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간 163.9]
기획대담
"방정환 정신, 동학 정신으로 어린이들을 모셔요"
안승문•최경미
9월 1일은 경주 방정환 어린이집 개원 8주년 되는 날이다. 동학정신, 방정환 정신으로 어린이들을 정성으로 모시며 운영하는 어린이집, ‘방정환 한울어린이집’은 포덕 155년 용담정 인근인 경주시 현곡면에 개원하였다. 이 글은 안승문 기자(『꾼을 북돋아 주는 선생님』)와 최경미 방정환한울어린이집 텃밭교사, 연구실장과의 대담울 한 것으로 ‘꿈을 북돋아 주는 선생님’(http://www.edutopia21.net)에 소개된 것임을 밝혀둔다.편집실)
• 어린이는 스스로 자라는 온전한 생명체, 독립적인 존재
• 나누미 감사 - "비님, 해님, 농부님, 엄마 고맙습니다"
• 다섯가지 약속 - 도와 줄게, 같이 하자, 할 수 있어, 나누어 줄게, 기다려 줄게
• 공동체 활동 - ‘세시풍속’, ‘텃밭가꾸기’, ‘한울장터’, ‘풍물’, ‘책놀이’
▣ 안승문 : 안녕하세요? 그간 어떤 일들을 해오셨는지, 언제부터 방정환한울어린이집에서 일해 오셨는지 선생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최경미 :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책을 읽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해오다가 엄만가 된 후 제가 살던 지역에서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시작하고 15년 가까이 작은도서관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방정환한울학교 사업에 참여하면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당시 사무국장을 맡아서 어린이집을 만들고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어린이집에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방정환텃밭책놀이터’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전반적인 운영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방정환한울어린이집 텃밭교사를 하면서 방정환배움공동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안 : 여러 사람들이 어린이집을 함께 준비해서 문을 열었다고 들었는데,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시나요?
▶ 최 : 천도교 환경단체인 ‘한울연대’가 대안활동으로 추진한 것이 ‘방정환한울학교’사업입니다. 한울연대는 그동안 환경 파괴에 대한 대응운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2014년 1월 단체 수련을 통해 교육운동으로 집중해 보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동학정신을 실천하는 배움터를 ‘어린이집’부터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기왕이면 동학의 발상지 경주에서 시작해 보자고 하여 경주 용담정 근처에 터전을 구하고 어린이집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동학사상을 방정환교육철학으로 펼쳐보자는 취지에 동의하는 회원들과 천도교인, 방정환선생님의 어린이운동을 계승하는데 가치를 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후원금이 1억원을 넘어서게 되었어요. 130여명의 마음을 모아 마당이 넓은 1층 공간을 월세를 얻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정에 나뭇가지로 꾸며둔 곳이 있는데 거기에 그 130여명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방울이 달려있습니다. 지금까지 그 분들의 기운이 어린이집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안 : 처음부터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이라고 이름을 지었었나요? 그런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
▶ 최 : 이름을 두고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습니다. 다른 말을 넣지 않고 방정환어린이집이라 명명하려고 했더니 이미 그 이름을 사용하는 곳이 한 곳이 있었습니다. 하여 동학의 의미를 담아내는 말을 찾던 중 ‘어린이는 한울입니다’라는 말 중에 핵심어라 할 수 있는 한울이라는 말을 추가로 넣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도 교사도 부모도 스스로가 한울임을 알고 존중하며 서로 배우는 배움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 안 : 방정환 선생님이 강조했던 정신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어린이집일텐데, 방정환 선생의 어떤 가르침이 꼭 실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최 : 어린이는 스스로 자라는 온전한 생명체로 보는 관점입니다. 오롯이 스스로 자라는 독립적인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지요. 그러므로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무언가를 집어넣기가 아닌 어린이들의 온전함이 발현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셨지요.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뒷 세대가 앞 세대를 내리 누르고 가르치려고 들면 안 된다고 하셨지요. 방정환한울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의 그 뜻을 새겨서 어린이 마다 품고 있는 고유한 내적성장력을 고스란히 발현될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년회활동을 통해 자율적인 활동을 강조했듯이 어린이들에게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안 : 한울 어린이집에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끼신 때가 있었다면?
▶ 최 :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처음 어린이집을 와서 떼를 쓰며 우는 것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던 어린이, 눈을 못 맞추고 혼자의 세계에 빠져 있던 어린이, 신체적으로 미숙해서 나들이 활동이 자유롭지 않던 어린이, 애착관계 형성이 어렵던 어린이, 낮잠을 전혀 자지 못하던 어린이.... 그 아이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교사들의 배려, 부모의 양육 태도 변화로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이 있지요.
이런 변화는 교사에게서도 발견합니다. 교사의 자율권이 많이 주어져 있는 우리 어린이집의 경우 오히려 교사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부담을 안고 시작하여 점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어린이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 그 기쁨이 아주 큽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 또한 자신의 양육 태도를 고수하면서 교사와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고 개방적이지 않던 모습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자각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이 일을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 안 :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 최 :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교육의 목적은 유아가 놀이와 모심(영성)활동을 통해서 몸, 생각, 기운이 조화롭게 발달하여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습니다. 그에 따른 교육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모심’의 정신에 입각하여,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소중히 아끼고, 주변의 사람과 모든 생명을 아끼고 마음을 기른다.
2.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자율성의 기초 능력을 기른다.
3. 인간과 자연이 공존 상생하는 생태적 감수성을 기른다.
4. 경쟁보다 협동하는 태도를 익히고 서로 배우는 태도를 기른다.
▣ 안 : 예, 모심 정신, 생명존중, 자율성, 생태적 감수성, 협동 등을 특히 강조하시는군요. 그런 교육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교육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 최 : 교육내용은 모심(영성)영역, 생태영역, 공동체영역 크게 세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모심영역에서는 동학의 ‘모심’은 방정환선생님이 말한 ‘동심’과 맞닿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어서 마음을 살피고, 표현하고, 알아주고, 키워가는 활동입니다. ‘새날열기’(함께절, 맑은물, 나누미)와 ‘다섯 가지 약속’, ‘모심 인사’가 있습니다.
‘새날열기’의 함께절은 등원을 하면 교사와 어린이가 함께 ‘서로 배우겠습니다’하고 하면서 큰절을 하는 것입니다. 맑은물은 함께절을 하고 난 뒤 둥글게 둘러앉아 찻잔에 물 한잔을 따르면서 그 순간의 자기 마음을 담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담은 물을 마시는 활동입니다. 나누미는 점심을 먹기 전 쌀을 한 숟가락 떠서 모으면서 밥이 있기까지 고마운 것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비님, 해님, 농부님, 엄마,...고맙습니다”
‘다섯가지 약속’은 1. 도와 줄게 2. 같이 하자 3. 할 수 있어 4. 나누어 줄게 5. 기다려 줄게 다섯 가지로 나들이를 출발하기 전, 혹은 나들이 장소에 도착해서, 또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하원을 할 때 등 그날의 약속을 한 가지씩 정하고 외칩니다. 그 외침은 행동 지침이 되는 셈이지요.
‘모심인사’는 나들이 갈 때나 마치고 돌아올 때나, 어떤 일을 시작할 때나 마칠 때나 늘 마음으로 하는 마음 인사입니다. “모시고 다녀오겠습니다.”, “모시고 출발합니다.”, “모시고 고맙습니다.”, “모시고 반갑습니다.”, “모시고 잘 먹겠습니다.”...
맑은물. 함께절을 하고 난 뒤 둥글게 둘러앉아 찻잔에 물 한잔을 따르면서 그 순간의 자기 마음을 물잔에 담고, 그렇게 마음을 담은 물을 마신다.
맑은물. 함께절을 하고 난 뒤 둥글게 둘러앉아 찻잔에 물 한잔을 따르면서 그 순간의 자기 마음을 물잔에 담고, 그렇게 마음을 담은 물을 마신다.
▣ 안 : 우와, 모심영역은 사람과 자연을 존중하고, 함께 나누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는 과정이군요. 지식이나 기능 교육으로는 할 수 없는 참으로 중요한 의식인 것 같아요. 다음으로 생태영역은요?
▶ 최 : 생태영역에서는 ‘날마다 나들이’, ‘마당놀이’, ‘먹거리’가 있습니다. 날마다 나들이는 말 그대로 날마다 산으로 들로 마을로 나들이를 갑니다. 어린이집에서 차로 이동해서 10분 내외에 있는 곳으로 매일 1시간(영아)에서 2시간(유아) 정도 나들이를 갑니다. 봄, 가을에는 ‘먼나들이’라 하여 좀 더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고, 가끔은 ‘긴나들이’라 하여 점심을 싸들고 가서 놀이 장소에서 좀 더 놀다 들어오기도 합니다.
마당놀이는 영아들은 점심을 먹고 잠이 든 시간, 유아들은 마당놀이를 합니다. 마당에 흙동산이 있어서 흙놀이라 해도 무방할텐데, 주로 맨발로 놀고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먹거리는 ‘먹는 것이 곧 나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린이들의 맑은 기운이 잘 성장하도록 생협이나 공동체 등에서 구입한 유기농 식재료를 100% 사용합니다. 고기 반찬보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고, 텃밭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키운 농작물이 식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선호해서 우리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함으로서 작으나마 농부들의 농사가 유지되도록 하는 데도 목적이 있습니다. 유전자조작(GMO) 식품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구요.
▣ 안 : 매일같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놀고, 흙이나 물과 함께 놀면서 자라도록 하는군요. 어릴 때부터 채식 위주의 식단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아요. 공동체 영역 활동은 어때요?
▶ 최 : 공동체영역에서는 ‘세시풍속’, ‘텃밭가꾸기’, ‘한울장터’, ‘풍물’, ‘책놀이’ 등이 있습니다. 세시절기 마다 놀이와 음식, 만들기 등으로 그 때에 맞춰서 살아가는 걸 부모들께도 개방해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텃밭가꾸기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임을 체험하는 활동이구요, 한울장터는 1년에 한 번 아나바다 물품과 각 가정의 솜씨로 만들어진 물건과 먹거리 등으로 장터를 엽니다. 마을 장터로 확대해 갈 계획입니다. 풍물, 책놀이 등은 부모와 주변 분들의 자원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안 : 구체적인 삶을 배우는 과정이군요. 부모들은 물론 마을까지도 참여하고 함께 하는 교육과정이 인상적이네요. 그럼, 방정환한울어린이집에서 특별히 역점을 두는 교육방법이나 교육 원리가 있나요?
▶ 최 : 교육방법은 ‘기쁨’과 ‘자율’ 두 가지 원리에 중점을 두고 서로 배움을 일어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원리를 중심으로 호기심과 탐구심을 발현하면서 배움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방정환선생님은 어린이는 기쁨으로 자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동화, 동요, 연극, 미술 등 예술을 통한 교육을 중시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수없이 많은 도전을 통해 성취해내는 기쁨,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받았을 때 일어나는 기쁨, 만져보고, 맛보고, 들어보며 오감을 통해 배워가는 기쁨 등 어떻게 하면 기쁨이 일어나게 할 수 있을지 어린이들을 관찰하고 교사 스스로 성찰을 합니다.
자율은 어린이들이 자기결정력을 가질 수 있는 기본 소양을 기르기 위한 배움의 원리입니다. 놀이 장소를 결정하고, 차량을 탈 때 앉고 싶은 자리를 정하고, 뿌리 깊은 고구마를 캘 때 어린이들은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다려주는 교사가 필요합니다. 다툼이 일어났을 때 섣불리 손을 내밀어 화해시키지 않고 왜 그랬는지 물어주는 교사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에서는 교사의 교육과정이 중요합니다.
▣ 안 :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에게 기쁨이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교사,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려주고 왜 그랬는지를 물어주는 교사, 정말 감동이네요. 그런데, 앞에서 말씀하신 교육과정의 큰 틀을 결정하는 과정은 어떠했나요? 누구랑 어떤 논의를 통해서 그렇게 정했는지.
▶ 최: 방정환배움공동체(전 방정환한울학교)의 운영위원회의 논의과정을 통해 방향과 틀을 만들고 잔물결 공부모임을 통해 내용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개원 초기에는 임재택교수님(전 부산대유아교육학과)과 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하였습니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은 현장에 있는 원장과 교사, 또 당시의 사무국장(본인)이 이 사업에 집중하면서 세부 내용을 다듬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현재도 제가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연구실장으로서 교육내용 및 과정에 대한 논의를 모아가고 있습니다.
▣ 안 :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의 교육과정이 국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과 부딪치는 지점이 없나요?
▶ 최 : 개원 당시에는 2019년 개정누리과정 이 시행되기 전이라 사뭇 다른 점들이 있었습니다. 개정 누리과정 이후에는 저희가 해 오던 방향이 오히려 많이 반영되었다고 할까요. 2019개정 누리교육과정 운영방침을 살펴보면 그동안 생태적인 유아교육을 위해 여러 전문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지 고마운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아이중심, 놀이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잡았다는 것은 유아교육 사상 대단한 변혁입니다
현재 이론상으로는 저희들이 지향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희 어린이집의 경우 이미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이중심, 놀이중심이 정착이 되어있다고 봐야겠지요. 다만,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활동 내용을 누리과정의 틀에 다 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모심(영성)활동인 맑은물, 나누미, 함께절 등을 누리과정의 내용 범주에는 넣을 수가 없거든요.
▣ 안 : 아이들이 많이 어려서 쉽지 않겠지만, 어린이집 아이들이 함께 의논해서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일이 있나요? 자치적인 활동?
▶ 최 : 우선 날마다 나들이에서 나들이 장소를 정하는 것은 어린이의 몫입니다. 매일 아침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서로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지만, 서로 의논을 해서 결정을 합니다. 나들이 장소의 이름을 붙이는 것도 어린이들이 함께 논의를 해서 정한 것들이 많습니다. ‘솔방울산’ ‘해님나라’, ‘구름나라’ 등등.
유아반의 경우 오후 마당놀이에서도 어린이들과 함께 결정합니다. 낮잠을 선택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세시풍속 활동이나 행사에서 현수막을 만들거나 모둠 이름을 정하고 모둠을 나누는 것 등은 어린이들과 함께 결정합니다.
나누미는 점심 먹기 전 쌀을 한 숟가락 떠서 모으면서 밥이 있기까지 고마운 것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비님, 해님, 농부님, 엄마 고맙습니다”
나누미는 점심 먹기 전 쌀을 한 숟가락 떠서 모으면서 밥이 있기까지 고마운 것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비님, 해님, 농부님, 엄마 고맙습니다”
▣ 안 : 좀 더 많은 어린이집들이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처럼 영성을 길러주는 활동까지를 포함하는 개성있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운영할 수 있으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 최 : 분명한 교육철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철학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세상이 나아가는 흐름이 어디에 서 있는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일말의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어찌 되었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지구생태(자연생명) 우주생태(자연생명)를 외면한 채 경쟁사회에 충실할 뿐이라면 불평등, 기후, 전쟁, 국가폭력 등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사는 세상은 끝없이 어둡게 전개될 것입니다
▣ 안 : 일반 어린이집들에서도 숲속 놀이나 숲 체험이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활동을 촉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자체 차원 또는 어린이집 차원에서.
▶ 최 : 지자체에서는 어린이들이 활동하기에 적절한 숲 가꾸기와 공원, 놀이터 조성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어른들의 편리 위주, 안정성만을 고려한 공간구성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발달 특성에 맞고, 자율성을 확보해 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연구와 추진이 필요하고요.
숲 나들이를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대비 교사의 비율이 높아야 합니다. 공간이 훨씬 확장되니까요. 다양한 상황에 빠른 대처도 필요하고요. 어린이집 차원에서는 나들이를 하기 전과 후에 교사의 손이 많이 필요하고 바깥 공간은 교사들의 섬세한 살핌이 필요하므로 숲 나들이에 대한 가치를 공감할 수 있는 교육과 연수가 필요합니다. 교사들의 체력 소모가 크므로 환경구성이나 행정업무를 최소화 하는 노력도 중요하고요.
▣ 안 :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의 교사들 사이에 교육관이나 교육철학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서로 조율하고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특별한 제도가 있나요?
▶ 퇴 : 보육교사들이 연간 이수해야 하는 국가차원의 의무 교육 외에 자체적인 교사연수와 교육이 있습니다. 교육 내용은 교육철학과 사례연구, 생태관련 내용 등으로 구성하고 그 외에도 교사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연간 교육 내용을 구성하고 있어요. 매주 1회 1시간 가량의 정기회의를 통해 운영전반에 대한 공유와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를 상시적으로 합니다. 연 2회 어린이 사례 연구 발표, 자체 평가 공유 등의 프로그램이 있고요.
부모들이 어린이집의 교육방침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 자주 만나고 소통한다. 부모들이 어린이집의 교육방침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 자주 만나고 소통한다.
▣ 안 :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처럼 운영하려면 학부모들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할 것 같은데,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 최 : 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입니다. 부모연수 과정(‘잔물결 교육’)이 연간 계획으로 있고, 해마다 평가를 통해 새롭게 구성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생태유아교육연구소의 72시간 연수를 부모와 교사가 모두 이수하기도 하였는데, 3년차 무렵부터는 자체적으로 교육 내용을 구성하여 연간 교육을 계획하고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달 ‘도란도란’이라고 하여 운영위원회의와 같은 성격의 회의 단위가 있습니다. 운영전반에 대한 공유와 의사결정을 하는 통로입니다. 그 외에도 부모의 요구에 따라 익명 게시판, 공유 노트, 공유 달력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늘 부족하고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긴 하지만 부모와 소통하고자 노력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구체적인 방법들은 해마다 새롭게 만들어지니까요.
▣ 안 : ‘텃밭 책 놀이터’에 대해서 좀 설명해 주세요.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 최 : 방정환텃밭책놀이터는 방정환배움공동체의 두 번째 배움터로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가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어린이집에서 했던 활동들이 초등학교에서 묻혀버리는 아쉬움에 대해 부모의 요구가 있었고, 저희 단체에서도 초등과정을 준비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었기에 초등과정의 징검다리 과정으로서 방과후 교실을 열었습니다. 초등방과후 동아리 활동으로 ‘탐험하는 바람(탐바)’이 되어 산들놀이, 텃밭가꾸기, 책놀이, 텃밭요리, 바느질, 풍물 등의 활동을 합니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어린이들이 하는 ‘작은농부’활동은 일 년 내내 매주 1회 텃밭가꾸기를 합니다. 계절마다 주변의 풀꽃들로 차와 효소를 담그고, 가꾼 농작물로 요리를 하고, 겨울에는 땔감도 주워 와서 난로도 피웁니다.
어른들 동아리 ‘책두레 밭두레’도 활동을 하는데, 텃밭을 가꾸고 책도 읽으면서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활동을 합니다. 텃밭가꾸기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과 삶의 방식을 체득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학의 모심사상을 공감하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활동을 확장하는 의미가 있고, 외부 어린이나 어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2017년에 개관하여 5년여 동안의 운영을 해 왔는데, 올해 8월로 문을 닫고 ‘용담 텃밭’으로 장소를 이동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 안 :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군요. 방정환 배움공동체 구름달 활동을 하고 계시지요? 왜 구름달인지, 어떤 사람들이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 최 : 방정환배움공동체 구름달의 구름은 수운(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를 뜻하고 달은 해월(동학의 2세 교조 최시형)을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동학사상을 기반으로 방정환교육철학을 실천하는 활동을 한다는 것을 이름에 나타낸 것이지요.
2014년에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은 환경단체 한울연대에서 방정환한울학교 추진위원회로 시작했어요. 그것이 2016년에 방정환한울학교가 되고 한울연대로부터 독립을 합니다. 2021년 공동체의 의미를 더 부각시키면서 방정환배움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방정환배움공동체는 방정환한울어린이집과 방정환텃밭책놀이터(2017.7~2022.8), 잔물결카페(2021.4~2022.1) 등 방정환교육철학을 실천하는 배움터들을 만들고 지키는 일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일련의 활동을 하는 밑거름이 되는 잔물결공부모임을 창립 때부터 이어오고 있습니다. 잔물결공부모임은 동학사상과 방정환교육철학, 교육관련 책과 텍스트들로 공부를 해오고 있으며 ‘잔물결 부모교육’, ‘잔물결 교사교육’을 기획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공동체와 관련된 강사님들을 초빙하여 강의도 듣고 다른 배움터를 방문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졸업생 부모들과 방정환교육철학을 실천하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용담 숲밭’을 터전으로 공동체의 삶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 안 : 요즈음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걱정거리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 최 : 당면 문제라기보다 개원 때부터 늘 과제로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은 예산 문제입니다. 9월 1일이면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여전히 공간은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 운영비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지요. 민간어린이집형태에서 출발하다보니 어린이 인원수에 따른 보육료에 의존하고 있지요.
만 0세~ 2세 어린이 위주로 운영해야만 그나마 민간어린이집의 운영이 될 수 있는데(어릴수록 보육료가 많음) 저희들은 원아들이 만 1세부터 5세까지 분포되어 있어요. 저희의 교육과정 상 적어도 만1세(3세)이상이라야 제대로 활동이 이루어지거든요. 그럼, 유아(만3세~5세) 중심으로 운영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유아들은 부모님들이 대부분 유치원으로 보내는 경향이다 보니 모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 안 :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 같은 어린이집이 많아지도록 하려면 행정 당국에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최 :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린이집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차별)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들이 어떤 교육기관을 선택하더라도 아이 한 명에 대해 주어지는 지원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현재로서는 국공립과 민간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수반되어야 할 것들이 많겠지만 엄연하게 존재하는 이러한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빠른 시일에 추진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 : 어린이집과 유치원, 영유아 보육과 교육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 최 : 유보통합에 동의합니다. 세부 내용들은 조밀한 검토할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어린이가 어떤 기관을 선택하더라도 동일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안 : 요즘 보육교사를 위한 연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보육교사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더 좋은 보육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연수제도를 마련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최 : 국가 필수교육 외에 저희 어린이집에서는 연간 자체연수를 계획하고 시행 중입니다. 교육철학과 생태교육, 사례연구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의 특성에 맞게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 연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어린이집에서 필요한 연수 계획을 제출하고 이에 적절한 예산 지원을 하는 방안을 조심스레 제안해 봅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저희처럼 날마다 나들이를 하는 등의 특수성을 가진 활동에 대해 어린이집 자체 예산으로 역량강화 연수를 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희 어린이집의 경우 ‘구름달’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 안 : 모든 어린이집들이 아이들의 행복한 발달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변화도록 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교육정책, 교육과정, 자율성 증진, 재정지원, 교사 역량 강화 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해 주세요.
▶ 최 : 저는 교사양성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방정환교육철학을 공부하는 교육과정이 편성되었으면 합니다. 발도르프, 몬테소리 등 외국의 온갖 교육 사상들은 공부하고 있으면서 정작 우리의 정신을 담고 있는 교육철학을 배우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쉬움이 큰 부분입니다.
또한 보육교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민간어린이집의 경우 10년 경력의 교사나 1년 경력의 교사가 똑같은 급여를 받습니다. 매년 계약서를 다시 쓰면서 근속에 대한 처우나 역량 축적에 대한 보상이 없는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역량 개발을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부모와 교사, 교사와 어린이, 교사 상호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는 배움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cctv를 달아서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를 국가적 차원에서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겠지요. 그러기 위해 저희가 선택한 것은 개방이었습니다. 등하원차량을 운행하지 않으므로 해서 부모가 어린이집을 언제든지 방문하고 교사와 소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어린이모집, 운영에 어려움을 주는 주요 요인이지만 cctv에 대한 저항인 셈입니다. 부모가 등하원을 함으로써 유아시기만이라도 부모가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지원정책도 부모가 육아를 담당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안 : 어린이 보육 종사자로서 세계 최저의 출생률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최 : 지금은 연장보육이니 학교에서의 방과후 교실, 조식 지원 등 어린이들을 부모로부터 떼어놓는 정책이 아니라 부모가 안심하고 육아를 할 수 있는 정책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 반대인 듯해서요.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을 조성하는 것과는 별개로 논의되어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안 : 예, 긴 인터뷰에도 자세하게 응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