하고 엔딩장면에서 다른 소인족들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떠나게 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아리에티가족을 줄곧 영화는 부각한다.
자연주의자인 하야오감독은 전작들에서 인간의 자연파괴 행위에 대해 엄중한 경고의 메세지를 전하는 영화들 (대표적으로 월령공주)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그 메세지는 영화의 곳곳에 녹아있다.
쇼우가 아리에티에게 가족이 몇명이냐고 물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없냐고 한다. 그리곤 인간은 이 지구상에 몇 명쯤 있을 것 같냐고 묻는다.
그리고 대략 60억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60억명 대 3명....
아리에티와 같은 소인족들은 한때는 아주 많이 살아었겠지만 현재는 3명만이 남았다는, 멸종할 지 모른다는 긴박한 메세지..
여기서 우리는 영화의 제목에 나오는 "마루밑"이란 단어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무밑이나 뒷산이 아니고 왜 하필 마루밑일까?
마루밑은 인간이 생활하고 휴식을 취하는 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런 곳에도 존귀한 생명이 살 수 없다면 우리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마루밑=가장 가까운 자연, 아리에티=생명체로 단순화 시켜보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뚜렷해진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의 원작은 메리 노튼의 바로우어즈 (The Borrowers - 빌리는 사람들)란 어린이 동화인데 하야오감독의 멋진 상상력으로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존의 하야오 영화와는 다르게 너무 얌전하게 만들어져 기승전결에 따른 위기감 고조와 해소 과정이 너무 밋밋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아직은 거장의 내공을 따를 수 없는 이 영화의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의 연출력의 문제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