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1. Avant title
아름다운 섬 해안을 카메라 PAN
한 쪽에 자연의 웅대함이 느껴지는 사구 펼쳐지고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는 모래 알갱이들 (접사촬영)
어느 순간, 그 바람소리를 압도하는 포크레인의 굉음 들리면서
짐승을 도살하듯 사구를 절단 내는 모습이 보이고,
보라빛 순비기나무 군락의 뿌리가 사정없이 드러난다.
매립된 쓰레기 또한 포크레인에 파헤쳐지면서 . . . DIS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배 안에서 섹스를 하는 경훈과 미현 . . .
두 사람을 지켜보는 이섭의 이글이글 타는 분노에 찬 얼굴에서
광폭한 불길에 휩쌓이는 배 . . . (우왕좌왕 놀래는 사람들)
새벽녘, 쪽배를 타고 떠나는 경훈을 배웅하는 이섭 . . . DIS
《건설업체 줄줄이 도산》신문기사 바람에 날리고 . . .
마침내 선착장에서 커다란 가방을 들고 내리는 경훈 . . . .
씬2. 이섭의 집, 마당
덜컹 열리는 안방 문,
분노에 찬 얼굴로 그 문 박차고 나오는 이섭,
마루 한쪽에 놓아둔 낫을 들고 대문을 향해 뛰쳐나가면
"여보!" . . . 혼비백산, 안방에서 쫓아 나오는 미현
씬3. 이섭의 집, 대문 밖
저만치서 테왁과 망사리를 들고 집으로 걸어오는 채화
낫을 든 이섭의 모습에 놀라 "오빠!"를 부른다.
채화는 안중에도 없는 이섭, 그대로 내달린다
대문까지 쫓아나와 "현수아부지!!" 부르다 그만 폭삭
주저앉는 미현 . . .
씬4. 해안도로
맹렬하게 달리는 자동차 바퀴에서 카메라 빠지면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있는 경훈 . . . 사뭇 비장하고
씬5. 마을 일각
개량한복에 생뚱맞은 촌스런 쌕을 맨 갈래머리,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다.
그녀를 스쳐 지나치는 시퍼런 낫을 움켜쥔 이섭,
문득 돌아서는 갈래머리, . . . 진심이다.
이섭을 보고 반가워 "아재요!" 폴폴 뛰면서 불러보지만,
전혀 안 들리는 이섭, 그대로 가버린다.
씬6. 에덴 리조트 주차장
벌컥 열리는 자동차 문
차에서 내려서는 윤이 나는 검은 구두
카메라 T. U하면 당찬 표정의 경훈이다
두어 걸음 걷다가 어느 순간 획 고개를 돌리는 모습위로
이 섭 : (e) (분노에 찬) 끝장여! 끝장!!
씬7. 승진호
심장을 향해 내리꽂히는 시퍼런 낫 날 - slow motion
씬8. 수지의 집무실
마치 그 일격으로부터 구해내듯 경훈을 와락 끌어안는 수지
씬9. 승진호
플라스틱 기름통에 박힌 낫날,
이제 막 그 낫을 빼내 드는 이섭, 또 다른 기름통을 찍으려하면
사마귀, 두꺼비, 성구 모두 "사장님, 사장님요!"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 섭 : 비켜, 비켜 자식들아!!
성 구 : (콸콸 쏟아지기 시작하는 기름통에 바가지를 들이밀며) 오메
오메 아까운거 . . . 시방, 한 방울이 아쉬운디 . . .
이 섭 : 출항하지 말랬지, 나가봐야 잽히지도 않는 멜치
두꺼비 : (뒤에서 이섭의 허리를 붙잡으며) 여자 맴보다 더 알 수 읎는게
바닷 속 이잖뉴, 하루이틀 겪어봐유?
이 섭 : (낫을 든 손을 마구 흔들며) 놔, 놔! 끝장이랑께, 끝장여, 끝장!!
이섭이 흔드는 낫이 코앞이면 그렇잖아도 무서워서 발발 떨던 사마귀, 꺄악 소리를 지르며 바다로 풍덩 빠져버린다.
그 소란 속에서도 한쪽에서 묵묵히 멸치바구니를 쌓는 심노인
씬10. 수지의 집무실
"(주) 에덴리조트 대표이사 강수지"라는 푯말이 선명한 책상 앞에
기대 서 있는 수지, 두어 걸음 떨어져서 역시 서있는 경훈
수 지 : 고마워요, 어려운 선택을 해줘서
경 훈 :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수 지 : 이 섬에 대해서, 그리고 홍이섭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서경훈씨 아니겠어요?
경 훈 : (자신만만하게 보면)
수 지 : 우리 이 섬을 멋지게 개발해서, 드림랜드 한번 만들어보죠!
경 훈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 지 : 경황이 없겠지만, 지금 곧 새뜸 샘으로 가주세요
우리측 후원으로 우물굿이 벌어질 거예요
뭐, 상황도 파악할 겸, 귀향 인사도 해야지 않겠어요?
씬11. 우물 가
우물 굿이 한창인 . . .
풍물패, 우물 주위로 원을 돌면서 비나리를 부르고 . . .
꾕과리를 치면서 그들을 리드하는 심노인, 신명난 그 모습위로 . .
주민 1 : (e) 저 어른 돌아가시면 누가 상쇠를 잡는댜 . . .
주민 2 : (e) 그러게, 굿이나 헐래나 몰러
마을 주민들, 우물에 빙 둘러서서 간절히 빌고 있다.
카메라, 그 사이를 따라 돌면서 소원을 비는 주민들의 축원을
언뜻언뜻 엿듣는다
아낙1 : 지발지발 예전맨치 펑펑 나와주소,
아낙2 : 수정같은 맑은 우물 펑펑 나와주소
마을 사람들에게서 좀 떨어진 곳에 서서 우물을 쳐다보고 있는
경훈 . . . 그 얼굴 위로 "미현아∼" 에코로 울리는 소리 들리면서
씬12. 동 우물가 (회상) -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로
하늘과 구름을 품은 맑고 풍성한 우물
그 위에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경훈과 이섭(초등학생)의 얼굴
어리면서 우물 저 깊은 곳을 향해 "미현아∼" 손나발 불어
소리친다. 깊고 깊은 우물 속에 메아리치듯 들리는 미여혀현아 ∼
일렁이는 소리의 파장 속에 비치는 미현의 얼굴
두 아이 놀래 돌아다보면 한아름 들꽃을 품에 안은 미현이 바로
코앞에서 토라진 채 쳐다보고 있다. 히죽 마주 보고 웃으며
함께 도망치는 경훈(남루한 행색) 과 이섭(부잣집 아들답게 입은)
그들에게 던져지는 아름다운 들꽃 송이들 . . . .
주민1 : (E) 경훈이 아녀?
씬13. 동 우물 (현실)
한쪽에 차려진 굿상
돼지머리, 떡과 술이 푸짐하고 . . .
빙 둘러앉아 먹고 마시는 사람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경훈
주민1 : 이게 을마만이여, 근 십 년 만이지?
주민2 : 아, 그간 워떻게 지냈어? 신수가 훤한 거 봉께 성공했나벼?
주민3 : 장개는 갔구?
경 훈 : 건설회사 다녔어, 현장감독으로 . . . 결혼은 아직
주민2 : 출세혔네, 야가 어렸을때부터 모래갖구 벨벨 것을 다 맹글더니
주민3 : 너 혹시 미현이 땜에 장가 못 간 거 아녀?
경 훈 : (쓰게 웃으며) 이섭이랑은 잘 살지?
주민3 : 너 뜨던 해 이섭이네 배, 불 났잖냐, 이섭이 아버님 홧병으로
1년만에 돌아가시구, 그 이후로다 내리 곤두박질여 . . .
주민1 : 그나저나 은제 올라가냐?
경 훈 : (당황) 어, 그게 . . .
주민1 : 이참에 미도 분교 동기들 함 뭉쳐야지, 그렇잖아두 요새 개발
이다 뭐다 우덜끼리도 서먹서먹헌디, 잘됐다 야!
경 훈 : 서먹서먹하다니?
순간, "집어쳐!!" 하면서 상을 엎어버리는 소리 들리면
돌아다보는 경훈, 벌떡 일어나는 주민1. 2. 3
어지간히 취한 이섭, 마을 사람들을 향해 분통을 터뜨린다
이 섭 : (주민들에게 대들 듯 다가가며) 에덴서 대준 돈으로 굿을 혀?
우물이 왜 마르는디, 누구 때문에 마르는디,
것들이 대준 돈으로 굿을 혀?
주민들 : (마땅찮으면서도 찔끔 찔끔 뒤로 물러나면)
주민 1 : (다가와 만류하며) 존날 왜 이려, 우물 신이 노하시것다 야 . . .
이 섭 : 이 따위 굿 한번으로 예전같을 우물임 나 집 팔았어,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것냐, 우물이 마르는 건 개발 때문
경 훈 : (O.L) 이섭아!
이 섭 : (문득 돌아보고/ 놀래) !!!
경 훈 : 오랜만이다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면)
현 수 : (E) 아빠!!
그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는 경훈
현수의 손을 잡고 오던 미현, 경훈을 보고 심장이 멎는 듯 놀랜다
그들의 운명을 예시하듯 경훈과 미현, 이섭이 한 프레임에 잡히고
다시 카메라 경훈을 cu 하면
경훈 . . . 이섭과 미현의 사랑의 결실인 현수를 참으로 착잡한
심정으로 쳐다본다.
그 눈길에 당황한 미현,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현수를 치맛자락 뒤로 숨긴다 (slow motion)
그 모습을 유심히 보는 경훈,
그런 경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섭
씬14. 바다 (INSERT느낌/ 길게 처리 )
포효하는 바다
사정없이 몰려왔다 부서지는 파도 . . .
씬15. 경훈의 룸
하얀 포말로 와서 부서지는 파도가 담배 연기로 변하면서
베란다에 홀로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훈 . . . 착잡하다.
insert> 씬13. 우물
상을 엎어 버리는 이섭
당황하며 본능적으로 현수를 치맛자락 뒤로 숨기던 미현
생각에 잠겨있는 경훈의 얼굴에서 DIS
씬16. 이섭의 집 외경 (밤)
덜컹대는 대문 . . .
몰아치는 바람에 널뛰는 백열등( 마당의 빨랫줄에 걸린 /갓 씌운)
마치 이 집안에 닥칠 파란을 예고하듯 불어대는 狂風
씬17. 안방 (밤)
잠든 현수 . . .
미현의 안색을 살피며 의도적으로 더듬어대는 이섭
내키지 않는 미현, 참았다가 그만 그 손길을 뿌리치고 돌아누우면
의혹에 찬 눈길로 뚫어져라 미현의 웅크린 등을 쳐다보는 이섭
(시간경과)
현수를 가운데 두고 등을 돌리고 누운 미현과 이섭
심란하고 불안하고 두려워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는 미현 . . .
마침내 더는 못 참고 일어나 이섭이 잠들었는지 기척을 살핀다.
코 고는 이섭 . . .
깊이 잠든걸 확인하자 까치발로 조심조심 방을 나가는 미현
번쩍 눈뜨는 이섭
씬18. 골목길
광풍에 을씨년스럽게 흔들리는 대문
그 바람에 컹컹 개짓는 소리 불길하게 깔리는 골목길을 . . .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칠흙같은 밤길을, 종종걸음치며 걷는 미현
씬19. 동 일각
뒤쫓는 이섭,
이 밤중에, 이 바람을 뚫고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의혹과 불안감이 몰아치는 광풍보다 더 그를 맹렬히 떠밀고 있고
씬20. 우물가
흉흉한 바람소리 . . .
우수수 나뭇잎들 떨어져 내리고 . . .
그 아래 서성이는 발자국 . . . 카메라 빠지면 경훈이다.
문득, 저벅대는 발자국 소리 들리면 획 고개 돌리는 경훈
저만치 꿈에도 그리던 미현이 . . . 서있다 . . .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격정에 휩싸여 보는 미현
서로를 주시하다 마침내 격렬하게 달려가 끌어안는 두 사람
그 위로 첨벙 두레박 떨어지는 소리 들리면서
씬21. 동 우물가
미현이 이제 막 첫 우물물인 정화수를 두레박으로 정성껏 길어 올리고 있다
씬22. 우물가 일각
두 눈 번쩍 뜨고 두리번거리는 이섭, 어디에도 경훈은 없다
의혹과 의구심에 불탔던 자신의 상상이었다는 걸 깨닫자
참담해지는 이섭 . . .
씬23. 우물가 옆 제단
정화수를 떠놓고 제단 앞에 꿇어앉은 미현
미 현 : (간절한) 제발 정추지신님, 우리 현수, 현수아빠 . . .
아무 일 없게, 무사하게, 제발 . . . 우리 현수. . . 지켜주옵시고
그 간절한 염원을 뒤덮는 맹렬한 불길 . . .
불타는 배의 장면이 미현의 얼굴과 겹쳐지고 . . .
씬24.. 이섭의 집, 안방
이제 막 방안으로 들어오는 이섭,
잠든 현수 옆에 철퍼덕 누워버린다.
왜 이렇게 불안할까? 미현이 경훈을 만나러 간 게 아니란 걸
눈으로 확인하고도 개운하지가 않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쳇증처럼 가슴을 누른다 . . .
그 심정으로 잠든 현수를 으스러지게 껴안는다 . . .
문득,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
그 얼굴에 눈물이 어리는데 . . .
미현이 들어오는 기척이 들리면
현수를 껴안았던 팔을 풀고 얼른 돌아누워 버린다. (F. O)
씬25. 뱃고동다방 전경 (아침) (F. I)
뱃고동다방이란 촌스런 간판 아래
심수봉이 부르는 노래 (EX, Quizas, Quizas, Quizas) 간드러지게
흘러나오고
씬26. 뱃고동다방 안
날긋날긋한 종이에 한글로 적은 가사를 보면서
대걸레 자루를 마이크 삼아 원어로 노래를 하고 있는 민경
승미, 화병에 꽂힌 장미 한 송이 입에 물고, 테이블을 닦던 걸레
를 휘두르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열창에 열창을 하는 민경의 얼굴을 CU하면서
씬27. 나이트 크럽 무대 (상상 씬)
라스베가스 한 복판에 있는 휘황찬란한 무대처럼 꿈같이 멋진 . .
그 무대 위에서 십 여명의 백댄서를 뒤에 두고 (승미도 껴있는)
화려한 조명아래 열창을 하는 관능미 넘치는 드레스차림의 민경
분위기 좋고, 노래 끝내주는데 . . .
민 경 : (e) 아야!!
씬28. 뱃고동 다방 안
파리채로 민경의 등짝을 사정없이 내려친 오마담
이번엔 승미를 때리려고 쫓아오면 '꺄악' 소리를 지르며 폴짝폴짝 뒤로 도망치는 승미
민 경 : 우씨, 노래부를 땐 건들지 말랬잖아아!!
오마담 : 건들지마아? 주둥이를 확 기냥, 아 어여 청소안해!!
민 경 : 나, 이 황민경! 2,3년 안에 확실히 떠, 그때가서 나 잡을라꼬
가랭이 찢어지게 고생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오마담 : 너만 떠? 이, 마담 오도 떠! 2.3년 안에 이 섬이 국제적인
휴양지로 바뀜 이 오 청자, 뱃고동다방이나 하고 있을 줄
아냐? 인터나쇼날 파라다이스 클럽 사장이야!!
그때가서 써달라고 울지나 말어, 작것아!
씬29. 경훈의 집무실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미도개발프로젝트》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경훈 . . .
그 서류의 섬 모습에서 개발 전,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아름다운
섬에서 어린 경훈, 이섭, 미현이 뛰어 놀던 모습이
(black/white)로 보여지고 . . .
다시 개발프로젝트 서류로 DIS
과거, 추억과 향수마저 간직했던 천연의 섬과
개발된 섬의 모습 . . . 사이에서 흔들리는 경훈
때마침 전화벨 소리 울리면, 수화기 드는 경훈
화면이 반으로 분할되면서
수 지 : 굿모닝! 고향에서의 첫날 밤, 어땠어요?
경 훈 : 불러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수 지 : 미도개발프로젝튼 숙지했겠죠?
경 훈 : 네, 사장님
씬30. 수지의 집무실
모형도를 가리키면서 경훈에게 설명하는 수지
수 지 : 장이리 쪽 해안도로에 옹벽 균열의 위험이 있어요
옹벽이야 군에서 쌓은 거지만 어차피 공사현장하고 연결되는 진입로니까 붕괴됐다간 공사에 차질이 막심해요
일단 그거부터 처리하세요
카메라 그 모형도를 CU하면
갯벌에 인접한 해안도로에 쳐진 옹벽 보인다
씬31. 갯벌
모형도의 갯벌이 실제 갯벌로 바뀌면서
현수를 포함한 예닐곱명의 아이들, 갯벌생물을 잡느라 정신없다.
도둑게, 달랑게, 칠게등 아직 살아있는 자연의 모습(접사촬영)
그 속에 천진스런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 . . 아름다운 정경이다
그러나 맨발의 아이들을 언제라도 위협할 수 있는 깨진 병 조각,
유리등이 심심찮게 널려있고, 그 너머
《해안 파괴 주범, 옹벽을 철거하라》프랭카드 펄럭인다 . . .
씬32. 옹벽
갯벌과 인접해 있는 옹벽
옹벽 맨 위에 낡은 인라인스케이트 두 켤레 놓여져있고 . . .
카메라 TILT.D하면 . . .
시멘트와 돌로 쌓아 만든 벽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갈라진 벽 틈에 애처롭게 피어 있는 이름 없는 잡초 보이고 . . .
저만치 놀던 아이들, 어느 순간 옹벽을 향해 "와∼"하며 몰려든다
누가 먼저 저 옹벽을 올라가나 내기라도 한 듯 달려오는 아이들
맨 선봉에 섰던 현수와 그의 뒤의 아이 하나
제일 먼저 달려와 옹벽에 뚫린 구멍으로 척척 올라가는데
묵지근 갈라지는 옹벽 . . . 마침내 무너져 내리고
달려오던 아이들 놀래 튀어 달아난다 . . .
씬33. 병실
3인용 병실 . . .
현수를 포함한 두 어명의 아이들 깁스를 하고 있다.
현수 외에 두 명의 아이들 병상 옆에 낡은 인라인스케이트
하나씩 놓여있다.
깨진 현수의 얼굴을 안타깝게 들여다보면서 죽을 떠 먹이고 있는
미현 . . . 바로 옆에 앉아 터지는 울화를 바듯이 참고 있는 이섭
카메라 그의 얼굴을 CU하면서
씬34. 옹벽현장 (회상) (이중화면 처리)
옹벽 공사를 하고 있는 현장에 이섭을 포함한 주민들 몰려와
《해안파괴 주범, 옹벽을 철거하라》프랭카드 들고 목이 터져라
열렬히 시위 중이다 . . . 그들 사이를 오가며 주전자의 물을 따라 주는 미현과 채화 . . .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이다.
그러나 끄떡없이 진행되는 공사
그 위로 똑똑 노크소리 나고
씬35. 병실 (현실)
과일 바구니 하나 들고 들어오는 수지
그녀를 보자 급기야 터지는 이섭
이 섭 : 뻔뻔하긴 . . . 당신이 여가 워디라구 와?
수 지 : 어쨌든 죄송하게 됐어요 (병실 한쪽에 과일바구니 내려놓는)
이 섭 : (기막힌)어쨌든? 하! 이만하니 망정이지 일 났음 워쩔 뻔했어?
그때도 눈하나 깜짝 않고 어쨌든 죄송하다 할 사람이야, 당신!
이제 워쩔 거야? 엉??
수 지 : 원칙적으로 옹벽은 저희 책임이 아닌 군청 소관이예요,
하지만 도의적으로
이 섭 : (O.L) 이 여자가 아직두
미 현 : (O.L/ 이섭을 만류하는) 여보 . . . 애 놀래요 . . .
수 지 : 보상문제는 나보다 새로 발령 온 우리 서팀장하고 얘기를
하시죠 (문 밖을 향해) 서팀장!!
들어서는 경훈
기겁하고 놀라는 미현 . . .
이섭 . . . 역시 기가 막히고 . . .
씬36. 병원 뒤뜰
서로 마주 보고 서있는 이섭과 경훈
이 섭 : (분노) 개발팀장? 한번 배신한 것도 모자라 또 다시 악연으로
찾아와?
경 훈 : (냉소적으로) 배신? . . . 겨우 9년 전 일을 벌써 잊었나보지
이 섭 : 가증스런 놈!!
씬37. 이섭이 아버지 배 (회상)
뜨겁게, 정말 뜨겁게 . . .
서로를 갈구하는 미현과 경훈 . . . 그 모습 위로
이 섭 : (E) 그날 밤 니 놈은 . . . (나직히) 미현일 덮쳤어
경 훈 : (E) 그렇게 믿고 싶겠지 . . . 그래야 편할테니까
이 섭 : (E)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디 울 아부지 배서, 딴 디도 아닌
바루 울 아버지 배서, 니 놈이 . . . 미현일, 미현일
씬38. 병원 뒤뜰 (현재)
경 훈 : (시종일관 냉소적으로) 똑똑히 들어, 니 놈과의 알량한
우정 때문에 미현일 포기하려 했지만, 그녀가 날 원했어,
우린 사랑한 죄밖에 없어!
이 섭 : 야이 새끼야!!! (냅다 달려들어 경훈을 치려면)
경 훈 : (피하면서) 질투에 눈이 먼 니 놈이 저지른 짓을 미현이도
알고있냐?
이 섭 : 미현이미현이 하지마 새끼야, 내 마누라야, 내 여편네야!!!
씬39. 몽타주
화염에 휩쌓이는 배
선착장이든 해안이든 쪽배를 타고 눈물을 머금고 떠나는 경훈
그를 홀로 배웅하는 이섭 . . . 그 모습 위로
경 훈 : (E)그 날밤 니 놈은 배에다 불을 지르고 방화범으로 날 몰았어
것도 모르고 난 니 놈이 알선해준 쪽배를 타고 섬을 빠져
나왔지, . . . 내 품에 안겨, 영원히 영원히 사랑하자고 맹세
한 미현일 니 놈한테 부탁하면서 . . . 그래도 니 놈과의
우정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사자 아가린 줄도 모르고
그녈 맡겼어 . . . 그런데 내가 배신했다구?
씬40. 병원 뒤뜰
이 섭 : 둘이 쪼개 가질 수 읎다면, 평생 쳐다만 보자, 죽어도 쳐다만
보자 맹세한 날이었어, 니놈과 내가 의형제를 맺은 날이었어,
피로써 나눈 맹셀, 니 놈이 져버렸어!!
경 훈 : 내가 우정을 져버렸다면 니 놈은 내 인생을 송두리채
짓밟았어!!
이 섭 : 그래서, 또다시 날 망치기 위해 개발의 앞잡이로 찾아왔냐?
경 훈 : 착각하지마, 이제 내 상댄 니 놈이 아냐! 겨우 너따윌
무너뜨리려고 다시 찾아온 줄 알어?
이 섭 : (노려보는)
경 훈 : 나 . . . 미도의 가난과 싸우려고 왔어!! 잘 먹고 잘 사는
내 고향 한번 만들어보려구!!
이 섭 : (같잖아서) 투사 나셨군!
경 훈 : (악쓰는) 내가 니 놈처럼 부잣집 아들이었다면 니 놈 모함에
그렇게 섬을 쫓겨나지 않았을거야! 그렇게 맥없이 미현일
뺏기지도 않았어!! 내가 가난하지만 않았다면!!!
이 섭 : 그래서 뺏긴 여잘 도루 찾으려고 왔냐?
섬의 가난과 싸우겠다는 허울 좋은 맹분(명분)을 내세워?
경 훈 : 니가 아무리 용을 써도 섬은 어차피 개발되게 돼있어,
대세를 따르는 게 좋을 거야 (돌아서려다 문득 다시 보며)
옛정을 생각해서 보상금만은 많이 받도록 애써보지,
요새 무지 째다면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경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야이 새끼야!!!" 폭발하는 이섭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미현, . . . 두렵다 (F.O)
씬41. 무덤가 (F. I)
떼가 아주 잘 입혀진 무덤 서너 구 . . .
그 무덤 앞에다 소주를 부어대며 중얼대는 심노인
심노인 : 임자! 적적하지? 쪼매만 지둘러 . . . 우리 선희랑 을매나 닮었
는지 몰러! 고거 시집 보내고 남 . . . 훌훌 털고 달려 갈틴게
(위의 무덤을 바라보며) 엄니, 아부지 . . . 쪼매만 지둘러유. . .
씬42. 폐선
좁은 폐선 안,
심노인의 평생이 담긴 듯, 자개 무늬가 떨어져나간 빛바랜 개다리
소반, 찌그러진 양은냄비 외에 손때묻는 세간이 한쪽에 수북하게
쌓여있고 . . . 촌스런 이부자리 한 채, 침상 위에 얌전히 개어져 있다. 한눈에 사람이 사는 폐선임을 알 수 있다.
이제 막 그 한구석에서 낡은 금고를 꺼내드는 심노인
뚜껑 열어보면, 이주보상금서류 보이고 . . .
그 아래 만 원짜리 현찰이 수북하다(약 이천만원 정도)
그 안에다 일당(6만원정도)을 집어넣는 심노인 . . . 뿌듯하다.
꼼꼼하게 금고 문을 닫고 카메라에 등을 돌린 채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은밀한 장소에 꾸물꾸물 숨긴다.
그 모습 위로
진 심 : (e/비명에 가까운) 도, 달란 말이다!!
씬43. 폐선 밖
성구와 두꺼비, 사마귀, 진심의 배낭을 농구공처럼 서로 패스해
가며 낄낄대고 있다. 미친 듯이 그 배낭을 쫓으며 울부짖는 진심
성구와 사마귀는 진심이 그럴수록 신이 나지만 재미 삼아 시작한
두꺼비는 왠지 . . .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성구가 패스한 배낭을 일부러 놓치는 두꺼비
잽싸게 달려와 집어드는 진심에게 뺏으려고 달려드는 성구
미친 듯이, 정말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르며 안 뺏기려는 진심
심노인 : (e) (화난) 성구야!!!
그 소리에 돌아다보는 성구, 폐선에 서서 쳐다보는 노기등등한
심노인 . . . 할 수 없이 배낭을 바닥에 툭 집어던지는 성구
쏜살같이 달려가 배낭을 갓난아기 끌어안듯 품에 안는 진심
성 구 : (혼잣말로) 대체 저 속에 뭐가 들었길래 조 년이 . . .
진 심 : (호주머니에서 팩소주 하나 꺼내들고 언제 울었냐싶게 환한
얼굴로 폐선을 향해 뛰어가며)
할배야!!! 니 좋아하는 소주 가왔다!!
씬44. 에덴리조트 레스토랑
식사를 하고 있는 경훈과 수지
경 훈 : 옹벽은 군에서 보수 공사하기로 했습니다
수 지 : 애들은요?
경 훈 : 어제, 퇴원했습니다
수 지 : 사람 시켜서 위로금 좀 전달하세요
책임 소재를 따지기 앞서, 상처는 다독여줘야죠
경 훈 : !!!
씬45. 섬 풍광 ( HDTV 장점을 살리는 SHOT)
*사진가 최장희씨의 안면도 사진 참고
씬46. 큰 나무 밑
아름드리 나무 아래 미도 주민들 십 여 명 모여있다.
그 앞에 화이트 보드를 세워놓고 서서 시계를 보면서 초조하게
마을 주민들이 모이길 기다리고 있는 이섭
주민2 : (건짜증) 싸게싸게 진행혀? 안건이 뭐랴?
이 섭 : 지난 번 보다 더 적게 모이셨는디요, 지발 담부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도록 협조 좀 해주십쇼, . . .
오늘 지가 여러분을 뵙자고 한 건 다름 아닌 옹벽때문인디요
주민3 : 보상이야 홍이장하고 애덜 부모들이 나서서 할 일이제
이 섭 : 시방 보상이 문제가 아냐, 우리 현수가 다쳐서가 아니라
저 옹벽, 저걸 냅뒀다간 큰 사단이 나, 걸 막자고 이러는 겨
주민3 : 무너진걸 다시 보수해 준다는디, 먼 사단이 나?
이 섭 : 아예 걷어내야 헐 걸 보수한다니께 문제지, 옹벽은 말여
주민5 : (e) 얼래 비 올라나벼?
문득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방울
사람들 하늘을 쳐다보는데 느닷없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소나기
"웬 소나기래!" "뱃고동으로 가, 뱃고동" 소리 들리면서 우루루
일어나 뛰는 주민들, 이섭도 화이트 보드 들고 뛰어가고 . . .
씬47. 뱃고동 다방
주민들 앞에 쌍화차니 인삼차 등을 놓고 엉덩이 흔들면서
통로를 지나치는 승미, 은근슬쩍 그 엉덩이를 만지는 투박한 손
그 손의 팔뚝을 얀정없이 꼬집어 뜯는 빨간 매니큐어의 오마담
"으, 따거!!" 주민2, 진짜로 아파하며 쟁반 든 오마담을 쳐다보면
오마담 : (독살스럽게) 해찰하지 말고 들어 (눈흘기며 카운터로 가면)
이 섭 : (화이트 보드에다 그림을 그리며) 경치 좋자구 사구를 파괴
해버리고 해안에다 바짝 들이밀어 건물을 세운 게 문젭니다.
(건물을 가리키며) 이걸 보호하자구 세운 게 옹벽인디, 제 아무 리 튼튼한 옹벽도 파도의 힘을 막을 순 읎어요, 은젠간 기필코 무너집니다. 걸 모르고 무너질때마다 더 튼튼한 옹벽을 세우니
한마디로 악순환이죠, 그 악순환에 병드는 건 해안입니다
주민 5 : (하품을 해대며 옆의 주민6에게) 길수 말여, 접때 선 본 건
워떻게 됐댜?
주민 6 : (역시 하품으로) 색시짜리가 개갈안나나벼 . . .
이 섭 : (e) 해안이 죽으면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당연히 바다도 죽어요
죽은 바다를 보러 워떤 놈이 여길 찾것습니까?
주민 3 : 왜유? 이번에 중신선 사람은 믿을만 하다던디?
이 섭 : (e)그런데 여길 국제적인 관광지로 맹근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주민 6 : 딴 건 다 참아두 문화생활 못하는 건 못참는구 혔다나?
주민 2 : 개갈안나 죽것네, 아 문화생활이 뭐간디? 그런 것들 야코를
죽이기 위해서라도 섬은 개발되야한당께
카운터에 앉아 이섭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두 레지
오마담 : 무쟈게 헷갈리네 . . . 홍이장 말 들음 그 말이 옳은 거 같구,
개발 쪽 얘길 들음 또 그 말이 맞구
승 미 : (껌 짝짝 씹어대며) 근데 언니, 사구가 뭐야?
오마담 : (당황) 사구? (이내 자신만만하게) 사구가 파괴됐다잖아
죽을 사에 거북구! 공사한다고, 거북이들 꽤나 죽였나부다 야!
민 경 : (심각한) 어째야쓰까, 거북인 영물이라 죽이면 클 나는데 . . .
씬48. 해안길
아름다운 들꽃들이 만발한 도로를 달리는 경훈의 승용차
씬49. 이섭의 집 마당
마당 한 가운데에 놓인 평상에 점심상이 놓여있고
쟁반을 가지고 부엌에서 반찬을 나르고 있는 채화와 진심
진심의 등뒤엔 여전히 그 배낭(쌕) 매어져있다.
이제는 깁스를 푼 현수, 마당 한쪽에서 강아지와 놀고 있다.
부엌 쪽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숟가락 통 들고 나오는 미현
때마침 선물 꾸러미 하나 들고, 들어오는 경훈
채 화 : 오빠! (반가워) 경훈이 오빠?
미 현 : (놀래 쳐다보는) ??!!
경 훈 : (미현의 눈빛 의식하면서) 니가 채화니? 몰라보겠네 . . .
현 수 : (쪼르르 달려오며) 이게 뭐예요, 아저씨!
경 훈 : (미현을 설핏 보고, 현수에게 선물 주면서) 우리 현수
퇴원 선물!
현 수 : (신이 나서) 우와, 저한테요? 엄마, 아저씨가 나한테 주시는
선물이래!! (꾸벅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경 훈 : (아이가 사랑스럽다, 현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서 풀어봐!
미 현 : (철렁 가슴이 내려앉아/ 현수를 만류하려는데)
뭐고? 하며 현수와 같이 평상에 앉아 포장을 뜯는 진심
후들거리는 심정으로 경훈을 쳐다보는 미현
그 눈빛 짐짓 외면하며 채화를 보는 경훈
경 훈 : 맨날 엎고 다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
채 화 : (부끄러워) 오빤!! (평상 한쪽을 얼른 치맛자락으로 훔치며)
이리 좀 앉아요, 식사하고 가세요, 좀 있음 오빠도 들올거예요
경 훈 : 아냐, (위로금 봉투 미현에게 내밀며) 우리 사장님, 성의셔
미 현 : (싸늘하게) 가져가요! 그이 마음, 몰라서 이래요?
현 수 : 우와 브레이드다! 브레이드!!! 엄마 . . . 이거봐요, 이거!!
(인라인 스케이트 한 짝씩 손에다 끼고 흔들며) 고모! 브레이
드야, 브레이드!!
때마침 들어오는 이섭과 심노인, 성구 일행
현 수 : 아빠, 브레이드야, 브레이드!! 철우 꺼보다 훨씬 좋아요!!
(심노인에게) 할아부지! 브레이드예요, (펄펄 뛰면서)
우와 브레이드다, 브레이드야!!
성구와 그 일행, "야, 끝내준다" "최신형인 갑다" 등등의
말들을 하며 현수의 주위에 몰려들고 "신어봐!" 함께들 신이났다.
이 섭 : (일그러져 경훈을 쏘아보면)
경 훈 : (위로금 봉투를 평상에 내려놓으며) 입원비 대납도 거절했더군!
굳이 우리 쪽 성의를 무시 할 필욘 없잖아, 어쨌든 원인 제공은
이 섭 : (봉투 도로 집어 경훈의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른 사람
안들리게 나지막히) 꺼져!!
미 현 : (두려움에 쌓여 두 사람을 살피는)
채 화 : (이섭의 반응에 놀래서) 오빠!
경 훈 : (채화의 어깨를 툭 치며) 간다!!
그대로 아웃되는 경훈,
안타까운 마음에 이섭을 보더니 "오빠!"를 부르며 경훈을
쫓아가는 채화.
부들부들 떠는 이섭 . . .
그 모습에 심장이 널뛰는 미현
씬50. 폐선
심노인의 잡동사니같은 세간을 다급하게 뒤지는 손에서 화면
빠지면 . . . 금고를 찾아 정신없는 성구다
성 구 : 이 영감탱이가 이주 보상금을 분명 받았는디 . . . 환장허것네!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벌름거리며) 여기 워디서 돈 냄새가 나긴 나는디 . . .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고 . . . 도대체 빤한 세간 속,
어디다 숨겼는지 미치겠는데
진 심 : (e) 성구가? 성구왔나?
뒤지던 물건을 그대로 둔 채 황급히 폐선 밖으로 나가는 성구
씬51. 폐선 밖
이제 막 폐선으로 올라오려던 진심,
무엇에 쫓기듯 나오는 성구를 뜨악하게 보면
성 구 : (내려오며) 왜케 늦게 와?
너 오토바이 태워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잖어
진 심 : ?
성 구 : 꽃말 가자 매? 타, 태워 주께
진 심 : 참말이가? 참말로 꽃말루 태워다 줄끼가?
오토바이에 올라타 부릉부릉 시동 거는 성구
뒤에 배낭 한번 잘 있나 만져보고 기대에 부풀어 올라타는 진심
이내, 쏜살같이 출발하는 성구의 오토바이
씬52. 뱃고동 다방 일각
원색으로 야하게 차려입은 승미, 껌을 짝짝 씹어대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저만치서 달려오는 성구 보이면 "오빠!!" 반갑게
손을 흔든다. 그러나 와서 멎는 오토바이 뒤에 진심이 턱 버티고
있으면 대번 허옇게 성구에게 눈 흘기는 승미
성 구 : (진심에게) 내려
진 심 : 여기 꽃말 아이다 . . .
성 구 : 쫌 있다 데려다줄게, 잠깐만 내려봐
진 심 : 참말로 쫌만 기다림 데려다 줄 끼가?
성 구 : 아, 그렇대두 . . .
진심이 내리면 진심을 툭 밀치며 올라타는 승미
이내 쏜살같이 달려가는 성구의 오토바이
잘 갔다 오라고 손을 흔들고, 오도마니 서서 기다리는 진심 . . .
씬53. 해안도로 (석양무렵)
달리는 성구의 오토바이, 허리를 꼭 껴안고 있는 승미
승 미 : 오늘은 튀는 거야?
성 구 : 쪼매만 더 기다려, 아직 운 때가 안됬응께
승 미 : 그 놈에 운 때는 언제 오는 데?
성 구 : 조만간 횡재수가 있당께 그러네
승 미 : 배두 안타고 농땡이 까는 주제에 횡재수?
성 구 : 시상엔 말여, 굼뱅이같은 놈이 있구, 날치같은 놈이 있어,
이 서방님은 날치 중에도 왕 날친게, 걱정 붙들어 매란말여
씬54. 채화의 방
대학입시 서적이 쭉 꽂혀있는 앉은뱅이 책상에서 카메라 빠지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채화, 어느 순간, 하얀 백지 위에 뚝 뚝
떨어지는 코피 . . . 늘 그래왔던양 대수롭잖게 휴지 뽑아 닦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코 언저리를 지긋이 누른다
씬55. 이섭의 집, 안방
웃목 한쪽 바닥에 깔린 신문지 위에 얌전히 놓여진 브레이드에서
화면 빠지면,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현수의 숙제를 도와주는 이섭
조금 떨어져서 빨래를 개고 있는 미현
이 섭 : (문제를 읽는) 아이들이 서로 잡으려고 쫓고 달아나며 뛰노는
장난을 우리말로 . . . 잉, "가댁질", 가댁질이라고 하는 겨
현 수 : (공책에 '가댁질'이라고 적고 나서) 아빠, 브레이드 한번만 타믄
이 섭 : (O.L/매섭게) 숙제하고!!
미 현 : (보는) . . .
두꺼비: (E) 사장님!! 출항할 시간 다 됬는디요!!
마지못해 일어나는 이섭
따라 일어나는 미현을 불안한 시선으로 힐끗 보고 그대로 나가면
후다닥 브레이드를 옆구리에 끼는 현수
그 모습에, 한없이 가슴이 무거워지는 미현. . . .
씬56. 밤바다 (밤)
바다 위에 반짝이는 별무리 . . .
횃불을 밝힌 멸치 배로 수놓은 아름다운 밤바다, 그 위로 신나게
들리는 어부들의 노랫소리
(M)민요"술배소리"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의 '고기푸는소리')
♬ 에야 술배야 / 술배 에야 술배야
에야 술배야 / 술배소리로 퍼 실어라
멜치야 갈치야 날 살려라 / 너는 죽고 나는 살자 ♬
씬57. 승진호 (밤)
오랜만에 만선이다.
그물로 떠올린 멸치를 쪽지에 퍼 담는 심노인과 두꺼비, 사마귀
다들 흥이 났다. 이섭만이 굳은 얼굴로 일을 하고 있다.
사마귀 : (이섭의 눈치를 보면서) 요렇게 만선인 날 하필 성구 성이 빠져
갔구설랑 우리 사장님만 쌧빠지게 고생이시네유, 헤헤
이 섭 : . . .
두꺼비 : (e) (기침을 해대면)
심노인 : 약은 먹은 겨?
두꺼비 : 감긴디유 뭐
심노인 : 하루쯤 쉬어야 할텐디 . . . 노상 밤바람을 쐬니께 . . .
성구 그 놈이 너 반반 같었어두 . . . (옆의 이섭에게) 낼은
워떡하든 성구 태우고 야는 좀 쉬게 혀
이 섭 : (대꾸없이 굳어있는) . . .
이섭을 근심 어린 눈으로 보는 심노인
씬58. 안방
브레이드를 껴안고 잠든 현수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미현
안방 문 열리고 고개 내미는 채화
채 화 : 언니, 나 학원갔다 올께요 (이내 방문 닫으면)
전화기 쳐다보는 미현, 어쩔까 . . . 잠든 현수 한번 더 쳐다보고
마침내 작심한 듯 수화기 집어든다,
마음을 다잡듯 꾹 꾹 번호 누르고 힘겹게 수화기 귀에 대면
피를 말리듯 들리는 신호음 뚜우 뚜우 . . . 마침내
경 훈 : (F) 서경훈입니다
미 현 : (긴장하는) !
씬59. 승진호
펄펄 끓는 솥에다 멸치를 삼느라 정신없는 두꺼비와 사마귀
심노인 역시 삶아낸 멸치를 건져 말리느라 분주한데
한쪽에 서서 담배를 태우던 이섭, 문득 돌아서서
이 섭 : 아저씨, 그만 돌아가쥬
심노인 : (보면)
사마귀 : 아, 간만에 끝발 날리는디, 발세유?
이 섭 : 가야것슈 . . .
심노인 : (깊게 보다가) 그려 그럼, (밤하늘 쳐다보며) 갈매기들 돌아가는 거 봉께 바람 불 것어 . . . 조심해야제 . . .
씬60. 선착장
부려지는 승진호
배에서 내리자마자 핸드폰 꺼내드는 이섭
집으로 전화를 건다
씬61. 안방
잠든 현수만 덩그마니 지키고 있는 안방
저 혼자 울어대는 전화기 . . .
씬62. 선착장
핸드폰 끄는 이섭, 불안과 의혹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서둘러, 선착장에 놓인 아무 자전거나 집어탄다
씬63. 이섭의 집 쪽 골목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이섭
어느 순간, 저만치 주위를 경계하며 종종걸음치며 달리는 여자
평소 미현이 입었던 옷을 입었다, 영락없는 미현이다!!!
설마설마 했는데 . . . 자전거 내팽개치고 혈안이 돼서 쫓는 이섭
씬64. 폐가 마당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당장 귀신이라도 나올법한 흉가(凶家) 한 채 서있다.
그런 집을 향해, 설렘과 야릇한 기대에 달떠 들어가는 미현
조심조심 다가오는 이섭, 살기 등등한 얼굴로 찢어진 창호지
문틈으로 눈을 들이밀면
눈에 뵈는 게 없는 이섭
두리번거리다가 마당 한쪽에 버려진 호미(혹은 돌맹이)
하나 집어들고 문을 박차고 들이닥친다.
꺄악 터지는 비명소리 . . .
씬67. 폐가 안
코너에 몰려 얼싸안은 반라의 두 년 놈을 향해 호미를 치켜드는
순간!!! 달빛에 확연히 보이는 성구와 진심 . . .
툭 . . . 방바닥에 떨어지는 호미
씬68. 섬 일각
사정없이 달려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를 배경으로
서있는 미현과 경훈
미 현 : 부탁이야, 제발 섬을 떠나 줘
경 훈 : (기막히고 서운한) . . . 왜?
미 현 : 쉽게 하는 말 아냐, 망설이고 또 망설였어
하지만 . . . 답이 그건데, 암만 생각해도 그게 답인데 . . .
경 훈 : 9년 만인데 . . . 할 말이 겨우 그거뿐이다?
미 현 : (간절한) 경훈씬 여기 아니라도 살 수 있잖아,
현수 아빠, . . . 아니 우린 섬을 떠나선 못살아,
경 훈 : (싸늘해져서) 안 들은 걸로 하자 (돌아서면)
미 현 : (터지는) 돌아오길 학수고대 할 땐 안 오고 왜 이제 나타나,
뭔 억하심정으루?
경 훈 : (획 돌아보며) 기다렸니? 날 . . . 기다리긴 했어?
미 현 : (당황/외면하면)
경 훈 : (와락 미현의 두 팔을 부여잡고) 말해, 나 기다렸어?
나처럼, 시시각각 애간장이 타도록 기다렸니? 응? 응??
미 현 : (미어지는 가슴/ 그러나 애써 참고/ 팔 뿌리치며) 내가 왜?
버리고 떠난 사람을 왜?
경 훈 : (야속한) 그래, 그렇겠지, 3년도 아니고
석 달만에, 내가 섬을 떠난 지 겨우 석 달만에 이섭이랑
결혼한 니가, 날 기다려?? . . .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지
미 현 : (입술 물며) 함부로 말하지마
경 훈 : 한가지만 묻자!
미 현 : (보면)
경 훈 : 날 사랑하긴 한 거니?
미 현 : (불현듯 눈물이 고여버리면/ 들킬세라 얼른 돌아서버린다)
경 훈 : (그 뒷모습에 대고 쏟아붓는)
난!!!! 니가 날 따라 나올 줄 알았어, 영천항서 숨어서 널 얼마
나 기다렸는지 알어?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이섭이랑
결혼해 놓고 . . . 이제와서 늬들 맘 펺차고 나보고 떠나라?
미 현 : (절망이다/ 터지는 눈물로 걸어가면)
경 훈 : (미현의 뒤에다 대고 소리치는) 분명히 말하는데 나, 못 떠나,
아니 안떠나!! 두고봐, 내 이 손으로 미도개발프로젝트 멋지게
완성할테니까!!!!
이제 막 방안으로 들어서는 미현,
방 불을 켜면 이불을 차버리고 잠든 현수 . . .
그 아이 옆에 쭈그리고 앉는 미현,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현수의
볼을 쓰다듬는데, 문득 안방 문 열고 들어서는 이섭
화들짝 놀래 후다닥 눈물 훔치는 미현
미 현 : 조업 나간 사람이 왜 벌써 들와요?
이 섭 : 바람이 엔간해야지, . . . 근디 워디 갔었어?
미 현 : (당황) 에, 예? . . .
이 섭 : 전화를 안 받던디?
미 현 : 자, 잠깐 현수 공책 사러 갔다왔는데 . . . 시장하죠?
국수라도 말아올께요
나가려는 미현의 손을 와락 나꿔채 끌어안는 이섭
뜨악해지는 미현
이 섭 : 여보 . . . 당신 내 마누라 맞지? 현수엄마 맞지??
미 현 : !!!!!!!
씬71. 이섭의 집, 마당
불켜진 안방 문 넘어 껴안고 있는 미현과 이섭의 그림자 위로
진 심 : (e) 성구야, 성구야!!!
씬72. 이섭의 집, 근처 도로
달리는 성구의 오토바이
죽을 힘을 다해 "성구야∼"를 부르며 오토바이를 쫓아오는 진심
열받아서 오토바이 방향 돌려 진심이 쪽으로 질주해서 오는 성구
성 구 : (한대 칠 기세로) 이게, 쫓아오지 말랬지?
진 심 : 소주 사도!!
성 구 : 이 판국에 술 처먹을 생각이 드냐? 사장한테 들켜서 열라
쪽팔려 죽겠구만 . . . 지미랄 먹을 건 기똥차게 알아봐요
진 심 : 합체하면 사준다캤잖아, 울 할배한테 가야한단 말이다!!
성 구 : 할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좋아, 사주께, 까짓 거 한 병
아니라 열 병이래두 사준다 . . .
진 심 : 참말이가?
성 구 : 대신에 너 . . . 할배 배에 있는 금고 봤지? 어딨나 아냐?
진 심 : 금고는 와?
성 구 : 일전에 봉께 금고가 아니라 고물이드라, 고물! 똑같은 걸루
새루 하나 사서 쌱 바꿔놓음 을매나 좋아허시것냐?
진 심 : 알았다. . . 근데, 니 참말로 열 병 사줄끼가?
성 구 : 할배한텐 비밀이다, 깜짝 놀래켜야니까
진 심 : (열 손가락 쫙 펴며) 참말루 이케, 이케 사줄끼가?
씬73. 폐선
이제 막 남폿불에 심지를 밝히는 심노인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확연히 드러나는 폐선 안
놀래 후다닥 카메라에 등을 돌린 채 금고를 찾는 심노인 . . .
금고와 돈이 그대로 있는 걸 확인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할배야∼"소리 들리더니 쿵쾅쿵쾅
요동치는 배 안. 후다닥 금고를 제자리에 놓고 돌아서는 심노인
이내 들어서는 진심
심노인 : 이 밤중에 또 워쩐 일이여?
진 심 : (비닐봉지에 든 묵직한 소주 내밀며/흐뭇해서) 이게 멫갠지
맞춰봐라!
심노인 : (봉지 받아들고 놀래) 이게 다 웬거여? 워디서 났어??
진 심 : (해죽 웃으며) 그런 기 있다
심노인 : (진심의 옷이 온통 더러워진걸 보고) 옷은 또 왜이랴?
똑 워디서 굴른 거 맨치로 (한쪽에 놓인 종이봉투 주며)
입어봐, 접때 니가 이쁘다고 헌겨
진 심 : (봉투 속에서 새 원피스 꺼내며) 히야, 이쁘다!!
(배낭 벗어 두 다리 사이에 꼭 끼고 훌러덩 옷을 벗어버리면 봉긋한 두 가슴이 그대로 드러난다)
심노인 : (애써 외면하고) 현수어메가 준 브라쟈는 워쩌구 또 알젖여?
진 심 : 숨이 탁탁 맥히는 걸 와 자꾸 해라 해쌌노? (그대로 원피스
걸쳐 입고 심노인에게 돌아서서) 올리도!!
심노인 : (지퍼 사이로 드러난 맨살이 남폿불에 비쳐 복사꽃보다 더
곱다 . . . 애써 외면하고 지퍼 올려주는)
진 심 : (앞으로 돌아서서) 이쁘나?
심노인 : (너무도 이쁘다/ 대꾸없이 돌아서며) 싸게 일나, 데려다주께
진 심 : (다시 배낭을 매고 벌렁 드러누워) 자고 갈란다, 재워도!
심노인 : 싸게 안 일나? 할애비한테 맞어볼텨?
씬74. 폐선 밖
작은 선실 창문으로 비치는 희미한 남폿불
그 아련한 불빛에서 카메라 z. o 하면서
해안에 요람처럼 흔들리는 폐선 하나 . . .
쓸쓸하고 고즈넉한 한데 . . .
심노인 : (E) 백사장에 쓰러져 있는 걸 츰 봤을 때 . . .
씬75. 몽타주 (회상)
백사장/남루한 옷차림에 배낭하나 매고 쓰러져 있는 진심을
발견하고 기겁하는 심노인 . . . 정신 차리라고 흔들어대다
이내 진심을 업고 뛴다.
폐 선/심노인의 옷을 입은 진심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심노인
심노인 : (e) 을매나 놀랬든지 . . . 똑 우리 선희가 살아온 줄 알았당께!
진심이 넌 말여 . . . 내 딸인겨, 우리 선희가 지 대신
보내준 내 딸 . . . 인자 내 할 일은, 너 시집 보내는 일
그거 하나여 . . .
씬76. 해안
진 심 : (e) 내는 할배 니랑 살거다 . . . 니 색시 할거다
심노인 : (e) 내 색시는 따루 있는디 . . .
진 심 : ( e) 누고?
심노인 : (e) 저기, 바다지 . . . 바다
진 심 : (e) 바다?
심노인 : (e) 그려 . . . 바다 . . .
희미한 남폿불 마침내 꺼지면서 (F. O)
씬77. 수지의 집무실 (아침) (F. I)
《미도개발 프로젝트》대형 모형도에서 카메라 빠지면
모형도 주위에 빙 둘러 서있는 수지와 경훈, 오대리
이하 두어명의 직원들
오대리 : (막대로 해안 쪽 바다를 가리키며) 현재 해안에서 500미터
떨어져 있는 바로 이곳에 약 2ha 규모의 해삼 전복 양식장이
있습니다, 해녀들의 (더 먼 바다를 가리키며) 작업장은 좀더
먼 바다인 바로 이 구역입니다
수 지 : 양식장이야 그쪽으로만 안가면 되는 거 아니예요?
오대리 : 공유수면관리법상 양식어민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영업허가가
떨어집니다, 지자제이후 민원이 최우선이다 보니 관에서도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 . .
수 지 : 그럼 해녀들과 양식어민 전부의 동의가 필요하단 얘긴데?
서팀장, 어떻게 함 좋겠어요?
경 훈 : 당장 조업에 영향을 받는 건 양식 어민보단 해녑니다
바다에서 서로 AREA를 나누는 건 아무래도 말썽의 소지가
있으니까 날짜를 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수 지 : 날짜를 조정한다? 일년 열 두 달 조업한다 함 어쩌죠?
경 훈 : 아무 때고 물질하는 게 아닙니다. 물때가 맞아야죠
오대리 : 제 생각도 그게 나을 듯 싶네요, 해양레포츠센터야 여름 한 철
장산데 . . . 괜히 AREA를 나눴다간 일년 경비를 . . .
수지, 고개를 끄덕이며 모형도를 바라보면,
카메라, 모형도의 바다를 CU하면서
씬78. 바다
모형도의 바다가 실제 바다로 바뀌면서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부표
이내 하나 둘 수면 위로 올라오며 내지르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서낭당 고목에 울리는 한숨소리처럼 애처로운데 . . .
문득 채화의 목을 팔로 휘감은 미현, 수면으로 뛰어올라 다급하게
손을 휘저으면 "오메, 일 났나벼" 우르르 몰려드는 해녀들 . . .
씬79. 채화의 방
이제 막 채화를 방에 눕히는 미현과 아낙 1. 2
미 현 : (속상한) 그러길래 왜 고집은 부려요 . . 가뜩이나 약한 사람이,
아낙 1 : 바다가 암만 앞뜰이고 텃밭이래두 오죽함 해녀보고 저승가서 돈 번다고 혔것어? 담부턴 당췌 물질할 생각 하덜 마
문득, 방문 왈칵 열고 들어오는 이섭
얼른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키는 채화, 그바람에 또 코피가 언뜻
비치면 이섭의 눈치를 보면서 얼른 자신의 치맛자락으로
닦아주는 미현
이 섭 : (분기탱천/미현에게) 이,이, 이렇게 약해 터진 걸!
당신 뭐하는 사람여? 밤 잠 못자고 공부 하는 앨 워딜 끌고
들어가?
채 화 : 아니예요, 오빠 . . . 제가 한사코 우겼어요, 제가!!
아낙 2 : 현수엄마 잘못 읎어요, 홍이장! 안된다 안된다 하니까 그예,
지가 퐁당 들어가버립디다. 걸 워떻게 말려요?
아낙1 . . . 이섭의 눈치를 살피며 아낙2를 끌고 방을 나가고
이 섭 : (채화 앞에 철퍼덕 앉으며/ 속상해서) 하지말라는데
너까지 왜 이러냐? 오래비 속 뒤집어져 죽는 꼴 볼래?
채 화 : . . .
미 현 : 아가씨 맘 몰라요? 몰라서 억탁 소리예요?
이 섭 : 누가 너보고 돈 벌랴? 내가 너보고 돈 벌라고 등 떠밀대??
채 화 : (눈물이 그렁해서) 나 땜에 현수 학습지도 끊었는데 . . .
이 섭 : 너. . . 아부지 돌아가심서 나한티 뭐라셨는지 아냐?
미 현 : (가슴이 아프고)
이 섭 : 어장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저 너하나!! 너하나 잘 부탁
한다는 말씀이셨어
채 화 : (눈물이) . . .
이 섭 : 엄니 젖 한번 못 물어보고 근근이 큰 거 . . . 나까장 없음
워쩌나 워쩌나 그러시다 가셨다구 (눈물이 터질 듯 하면 얼른
일어나서/맘 추스리고) 당장 거덜이 나앉아두 너 하난 끄떡
없응께 공부나 열심히 혀!! 한번만 더 물질했다간 너 죽고
나죽는 겨!! (벌컥 문 열고 나가버린다)
미 현 : (채화를 도로 눕히며) 봤죠? 저이한테 아가씬 동생이 아니라
자식이구, 딸예요 . . . 한번만 더 들어갔단 나 증말 쫓겨나요
채 화 : 언니 . . .
씬80. 뱃고동 다방 밖
부릉부릉 오토바이를 타고 묘기를 부리고 있는 성구
그 뒤에 놓인 바윗돌에 앉아 기타 줄을 조율하고 있는 사마귀
둘 다 간만에 멋지게 차려입었다.
카메라 T. U 하면 뱃고동 다방 통 창에 쟁반 들고 붙어서 있는
승미, 성구를 향해 30분만 더 기다리라고 손짓하고 얼른 아웃된다
씬81. 뱃고동 다방 안
주민들로 꽉 찬 다방 . . .
차를 나르느라 여념없는 민경과 승미
검은색 정장을 마치 수녀처럼 차려입고, "얘, 조기, 커피 리피일!!"
혀를 굴려가며, "뭐 더 필요한 거 없으세요? 슈거? 프림??" 억양
과 어투마저 딴판인 오마담
주민2 : 지름 독에 빠졌다 나왔나, 왜그랴? 오마담답잖게
오마담: 아휴, 그렇게 일러두 드럽게 까먹네,
마담 오라니까, 마담 오!!
민 경: (흉내내는/소리안내고) 마담 오라니까, 마담 오!!!
승 미: (킥 웃고 주민 5.6에게 커피 날라다준다) . . .
주민5 : 확실히 달버, 여서 나고 자란 놈이라 우덜 맴을 잘 꾄당께
주민6 : 암만! 회관서 모여봐, 이 쓴 커피 한잔 마실 수 있것남?
주민1 : 참! 박사장네 형제는 요새 워때유? 아직도 시끌사끌헌감유?
주민5 : 말세여 말세, 지 애비 염두 안끝났는디 보상나온 돈 갖고
형제간이서 우격다짐하더니, 이젠 숫제 서로 고소까지 혔다대?
주민6 : 개발 바람 불고 웬수 된 사람덜이 워디 한둘이가디?
주민2 : 그래두 돈 많으면 개도 멍첨지랬대유, 돈 천신 못허던 사람들이
티격태격하는 거야 통과의례지, 고런 부작용두 읎것슈, 그럼?
주민6 : 그려 . . . 은제까장 바다만 믿고 살순 읎응께, . . .
때마침 들이닥치는 수지와 경훈, 오대리
오너답지 않게 뇌쇄적인 아찔한 모습에 다들 입이 벌어진다
성큼성큼 카운터 쪽으로 다가오는 수지
후다닥 뛰어가 싸구려 마이크 집어 두손으로 받쳐 내미는 민경
수 지 : (생긋 웃어주고/ 마이크 대고) 바쁘신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미 서팀장 통해 대강 들으셨겠지만,
에덴리조트 오너로써 약속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오마담, 수지의 깊게 파인 옷과 자신의 수녀같은 옷을 한번
쳐다보고 윗도리 벗어버린다. 바듯이 앞가슴만 가린 탑 차림으로
보란 듯이 팔짱 턱 끼는 오마담
수 지 : (e) 여러분이 조업하시지 않는 날에만 해양레포츠 센터를 오픈
하겠습니다. 부득이하게 개장하는 날과 조업 일이 겹치면
일년 중 가장 수확이 좋은 날의 일당을 쳐드리겠습니다
주민들 : (희희낙락 서로 쳐다보면)
수 지 : (e) 아마 여러분 가게에 확실한 부가수입이 될겁니다
씬82. 뱃고동 다방 밖
오토바이를 탄 성구, 담배를 피우고 있고
그 앞에서 기타를 치는 사마귀 (ex : 키세스키세스)
저만치서 자전거 타고 달려오는 이섭
찔금해서 얼른 담배 불 비벼끄는 성구,
두 눈감고 삼매경에 빠져 죽어라 안 맞는 기타를 쳐대는 사마귀
마땅찮은 얼굴로 그 두 사람 힐끗 보고 다방으로 올라가는 이섭
씬83. 뱃고동 다방 안
서로 먼저 도장을 찍겠다고 밀치고 다투는 주민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주보는 수지와 경훈, 오대리
때마침 들이닥치는 이섭
주민들 일순 경직돼 다들 얼른 외면하고 자리로 가면
테이블 위에 덩그머니 남는 동의서
성큼성큼 다가와 그 동의서 북 찢어버리는 이섭
경 훈 : 홍이섭, 너 뭐하는 거야 이게!!
수 지 : (경훈을 얼른 손으로 제지하며 이섭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 섭 : 먹구 살자고 목숨 내걸구 전복따고 해삼따는 디서 젊은 것들
보트 타고 놀아봐요, 사람 버리는 거 순식간입니다!!
주민들 : (찔금해서 서로 눈치보면)
이 섭 : 여편네들은 그렇다칩시다, 커가는 애들은 워쩔규?
뭣 빠지게 고생고생해서 배 타봤자 보트 한번 휘 타 뻔짐
그만인디 . . . 그 위화감을
수 지 : (O.L) 해양레포츠 센터는 외지인만을 위한 게 결코 아닙니다.
그간 문화시설, 오락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던 우리 미도의
젊은이들을 위해 세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외려 그들이 도시로
나가는 걸 막을 수도 있어요
이 섭 : (기막혀 수지와 경훈을 보면)
경 훈 : 어쨌든 여기 계신 주민들께선 한 분도 빠짐없이 도장을 다
찍으셨습니다. (이섭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알고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이 섭 : (절망인) . . .
씬84. 모래사장
몰려오는 파도 . . .
그 파도, 백사장에 그려진 여자 얼굴 하나를 자꾸만 지우고 있다.
맨발에 나무 막대기를 들고 배낭을 맨 진심,
파도에 씻기는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서너발짝 아래 서있는 진심이 보이고
나란히 앉아 그물을 꿰매고 있는 심노인과 두꺼비
심노인 : 쉬는 날인디 . . . 너두 왜 애들하고 놀지 그려
두꺼비 : 시방 놀잖아유 . . . 이게 먼 일이가디유?
심노인 : (미덥다) . . .
진 심 : (큰 소리로) 할배야!! . . . 참말로 꽃말이 죽어서 구천갔나?
심노인 : (답답하고 안쓰러운) 개발한다구 사람들이 보내버렸다니께
두꺼비 : (뜨악해서 심노인과 진심을 번갈아 보는)
진 심 : 그란디 와 성구는 꽃말에 태워다 준다카노?
심노인 : 구천이 오토바이 타고 갈 수 있는 디 가디
진 심 : 그래 머나?
심노인 : (아스라한 눈으로 먼 바다를 보며) 멀지 . . . 멀구말구
진 심 : (시무룩해지면)
심노인 : (두꺼비의 등을 밀며 같이 놀아주라고 손짓한다)
두꺼비 : (일어나며) 진심아, 오빠랑 파도타기 하자
냅다 진심의 손을 잡고 바다 쪽으로 뛰는 두꺼비
둘이 손잡고 파도를 향해 마구 달려가 . . . 이내 쫓겨온다
깔깔대는 진심과 환하게 웃는 두꺼비를 미소로 지켜보는 심노인
씬85. 몽타주
에덴리조트 일대
경훈의 안내로 리조트 일대를 둘러보는 오마담, 레지들,성구 일행
bar무대
Quizas Quizas Quizas 정도의 노래를 열창하는 민경, 옆에서
열나게 기타를 치는 사마귀 . . . 무대에 올라와 뜨겁게 춤을
추는 승미와 성구 . . .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하얀 와이셔츠의 경훈을 향해 유혹적으로
노래부르는 민경
bar의 인테리어며 분위기, 심지어 컵 디자인까지 수첩에 적느라
바쁜 오마담 스파 룸
오마담과 민경, 승미 . . . 각자 꿈에 젖어 나른한 몸으로 스파를
즐긴다 . . .
씬86. 레포츠 센터 선착장
햅번 스타일의 알이 굵은 썬글라스를 쓰고 스카프를 두른 오마담
오늘따라 하늘도 바다도 섬도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귀부인이라도 된 양 꿈에 젖어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는 승미와
민경을 향해 손을 흔든다 . . .
씬87. 바다
파도를 시원하게 가르는 수상스키
질주하는 모터보트
카메라 다가가면 신이 나서 운전하는 성구와 사마귀, 민경, 승미
깔깔깔 폭죽처럼 터지는 웃음소리에 갈매기조차 놀라 도망치고
씬88. 이섭의 집 마당
브레이드를 타는 현수
마루를 걸레질하고 있는 채화
부엌에서 장바구니 큰 거 하나 들고 나오는 미현
미 현 : 아가씨 장에 좀 갔다올께요
현 수 : 엄마, 갈비도 사와요, 아 . . . 케익두 (두 팔 벌리며)이따만한거
미 현 : 오늘은 아빠 생신이야, 케익은 현수 생일날, 알지?
채 화 : (웃으며) 다녀와요, 언니!
미현, "네" 하면서 아웃되면
음모라도 꾸미는 사람처럼 서로 눈빛 교환하는 채화와 현수
부리나케 브레이드 벗기 시작하는 현수
채 화 : (해녀연장 챙기며) 서둘러, 엄마오기전에 빨리 갔다와야돼
현 수 : 근데 고모 . . . 그거 정말 딸 수 있어?
채 화 : 그럼!!! 아빠가 젤 좋아하시는 건데, 따야지!!
씬89. 바다
돛단배에서 풍덩 자맥질해 들어가는 채화
낚시할 채비를 하는 심노인과 현수
저만치 부표 보이고 . . .
이내 전복이며 소라를 건져 올리고 또다시 들어가는 채화
씬90. 바다 속 (수중촬영)
이제 막 자맥질해 올라오는 채화
그녀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가르는 모터보트
씬91. 동 바다 (시간경과)
바다 낚시를 하는 심노인과 현수
"아함!" 하품을 하던 현수, 고개를 들어보면 보이지 않는 부표
현 수 : 어? 고모?
심노인 : ?? (바다를 보면)
바람조차 숨죽인 적막한 바다 . . . .
그 위에 애터지게 들리는 현수의 목소리 "고모!!!!!!!!!!!"
미 현 : (혼잣말로) 대체 아가씬 어딜 간 거야, 현수도 안뵈고
아낙 1 : (E/혼비백산) 어이구 현수엄마!!!!!
씬93. 해안 모래사장
사람들로 웅성대는 백사장, 경찰 차 보이고 . . .
저 멀리 어선 한 척은 수색 작업 중이고
엉엉 울고 있는 현수
진심이도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 있고
심노인 . . . 망연자실하고 . . .
통곡을 하는 미현 . . . "아가씨, 아가씨 . . . 물 속이 얼마나 찬디
어이구 꺼내야해, 찾아야해" 정말 찾으려고 달려들어가려면
붙잡는 두꺼비
오마담과 승미, 민경, 성구 일행은 마치 지들의 보트에 채화가
친 듯 해 오금이 저리고 . . .
씬94.. 동 일각
사람들의 무리로부터 약 10여 미터 떨어진 곳
마치 남의 일 같아서 . . .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냥
멍하니 구경하듯 서있는 이섭
착잡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서너 발자국 떨어져 서있는 경훈
이 섭 : . . . 내 생일날 전복 따러 들어갔단다 우리 채화 . . .
경 훈 : . . .
이 섭 : . . . 여태 안나왔다네 . . .
경 훈 : . . .
이 섭 : . . . 야가 워디 갔을까 잉?
경 훈 : . . .
이 섭 : 시방까지도 안나옴, 안 되는디, 그렇지 응 경훈아?
경 훈 : . . .
이 섭 : 니가 좀 찾아 볼래? 우리 채화 . . . 너 무쟈게 따렀잖어
쪼만한게 엄마 찾음서 울면 나는 승질나서 패뻔졌는디
너는 업고 재웠잖어, 걸핏함 코피 쏟는다고 구찮아서
나는 팼는디, 너는 닦아주고 얼러줬잖어 . . .
경 훈 : (괴롭다) 미안하다 . . .
이 섭 : (그렁한 눈물로 보면)
경 훈 : (이섭을 쳐다보지 못하고) 모터보트 때문이란 증거도 없고
게다가 운전한 사람이 우리측 손님두 아니구 니가 데리고
있는 애들이긴 하지만
이 섭 : (일그러지는)
경 훈 : (E) 최대한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힘써볼게
냅다 주먹으로 경훈을 갈기는 이섭,
넘어지는 경훈에게 달려들어 잔인하게 밟아댄다
이 섭 : (절규) 죽어, 죽어 새끼야!! 너 하고 나,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혀, 죽어야 끝날 악연이여, 악연!!!!
속수무책 맞고 있는 경훈의 비명소리에 놀라
사람들 우루루 달려와 이섭을 뜯어말기는데도
눈에서 불을 품고, 몸부림치며 달려드는 이섭 . . .
씬95. 경훈의 방
으깨진 얼굴의 경훈 . . .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그 얼굴에서
(black / white) 어린 채화를 등에 업은 경훈과 미현, 이섭 . . .
경훈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행복하게 웃는 채화
(color) 이섭의 집을 방문한 경훈을 보고 반가워 "오빠, 경훈오빠!"
부르던 채화의 환한 얼굴
그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경훈 . . . 마침내 들썩이며 운다
(F. O)
씬96. 섬 전경 (항공촬영) (F. I)
노을이 물드는 바다 . . . 저 멀리 흔들리는 한 점이 보이면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장구소리 . . . 카메라 그 점으로 빠르게
Z. I하면서 점점 더 압도하는 징, 장구소리 . . .
씬97. 배 (필요에 따라 개발현장 모습을 DIS 할 수 있음)
채화의 씻김굿 (넋 건짐 굿)이 벌어지고 있다
미현과 이섭 . . . 바다를 향해 서있고
피리, 아쟁, 장고, 징을 든 鼓人들 보이고 . . . .
소복을 입은 당골, 일곱 가닥을 묶은 흰 광목 천을 휘날리며
죽은 넋의 한을 풀고 있다 (고풀이)
당 골 : 넋이야, 넋이로다 . . . 넋이로구로 . . . 넋인 줄을 몰랐구나. . .
핏빛 노을 속에, 넘실대는 바다 위에 . . .
눈부시게 흰 광목천 슬로우로 휘날리면서 . . .
김대례의 애끓는 구음이 하늘과 땅을, 구비구비 곡진한 세월을
견뎌온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 . .
우는 미현 . . .
핏발 선 눈으로 바다만, 바다만 노려보는 이섭 . . .
씬98. 해안
넋의 극락천도를 기원하는 '길닦이'가 진행 중이다
하얀 광목천을 길게 늘어뜨려 놓고 그 위를 작은 꽃상여가
당골의 손에 의해 마지막 길을 간다 . . .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 . . .
우리가 아는 얼굴들은 모두 다 나와있다 . . .
마침내 바다위로 둥둥 떠나가는 애처로운 꽃상여 . . .
저만치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홀로 떨어진 진심 . . .
저 멀리 사라지는 꽃상여를 눈물 그렁한 눈으로 배웅하고 있다
씬99. 폐선
간이 탁자 위에 떡이며 족편이며 굿 음식이 차려져있다
심노인, 그 음식 하나 집어먹으려다 말고
침상에 오도마니 앉아 있는 침울한 진심을 보고
심노인 : 왜그려? 망둥이처럼 천지분간 못하고 뛰던 얘가, 워디 아픈겨?
진 심 : (시무룩하게 모로 누우면) . . .
심노인 : (다가와 이마를 짚어보고) 열은 읎는디 . . . 누울라믄 빤 듯이
눠. (진심의 배낭 벗기려들며) 이것 좀 내려놓구설랑
진 심 : (벌떡 일어나 배낭을 움켜쥐고 괴성을 질러대면)
심노인 : 알았어, 안 건들겨, 대체 그 속에 뭣이 들어가디 노상 찌안구
진 심 : (울면서) 할배야, 내도 구천으로 데려가도!!
심노인 : ??
진 심 : 꽃말있는 구천으로 데려가도!! 울 엄마가 지를 거기다
뿌려 달랬단 말이다 . . .
심노인 : (놀래서) 니 어메가? 그게 먼 소리여, 시방?
진 심 : (배낭에서 뼛가루가 든 보자기를 꺼내며) 지를 화장해가,
고향인 꽃말에다 뿌려달랬단 말이다. 암데나 뿌리지 말고
꼭 꽃말에다 뿌리라꼬, 죽을때까장 어데라꼬? 꽃말이다,
어데라꼬? 꽃말이다 내동 그캐 묻고 대답해가 . . . 을매나
듣기 싫었나 . . . 니 아나? (우는)
심노인 : (보자기 풀어보면 소복하게 보이는 하얀 뼛가루) . . .
진 심 : 내를 이쟈 구천으로 데려가도 . . . 엉엉 . . . 엉엉 . . .
심노인 : (안타깝기 그지없고) . . . .
씬100. 바다
저 홀로 둥둥 떠가는 작은 꽃상여 하나 . . .
배웅하듯 . . . 길동무하듯 따라가는 진심의 울음소리 . . .
메아리처럼 퍼지면서 . . .
씬101. 수지의 사무실
수지 앞에 서있는 경훈
책상에서 결재 서류를 경훈에게 내미는 수지
경훈, 받아들면 . . .
수 지 : (단호한 어투로)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어요
경 훈 : !!
수 지 : 큰 일을 앞두고 사사로운 감정쯤은 . . . 접으리라 믿어요
경 훈 : !!!
씬102. 이섭의 집 마당
몰아치는 바람에 널뛰는 백열등 . . .
그 아래 수돗가에 앉아 낫을 갈고 있는 이섭
눈빛이 비수같다 . . .
씬103. 동 마당, 안방
빼꼼 열린 방문 뒤에 숨어 이섭을 내다보고 있는 미현의 반쪽
얼굴. 드센 바람소리조차 여지없이 가르는 '쓰윽 쓱' 낫 가는 소리
압도한다 . . . 사정없이 불안한 미현의 눈 CU
씬104. 지하수 관정작업 현장
위이잉 . . . 땅을 맹렬하게 파고 들어가는 기계
지하수를 뚫느라 여념없는 기사들을 독려하는 경훈
마침내 콸콸 쏟아지는 물 . . .
씬105. 동 마당
마당에서 서성이는 이섭 . . .
놈을 죽이고 싶다 . . . 할 수 만 있다면 절단이라도 내고싶다
그러나, 현수가 밟히고 미현이 걸린다 . . .
어쩔까 . . . 놈을 어떻게 할까 . . .
씬106. 에덴리조트, 컨벤션 홀
《제3차 미도개발프로젝트 사업설명회》란 프리젠테이션이
작동중인 지극히 화려한 홀, 경훈이 열심히 설명하고 있고
수지와 , 오대리와 직원 두엇의 맞은 편에
누가 봐도 공무원이 분명해 뵈는 기름 바른 머리들 대여섯
흐뭇하고, 흐뭇해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죽 앉아있다.
씬107. 이섭의 집, 마당
마루에 앉아 시퍼런 낫날을 비장한 마음으로 신문지로 겹겹이
싸는 이섭
부엌 문 틈으로 이섭을 지켜보고 있는 미현 . . . 숨이 딱
끊어질 만큼 두렵다 . . .
마침내 낫을 들고 저벅저벅 집을 나서는 이섭
황급히 부엌을 나오는 미현 . . . 다급한 마음에 달려야하는데
그만 풀썩 다리가 풀리고 만다.
씬108. 안방
안방 문 열고 황급히 전화기 드는 미현
수화기 든 채 현수의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서랍 속에 놓인 작은 녹음기 얼핏 보이면 . . . 그걸 뚫어져라
쳐다보는 미현
씬109. 경훈의 룸
책상 위에 놓여진 핸드폰 . . . 저 혼자 요란하게 울어댄다
씬110. 안방
다시 재다이얼 버튼 누르는 미현
"제발, 받아라, 받아라" 애간장이 타고 피가 마를 지경인데 . . .
씬111. 경훈의 룸
울리는 핸드폰 벨
룸으로 뛰어 들어서는 경훈, 핸드폰 번호 확인하고 긴장한 얼굴로
전화를 받는다.
씬112. 에덴리조트 주차장
신문지로 싼 낫을 들고 형형한 눈빛으로 주차장 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이섭 . . . 문득 시동 거는 소리 들리더니 크로스로
이섭을 스쳐 가는 경훈의 차 . . . 얼핏 운전석의 경훈을 본 이섭 사력을 다해 뒤쫓는다 . . .
씬113. 모텔 404호 안
방문 열고 들어오는 경훈
살이 훤히 내비치는 슬립 차림으로 그를 와락 끌어안는 미현
놀랍고 당혹스런 경훈, 그러나 . . . 내심 싫지 않다.
두 팔을 벌린 형국이더니 서서히 그녀를 껴안는다 . . .
씬114. 우물
오랜 가뭄 끝의 논바닥처럼 척박해 보이는 우물
누구랄 것도 없이, 바람의 짓이라도 좋고 . . . 느슨하게 매어져
있던 두레박의 줄이 풀어져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면
귀청을 찢는 산산조각 나는 소리 . . . .
부서진 두레박의 잔해를 끌어안은 채 바닥을 드러낸 앙상한
우물 속 cu
씬115. 모텔 복도
낫을 든 이섭, 404호를 찾고 있다. 눈에 뵈는 게 없다.
모든 문이 404호다. 마침내 404호 발견하고 쾅쾅 두드려댄다
복도 저 끝에서 모텔 주인과 제복의 순경, 뛰쳐올라온다
더욱 거세게 두들겨대는 이섭, "으아악" 소리지르며 낫을 방문에
찍어버리는 이섭의 분노에 찬 얼굴에서 화면 still
씬116. 경찰서 형사과
참담한 얼굴로 조서를 받고 있는 미현과 경훈
그리고 그 두 사람과 떨어져있는 이섭, . . . 비참하고 참혹하다
형 사 : (노트북 두들기며/ 경훈에게) 했어, 안 했어?
경 훈 : (필사적이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맹세코 아무 일도
형 사 : (책상 위의 담배 갑 집어들다 빈 갑이자 구겨 팽개치며)
아줌마, 아줌마도 아무 일 읎었다구 할거지? 그지?
이 섭 :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지는)
미 현 : . . . 아뇨 . . . 했어요, 했습니다
경 훈 : (기겁하고 돌아다보는) ???????
이 섭 : (털썩 주저앉는)
씬117. 이섭의 집, 마당
기진맥진해서 평상에 큰 대자로 쓰러져있는 이섭 . . .
벌컥 대문 열리고 주민1. 3. 5.6을 비롯한 아낙1.2 그외 주민들
사색으로 들어온다
주민1 : (흔들어대며) 홍이장!! 이섭아, 이섭아! 우물이 말렀어, 우물이
아낙1 : 바닥이 깨깟이 드러났슈, 이 일을 워쩐대유?
평상에 누운 이섭의 눈에 비치는 하늘을 가리고 있는 무수한
얼굴들 . . . 아우성인 그들의 말들이 하나도 안들리는 이섭. .
흔드는 데로 흔들리는 그 얼굴에 꽉 찬 비이커의 물이 흘러
넘치듯 쏟아지는 눈물 줄기 . . .
씬118. 수지의 집무실
우물이 말렀다고, 그게 다 지하수 관정 작업때문이라고 삿대질을
해대면서 밀고 들어오는 주민들을 가까스로 막고 있는 오대리와 직원 두엇
마침내 회전의자 돌려 옆에 서있던 오대리를 쳐다보는 수지
오대리 :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물은 지하 삼사십 미터 깊이인 건숩니다
반면, 지하순 지하 400미터 깊이의 암반수예요, 그냥 파대는 게
아니라 특수 그라우팅 공법으로 철저히 차단하면서 관정작업을 하기 때문에 우물이 마르는 것과는 하등 관련이 없습니다
주민들 : (말문이 막힌)
수 지 : (벌떡 일어나며) 이런 말까진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마을에 부정한 여자가 있음 우물이 마른다는 설이 있다죠?
주민들 : (주춤하는)
씬119. 폐선
초조한 손길로 다급하게 세간을 뒤지는 성구 . . .
진심이 알려준 듯 "개다리소반 뒤에 양은냄비 넘어서" 어쩌구
중얼중얼 하면서 뒤지다가 마침내 기상천외한 장소에서 금고를
발견하면 . . . 와우 꿈만 같다. 당장 열어볼 수는 없지만 무게
가늠하고 귀에 대고 흔들어보고 흠흠 돈 냄새도 맡아보다가 . . . 꼭 끌어안고 폐선을 나선다
씬120. 폐선 밖
금고를 안고 나오던 성구 앞을 턱 가로막는 심노인
심노인 : (매섭게) 놓구 가그라
성 구 : 존 말할 때 비켜 . . . 때리고 싶지 않응께 비켜어!!!
심노인 : 차라리 나를 죽이구 가그라
'에잇' 그대로 심노인을 거칠게 밀치며 가려는 성구
쓰러지면서 성구의 한쪽 다리를 움켜쥔 심노인
성 구 : 놔, 놔!!
심노인 : (질질 끌려가면서도) 내 놓구 가그라 . . .
성 구 : (한 발로 심노인이 등짝을 사정없이 차면서) 때리고 싶잖다구
분명히 말혔어, 씨바, 말혔는디두 왜 때리게 맹글어, 왜에??
저만치서 폐선을 향해 놀러오던 진심, 꺄약 비명을 지르며
쫓아와 성구를 패댄다
진 심 : 할배 때리지마라, 때리지마라, 이 나뿐 자슥아!!!
(그래도 성구가 끄떡없자, 그대로 심노인의 등위에 엎어져
심한 매질을 지 몸으로 감당한다)
심노인 : (맞는 진심이 때문에 할 수없이 팔을 놓으면서) 아가 아가 . . .
성 구 : (캐액, 침을 밷고 나서) 지미럴 맞고 떨어질거 일찌감치 떨어짐
좀 좋아?? (그대로 내달린다)
심노인, 잠시 혼절 한 진심이를 얼른 품에 보듬고 절로 터지는
심노인 : 어이구 내 새끼 . . .
씬121. 동 일각
연신 뒤를 돌아다보며 금고를 갖고 달려오는 성구
순간, 퍽 날린 주먹에 나가 떨여져서 쳐다보면 화가 난 얼굴의
두꺼비다 . . ."이 새끼가!!" 가뜩이나 열 받은 성구, 두꺼비에게
달려들지만, 권투선수 앞의 샌드백이다.
성 구 : (터진 입으로 헤 웃으며/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 장 꺼내)
야, 두꺼바 . . . 이 돈에 말이다, 이 돈에 왜 세종대왕이
있는 줄 아냐?
두꺼비 : (노려보기만)
성 구 : 돈이 즉 왕이다, 이거여 . . . 나 이 돈 갖구 참말로 열심히
살아볼게, 뽀다구 나게 살아볼게 응 두꺼바! 대신, 이 금고
돈 오 분에 일, 아니아니 사, 삼분의 일, 너, 너주께 . . . 응?
씬122. 폐선 밖
이제는 정신이 든 진심과 함께 망연자실 앉아 있는 심노인 . . .
잔뜩 얻어맞아 깨지고 터진 성구의 손에 금고 앞세워 다가오는
두꺼비 . . . 심노인 앞에까지 오자 성구의 다리를 걷어차면
심노인 앞에 턱 무릎 꿇는 형색이 되는 성구
그 바람에 모래사장에 푹 박혀버리는 금고
심노인 : (벌벌 떨면서 금고를 품에 안고) 이게 워떤 돈인디 . . .
평생 살던 집, 내 등껍질같은 집 판 보상금여 . . .
성 구 : (푹 고개 꺾는)
심노인 : 이걸루 우리 진심이 시집보내야혀, 참말루 이건 안돼야, 성구야
(성구의 어깨를 힘없이 때리며) 이 눔의 자슥아, 이 못난 눔아!!
비질비질 눈물이 나면 에이씨 팔뚝으로 닦아버리는 성구 . . .
글썽해진 눈물로 두꺼비를 올려다보는 진심 . . .
서로 . . . 마주보는 두 사람 . . .
씬123. 이섭의 집, 마당
무척 큰 배낭 하나 매고 이제 막 마루에서 일어나는 이섭
브레이드를 넣은 작은 배낭을 어깨에 맨, 현수 . . . 신났다
현 수 : 아빠, 엄마 만나서 몇 밤 잘 건데요?
이 섭 : . . . 가자
대문으로 향하는 父子
씬124. 법정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법정
이섭, 현수만 뺀 모든 사람들이 모였다
경훈의 변호사, 미현을 신랄하게 신문하고 있다.
변호사 : 피고인 이미현은 서경훈일 유혹할 생각으로 그를 파라다이스
모텔 404호로 불러들인 거죠?
미 현 : (당황 / 말을 못하면)
변호사 : 피고인 이미현은 정교를 빌미로 서경훈일 협박할 생각이었
습니다, (녹음기 꺼내들며) 그래서 일부러 이 녹음기를 들고
들어간 거죠??
경 훈 : (기막히게 절통한) !!!!!!
변호사 : (e) 재판장님, 이 녹음기를 증거물로 제시합니다
변호사 : 피고인! 불륜을 미끼로 대체 뭘 협박할 생각이었습니까?
미 현 : (고개를 푹 꺽으며) 섬을 떠나게 하려구요 . . .
변호사 : 피고인!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 서경훈일 섬에서 떠나게
하는 게 목적이었습니까?
미 현 : (끄덕이는)
변호사 : 말로 하세요, 말로!! 떠나게 하는 게 목적이었습니까?
미 현 : (폭발 일보직전의) 네,네,네!!
변호사 : 떠난 건 서경훈이 아닌 피고인 당신의 남편과 아들입니다!!!
미 현 : (질겁) !!!!!!!!! 뭐라구요?? 떠나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청객 중에 이섭을 찾는 미현
이섭이 떠나다니 . . . 웅성대는 주민들
"조용히 하세요!" "피고인 자리에 앉으세요!" 주지시키는 재판장
절망적으로 털썩 주저앉는 미현 . . .
변호사 : (e) 피고인의 남편은 피고인을 간통죄로 고소한 채 떠났습니다
변호사 : 남편께서 돌아오지 않는 한, 피고인은 형사상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결혼생활조차도 파탄지경일 것은 자명합니다.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단 말입니까?
미 현 : (참담하고 참혹한 / 눈물이 펑펑 솟구치는)
변호사 : (미현의 코앞에 바짝 들이밀고 매섭게) 피고인!! 이러구도
단지 서경훈일 떠나보낼 생각으로 그런 파렴치한 계략을
꾸몄단 말입니까??
미 현 : (드디어 폭발하는) 그래요, 난 그 생각밖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 . . 경훈씨가 온 뒤로 불안해서, 하루하루가 칼날
같아서 살수가 없었어요. . . 십 년을 조심조심 살얼음판처럼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왕창 깨져버리면 어쩌나 . . .그이가
더는 못 참고 터져 버리면 어쩌나, 아니 경훈씨가 알아 버리면 어쩌나 . . . 미칠 것 같았다구요!!!
경 훈 : ??
변호사 : (e) 서경훈씨가 알아버리다니, 피고인 그게 무슨 말입니까?
미 현 : (통곡으로/경훈을 향해) 떠나랄 때 떠났으면 이런 일이 왜
생겨? 그이, 당신 자식인줄 뻔히 알면서 우리 현수, 제 피붙이 처럼 애낀 사람이야!!!! 당신은 웬수로만 여겼지만, 그인 바로
당신 자식을 제 자식처럼, 제 몸처럼 애낀 사람이라구 . . . .
경 훈 : (경악이다) !!!!!!!
마을 사람들 역시, 너무도 놀란 표정으로 입도 벙긋 못한다.
미 현 : 개발이고 뭐고 난 . . . 그저 우리 가족을 지키고 싶었어
사람이 사는 게 중요하지, 그까짓 개발이 다 뭐야?
수 지 : (미현을 뚫어지게 보는) . . .
미 현 : 우리 미도, 예전엔 효자도 많고 이웃간에 정도 깊은
섬이었어요, 가난했지만 콩 한 쪽도 나눠먹던 사람 냄새 나던
곳이었다구요 . . . 그런데 이젠 형제지간에 보상금가지고
칼부림 나는 땅으로 변했어요
주민들 : (숙연해지고) . . .
미 현 : 경훈씨! 당신이 바라던 섬이 이런 거야?
부둣가서 인절미 팔며 근근히 살던 시절, 그래도 경훈씨
배곯지 않았어 . . . 해녀들이며 선원들이 . . . 자기 밥그릇
들이밀어 경훈씨 걷어멕였어 . . . 그런 인정이 사라지는데
이게 개발이야??
경 훈 : (참담해지고) . . .
미 현 : (하염없는 눈물로) 그래, 나 . . . 우리 현수, 현수아빠 지키자고
돌 맞아 죽어도 싼 짓 했어 . . . 경훈씨 쫓아내려고 녹음기
들고 모텔방으로 경훈씰 불러들였어, 미쳤다고, 마을 사람들이
미쳐간다고 한탄한 내가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더 미쳐버렸어
경 훈 : (눈물이) . . .
미 현 : (몸부림치며 울어대는) 그렇게, 그렇게 지키려고 했는데 . . .
결국 이렇게 될 줄 도 모르고 . . .
수 지 : !!!!!!
미현의 통곡만이 가득한 법정에서 (F. O)
씬125. 木船 + 바다 (F. I)
낡은 木船 하나 적막한 바다 위에 떠있고
진심, 배낭을 열어 보자기에 싼 보퉁이 꺼내 풀면 하얀 뼛가루 . .
그걸 한줌 집어 강물에 뿌리는 심노인 . . .
그렇게 강물로 넋을 떠나 보내는 심노인과 진심이 모습에서
카메라 Z.O 하면서
진 심 : (E) 할배야, 여기가 참말로 맞나?
심노인 : (E) 잉, 그려 . . . 확실혀, 저가 꽃섬 자리고, 여 어디께가
꽃말이여, 꽃말 . . .
씬126. 에덴리조트 스카이라운지 (황혼)
붉은 노을이 물든 바다
저 멀리 . . . 애터지게 쓸쓸한 목선 한 척 보이고 . . .
그 목선을 회한에 찬 얼굴로 물끄러미 보고 있는 수지
씬127. 섬 전경 (항공촬영)
미도의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의 모습을 PAN하다가
다시금 풍성해진 우물에 . . . 푸른 하늘, 하얀 구름,
지저귀는 새소리 . . . 그리고 물을 튀기며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마저 풍성해지면서 . . . (암전)
씬128. 에필로그 - 자막
'미도개발프로젝트'는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대폭 수정되었다.
환경부는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에코-2 프로젝트의 모델로
아름다운 섬, 미도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