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읽는 기쁨] <3> 서문 대한불교진각종을 세우는 뜻
만다라회 기획, 박희택 집필
진각종(심인불교)의 취지는 회당대종사의 논설 <대한불교진각종 보살회를 세우는 뜻>(1953.8.24)을 통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밝혀진다. 이 논설이 「실행론」의 서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현재의 종단명에 따라 ‘보살회’ 세 자는 산삭하여 수록하였다. ‘보살회’라는 세 자는 회당대종사의 ‘심인거사’ 자칭과 더불어 재가종단임을 천명하고 함축한 용어라 할 것이다.
1953년은 진기(眞紀) 7년에 해당하는데, 진기 원년이 아닌 7년에 쓰여졌음은 ‘대한심인불교진각종 보살회 헌법’을 제정하면서(1953년 8월 24일) 입교개종의 취지를 밝히기 위하여 제정시점에 집필한 까닭에서이다. 이때는 ‘대한심인불교진각종’이라 하였음도 눈길을 끄는데, 애써 ‘심인불교’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회당대종사께서 종단의 정체성과 자주성에 그만큼 깊이 천착하였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회당대종사의 논설은 모두 7편이 있는데, 위덕대학교 밀교문화연구원은 회당대종사 탄생100주년인 2002년을 맞아 ‘회당논설집 간행위원회’를 구성하여 「회당논설집」(위덕대학교 출판부, 2002)을 간행한 바 있다. 회당대종사의 논설 7편에 대하여 윤문본을 만들고, 원문을 게재하고, 영인본까지 수록하는 공력을 들였다. 회당대종사의 논설 7편은 아래와 같다. ①은 「실행론」의 서문으로, ⑦은 「진각교전」의 서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회당대종사의 논설 7편]
① <대한불교진각종 보살회를 세우는 뜻>(1953)
② <종교 자유시대는 자기가 종지를 세워야 한다>(1953경)
③ <종파가 나누어지는 이유>(1953)
④ <불교정화에 대하여>(1954)
⑤ <불교의 분화와 협동>(1958)
⑥ <현대불교는 재가와 출가로 분화해야 한다>(1958경)
⑦ <불교는 우리의 풍토성과 혈지성에 맞는 것>(1960)
실행론의 서문 <대한불교진각종을 세우는 뜻>은 모두 14개 단락으로 되어 있다. 각 단락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전7단락부터 고찰해본다. 제1단락 ‘불법과 세간법과 우리나라 역사’ - 제2단락 ‘조선조 통솔적 일원주의의 병폐’ - 제3단락 ‘조선조의 방편적 불교전통 계승’ - 제4단락 ‘불교의 삼천 년 전통과 미래’ - 제5단락 ‘이원주의로 전환한 이십 세기의 새 불교’ - 제6단락 ‘통솔적 일원주의와 유교’ - 제7단락 ‘교종이 쇠퇴한 조선조 불교’이다.
이어서 후7단락을 고찰해본다. 제8단락 ‘문명시대 이원주의적 종파 발달’ - 제9단락 ‘교종과 본심진언을 주로 하는 진각종’ - 제10단락 ‘삼신이불(三身理佛) 신행과 육행 실천의 진각종풍’ - 제11단락 ‘종교의 이원과 세계평화’ - 제12단락 ‘서양 하나님교와 동양 불교의 이원 분화발달’ - 제13단락 ‘불종(佛宗)을 세워 삼국통일한 신라와 자율종교 흥왕이 요구되는 한국’ - 제14단락 ‘자율이 있는 이원종교의 발달과 남북통일’이다.
유독 빈도가 높고 눈길을 끄는 용어는 ‘이원(二元)’이다. 이 용어는 회당사상의 핵심어로서, 실행론 전편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계속 거듭 다루게 될 것이다. 이원은 세계의 연기상(緣起相)을 둘로 뚜렷이 드러낸 것으로, 이원합일(二元合一)이 중도자주(中道自主)가 됨을 밝히신 것이다. 천-지, 음-양, 남-녀와 같이 종교도 하나님교-불교, 하나님교도 천주교-예수교, 불교도 조계종-진각종으로 이원을 파악한 안목이 훤칠하다.
감사하셔라. 이원사상에 입각하여 진각종을 세우신 회당대종사의 실행력을 어디에 비견할 것인가! 불은과 종조은(宗祖恩)을 만분의 일이라도 갚기 위하여 이 글을 운필하기로 하였거니와, 한국불교를 새롭게 하신 진각종 종조 회당대종사님과의 인연을 금생의 여의보주(如意寶珠)로 공경하나이다. 이 논설에는 주옥같은 구절이 많은데, 그 중 몇 구절만 드러내어 놓기로 한다.
“심(心)은 곧 불(佛)이요 불은 곧 심이므로, 불법(佛法)은 심의 법이다. 불법은 체(體)요 세간법은 그림자가 되므로, 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곧고 체가 굽으면 그림자도 굽는다. 그러므로 불법과 세간법이 본래 다르지 않아, 불법이 바르게 서고 흥하는 데 국가도 바르게 서고 흥왕(興旺)하는 것이다(제1단락).”
“시대와 사회의 변천에 따라 이원주의로 전환한 이십 세기 오늘날에는, 법신 비로자나불의 진리와 언행을 바로 가르쳐서 현세를 교화하기 위해 이원방법을 세워서, 일원에 병든 것을 바르게 하는 새 불교가 이 세상에 출현할 것을 바라보고 계승해 왔던 것이다(제5단락).”
“나무는 줄기 하나만 있을 때가 무성한 것이 아니라, 가지가 벌어짐에 따라 뿌리도 굵고 지엽(枝葉)이 무성하게 되어서 결실이 많게 되는 것이다(제7단락).”
“동양 사람도 부처님의 은혜 가운데 사는 것을 다 알리려면, 사찰은 상(像)을 보고 불법승 삼보를 숭상하여 정화하고, 진각종은 상을 떠나서 법보화(法報化) 삼신이불(三身理佛)을 믿고 육행을 실천하며 인과를 내증하여 중생을 교화하는 데, 이원이 되어 상호 침투되고 영향을 주고받아 반영하므로 평등교화가 이루어질 것이다(제10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