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좌부불교에서 <청정도론> 의 위치는 각별하다.아니 <청정도론>을 빼놓고 상좌부불교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그래서 20세기 초 서양의 어느 학자는 붓다고사를 스리랑카 불교의 두 번째 창시자라 부르기도 하였다.5) 지금 관점에서 보자면 거친 발상에 지나지 않지만 그만큼 백여 년 전의 서양학자들의 눈에도 붓다고사는 각별한 사람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청정도론> 의 성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청정도론>은 기본적으로 주석서라는 점이다. 그것도 경장인 4부 니까야(Nikaya)에 대한 주석서이다. 그래서 <청정도론>이 아무리 아비담마적인 방법론으로 불교의 기본 주제인 계, 정, 혜를 설명한다 하더라도 <청정도론>은 아비담마 논서가 아닌 경장의 주석서라는 기본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부처님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논의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붓다고사는 <장부 주석서>(DA)와 <중부 주석서>(MA)와 <상응부 주석서>(SA)와 <증지부 주석서>(AA)와 <율장의 주석서>(VinA)서문들에서 공히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모든 초월지들과 통찰지(慧)의 정의를 내리는 것과
무더기(蘊), 요소(界), 감각장소(處), 기능(根)과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諦)와 여러 조건(緣=緣起)의 가르침과
극히 청정하고 능숙한 방법과 경전을 벗어나지 않은 도(道)와
위빠사나 수행 - 이 모든 것은
내가 지은 <청정도론>에서 아주 청정하게 설명되었다.
그러므로 거기서 설한 것은
다시여기서 고찰하지 않을 것이다.
<청정도론>은 네 가지 전승된 가르침(四아함)6)들의
중앙에 서서 거기서 말씀하신 뜻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7)
그래서 노먼(KR Norman)도 이렇게 고찰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청정도론>은 삼장으로부터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諦)를 중심점으로 한 모든 중요한 가르침을 추출해와서, 각 장을 그 주제와 관련지어 그것으로 논문의 전체에 수놓으면서 그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은 이러한 인용과 설명을 통해서 시종일관된 전체적인 체계 안에 서로 긴밀하게 조직되어 있다. 여기에다 인도나 스리랑카에서 있었던 아주 많은 일화들을 통해서 특정 가르침을 예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전체는 정교하게 만든 큰 건축물 안에 농축되어 있다." 8)
실제로 역자가 VRI CD-ROM 버전으로 'visuddhimagge(위숫디막가에서)' 라는 키워드로 조회해본 결과 경장 네 가지 주석서들 가운데서는 206번이 나타났고 복주서들에서는 64번이 나타났으며 소부의 주석서들과 복주석들에서는 33번, 아미담마 주석서들과 복주서들에서는 53번, 율장의 주석서들과 복주서들에서는 21번이 나타났다. <청정도론>이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언급하고 있는 곳을 합치면 이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는 경장의 네 가지 주석서뿐만 아니라 붓다고사가 지은 율장의 주석서와 논장의 세 주석서와 다른 주석서들도 그 중심에는 항상 <청정도론>이 놓여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청정도론>에서 논의한 주제는 그 주석서들에서 다시 설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많은 곳에 같은 설명이 반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므로 실로 <청정도론>은 부처님의 직설이라고 자부하며 지금까지 남방 상좌부에서 면면히 전승해오는 경, 율, 론 삼장에 대한 모든 논의의 핵심에 있고 모든 해설의 기본 토대가 되고 있다.
조금 더 부연해서 설명해본다. 붓다고사는 방대한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고 반복해서 나타나는 가르침이나 문장들을 제일 먼저 <청정도론>에서 계, 정, 혜의 주제 하에 일목요연하게 해설하여 초기불교에 대한 밑그림을 완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장과 율장과 논장에 대한 주석서를 하나하나 지어나갔다. 만약 어떤 주제가 <청정도론>에서 설명이 되지 않았지만 어떤 특정 니까야의 주석서의 주요 주제로 이미 설명을 했다면 그 특정 주석서를 참조하라고 언급하고 다른 주석서에서는 생략하는 방법으로 전체 주석서를 하나의 큰 장으로, 큰 체계로 구성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장부>에서 <증지부> 까지의 주석서들은 어느 것이 먼저 축판되었다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곤란할 정도로 서로서로 상호언급(cross-reference)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네 가지 주석서들은 <청정도론>을 중심에 두고 거의 동시에 발표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마치 메인 컴퓨터 A의 하드디스크에 함께 공유할 데이터를 저장해놓고 A1, A2... An의 컴퓨터의 하드 다스크에다가 각각 다른 주제의 데이터를 저장하면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데이터는 메인 컴퓨터 A를 참조하라고 연결해주고, 그 뿐만 아니라 어떤 데이타가 An 에서 중요한 데이터로 저장이 되어 있으면 특정 컴퓨터에서는 An 을 연결해 주면서 서로 데이커를 공유하고 있는 체계와 같다. 여기서 메인 컴퓨터 A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청정도론>이며 A1, A2....An의 컴퓨터들은 각각 율장의 주석서들, 경장 4부 니까야의 주석서들, 논장의 주석서들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불론 붓다고사의 저작인지 의심스럽지만 그의 저작으로 인정되는 나머지 다섯 가지 주석서들9)과 담마빨라10)가 주석한 소부의 일곱 가지 게송으로 된 경들에 대한 주석서에서도 <청정도론>은 항상 그 중심에 놓여있다. 이 경우에도 <청정도론>에서 설명된 것은 <청정도론>을 참조하라는 언급만 있을 뿐 설명은 없다.11)
이런 구조의 핵심에 <청정도론>이 놓여있기 때문에 남방불교은 <청정도론>불교요, 붓다고사 불교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라 할 수 있다.
한편 <청정도론> <-->주석서(Atthakantha)들의 구조는 Pm<--> 복주서(Tika)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청정도론>이 주석서들의 중심에 놓여있다면 복주서들 가운데에는 <마하띠까>로 잘 알려진 <청정도론>의 복주서12) <빠라맛타만주사> (Paranattha-manjusa, Pm, Mahatika, 마하띠까)가 놓여있다. <청정도론> 복주서(Pm)의 저자인 담마빨라는 <장부>, <중부>, <상응부>의 복주서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담마빨라는 각각의 복주서들을 주석하면서 Pm에서 설명한 부분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모두 Pm을 참조하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붓다고사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12세기에 사리뿟따에 의해서 만들어진 <증지부 복주서> 에서도 꼭 같은 방법이 적용되어 Pm에서 이미 설명한 것은 이 Pm을 참조하라고 하고 있다.
5) "It would be hardly too much to say that Buddhaghosa was the second founder of the Buddhism of Ceylon(RS. Copleston, 5)."
6) 전승된 가르침으로 옮긴 원어 '아가마(Agama)는 중국에서 아함으로 옮긴 바로 그 단어이다. 빠알리에서도 이렇게 4부 니까야를 4아함으로 부르고 있다.
7) sabba ca abhinnayo, pannasankalananicchayo ceva khandhadhatayatanindriyani, ariyani ceva cattari. saccani paccayakaradesana, suparisuddhanipunanaya avimuttantimagga, vipassana bhavana ceva. iti pana sabbam yasma, visuddhimagge maya suparisuddham vuttam tasma bhiyyo, na tam idha vicarayissami. majjhe visuddhimaggo esa catunnampi agamananhi thatva pakasayissati, tattha yatha bhasitam attham --DA. i 2-3; MA.i.2; SA.i.2; AA.i.2; VinA.i.2.
8) Norman, 120-21.
9) 아래 5를 참조할 것
10) 아래 9를 참조할 것
11) "ayamettha sankhepo, vittharato pana asubhadibhavananayo visuddhimagge vuttanayena gahetabbo(UdA.236, 등)"
12) <청정도론>의 주석서들은 주석서(Atthakatha)라 부르지 않고 복주서(Tika)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청정도론>이 삼장의 주석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청정도론이 아무리 아비담마적으로 불교의 계정혜를 해석한다하더라도 아비담마 논서가 아닌 경장의 주석서라고..] 하는데 이말을 무슨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초심 생각으로는.. <청정도론>은 어느 부파 불교의 [논]과는 달리 부처님의 원음과 거의 같다는 것을 강조하는 어법으로 보입니다..^^..
청정도론은 경전(니까야)의 구절들을 인용해가면서 해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경, 율, 론 삼장을 인용하면서 해석하고 있으니 삼장의 주석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재성 합장
아비담마는 니까야의 안입처를 안근으로 번역해 놓았고
색온도 물질이라 번역해놓고 4연,등무간연, 찰라설연으로 설명해놓아 정법과 거리가 멉니다.
용수는 중론에서 4연을 비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