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홍차의 나날들] 2.홍찻장을 열다(Blended Tea 블랜드 티)

[홍차의 나날들]          사진.글 박서영 ====================================================================== 나만의 책 읽는 방식 <어떤 책이든> 두드리며 읽는다(정독하기).     수 년전 그 해 내가 한참 동안을 홍차에 심취해. 홍차 강의를 열심히 듣던 그 시절.  강의가 끝나고  티타임에서, 지극히 홍차를 닮은 그 우아한 여인(입회원)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는 지금껏 정독을 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익히 아는 홍차이야기로만 여겼기에  그냥 대충 들춰 보는(눈으로 읽는)그 정도로 책장 속에 몇 해를 소장함이다.   그런데 그저께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 놓고, 책상 위에서  몇날을 또 방치해 뒀다. 그런데 이 책이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나도 정독(나만의 책읽는 방식 - 두드리며 읽기) 해 달라며 웃고 있지 않는가 - 책을 만지작이며 다시 펼치다 내려 놓기를 몇 번을 반복하며 (돋보기를 낀 시간과 손가락이 아리는 생각에)고심을 함이다.   지금껏 하고 있는 매일 차학습 내용으로 [차고전] 읽기도 미룰 수는 없음인데, 그래  겸해서 해볼까의 각오가 섰다. 비로소 이 책을 두드리며 읽기(정독)를 한다. ( 이 책은 내게 있어 보통 인연이 아닌가 보다, 이제부터 함께 할 시간들의 소중한 벗이 될 것이다.)   혹여, 저자에게 민폐(나무라시면)라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   2 홍찻장을 열다  p44 ~ 65   02 Blended Tea  블랜드 티   스트레이트의 두 가지 이상을 섞으면 블랜드티 Blended Tea 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아침차Breakfast Tea와 오후차 Aftenoon Tea 로브랜드에 따라 단일 지역의 찻잎으로 만든 것부터 아삼, 캐냐, 실론 등의 찻잎을 블랜딩 한 것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 날마다 새로운 아침 브렉퍼스트 티  Blended Tea -------------------------------------------------   버터 바른 빵과 계절 과일을 곁들여 마시는 아침의 홍차는 밤새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우고 비어 있는 몸에 에너지를 가득 채워 준다. 브렉퍼스트티는 주로 밀크티로 마시기 때문에 아쌈이나 캐냐처럼 진한 맛을 내는 찻잎이 많이 쓰인다. 찻잎도 쉽고 빠르게 우러날 수 있도록 잘게 부서진 형태가 많다. 진하게 우려 우유를 듬뿍 넣은 뜨거운 브렉퍼스트티 한 잔은 하루의 시작에 활력을 더한다.   -------------------------------------------------------------------------------<p45 사진 > -------- 헤로즈-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블렌드 Harrods - English Breakfast Blend   매일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튼과 창을 활짝 여는 것이다. 지난 밤의 묵은 공기는 모두 밀어내고 그 자리에 신선한 아침 공기를 가득 체울 수 있도록, 그리고 나면 아침차를 고른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매력적인 브렉퍼스트티도 좋지만 열에 아홉, 내가 고르는 아침차는 기본기와 균형감을 두루 갖춘 든든하고 믿음직스런 브렉퍼스트티들이다.   헤로즈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블렌드'도 그 중 하나다. 실론과 아쌈이 두드러지는 이 전형적인 아침차는 무난하면서도 좀처럼 물리는 법이 없다. 게다가 저울이나 타이머 같은 섬세한 도구들이 아니어도 늘 제 맛을 내주니 어찌나 기특한 지. 차를 고르고 나면 찻물을 올린다, 1인용 티팟에 찻잎을 듬뿍 더 넣은 뒤 뜨거운 찻물을 붓고 타이머를  5분에 맞춘다. 냉장고에서 버터와 우유를 꺼내고 두툼한 식빵도 두 쪽 꺼내 토스터에 굽는다. 찻잔에는 우유를 조금 부어 전자렌지에  30초쯤 돌려 따뜻하게 데운다, 알이 작은 사과도 하나 씻어둔다. 그 사이 우러난 차를 거름망에 걸러 우유가 담긴 따뜻한 찻잔 위에 붓고 나면 모닝 티타임 준비가 모두 끝난다 찻잔 위로 피어오르는 고소하고 향긋한 밀크티향, 따끈하게 구운 빵 냄세, 그리고 상쾌한 아침바람, 남아 있던 잠이 서서히 달아난다. ---------------------------------------------------------------------------------------------------- 트와이닝스 - 아이리쉬 브렉퍼스트 Twinings - Irish Breakfast   설탕 묻힌 잔 위로 퍼지는 위스키향 커피, 휘슬과 바이올린의 쓸슬하고 이국적인 선율. 차가운 안개로 가득한 이른 아침의 시골길, 거리 곳곳에서 노래하는 버스커와 화가와 시인들, 아이리쉬라는 이름 속에는 늘 낯선 설렘과 낭만이 있다. 내가 '아이리쉬 브렉퍼스트'티를 유독 편애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 이름 때문일지 모른다.   '아이리쉬 브렉퍼스트'티는 보통 아쌈 찻잎으로만 만들어진다. 투박하면서도 진한 맛을 내는 탓에 좀처럼 스트레이트로 마시기가 쉽지 않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마냥 짙은 수색에 떫고 까슬거리는 맛을 내는데다가, 특별히 향긋함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멋이라고는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수수한 시골 청년 같은 차가 우유를 만나면 금세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밀크티가 된다. 그리곤 이내 고소한 맛과 함께 달콤한 차향이 살아난다. 투박하고 까칠하던 청년의 속내가 이리 상냥하고 따뜻할 줄이야.   진한 밀크티를 곁들이는  '아이리쉬 브렉퍼스트'티는 푸짐한 아침 식사로 유명하다. 구운 소시지와 베이컨, 반숙으로 익힌 게란 프라이와 베이크드 빈, 구운 버섯과 토마토, 노릇한 웨지 감자에 다끈하게 구운 빵까지. 제대로 차리려면 어지간히 품이 드는 아침이다. 하지만 여유로운 주말 아침의 티타임이 아니라면 따끈하게 구워낸 시골 빵만으로도 충분하다. 계절 과일을 곁들인 호밀빵이나 꿀과 버터를 바른 깜빠뉴에 진하게 우려낸 아쌈 밀크티 한 잔으로도 얼마든지 근사한 '아이리쉬 브렉퍼스트'를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늦여름, 무화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아침차에 구운 식빵과 치즈, 무화과를 곁들인다. 잘 익은 무화과를 반으로 자른 뒤 따끈하게 구운 바게뜨나 식빵 위에 치즈와 함께 얹어 뜨거운 밀크티와 함께 먹는 맛이란!  <p49 사진> --------------------------------------------------------------------------------------------------------------------- 마리아쥬 프레르 - 상하이 브렉퍼스트 Mariage Freres  - Shanghai Breakfast   마리아쥬 프레르에는 모두 다섯 가지 스타일의 브렉퍼스트티가 있다. 기문과 아쌈이 블렌딩 된 '프렌치 브렉퍼스트'티, 아쌈 베이스에 베르가못향을 입힌  '러시안 브렉퍼스트'티, 바닐라와 초콜릿향이 달콤한 '아메리칸 브렉퍼스트'티, 실론과 아쌈을 블렌딩한  '잉글리쉬 브렉퍼스트'티, 그리고 우롱 베이스에 제스민과 국화, 생강에 아니시드를 더한 '상하이 브렉퍼스트'티 까지, 저마다 맛과 향에서 개성이 넘친다.   '프렌치 브렉퍼스트'티가 깔끔한 맛과 풍부한 향으로 우아한 느낌을 준다면, '러시안 브렉퍼스트'티이 베르가못향은 화사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을 준다. 발랄하고 도회적인 '아메리칸 브렉퍼스트'티나, 전형적인 영국식 아침차이 매력이 돋보이는 '잉글리쉬 브렉퍼스트'티는 무난하면서도 등든한 아침차로 그만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개성이 돋보이는 아침차는 역시 '상하이 브렉퍼스트'티이다. 독특한 향신료가 어우러진 '상하이 브렉퍼스트'티는 화려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개성 강한 블렌드티로, 우롱찻 잎 속에 큼직한 제스민꽃잎과 향신료가 어우러져 있다.   찻잎의 화사한 향은 투명한 호박색으로 우러난 뒤에도 오밀조밀 달콤하게 사라는데, 우롱 베이스와 어우러져 갈끔하고 시원스럽다. 간단한 주먹밥을 곁들인  오리엔탈 스타일의 아침차는 물론이고 모처럼 자사호와 개완을 꺼내 즐기는 오후의 티타임을 위한 차로도 그만이다. <자사호는 보이차와 같은 발효차를 우려낼 때 쓰이는 찻주전자이고, 개완은 뚜껑이 있는 중국식 찻잔이다.>   새콤한 우메보시 한 알 넣어 만든 단출한 오니기리와 함께 마시는 '상하이 브렉퍼스트'티는 출출한 오후의 에프트눈티로도 잘 어울린다.  <p51 사진> ------------------------------------------------------------------------------------------------------------------ 나른한 오후.  에프터눈 티    Afternoon Tea --------------------------------------------------------------------- 오후 햇살이 드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애프터눈티는  어딘지 그 시간이 빛깔을 닮았다. 한 낮의 열기가 물러나고 풀과 나무와 흙냄새가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 짙어지는 오후, 애프터눈티를 마시는 시간은 여유로움과 게으름 사이에서 늘 한 박자 느리게 흘러간다.  영국의 홍차 문화는 18세기 중반 이후 산업혁명과 맞물려 그 꽃을 피웠다. 19세기에 이르러 귀족의 전유물이던 홍차 문화가 점차 서민 계층으로까지 보편화되면서 차는 물론하고 차를 마시는 방법과 에티켓, 차에 곁들이는 설탕과 티푸드, 다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그 중심에 애프터눈티가 있다.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 즐기는 애프터눈티는 홍차에 간단한 간식을 곁들임으로써 허기를 달래주기도 한다. 이런 방식이 애프터눈티는  19세기 초 영국의 한 공작부인의 티타임에서 시작되었고, 그녀는 오후의 홍차에 간단한 티푸드를 곁들여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 시작했는데, 이는 곧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하루 두끼의 식사가 일반적이던  19세기 영국의 귀족들에게 긴 식사 시간 사이의 공복감을 해소할 수 있는  이 화려하고 푸짐한 티타임을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이후 애프너눈티는 하나의 사교 모음(임)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커피 하우스가 남성들을 위한 정치, 사회적 담론의 장이었다면 애프터눈티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사교 문화였다. 화려한 다구와 고급스런 음식, 엄격한 예절과 격식이라는 귀족적 요소를 두루 갖춘 애프터눈티는 차츰 귀족과 왕궁, 그리고 그들의 삶을 동경하던 부유한 시민들이 차 문화로 퍼져나갔다. 브렉퍼스트티와 함께 대표적 블렌드티인 애프터눈티는 브렉퍼스트티에 비해 한결 산뜻하고 경쾌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리프레쉬를 위한 오후의 차답게 베르가못이나 과일, 꽃 등이 블렌딩 되기도 한다. ------------------------------------------------------------------------p52~53 사진> --------------    포터넘 앤 메이슨 - 애프터눈티 Fortnum & Afternoon Tea   고풍스러운 장식과 밝은 민트색 외관이 화려한 런던 피카딜리 거리의 포트넘 앤 메이슨 매장에서는 오후 3시가 되면 애프터눈 티셋을 판매한다.   민트 색과 금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본차이나 티팟과 찻잔, 우아하고 고풍스런 은제 스트레이너와 미크저그, 샌드위치와 스콘을 비롯해 온갖 달콤하고 먹음직스런 티푸드로 가득한  3단 드레이, 그리고 찻잔 가득 산뜻한 실론향의 '애프터눈티', 포트넘 앤 메이슨의 에프터눈 티셋은 늘 홍차 여행을 꿈꾸게 한다.   실론의 상쾌함이 돋보이는 포트넘의 '애프터눈티'는 경쾌하고 발랄한 오후차의 매력을 가졌다. 밝고 산뜻한 오렌지 빛 수색에 화사한 풀꽃 향, 혀끝으로 느껴지는 기분좋은 떫은맛이 온 미각과 후각으로 빈틈없이 차오르며 지친 오후에 활력을 준다.   한 모금 머금을 때마다 입 안 가득 느껴지는 은은하고 산뜻한 향과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의 이 클래식한 '애프터눈티'는 나에게 늘 오후차의 기준이 되곤한다.   애프터눈티에는 늘 달콤한 케익이나 비스킷, 샌드위치 등을 곁들인다. 이렇게 즐기는 애프터눈티는 출출한 오후의 든든한 간식이 될 뿐만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 p55 사진 > ----------------------------------------------------------------------------------------------------   웨지우드  - 런던 베어  애프터눈티 Wedgwood - London  Bear Afternoon Tea   오후 네시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시간이다, 어린 시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집안에는 온통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다. 나를 기다리던 어린 동생과 식탁 의자에 나란히 앉으면 엄마가 내어 주시던 간식들, 은박컵 위로 동그랗게 부푼 컵케익과 동물 모양의 고소한 버터 쿠키, 설탕솔솔 뿌린 동그란 도너츠와 노릇노릇 구워 시럽을 듬뿍 뿌린 팬케익 까지, 차가운 우유와 함께 먹으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던 오후 네 시의 달콤한 맛.   웨지우드의 '런던 베어 애프터눈티'로 만든 오후 네 시의 밀크티에서는 그 시절의 맛이 난다. 마음 한 구석이 포근해지며 절로 말랑말랑한 기분이 드는 맛,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티백 포장 속, 풋풋하고 달콤한 아쌈과 케냐는 오후차로 드물게 까슬하면서도 묵직한 맛을 내는데, 도톰한 머그잔에 진하게 우려 밀크티로 마시면 그만이다. 각설탕을 하나 넣어 달달하게 마시거나,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도너츠나 팬케익을 곁들여 마시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오후 네 시가 된다.   짙은 수색 만큼이나 진한 맛을내는 '런던 베어 애프터눈티'는 각설탕을 한 알 넣어 달콤한 밀크티로 마셔도 좋다.   <p57 사진> ---------------------------------------------------------------------------------------------------   업톤티 - 베이커 스트리트 애프너눈티 블렌드 Upton Tea - Baker Street Afternoon Tea Blend   미국 다원차 전문 브랜드인 업톤의 브리티쉬 샘플러는 영국의 거리나 공원 등, 특징적인 장소를 이미지로 만든 블렌드티이다. 그 중에서도 '베이커 스트리트 애프터눈 블렌드'는 설록 홈즈가 살았던 베이커 거리르 모티브로 만들어 졌다.   밝은갈색의 어린잎들이 뒤섞인 까만 찻잎 사이로 익숙한 마른 훈연향이 확 끼친다. 랍상 인듯 하더니 이내 기문향이 살아난다. 그리고는 숨어 있던 다질링까지 풋풋한 풀내음을 드러낸다. 랍상과 기문에 다질링이라니, 개성 강한 세 가지 차의 조합이 신선하다.   뜨겁게 우러난 뒤에는 찻잔 가득 훈연향이 가득하다,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제 안에 뜨거운 것을 가득 품고 있다. 그 사이로 산뜻한 다질링이 시원스레 코 긑은 쓸고 간다. 찻잎 저마다의 향이 어우러지면서 제법 묵직한 느낌을 주는데 그에 비해 맛은 한없이 순하고 부드러워서 입 안에 머물 새도 없이 매끈하게 넘어간다. 마치 한 인상 하는 아저씨의 천진한 내면을 보는 듯한 반전의 묘미가 재미있다.   이 독특한 블렌딩이 애프터눈티를마실 때는 큼직한 티팟 하나 가득 차를우려내, 추리 소설이라도 한 권 거내 읽으며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면 좋겠다. 물론 그 추리 소설이 베이커 스트리트 221B에 살고 있는 설록 홈즈의 모험담이라면야 더할 나위 없을 테지만,   러시안 캐러반을 떠올리는 복잡다단한 훈연향이 새콤한 과일쨈을 곁들인 쿠키나 비스킷과 잘 어울린다.<P59 사진> ------------------------------------------------------------------------------------------------------------------ 겨울 밤의 낭만, 러시안 개러반   Russian Caravan --------------------------------------------------------------------- 중국홍차에 대한 유럽인들의 기대가 높았던 18세기 러시아 상신들은 낙타를 이용해 중국에서 인도를거텨 유럽까지 차를 싣고 사막을 횡단해 다녔다. 당시 상인들이 싣고 다니던 차는 우롱과 기문, 랍상소우총이었다.   차를 모두 팔고 나면 그들은 남은 차를 하나의 자루에 담아 두고 그들의 차로 마시곤 했는데  이것이 '러시안 케러반'의 시작이다. 가는 데에만 6개월이 걸리는 길고 험난한 여정에서 이 은은하고 깊은 훈연향의 홍차 한 잔은 때로 지친 상인들에게 따스한 위한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남은 찻잎을 소진하기 우해 처음 만들어졌으나 이후 중국 홍차를즐기던 러시아 귀족들에게 소개되면서 '러시안 캐러반'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홍차에 마멀레이드를 곁들이는 러시안 티와 홍차를 끓여 마시기 위한 도구인 사모바르가 러시아의 대표 홍차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 포트넘 앤 메이슨 - 러시안 캐러반 Fortnum & Mason - Russian Caravan   내가 좋아하는 동화 [얀 이야기]에는 사모바르에 홍차를 끓여 마시는 고양이 얀이 나온다. 바이롤린을 켜는 카와카마스와 설탕 듬뿍 넣은 홍차를 마시는 콩새, 오래된 축음기로 왈츠를 듣는 곰 아저씨가 사는 초원의 한 가운데 얀의 오두막이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오두막의 탁자 위에는 늘 커다란 사모바르가 놓여 있다.   이제는 지난 세기의 문화가 되었지만, 과거 러시아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사모바르에 홍차를 끓여 마셨다. 19세기 러시아 작가들의 소설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사모바르는 동이나 유기로 만든 커다란 탕불기로, 안에 작은 나무조각을 넣고 불을 붙여 차를 끓이는 동시에 티팟을 식지 않게 유지해주었다. 그 뜨거운 열기로 난방기 역할도 했으므로 겨울이 길고 혹독한 러시아에서 사모바르는 차를 끓이는 도구, 그 이상이었던 셈이다.   [얀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로 사모바르에 끓인 홍차 맛이 궁금해진다. 큼직한 열탕기 속, 보글보글 끓고 있을 찻물과 진한 홍차를 생각하면 문득, 그 커다란 골동품을 부엌 탁자 위에 두고 겨울을 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드는 것이다. 그런 날이면 작은접시에 다콤한 쿠키와 마멀에이드를 곁들여서 '러시안 캐러반'을 마신다.   찻장 맨 앞줄에는 이미 겨울을 맞아 아쌈과 기문, 러시안 개러반이 나란히 서 있다.  랍상소우총의 훈연향이 시원스런 청량감을 가졌다면 '러시안 캐러반'의 훈연향은 한결 따스하고 부드러운 온기를 품었다.   특히 기문과 우롱이 더해진 포트넘 앤 메이슨의 '러시안 캐러반'은 장작을 태운 뒤 옷깃에 스민 연기 내음처럼 은근하면서도 달콤한 훈연향을 가졌다. 안개가 가득한 아침 숲길을 걷는 듯 시원스런 느낌과 함께 짙은 나무향의 따스함이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늦은 밤의 러시안 티로도 그만이다. ---------------------------------------------------------------------------------------   위타드 오브 첼시 - 러시안 캐러반   Whittard of Chelsea - Russian Caravan   추운 겨울밤이면 꼬냑 넣은 홍차를 마신다. 몰트향 강한 아쌈이나 시트러스 계열의 플레이버티, 시나몬향의 루이보스티도 좋지만, 역시 꼬냑 넣은 홍차로는 러시안 캐러반이 제격이다. 뎣 방울의 독주를 더한 훈연향 홍차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뜨거운 찻잔 위로 퍼져오르는 향긋한 꼬냑향은 홍차의 훈연향을 한결 달콤하게 한다. 게다가 찻잔을 빙ㄹ 즈음이면 기분 좋은 나른함과 함께 온 몸 가득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으니 겨울밤, 이만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기문에 아쌈이 블렌딩 된 우타드 오브 첼시이 '러시안 캐러반'은 특히 꼬냑을 넣어 마시기에 좋다. 은은한 훈연향 사이로 달착하고 묵직한 아쌈향이 두드러지는데 제법 떫은 맛도 강해서 독주는 물론이고 밀크티로도 잘 어울린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뜨겁게 우린 '러시안 캐러반'을 찻잔 가득 담고, 그 위에 몇 방울의 꼬냑을 떨어뜨리기만 하면 된다. 알코롱에 약한 체질이라면 두어 방울만으로도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겨울밤의 '러시안 캐러반'에는 마럴레이드와 너츠 쿠키를 곁들여 먹는다. 새콤한 마멀레이드를 바른 고소한 너츠 쿠키는 꼬냑을 넣은 '러시안 캐러반'과 근사하게 어울린다. <p65 사진> ------------------------------------------------------------------------------------------------------------------ =================================================================================================================== 03 Flavoured Tea   플레이버 티   ~ 다음 날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