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가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죠. 그래서 참 속이 탈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만.. 그중에서 뒤돌아 보니 꽤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네요..
이름..문사랑..이름만 들어보면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입니다. 물론 이름처럼 사랑스럽기도 하고 좀 특별한 아이입니다. 꽤 논리적이고 창의적이죠..그치만 그땐 왜그리 날 속타게 했는지..ㅎㅎ
5월달 공부시간이었죠.. 사랑이가 최근들어 자꾸 밖에를 나갑니다. 나는 화장실 가나보다 했죠. (1학년들은 화장실출입에 자유를 박탈하면 그자리에 실례해버리는 경향이 있죠.ㅡㅡ;;)
저는 열심히 다른 애들 데리고 놀아? 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사랑이는 어느순간 자리에 있습니다. 몇칠째가 이런식이었나 봅니다. 어느날 여전히 사랑이가 나갑니다. 한참을 지났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울고 있는 사랑이를 교실 뒷문으로 슬며시 밀어 넣어 주고 가시네요..ㅡㅡ;;
순간 무슨일이 있었음을 직감하며 사랑이를 불렀습니다..."문사랑~ 너 왜우니?
물어보니 밖에서 그냥 있는데 다른 아이들이 물을 뿌리고 달아났다네요..
그래서 "너 화장실 간거 아니였어?"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그때 최근들어 외출?이 잦았던 사랑이의 모습이 스르륵 지나갑니다.
"사랑이 너 그럼 계속 어디나갔다 오는 거니?"하고 물었죠..
사랑이왈 " 밖에 꽃들이 너무 예쁘고 나를 부르는거 같아서 이야기 하고 왔어요!"
나: --;; "그럼 너 그동안 계속 그런거 였어?"
사랑이왈 " 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사랑이를 보고는 속으론 그래 이해해 줄께 했다가..
그래도 수업중에 그런 상황으로 사랑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해꼬지?를 당해서 무슨 문제가 일어나면 큰일나겠다 싶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주기 위하여..
나 : "사랑아~ 너 선생님과 지켜야 하는 교실규칙을 어겼네?
사랑이 : "네"
나 : "그럼 선생님에게 혼나야 겠네?
사랑이 : ㅡㅡ;;
나 : "그럼 둘중 하나를 골라라~ 잘못했으니 선생님한테 혼나고 다음부턴 안그럴
래..아님 그냥 앞으로 학교 오지 말고 집에서 너 하고 싶은데로 할래?(좀 과한 표현이었던것 같지만 사랑이는 지금까지 그래야 통했습니다...)
사랑이 : ㅡ.,ㅡ "잠깐만 생각좀 해보구요~" 음.....
나 : 그래 3분줄께 생각해 보렴~(제 생각엔 잘못했다는걸 인정해서 혼난다고 하면
그래 다음부터 그러지 말자 하고 주의만 줄 생각이었습니다.) 3분후~
사랑이 : 생각했어요
나 : ^^ 그래 어떻게 할꺼야?
사랑이 : 선생님 제가 깊이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래도 그냥 집에 가서 자유롭게 있
는 편이 더 좋을꺼 같아요..(정말 말도 기막히게 잘 합니다..ㅡㅡ;;)
순간 (ㅡ..,ㅡ) 나는 말이 안나왔습니다...허걱... 참...이게 아닌거 같은데..그래도 내가 조금 더 세게 나가면 안그러겠지..하며..
" 그..그래.. 집에 가렴..그리고 내일부터 학교에 올필요 없겠네..."
사랑이 : 네.. 선생님.. 그럼 안녕히 계세요..(너무나 태연하게 짝꿍에게 인사까지 하며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갑니다.)
우리반 나머지 아이들과 나는 멍~ 해 집니다..설마가...사람 잡는구나..ㅡㅡ;;
저는아이들과 꽤 친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나를 많이 좋아해주죠..그런데 사랑이는 그것마져도 안통했습니다...ㅡㅡ;; 그런다고..
여기서 달려가서 "사랑아~ 그러는거 아니야~" 했다간 그동안 1학년 애들에게 어렵사리 쌓아 왔던 나의 카리스마가.....ㅡㅡ;; 잡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스쳐가는 여러 얼굴들...한번도 보진 못했지만 집에서 황당하게 사랑이를 맞을 사랑이네 엄마 아빠 할머니....
전화를 들고는 사랑이 아빠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사랑이 아빠죠..오늘 이런일들 있었네요..주저리 주저리.. 근데 두가지중 선택하라고 했더니 집엘 가네요.(아빠- 우리사랑이가 좀 특별하죠ㅡㅡ;;)아... 네..(먼저 집에서도 좀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행..) ^^;; 알고 계시는 군요..사랑이는 상상력도 풍부할 뿐더러 정말 논리적인 아이죠.. 그래서 제가 강압적으로 해결할수도 있었지만..오늘 그냥 가도 내버려 두었는데요... 아버님이...사랑이가 오면 오늘상황에 대해 잘 말씀해 주시고요.. 학교와 집의 차이점을 좀 잘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일 학교에 사랑이가 오면 제가 두배로 따뜻하게 맞아 줄께요..이런경우는 부모님과 같이 해결하는게 더 좋은 해결책인거 같아서요.. 신경쓰이실거 알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아버님도..좋은 방법이라며 적극 동참해 주셨다..)
스스로 놀랬다...나의 순간 말솜씨에...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게 펼쳐졌던것이 정말 기가막힌 교수훈육이 되어 버렸다..ㅡㅡ;; 오히려 사랑이를 위해 그렇게 신경까지 써 주신 선생님에 대해 정말 존경스럽다며, 부모님이 무척 고마워 어쩔줄을 몰라한다...쩝... 황당하다 ㅡ.,ㅡ;;;;
선생님들도...이렇게 특별한 아이에 의해 특별한 상황이 벌어진 경우 특별하게? 잘 해결해 나가시길 빕니다..^^
아뭏든 본의아니게? 일이 너무 순조롭게 끝나버렸습니다.
다음날 사랑이는 아침 교실에 등교해서..곧바로 제게 와서 " 선생님 제가 집에서 꽃들을 보며 다시 생각해 보니까, 학교가 배울점이 많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필요한것 같에요. 어제는 제가 잘못 생각한거 같에요. 정말 죄송했구요, 다신 그러지 않을께요. 한번만 더 용서해 주세요.." 라고 합니다..
정말 1학년 답지 않게 말 잘합니다.....
첫댓글 ㅎㅎㅎ 정말 돌발 상황이 발생했네요... 황당하셨겠어요.. 그 상황을 지혜롭게 잘 풀어가셨구요... 부모님께 전화로 알리신건 참 잘하셨네요... 가끔은 부모님과 통화 하는게 망설여지기도 하는데 말이에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다"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엽기적이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이 ...그래서 이름이 사랑이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이런 주일학교에서는 유치원이랑 1,2학년을 하니까 아이들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1학년은 아직 저에게 미지의 세계인것 같아요 6학년은 영악하지만 않으면 말이 통해서 좋은데... 아무튼 정말 참을 인자 세 개는 써야 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아요. 쌤 화이팅!!!
순간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하지만 정말 슬기롭게 잘 처리하셨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선생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