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모호해지는 이유 : 사람들이 제 글을 이해하지 못해요.
종종 문제는 문장이 아니라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있습니다. 모호해서 여러 번 읽어도 이야기의 내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을 때에는 다양한 원인을 따져볼 수 있습니다. 이때 제일 먼저 접근해봐야 하는 것은 인물입니다. 대부분 인물에서 개연성 문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글에서 따져보자면 화자와 타인과의 관계, 각각의 캐릭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특히 과거사는 인물과 인물의 관계를 얘기해주는 중요한 대목입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화자를 공감할 수도 있고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 실기작품을 보면 과거사가 뚜렷한 맥락 없이 전달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대체 둘의 관계를 무엇이고 왜 그런지를 이해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왔을 때 화자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병수발’이라는 것은 누구를 병수발하는 것이고 이것이 인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인물을 화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화자의 감정도 알 수 없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누군가에게 설명해준다는 생각으로 발표하듯 이야기의 줄거리를 전달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얼버무리게 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인데 보통은 그 부분에서 개연성이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인물관계를 발표하는 것처럼 설명해보면서 혹시 어색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좀 더 구상을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모호하게 읽히는 원인은 각각의 장면에도 있지만 장면과의 연결고리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으면, 그래서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면 읽는 이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모호한 이야기로 자리 잡습니다. 예를 들어 문단을 연결하였을 때와 중간에 과거사가 낀 경우를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과거사거 부자연스럽게 끼어든 바람에 이야기의 가독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1) 어색한 연결
현관에 놓아 둔 장화 한 짝을 신발장에 집어넣는다. 요리를 못하는 해미를 대신해 식기류는 주로 내가 만졌다.
- 두 문장 사이 연결고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갑자기 해매 얘기가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사가 들어가야 하는데 부자연스럽고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자연스러운 연결
현관에 놓아 둔 장화 한 짝을 신발장에 집어넣는다. 바다낚시를 가기 위해 장화를 샀다.
- ‘장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야기가 연결되고 있다 보니 이야기의 이음새가 매끄럽고 그만큼 읽는 이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과거가 현재 안에 들어가 있는 형식인데 이 과정에서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고 있다 보니 이야기가 제대로 읽히기 어렵습니다. 물론 각각 장면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확실해야 하는 점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즉 과거사를 통해 인물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만큼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더 궁금한 점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언제든지 남겨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