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대우서적 사장님의 소개해주셔서 고감도 독서교실에 출연하셔서 1시간30여분 특강을 해주셨다.
대우서적 김종훈 사장님과는 30여년 교류한 분이라고 한다. 6천여권의 책이 집에 소장되어있다.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셨다. 지금은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 교육팀장으로 근무하시면서 해양에 관한 책을 특히 전문으로 모으고 분석하고 연구하고 계신다. 두 명의 자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독서를 많이 한 편이고 나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진로문제도 큰 고민이 없다고 하셨다.
정선생님께서는 보통 하루 1권의 책은 읽는다고 하신다. 또 속독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간 읽은 책은 대략 1만권 정도는 될 듯. 1만권의 독서량을 소개하시면서 '1만시간 법칙'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한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에 이른다는 것이 1만시간의 법칙! 피겨여왕 김연아가 연습벌레라는 말씀으로 1만시간의 법칙을 더욱 박진감 있게 들려주셨다.
학생들이 하루에 3시간 책을 읽으면 대략 10년이면 1만 시간의 독서시간이 생긴다. 그리고서는 읽은 책을 보여주시면서 책 속에 빼곡히 글적은 것도 보여주시고, 독서수첩에 빼곡히 써놓은 것도 보여주셨다. 전자는 구입해서 보는 책, 수첩에 적는 것은 도서관 등에서 빌려보는 책의 요약기법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쓴 독서수첩만 해도 30권이 넘는데, 독서수첩 한 권에 대략 50권이 적힌다 하시니 줄잡아 1500권이다.
자녀들의 독서는 아버지의 독서가 크게 영향을 준다고 운을 떼셨다.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책을 많이 보느라 자녀들이 어릴 때 함께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리신다 한다. 모든 것을 다하기에는 사람에게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책을 많이 읽기위해서는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선생님은 먼저 책을 좋아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들에게 당부하길 '꿈을 가지라'고 강조하셨다. 정선생님이 중학교 다닐 적에 수위아저씨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신다. 왜냐하면 수위아저씨가 책을 많이 보셨단다. 그래서 수위아저씨처럼 되길 바랬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어서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은지, 빨리 읽기를 하는 방법이 있는지, 읽은 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소개하셨다.
1. 책을 좋아하도록 꿈을 가지라.
정선생님은 초등학교를 두메산골에서 다녔다. 배고픔처럼 책고픔을 느끼셨다. 지금처럼 책이 흔치 않던 시절이다. 그래서 한 두 권이라도 생기기만 하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박종화씨의 <삼국지>는 10번을 넘게 읽었다고 하셨다. 책고픔이 강렬하여 중학교 시절에는 5만권의 책을 읽었다는 수위아저씨 되기 위해 수위아저씨가 되길 바랬고, 등대지기가 되어 종일, 아니 밤새도록 책에 파묻히고 싶었다고도 하셨다.
중학교에서 학급회의 시간이 책의 지경을 넓히고 실용독서를 하는 계기를 주었다. 스스로 사회를 보겠다고 자청하여, 도서관에 가서 '사회보는 법'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매주 월요일 첫째시간에 학급회의를 할 때 회의를 진행하였다. 그때 읽은 책이 3권이다. 그때의 경험으로 "아하! 책은 문제를 가졌을 때 답을 주는 것이로구나!"하고 느꼈다.
그 다음부터는 문제가 있거나, 뭔가 새로운 것이 하고 싶거나 하면 해답을 바로 주는 책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읽은 것들이 테니스 치는 법, 디스코 잘 추는 법, 재봉틀 사용법에까지 책을 통해 독파하고 기능을 익혔다. 재봉틀 사용은 하는 일이 선원이다보니 정말 필요했던 것이다.
"부모님은 평생 같이 있지 않다. 그러나 책은 언제든지 곁에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선생님은 강조하셨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을 사다모으는 버릇이 생겼다. 매주 보수동책방 골목에 나오신다. 또 서면의 서점들도 가신다. 영광도서, 동보서적, 교보문고를 주로 들렀는데 동보서적이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여기셨다. 학생들에게도 "정말 소중한 책을 소장하라"고 강조하셨다. 여기저기서 구해도 못구하던 책을 보수동에서 발견할 때면 '횡재'한 기분이 든다고 하셨다.
사람들은 좋은 책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작 좋은 책은 절판이 잘되고 절판된 후에는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좋은 책이라면 두말 않고 사다 모은다고 하셨다. 현재 집은 입구부터 거실, 부엌까지도 온통 책천지라 한다. 방이 3칸 있는데 모두 책이 차지하고 있다. 하도 책을 사다모으다 보니 처음에는 가만히 있던 교직에 있는 부인께서 요즘은 불평하신다고.
그러면서 아직 어린학생들을 향해 체계적으로 책을 읽어나갈 것을 당부하셨다.
2. 책 읽는 방법
가. 삼독법
책을 사면 겉표지를 보라. 앞뒤에 책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가 있다. 이를 미리보기 혹은 훑어보기라 한다.
그 다음은 목차를 본다. 그러면 책 전체의 얼개가 보인다. 줄거리의 감이 잡히는 것이다. 이런 '대략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까지가 1독이다.
그 다음은 본격적으로 자세히 읽으라. 꼼꼼하게 봐야 한다. 책은 뇌가 읽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상하며 읽어야 한다. 책 읽는 도중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상상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하려면,
'질문'하면서 읽으라. 저자와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쓰셨어요? 그 다음은 어떻게 전개됩니까?
질문을 하면 우리 뇌는 답을 추론하기도 하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것이 2독이다.
마지막 3독은 다시보기이다. 읽고 난 후에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다. 정리하는 중에 전체적인 시각에서 책이 보여진다.
3. 빨리 읽기 법
다음은 빨리읽기다. 이것은 속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읽는 속도는 이해에 있어 중요하다. 너무 느린 읽기는 이해를 방해한다. 책을 빨리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그래야 더 많이 읽고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는 시간활용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위의 3독법을 통해 빨리 읽고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하라.
게다가 3독법은 시험문제를 풀 때도 요긴하다. 훑어보고, 자세히 풀고, 다시 확인하라. 그러면 시험을 보다 잘 치를 수 있다.
4. 읽기에 대한 이해
읽기는 앞에 읽은 것과 뒤에 읽은 것을 결합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5. 읽은 책 활용법
한 마디로 읽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표현하는 순간 읽은 것은 다시 꺼내진다. 읽기만 하고 다시 꺼내지 않으면 썩어버린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배출하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것과 같다.
표현하는 방법은 말하기와 쓰기이다. 그 점에서도 독서토론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글쓰기는 자발적으로 되지 않으면 글쓰기 대회에 출전해라. 다른 상은 몰라도 글쓰기 상은 꼭 받으려고 애쓰라.
정선생님은 시인 김소월의 <김소월 선집>을 빌려서 하도 수도없이 읽다보니 다 외울지경이 되었는데, 그때부터는 김소월 시인처럼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생겼다는 과거 이야기를 곁들이셨다.
6. 글쓰기
가. 베껴쓰기
처음부터 잘쓰는 글이란 없다. 그렇다면 베껴써라. 베껴쓰기는 근육운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를 쓴 신경숙 작가는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베끼며 작문 연습을 했다고 한다. 선배작가들도 그 이전의 작가들을 모방하면서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 것이다. 학습의 시초는 모방이다. 그것이 무르익으면 창조적 행위로 이어진다.
나. 책 여백에 쓰기
책을 보면서 줄치고, 마크하고, 여백에 쓴다. 화살표로 이쪽 말과 저쪽 말의 관계를 표시하기도 한다. 이런 글쓰기도 중요하다.
7. 책 추천
정선생님은 어떤 책을 추천하기가 곤란하신지, 대신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 4권을 말씀하셨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희랍인 조르바>
* <간디 자서전>
* <경제학 비판> (저자???)
* 쌩떽쥐베리 <어린 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