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점 정리
작자 : 미상
연대 : 미상
갈래 : 판소리계 소설, 국문 소설
성격 : 풍자적, 해학적, 교훈적
배경 : 시간은 조선 후기, 공간은 충청, 경상, 전라 경계
사상 : 인과 응보(因果應報)사상과 유교적 생활관
구성 : 5단 구성
① 발단 : 놀보가 유산을 독차지하고 흥보를 내쫓음(배경, 인물 제시)
② 전개 : 흥보가 제비 다리를 치료해 줌.
③ 절정 : 제비의 보은으로 흥보가 부자가 됨.
④ 전환 : 놀보가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림.
⑤ 결말 : 흥보의 우애와 놀보의 개과천선(改過遷善)
배경 설화 : 방이설화, 몽고의 '박 타는 처녀'
주제 : 형제 간의 우애와 권선징악(勸善懲惡)
출전 : 세창서관본(世昌書館本)
의의 : 춘향가, 심청가와 더불어 3대 판소리계 소설로 놀보와 흥보의 삶을 해학으로 승화한 평민 문학의 대표작이며,
'박타령-흥보가-흥보전-연의 각'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적층 문학으로 민중의 사랑받는 작품이다.
줄거리 : 옛날 놀보라는 욕심 많은 형과, 흥보라는 마음씨 착한 아우가 있었다. 형에게서 쫓겨 어렵게 살아가던 어느 날
흥보는 다리 다친 제비를 구해 주었다. 이듬해 제비는 박씨 하나를 갖다 주었다. 흥보는 그 박씨가 자라서 얻은 박에서
금은 보화를 얻어 큰 부자가 되었다. 이에 심술이 난 놀보는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서 날려 보내어 같은 식으로
박을 얻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똥이니 귀신이니 하는 것이 나와서 집안을 망쳐 버렸다.
(교과서 수록분 : 놀보에게 쫓겨나는 흥보의 상황을 그린 '전개' 부분)
교과서 내용
전개
1. 놀보의 욕심 - 지독히 인색함
2. 놀보가 흥보를 쫓아냄 - 흥보는 인륜을 내세워 선처를 바람
3. 흥보 아내의 탄식 -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한탄함
4. 흥보의 가속이 지향 없이 집을 나섬
5. 6. 집을 지음 - 흥보의 가난(말집 하나를 한 나절에 지음<대조법>)
7. 흥보의 집 묘사 - 과장과 해학
8. 흥보의 대성통곡 - 흥보의 팔자 탄식과 설움
설화 → 판소리 → 판소리계 소설 →신소설로 가는 과정
설화 | 판소리 | 판소리계 소설 | 신소설(이해조 개작) |
암행어사 설화, 열녀 설화, 관탈민녀 설화, 신원 설화 등 | 춘향가 | 열녀 춘향 수절가, 춘향전, 남원고사 등 | 옥중화(獄中花) |
개안(開眼) 설화, 인신공희(人身供犧) 설화-처녀 희생 설화, 효녀 설화, 거타지 설화 등 | 심청가 | 심청전 | 강상련(江上蓮) |
방이 설화, 은혜 갚는 까치 설화, 혹 떼려다 혹 붙인 이야기 등 | 박타령, 흥보가 | 흥부전 | 연의각(燕의却) |
구토설화(龜兎說話) | 수궁가 | 토끼전, 별주부전 | 토의간(兎의肝) |
내용연구
쳘상 : 음식상이나 상 위에 차린 음식을 거두어 치움
지징무쳐 : 받아 낼 곳이 없음
돈목지의(敦睦之誼) : 정이 두텁고 화목한 의리
형쟝 : 여기서는 형을 높이어 부른 말
건으로 배송내랴 : 아무 대책이나 주는 것 없이 쫓아내려
심새 : 일을 시기하거나 방해하려는 심술궂은 마음
불니 듯 하난지라 : 불길이 활활 타오르듯 솟아나는지라.
심법 : 심사(心思). 남의 일을 시기하거나 방해하려는 심술궂은 마음
락루 : 눈물을 흘림. 낙루(落淚)
싀아주바니 : 시(媤)아주번. 남편의 형. 시숙(媤叔)
이러져렁 : 이럭저럭
난장박살 : 매를 치고 때려 죽임
망연 : 아무 생각 없이 정신이 멍함
거는 : 건너
좌지불쳔 : 어떤 자리에 오래 앉아서 다른 데로 옮기지 않음
슈간모옥 : 띠 따위로 이엉을 엮어 지은 몇 칸의 초라한 집.
변통(變通) : ①형편과 경우에 따라서 일을 융통성 있게 잘 처리함. ②돈이나 물건 따위를 융통함.
만쳡쳥산 : 겹겹이 둘러싸인 푸른 산.
대부동 : 매우 큰 아름드리의 나무, 또는 그런 재목
션자 춘여 : 선(先)자를 박아 끝이 부채 모양으로 된 추녀
굽도리 : 방 안벽의 아랫 부분
바리밧침 : 대청 앞쪽 전체에 드리는 긴 창살문
내외분합 : 대청 앞쪽 전체에 간 폭의 작은 간살
물님퇴 : 물림퇴(退)로서 집채의 원간의 앞뒤나 좌우에 짓는, 반 간 폭의 작은 간살
살미살창 : 촛가지로 싸서 살을 박아 만든 창문
가로다지 : 가로닫이, 가로로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든 창 또는 문
분벽 쥬란 : 하얗게 꾸민 벽과 붉은 칠을 한 난간
대광실 : 규모가 굉장히 크고 잘 지은 집
광이 : 괭이. 땅을 파거나 풀을 벨 때 쓰인 농기구
행랑 : 대문의 양쪽에 붙어 있는 방
말집 : 두옥(斗屋). 말[斗]만큼 작은 집
필역 : 일을 마침
착고 : 죄인의 발을 채워 두는 데 사용하는 나무로 된 형구(刑具)
휘쥬잡기 : 감옥의 형리(刑吏)
대광보국 숭록대부 : 조선시대 정일품의 품계
삼공륙경 :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과 육조 판서
금의 옥식 : 비단 옷과 흰 쌀밥<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 생활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일신을 난용하니 : 한 몸을 제대로 넣기조차 어려우니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청쳥한운 세우시에 우대량이 방즁이라 : 맑은 하늘에 구름이 끼어 가랑비가 내리는데 방안에는 많은 비가 내리듯 샌다.
외( ) : 흙을 바르기 위해 벽 속에 엮어 만든 가는 나뭇가지
스러 : 슬퍼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비록 흥보와 놀보를 형제 사이로 설정하고는 있지만, 단순히 형제간의 우애라는 도덕적 주제를 강조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당대의 퇴락하는 양반가와 서민의 생활상에 대한 풍속사적인 보고라 할 수 있다. 시대적으로 조선 후기의 신분 변동에 따라 나타난 유랑 농민과 신흥 부농(富農)과의 갈등상이 반영되어 있는 점이 그러한 특징을 말해 준다. 그러면서도 전래의 설화에서 차용한 모방담(模倣談)으로서의 소설적 구조를 계승하고 있으며, 인물이나 사건을 그려 나가는 방식은 다분히 서민적이고 해학적인 문체를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문체상의 특징은 이 작품에 설정된 시대적 배경의 심각성이나 비극적 상황을 서민 특유의 건강한 웃음에 의해 인식, 극복하려는 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흥보는 착하고 우애 많은 선인이고, 놀보는 심술 많은 악인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대조적 인물 묘사는 희극적 과장의 수법을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놀보가 흥보를 집에서 내쫓고, 내쫓긴 흥보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에서 탐욕에 가득찬 놀보와 순하기만 한 흥보의 심성과 행위를 극명하게 대조, 과장하는 수법을 통해 희극적 골계미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이 속에는 당시 민중들의 발랄한 웃음과 해학이 깃들어 있으며, 중세적 질서가 흔들리던 조선 후기 사회의 생활 현실도 엿볼 수 있다.
심화 자료
'흥보전'의 인물
'흥보전'에 등장하는 중심 인물은 흥보지만 놀보가 차지하는 비중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흥보와 놀보는 각기 다른 인생의 자세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흔히 흥보를 도덕적 인물로 놀보를 반도덕적 인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흥보는 가난을 타개할 의지도, 능력도 없이 주어진 운명에만 자신을 맡기는 소극적 인물이고 놀보는 재산을 모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적극적 인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흥보는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면서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선량한 노동자로, 놀보는 공동 사회에서 이익 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도덕적 지주로 보기도한다. 이들의 갈등과 대립을 한 가정 안에서의 대립으로 그린 것은 소설로서의 문제 제기를 실감나게 하기 위해서이다.
흥보 : 토지가 없는 농촌 빈민으로서, 선량하고 정직하며 우애와 신의가 있는 인물
흥보 처 : 흥보처럼 선량하나 현실 인식이 빠르고, 고난을 억척스럽게 이겨내고자 하는 인물.
놀보 : 신흥 부농으로서 탐욕과 심술로 가득찬 악인으로 등장하여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
흥보전의 내면적 주제
이 작품은 형제간의 우애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주제가 들어 있지만 그 내면에는 조선 후기 사회의 빈농과 지주층의 갈등이 들어 있다. 따라서 그 주제도 표면적으로는 형제애지만 이면적으로는 빈부의 갈등이라고 보아야 한다. 놀보의 갖은 악행을 들어, 가진 자의 횡포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흥보를 통해 못 가진자의 설움을 표현함으로서 놀보로 대표되는 상위 계층과 흥보로 대표되는 하위 계층 사이의 갈등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흥보의 모습은 몰락한 양반의 허위와 가식을 풍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흥부전(興夫傳)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로 흥보전 · 박흥보전(朴興甫傳) · 놀부전 · 연(燕)의 각(脚) · 박흥보가 · 흥보가 · 박타령 등으로도 불린다.
전하는 이본은 사본으로 〈 흥보전 〉 · 〈 박흥보전 〉 등 6종, 판본으로는 경판본만 20장본 · 25장본 2종이 전한다. 활자본으로는 신문관본 · 박문서관본 · 신구서관본 · 경성서적조합본 · 영창서관본 · 세창서관본 · 중앙인서관본 등 7종이 전하는데, 이 중 영창서관본과 세창서관본 중에 ‘ 연의 각 ’ 으로 되어 있는 것이 있고, 중앙인서관본은 심정순(沈正淳)의 창본(唱本)에서 유래된 것이다. 또 활자본 경성서적조합본은 한문본이다.
한편, 〈 흥부전 〉 은 판소리로 불렸기 때문에 많은 창본도 전하는데 신재효 ( 申在孝 ) 여섯 마당 중의 〈 박타령 〉 , 이선유(李善有) 오가(五歌) 중의 〈 박타령 〉 , 그 밖에 한농선(韓弄善)의 〈 박타령 〉 , 박봉술 ( 朴奉述 )의 〈 흥보전 〉 등이 유명하다.
이들 이본들은 경판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판소리적인 서두로 시작되고 있어 〈 흥부전 〉 은 판소리사설의 정착과정에서 생성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본간의 관계를 보면, 경판본과 사본인 일사본(一 侶 本) 〈 흥부전 〉 이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으나 경판본이 훨씬 축약되어 있고, 신재효의 〈 박타령 〉 의 독창성이 가장 강하며 다른 이본들은 서로 비슷하다.
작품의 지역적 배경을 일사본 · 신재효본 · 〈 연의 각 〉 등은 모두 충청 · 전라 · 경상 삼도의 어름이라고 하였는데, 경판본은 경상 · 전라 양도의 어름이라고 하였다. 또 경판본에서는 성이 없이 놀부 · 흥부로만 하였는데, 세창본에는 두 형제가 연생원의 아들이라 하였고, 신재효본에는 박가(朴哥)로 나온다.
이본 가운데 가장 독특한 면을 보이는 것이 신재효본이다. 신재효본에는 흥부의 착한 행실을 말한 부분, 흥부가 놀부에게서 쫓겨나와 오랫동안 빌어먹는 장면 등이 추가되어 있는 반면, 흥부가 매를 대신 맞으러 가는 장면 등은 빠져 있다.
신재효가 전래의 〈 흥부가 〉 를 〈 박타령 〉 으로 개작한 것은 대략 1870년대로 추측되는데 개작 당시에 신재효의 독창성이 많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흥부내외가 가난에 못 이겨 자살소동을 벌이고, 도승이 나타나 명당을 점지하여 그 자리에 집을 짓는 부분 등은 개인적 창작이다.
신재효의 〈 박타령 〉 개작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놀부의 당당한 양반으로의 격상, 흥부의 타락한 인물로의 전락, 작품의 서민적 삶의 발랄성 거세, 또 주제를 다분히 윤리도덕적으로 바꾸어놓은 점 등은 반드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충청 · 전라 · 경상 삼도의 어름에 악하고 사나운 형 놀부와 순하고 착한 아우 흥부가 살았는데, 놀부는 부모의 유산을 독차지하고 흥부를 내쫓았다. 아내와 많은 자식과 함께 쫓겨난 흥부는 할수없이 언덕에 움집을 짓고 살지만 먹을 것이 없었다.
하루는 놀부의 집으로 쌀을 구하러 갔으나 매만 맞고 돌아왔다. 여러가지 품팔이를 다 해보아도 먹고 살길이 없어 대신 매를 맞아주는 매품팔이를 가나 그것도 안 되었다. 어느 해 봄 제비가 돌아와 집을 짓고 사는데 새끼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흥부가 불쌍히 여겨 다리를 매어주니 고맙다고 날아가 그 이듬해 봄에 돌아올 때 박씨 하나를 물어다주었다.
흥부는 그 박씨를 심어 가을에 큰 박을 많이 땄는데 그 속에서 금은보화가 나와 큰 부자가 되었다. 놀부가 이 소식을 듣고 제비새끼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날려보냈다. 이듬해 봄에 제비가 가져다준 박씨를 심어 많은 박을 땄는데 그 속에서 온갖 몹쓸 것이 나와 집안이 망하게 되었다. 흥부는 이 소식을 듣고 놀부에게 재물을 주어 살게 하고, 그뒤 놀부도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사람이 되었으며 형제가 화목하게 살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 흥부전 〉 근원설화에 대하여는 첫째 고유설화, 둘째 고유설화와 외래설화와의 혼합, 셋째 몽고설화, 넷째 불교설화의 네가지 갈래로 추론되었다. 그리고 그 중에도 몽고의 ‘ 박타는 처녀 설화 ’ 가 〈 흥부전 〉 과 내용이 비슷하여 가장 가까운 근원설화로 지목되어왔다.
그러나 〈 흥부전 〉 의 설화적 구조와 유형을 추출하여 악하고 착한 형제가 등장하는 선악형제담, 동물이 사람에게서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한다는 동물보은담, 박 속에서 한없이 물건이 나오듯 어떤 물건에서 한없는 재물을 쏟아내는 무한재보담(無限財寶譚)의 세 유형으로 나누어 이에 해당하는 구비설화를 대비함으로써 〈 흥부전 〉 의 설화적 원천은 명확하게 밝혀질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중심을 이루는 설화는 선악형제담으로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흉내내다 실패한다는 모방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는 〈 혹 떼러 갔다 혹 붙이고 온 영감 〉 · 〈 소금장수 〉 · 〈 부자 방망이 〉 · 〈 금도끼 은도끼 〉 · 〈 단방귀장수 〉 · 〈 말하는 염소 〉 등의 구전설화가 동일유형의 설화에 해당한다.
또, 동물보은담에 해당하는 설화로 ≪ 육도집경 六度集經 ≫ 의 〈 방구보은설화 放龜報恩說話 〉 , ≪ 삼국유사 ≫ 의 〈 자라토주설화(吐珠說話) 〉 , 그 밖에 구전설화인 〈 새보은설화 〉 · 〈 사슴보은설화 〉 등이 있으며 무한재보담으로는 구전설화 〈 이상한 남 〉 등이 있다. 결국, 선악형제담 · 동물보은담 · 무한재보담이 〈 흥부전 〉 을 구성하는 3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세가지 이야기가 불교적 색채를 지녔다는 점에서 〈 흥부전 〉 의 근원설화에 해당하는 불전설화로서 ≪ 현우경 賢愚經 ≫ 의 〈 선구악구설화 善求惡求說話 〉 , ≪ 잡비유경 雜臂喩經 ≫ 의 〈 파각도인설화 跛脚道人說話 〉 등을 들 수 있다. 결국, 〈 흥부전 〉 은 어느 하나의 근원설화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다양한 설화의 결합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 흥부전 〉 은 조선 후기 서민사회에서 광대 · 가객 등 서민 예능인들에 의하여 형성된 작품이므로 당시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작품을 생성시키고, 향유했던 서민계층의 의식이 잘 투영되어 있다. 특히, 두 주인공인 흥부와 놀부는 당시 서민사회의 일정한 신분적 특징과 유형을 반영하는 전형적 인물로 투영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하여 흥부와 놀부는 같은 형제이면서도 양반과 천인으로 그 사회적 신분이 상이하게 설정되었다고 보아, 그 이유를 판소리계 소설의 중요한 특징인 부분의 독자성에 기인한다고 보며, 작품의 사회사적 의미를 화폐경제의 발달, 천부(賤富)의 대두와 물질적 가치관의 성행에서 파악하는 견해가 있다.
또, 이와는 달리 흥부와 놀부의 신분관계를 같은 서민층에서의 양면성을 반영했다고 보고, 놀부는 상승된 경영형 서민부농의 반영인 반면에, 흥부는 소작의 기회마저 얻지 못하고 모든 생산수단을 상실하여 품팔이꾼으로 전락한 영세농민을 반영한 인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견해차가 있어도 〈 흥부전 〉 이 당시 서민사회의 양상을 반영하고 있고, 서민계층의 삶과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 흥부전 〉 은 대체로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한 윤리소설로서 인과응보적 권선징악의 주제와 사상을 지닌 작품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교적 윤리도덕을 내세우는 것만이 〈 흥부전 〉 주제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당시의 급변하는 현실사회에서 몰락한 양반과 아직도 위세를 부리려는 기존관념이 허망한 것이라는 현실주의적 서민의 새로운 세계관의 제시에도 〈 흥부전 〉 의 주제는 발견된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고려대학교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 참고문헌 ≫ 興夫傳硏究(張德順, 국어국문학 13, 국어국문학회, 1955), 興甫傳의 比較考察(金俊泰, 東岳語文論集 4, 동국대학교, 1966), 興夫傳의 兩面性(趙東一, 啓明論叢 5, 啓明大學校, 1969), 興夫傳의 現實性에 관한 硏究(林熒澤, 文化批評 4, 亞韓學會, 1969), 興夫傳의 必然性과 當爲性(薛盛璟, 연세국문학 3,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1972), 興夫傳에 관한 人性分析(金光淳, 潽溪金思燁博士頌壽記念論叢, 同刊行委員會, 1973), 興夫傳의 說話的考察(印權煥, 語文論集 16, 高麗大學校語文硏究會, 1975), 興夫傳의 民譚的考察(徐大錫, 국어국문학 67, 국어국문학회, 1975), 興夫傳 主人公에 관한 意識의 一考察(禹快濟, 우리文學硏究 3, 우리문학연구회, 1980).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흥부전
화설, 경상 · 전라 양도 지경에서 사는 사람이 있으니, 놀부는 형이요 흥부는 아우라. 놀부 심사 무거(無據)하여 부모 생전 분재 전답을 홀로 차지하고, 흥부같은 어진 동생을 구박하여 건넛산 언덕 밑에 내떨고 나가며 조롱하고 들어가며 비양하니 어찌 아니 무지하리.
놀부 심사를 볼작시면 초상난 데 춤추기, 불붙는 데 부채질하기, 해산한 데 개 잡기, 장에가면 억매(抑賣) 흥정하기, 집에서 몹쓸 노릇하기, 우는 아해 볼기 치기, 갓난 아해 똥 먹이기, 무죄한 놈 뺨 치기, 빚값에 계집 빼앗기, 늙은 영감 덜미 잡기, 아해 밴 계집 배 차기,우물 밑에 똥 누기, 오려 논에 물 터놓기, 잦힌 밥에 돌 퍼붓기, 패는 곡식 이삭 자르기, 논두렁에 구멍 뚫기, 호박에 말뚝 박기, 곱사장이 엎어 놓고 발꿈치로 탕탕치기, 심사가 모과나무의 아들이라. 이놈의 심술은 이러하되, 집은 부자라 호의호식하는구나.
(중략)
흥부는 집도없이 집을 지으려고 집 재목을 내려갈 양이면 만첩청산 들어가서 소부등(小不等) 대부등(大不等)을 와드렁 퉁탕 베어다가 안방 ·대청 · 행랑 · 몸채 · 내외 분합(分閤)물림퇴에 살미살창 가로닫이 입구자로 지은 것이 아니라, 이놈은 집재목을 내려하고 수수밭 틈으로 들어가서 수수깡 한 단을 베어다가 안방 · 대청 · 행랑 · 몸채 두루 짚어 말집을 꽉 짓고 돌아 보니, 수숫대 반 단이 그저 남았구나.
방안이 넓든지 말든지 양주(兩主) 드리누워 기지개켜면 발은 마당으로 가고, 대고리는 뒤곁으로 맹자 아래 대문하고 엉덩이는 울타리 밖으로나가니, 동리 사람이 출입하다가 이 엉덩이 불러들이소 하는 소리, 흥부 듣고 깜짝 놀라 대성통곡 우는 소리,
"애고답답 설운지고. 어떤 사람 팔자 좋아 대광보국숭록대부 삼태육경(大匡輔國崇祿大夫 三台六卿)되어 나서 고대광실 좋은 집에 부귀공명 누리면서 호의호식 지내는고. 내 팔자무슨 일로 말만한 오막집에 성소광어공정(星疎光於空庭)하니 지붕 아래 별이 뵈고, 청천한운세우시(靑天寒雲細雨時)에 우대랑이 방중이라. 문 밖에 가랑비 오면 방 안에 큰 비 오고폐석초갈(폐석초갈) 찬 방 안에 헌 자리 벼룩 빈대 등이 피를 빨아먹고, 앞문에는 살만 남고 뒷벽에는 외(외 흙벽을 만들때 댓가지나 싸리로 얽어 세워 흙을 받는 벽체)만 남아 동지섣달 한풍이 살 쏘듯 들어오고 어린 자식 젖 달라 하고 자란 자식 밥 달라니 차마 설워못살겠네."
가난한 중 웬 자식은 풀마다 낳아서 한 서른남은 되니, 입힐 길이 전혀 없어 한방에 몰아넣고 멍석으로 쓰이고 대강이만 내어놓으니, 한 녀석이 똥이 마려우면 뭇녀석이 시배(侍陪)로 따라간다. 그 중에 값진 것을 다 찾는구나. 한 녀석이 나오면서
"애고 어머니, 우리 열구자탕(悅口子湯)에 국수 말아먹으면."
또 한 녀석이 나앉으며, "애고 어머니, 우리 벙거지를 먹으면."
또 한 녀석이 내달으며, "애고 어머니, 우리 개장국에 흰밥 조금 먹으면."
또 한 녀석이 나오며, "애고 어머니, 대추찰떡 먹으면."
"애고 이녀석들아, 호박국도 못 얻어 먹는데 보채지나 말려무나."
또 한 녀석이 나오며, "애고 어머니, 우에 올부터 불두덩이 가려우니 날 장가 들여 주오."
이렇듯 보챈들 무엇 먹여 살려낼꼬. 집안에 먹을 것이 있든지 없든지 소반이 네 발로 하늘께 축수하고, 솥이 목을 매어 달렸고 조리가 턱걸이를 하고, 밥을 지어 먹으려면 책력을보아 갑자일이면 한 때씩 먹고, 새앙쥐가 쌀알을 얻으려고 밤낮 보름을 다니다가 다리에 가래톳이 서서 파종(破腫)하고 앓는 소리, 동리 사람이 잠을 못 자니 어찌 아니 서러울손가.
"아가아가 우지 마라. 아무것도 젖 달란들 무엇 먹고 젖이나며, 아무리 밥 달란들 어디서 밥이 나랴."
달래올 제 흥부 마음 인후하여 청산유수와 곤륜옥결(崑崙玉潔)이라. 성덕을 본받고 악인을 저어하며 물욕에 탐이 없고 주색에 무심하니, 마음이 이러하매 부귀를 바랄소냐.
흥부 아내 하는 말이,
"애고 여봅소, 부질없는 청렴 맙소. 안자(顔子) 단표(簞瓢) 주린 염치 삼십 조사(早死)하였고, 백이숙제(白夷淑濟) 주린 염치 청루 소녀 웃었으니, 부질없는 청렴 말고 저 자식들 굶겨 죽이겠으니, 아주버니네 집에 가서 쌀이 되나 벼가 되나 얻어 옵소."
흥부가 하는 말이,
"낯을 쇠우에 슬훈고. 형님이 음식 끝을 보면 사촌을 몰라보고 똥싸도록 치옵나니, 그 매를 뉘 아들놈이 맞는 단 말이요."
"애고 동량은 못 준들 쪽박조차 깨칠손가. 맞으나 아니 쏘아나 본다고 건너가 봅소."
흥부 이 말을 듣고 형의 집에 건너갈 제, 치장을 볼작시면 편자 없는 헌 망건에 박쪼가리 관자 달고, 물렛줄로 당끈 달아 대고리 터지게 동이고, 깃만 남은 중치막 동강 이은 헌술띠를 흉복통에 눌로 띠고, 떨어진 헌 고의(袴依)에 청올치로 대님 매고, 헌 짚신 감발하고 세 살부채 손에 쥐고, 서홉들이 오망자루 꽁무늬에 비슥 차고, 바람 맞은 병인같이 잘 쓰는 쇄소(灑掃)같이 어슥비슥 건너달고 형의 집에 들어가서 전후좌우 바라보니, 앞노적, 뒷노적, 멍에노적 담불담불 쌓았으니, 흥부 마음 즐거우나 놀부심사 무거(無據)하여 형제끼리 내외하여 구박이 태심하니, 흥부 하릴 없이 뜰 아래서 문안하니, 놀부가 묻는 말이,
"네가 뉜고."
"내가 흥부요."
"흥부가 뉘 아들인가." "애고 형님 이것이 웬 말이요. 비나이다, 형님전에 비나이다. 세 끼 굶어 누운 자식 살려낼 길 전혀 없으니 쌀이 되나 벼가 되나 양단간에 주시면 품을 판들 못 갚으며, 일을 한들 공할손가. 부디 옛일을 생각하여 사람을 살려 주오."
애걸하니 놀부놈의 거동 보소. 성낸 눈을 부릅뜨고 볼을 올려 호령하되.
"너도 염치없다. 내 말 들어 보아라.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요,지불생무명지초(地不生無名之草)라. 네 복을 누를 주고 나를 이리 보채느뇨. 쌀이 많이 있다 한들 너 주자고 노적 헐며, 벼가 많이 있다고 너 주자고 섬을 헐며, 돈이 많이 있다 한들 괴목궤에 가득든 것을 문을 열며, 가룻되나 주자 한들 북고왕 염소독에 가득 넣은 것을 독을 열며, 의복이나 주자 한들 집안이 고루 벗었거든 너를 어찌주며, 찬밥이나 주자 한들 새끼 낳은 거먹암캐 부엌에 누웠거든 너 주자고 개를 굶기며, 지거미나 주자 한들 구중방(九重房)우리 안에 새끼 낳은 돝(돼지)이 누웠으니 너 주자고 돝을 굶기며, 겻섬이나 주자 한들 큰 농우(소)가 네 필이니 너 주자고 소를 굶기랴. 염치없다."
흥부놈아 하고, 주먹을 불끈 쥐어 뒤꼭지를 꽉 잡으며, 몽둥이를 지끈 꺾어 손재승의 매질하듯 원화상의 법고 치듯 어주 쾅쾅 두드리니, 흥부 울며 이른 말이,"애고 형님 이것이 웬 일이요. 방약무인 도척(盜척)이도 이에서 성현이요, 무지불측 관숙(無知不測 菅叔)이도 이에서 군자로다. 우리형제 어찌하여 이다지 극악한고." 탄식하고 돌아오니, 흥부 아내 거동 보소. 흥부 오기를 기다리며 우는 아기 달래올 제 물레질하며,
"아가아가 우지마라. 어제 저녁 김동지 집 용정방아 찧어 주고 쌀 한 되 얻어다가 너희들만 끓여 주고 우리 양주 어제 저녁 이때까지 그저 있다. 잉잉잉 너 아버지 저 건너 아주버니 집에 가서 돈이 되나 쌀이 양단간에 얻어 오면,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너도 먹고 나도 먹자. 우지마라."
잉잉잉 아무리 달래어도 악치듯 보채는구나. 흥부 아내 하릴없어 흥부 오기 기다릴 제 의복 치장 볼작시면 깃만 남은 저고리, 다 떨어진 누비바지, 몽땅치마 떨쳐입고 목만 남은 헌 버선에 뒤축 없는 짚신 신고 문 밖에 썩 나서며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다릴 제, 칠년 대한 가문 날에 비 오기 기다리듯, 독수 공방에 낭군 기다리듯, 춘향이 죽게 되어 이도령 기다리듯, 과년한 노처녀 시집 가기 기다리듯, 삼십 넘은 노도령 장가 가기 기다리듯, 장중(場中)에 들어가서 과거하기 기다리듯 세 끼를 굶어 누운 자식 흥부 오기 기다린다.
방이 설화(旁 說話)
신라에 방이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 방이는 가난하여 의식을 구걸해서 살아가는 형편이었고, 아우는 부자였다. 어느 해 방이는 아우에게 가서 누에 알과 곡식의 종자를 구걸했다. 동생은 매우 나쁜 사람이었으므로 알과 종자를 삶아서 주었다. 이를 모르는 형은 그대로 받아 왔으나, 알 중에서 누에 한 마리가 생겨 나더니 황소만큼 자랐다. 동생은 샘이 나 찾아와서 누에를 죽이고 갔다. 그랬더니, 백 리 사방에서 뭇 누에가 모여들어 실을 켜 주었다. 종자도 역시 한 줄기밖에 나지 않았는데 이삭이 한 자나 자라자,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날아와 그것을 물고 달아났다. 그는 새를 따라 산 속으로 갔다가 밤을 맞았다. 이윽고 난데없이 아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금 방망이를 꺼내서 이리저리 치는데 그 때마다 부르는 것이 나타났다. 그들은 술과 밥을 차려서 한참 먹더니 어디론지 가 버렸다. 방이는 이 방망이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아우보다 더 큰 부자가 되었다.
아우는 시기심이 나서 그도 역시 형이 한 바와 같이 해서 새를 따라가서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그를 보자, 이놈이 전에 방망이를 훔쳐 간 놈이라 하면서 갖은 부역을 시킨 후 코를 뽑아 코끼리처럼 만든 후 집으로 보내 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 속을 태우다가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방망이는 방이의 후손에게 전해졌는데, 어떤 후손이 "이리 똥 내놓아라."고 희롱했더니 갑자기 벼락이 치더니 어디론지 사라지고 말았다.
몽골 설화
옛날 어느 때 처녀 하나가 있었다. 하루는 바느질을 하고 있노라니까, 무슨 서툰 소리가 들리는데, 나가 본즉 처마 기슭에 집을 짓고 있던 제비 한 마리가 땅으로 떨어져서 버둥거리며 애를 쓴다. 에그 불쌍해라 하고 집어 살펴본즉, 부둥깃이 부러졌다. 마음에 매우 측은하여, 오냐 네 상처를 고쳐 주마 하고, 바느질하던 오색 실로 감쪽같이 동여매어 주었다. 제비가 기쁨을 못 이기는 듯이 날아갔다.
얼마 뒤에 그 제비가 평소와 같이 튼튼한 몸이 되어서 날아오더니, 고마운 치사를 하는 듯이 하고 날아간다. 우연히 날아간 자리를 본즉, 무엇인지 씨앗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이상한 일도 있다 하고, 무엇이 나는가 보리라고 뜰 앞에 심었다. 그것이 점점 커지더니, 그 덩굴에 가서 커다란 박이 하나 열렸다. 엄청나게 크니까, 희한한 김에 굳기를 기다려 하루바삐 타 보았다. 켜자마자 그 속에서 금은 주옥과 기타 갖은 보화가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그 처녀가 금시에 거부가 되었다.
그 이웃에 심사 바르지 못한 색시가 하나 있었다. 이 색시가 박 타서 장자 된 이야기를 듣고, 옳지 나도 그 색시처럼 제비 상처를 고쳐 주리라 하였다. 그래서 제집 처마 기슭에 집 짓고 사는 제비를, 일부러 떨어뜨려서 부둥깃을 부러뜨리고, 오색 실로 찬찬 동여매어 날려 보냈다. 얼마 지나니까 과연 박씨 하나를 가져왔다. 너무나 기뻐서 얼른 뜰에 심었더니, 여전히 커다란 박이 하나 열렸다. 오냐, 금은 주옥 갖은 보화가 네 속에 들었느냐 하고 그 박을 탔다. 뻐개어 본즉 야단이 났다. 그 속에서 무시무시한 독사가 나와서 그 색시를 물어 죽였다.
'흥부전'의 善과 惡의 의미
알게 모르게 우리의 문학적 전통 속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무능력자→선인(善人)'이라는 관념으로 인하여 착한 사람과 바보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흥부는 그런 면에서 바보이기도 하다. '빈자(貧者)=선인(善人)'이라는 도식도 있다. 아직도 우리 소설을 보면 가난한 사람은 착하고 있는 자는 악인이라는 도식이 판에 박힌 듯이 내려오고 있다. <흥부전>에서 흥부가 얼마나 가난한가 하는 것이 곧 흥부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가의 물증으로 나오고 있다. '무능력·빈(貧)=선(善), 능력·악(惡)'이라고 하는 삶에 대한 도식적 접근 경향은 사실 오늘의 작가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착하고 어진 사람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부(富)를 축적하려면 남의 것을 빼앗고 못된 짓을 아니할 수 없다. 그러니 가난은 착한 것의 증거이다.'라는 사고가 빈곤 리얼리즘 문학을 만들어 냈고 고전 작품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굵직한 도식을 전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흥부의 가난은 사회적인 것으로 그려져 있지는 않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리려 '무욕(無慾)=선(善)'의 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 소설의 '빈(貧)=선(善)'의 개념과 다른 점이 있다.
흥부의 선행에 대한 예증은 부모에게 효를 했다는 정도로 간단히 처리되어 있는데 놀부의 악에 대한 고발은 다양하다. 놀부가 치부의 욕심을 부리려 동생을 내쫓는 것을 제외하면 남을 괴롭혀서 자기 이익을 충족시키는 행위는 거의 없다. 초상난 데 춤추기, 불난 데 부채질하기, 우물 곁에 똥누어 놓기, 옹기장수 작대기치기......등등 놀부의 소행은 다만 심보가 나쁘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 즉, 목적 없는 악, 자연적인 성향으로 자신과 아무 이해 관계가 없는 순수한 악이다.
결국 흥부와 놀부를 선악의 대응으로 놓을 수 있는 것은 선악이 바로 무욕과 욕심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놀부의 인간상을 규명해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특히 자기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제비를 몰아 오고 나중에 박씨를 얻어 박을 키워 박을 타는 장면에서도 계속되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타는 행위 등에서 그런 면을 엿볼 수 있다.
판소리 용어 해설
(1) 고수 : 북을 치는 사람.
(2) 광대 : 노래를 부르는(판소리를 하는) 사람.
(3) 소리(唱) : 노래를 부름.
(4) 발림 : 광대가 노래할 때 연기로서 하는 몸짓.
(5) 너름새 : '발림'과 같으나 가사, 소리, 몸짓이 일체가 되었을 때 일컫는 말.
(6) 추임새 : 고수가 발하는 탄성. 흥을 돋우는 소리.
(7) 아니리 : 창 도중에 창이 아닌 말로 이야기하는 것.
(8) 진양조 : 소리가 가장 느린 장단.
(9) 휘모리 : 소리가 가장 빠른 장단.
(10) 중모리 : 소리가 중간 빠르기로 안정감을 준다.
(11) 중중모리 : 흥취를 돋우며 우아한 맛이 있다.
(12) 자진모리 : 섬세하면서도 명랑하고 차분하다.
(13) 엇모리 : 평조음으로 평화스럽고 경쾌하다.
* '-모리'라는 용어도 분명하게 통일된 것은 아니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몰이', '-머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주인공의 이름을 '흥보'라고도 하고, '흥부'라고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판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비전승과정에서 빚어진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판소리계 소설의 특징
판소리계 소설은 기본적으로 조선 후기에 성행된 판소리의 사설을 토대로 창작된 형태를 가진다. 따라서 판소리 사설의 율문 형식, 즉 3·4조 내지 4·4조의 4음보 반복 형태가 문체의 기초를 이룬다. 또한, 내용면에서도 양반의 전아한 문체와 서민들의 비속한 표현, 무당의 고사나 굿거리 가락의 삽입, 대화 중심의 표현 등의 특징이 유지된다. 즉 소설의 서술자가 판소리 창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한편 판소리계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비범한 영웅을 그린 일반 소설과 달리 구체적인 생활 공간에서 살아 숨쉬는 현실적인 인간이다. 이러한 인물 유형은 중세적 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세속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실주의적 세계관을 보여 주며, 또한 조선 후기 평민층의 생활 정서를 반영한다. 이 점에서 판소리계 소설의 인물형은 중세 문학에서 근대 문학으로 발전, 변모해 나아가는 과정의 중요한 현상 중의 하나이다.
판소리 소설의 문체는 사설이 <-가>의 명칭으로 불렸다면 판소리계 소설은 <-전>으로 불려진 경우가 많았다. 판소리사설이 소리판의 창본으로 쓰이다 어느 시점부터 쓰임새가 달라져 소설로 바뀌어 나간 것으로 짐작된다. 본래 판소리는 12마당이었다고 했으므로 12편의 사설이 있을 터이고 따라서 적어도 그만큼의 판소리 소설을 예상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없어져 확인이 어렵다.
송만재가 관우희(觀優戱)에서 말한 판소리 12마당에서 그 가운데 소설로 바뀌어 지금까지 소설로 남아있는 것으로 춘향전, 흥보전, 심청전, 토끼전(별주부전), 화용도(적벽가의 정착), 배비장전, 옹고집전, 장끼전, 숙영낭자전 등이다.
또한 판소리계 소설은 기본적으로 율문적 문장으로 사설을 문자로 고정시킨 것이므로 문체에서도 공연을 목적으로 했던 사설의 여러 특징이 먼저 눈에 띈다. 단순한 서술체 문장에서 보기 어려운 율문적 문장체는 곧 창의 대본이었음을 말해준다. 노래를 위한 바탕글에 목적을 두다보니 자연 문장 길이가 짧아지고 3-4음을 기본으로 한 리듬이 알맞게 되었다.
판소리 사설은 아니리와 창의 결합(結合)으로 이루어진다. 아무래도 창의 부분에 율문이 많이 들어가고 아니리 부분은 산문 위주로 처리될 것이나 자세히 보면 아니리 부분도 산문이라기 보다는 3-4음을 기본으로 한 이야기로 처리되고 있어 오히려 율문에 더 가깝게 되어있다.
판소리계 소설에는 여러 삽입가요가 많이 들어있어 여러 양식의 복합수용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바탕글조차 율문 위주로 흐르다보니 어떤 시가 형식이 삽입되더라도 그리 낯설게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고, 판소리계 소설에는 살아 숨쉬는 듯한 순수한 우리말과 생생한 느낌의 의성어 의태어가 고스란히 채록되어 있어 다른 국문소설 한문소설 혹은 번역소설에서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또한 판소리계 소설에서는 감탄법, 나열법에다 직유나 은유를 많이 쓰고 있으며, 일상의 구어를 그대로 받아 들이다보니 일부 천박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거친 말이나 사투리가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문장 속에 들어와 있기에 이미 사라진 조선 후기 민중의 말과 삶을 판소리 소설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음은 이조어를 연구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
판소리계 소설에서 시제는 거의 현재진행형으로 처리된다. 소설 일반이 과거시제로 쓰여지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역시 판소리 연행이 공연성과 현장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판소리 연행은 출연자나 관객에게는 오직 특정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재> <여기>에서의 일이므로 그 공연의 자취인 소설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된 것이다.
판소리계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전지적 시점과 편집자적 논평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은 작가의 생각이 들어 있거나, 작중 인물에 대한 심판자로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화자는 서술을 중간에서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작품 중에 숨어있는 객관적 인물이다. 작중 인물과 그들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사건 상황의 전개는 물론 설명과 묘사까지도 화자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달려있다. 판소리계 소설에서 화자는 전지전능한 입장(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를 엮어 나가지만 느닷없이 그 화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사적인 말을 하는 경우(편집자적 논평)가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 소설의 관점에서 일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당대의 민중들에게는 작자와 청자가 혼연일치될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끝으로 판소리계 소설의 주제는 대부분 권선징악(勸善懲惡)적인 면이 강하다는 것은 당대의 민중들의 가치관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판소리계 소설이 적층문학적인 요소로 민중의 의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